Mag-log in아침에 눈을 뜨자 경연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소의는 겉옷부터 찾았다. 밤새 곁에 있던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 가슴이 먼저 내려앉았다. 문을 열려고 손을 뻗었을 때 안쪽에서 빗장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멈췄다. 경연은 창가에 앉아 있었다.“깨웠소?”그가 물었다. 소의는 손을 내리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나가신 줄 알았어요.”경연은 고개를 저었다. 밤이 길었다. 눈을 감으면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고, 눈을 뜨면 성북의원 안쪽의 닫힌 문이 생각났다. 산모를 돌보러 갔다는데 자신을 만나러 돌아오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길만 확인해보자는 생각은 자꾸 되살아났다.소의는 그의 곁에 앉아 창 틈으로 들어온 바람을 막았다.“아침 먹고 연락처 남기러 가요. 어제는 숙소를 못 정했으니까요.”경연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성북의원에서는 앞방의 의자를 밖으로 내놓고 바닥을 닦고 있었다. 소의는 문밖에서 기다렸다가 종이 한 장을 건넸다. 묵는 객점과 이름, 찾아온 까닭을 짧게 적었다. 진문재의 혼서에 관해 확인할 일이 있다는 말과, 배경연이 임원기의 아들로서 만나기를 청한다는 말을 나누어 썼다.경연은 그 종이를 한 번 더 읽었다.아들이라는 글자를 읽는 데 오래 걸렸다. 관직과 성명을 쓰는 것은 익숙했지만, 누군가의 아들로 만나달라고 청하는 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상대가 자기 이름을 보고도 오지 말라고 하면 그다음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의방 사람이 서신을 받아 안쪽으로 가져가려 하자 경연이 불렀다.“전해주실 때…….”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급히 답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야 할지, 잠깐이라도 만나고 싶다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소의는 대신 말하지 않았다. 경연이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열었다.“돌아오시면, 제가 이곳에 있다고만 알려주시오.”그 사람은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객점으로 돌아가는 길에 경연은 북쪽 성문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잠깐 멈췄다. 바람에 모래가 날려 소의가 눈을 찡그렸다. 그가 손으로 가려주었다. 그러고도 시선은
성문이 열리기 전부터 말 우는 소리가 들렸다.소의는 수레 안에서 굳은 무릎을 폈다. 연경을 떠난 지 열이틀째였다. 동쪽 옛길로 돌아간 뒤에는 날이 맑아졌으나 한낮에도 바람이 차가웠다. 들판은 돌이 많아졌고, 길가의 낮은 집들은 창보다 문이 작았다. 어제 묵은 곳에서는 문을 오래 열어둔다고 주인에게 두 번이나 말을 들었다.경연이 물병을 건넸다.“조금 남았소.”그녀는 마지막 물을 마시고 그에게 돌려주려다 빈 병을 내려다봤다.“다 마셨네요.”“내 것은 따로 있소.”그가 보여준 병에는 절반도 남지 않았다. 소의는 그가 나중에 마시려고 아껴둔 것이었음을 알고 입술을 다물었다. 길에서 그에게 돌봄을 받는 일이 이제 조금 익숙해졌다. 고맙다는 말 대신 돌아와서 물을 채워주고, 덜 따뜻한 쪽 담요를 바꿔주는 날이 늘었다.문이 열리자 기다리던 수레가 차례로 움직였다. 바퀴가 얼어붙은 흙을 밟으며 우두둑 소리를 냈다. 소의는 창을 조금 열었다. 성벽 안에서도 말 냄새가 짙었다.남문에서 이어진 큰길에는 장사꾼들이 두꺼운 천막을 걷고 있었다. 물건을 꺼내놓기 전에 화로부터 내놓았고, 손님들은 값을 묻는 동안 손을 불 위에 폈다. 아이들은 모자 아래 귀를 꼭 감쌌다. 연경에서 입고 온 옷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소의도 목깃을 더 여몄다.마부는 말시장을 지나 동쪽 골목으로 들어갔다. 큰 수레는 약재 짐이 쌓인 모퉁이에서 멈춰야 했다. 성북의원은 그 안쪽에 있었다. 문 앞에는 문풍지를 덧댄 흔적이 여러 겹 남아 있었다.경연이 먼저 내렸다가 돌아서서 손을 내밀었다. 소의는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고 잡았다. 오래 앉아 있던 다리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앞 진료방에는 손을 데인 아이와 어깨를 다친 노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경연은 입구에서 이름을 밝힌 뒤 고월낭을 찾았다. 약재를 고르던 사람이 손을 멈췄다.“며칠 나가셨습니다.”경연의 얼굴에서 기대가 조금씩 가셨다. 소의는 그의 손이 소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백석촌에 계십니까?”그가 물었다.“거기
명주의 비단은 돌려보낸 지 사흘 만에 다시 왔다.상자를 들고 온 사람은 혼처의 하인이 아니었다. 배씨 집에서 심부름을 맡은 노복이었다. 그는 마당 가운데 내려놓으며 집안 어른들이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다고 전했다. 명주는 뚜껑을 열지 않았다.“제 답신도 돌아왔어요?”노복이 대답을 피했다. 그제야 명주는 자기가 쓴 편지가 상대에게 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여운의 방으로 가는 동안 화가 났다. 하지만 문을 열었을 때 어머니는 약을 마시고 있었고 얼굴이 창백했다. 명주는 입 안에 모아둔 말을 한꺼번에 쏟지 못했다. 어머니가 약잔을 내려놓을 때까지 기다렸다.“제가 쓴 답은 왜 안 보내셨어요?”여운은 잔 밑을 천으로 닦았다.“내가 막은 것은 아니다. 종가에서 한 번 더 보자고 가져갔다.”“그럼 가져가게 두신 거잖아요.”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여운은 문밖을 한번 보았다. 명주는 그 시선을 보고 더 속이 상했다. 밖에서 들을 말을 걱정하는 동안 자기 답신은 남의 손에 있었다.“큰오라버니가 없으면 제 말도 없는 셈이에요?”“오라비가 있을 때도 네 혼사를 대신 정한 것은 아니다.”“지금은 제 답을 보내지도 못하고 있잖아요.”여운은 대꾸하지 못했다. 명주가 혼인을 거절하는 까닭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뒤에 이어질 집안의 압박을 딸이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두려웠다. 거처와 비용, 데리고 사는 사람들의 품삯까지 자신이 대신 맞춰왔던 일들이었다.“네 방에 딸린 시비와 살림 비용을 줄이겠다고 한다.”명주는 손을 움켜쥐었다. 집을 나가겠다고 말하면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그러나 갈 곳을 정한 적도 없고, 춘초를 데리고 가면 그 아이의 혼처는 또 어떻게 될지 몰랐다.그녀는 겨우 말했다.“지금 당장 나가겠다는 말은 안 할게요. 그래도 혼담에는 답을 보낼 거예요.”*명주의 오라비 조린은 누이의 방에 들어오며 상자를 보고 웃었다.“벌써 혼수 고르는 거냐?”명주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봤다. 조린은 웃음을 거두고 문을 닫았다.“잘못 들어왔구나. 무
돌아온 역졸의 말이 문 안에서 다리를 꺾었다. 역졸이 급히 고삐를 놓고 옆으로 뛰어내렸다. 마구간지기가 달려와 안장을 풀었다. 경연은 대청을 내려가려다 말이 놀라지 않도록 걸음을 멈췄다.“어디까지 갔소?”“북쪽 다리 앞까지입니다. 수레는 못 건넙니다.”연경을 떠난 지 나흘째였다. 정주로 먼저 보낸 전갈이 어디까지 갔는지 확인하려 했는데 다음 역참에서 돌아올 답도 늦었다. 경연은 역졸이 숨을 고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물었다.“다리가 끊겼소?”“교각을 고치는 중입니다. 어젯밤 물이 불어서 임시 널판도 걷었습니다.”역졸의 신과 바짓단은 무릎까지 젖어 있었다. 그는 전갈을 지닌 사람이 다리를 건넜는지는 그곳에서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건너편 역참에서 올 사람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이 전부였다.경연은 마당 끝의 호위를 불렀다.“말을 바꾸어 다녀오시오. 건너편에서 누구라도 만나—”호위가 허리띠를 당겨 매는 것을 보던 소의가 고개를 들었다. 밤길을 갈 준비였다. 대청 밖에는 벌써 그림자가 길게 내려와 있었다.“이분도 다리 앞에서 돌아오셨는데요.”경연의 말이 끊겼다. 호위는 명령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연은 그 얼굴을 보았다. 피곤한지 아닌지, 길을 아는지 묻지도 않았다. 답이 늦는 불안을 다른 사람에게 길을 건너라는 말로 내보내고 있었다.“오늘 밤에는 가지 마시오.”그가 고쳐 말했다.“내가 서둘렀소. 말도 사람도 쉬게 하시오.”호위가 준비하던 손을 내렸다. 경연은 다시 역졸에게 다리의 위치와 우회로를 물었다. 이번에는 대청에 앉게 하고 물부터 건넸다.*동쪽 옛길을 아는 수레꾼이 마당 흙바닥에 길을 그렸다. 소의는 두 갈래가 갈리는 곳에 돌멩이를 놓았다. 다리가 마르기를 기다리면 언제 건널지 몰랐고, 옛길로 돌면 바퀴를 밀어야 하는 비탈이 있었다. 작은 수레는 갈 수 있지만 짐이 많으면 해가 진 뒤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소의는 마부에게 바퀴와 말 상태를 물었다. 경연이 묻던 것보다 사소한 일이었으나, 마부는 그제야 어제부터 한
서쪽 숙소의 문을 여니 젖은 이불 냄새가 났다. 들보 아래로 여행자들의 옷이 걸려 있었고, 구석에서는 아이 하나가 기침을 했다. 소의는 문 앞에서 멈췄다. 방을 비워달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안쪽의 여자가 아이를 끌어안았다.역참을 맡은 사람이 뒤늦게 따라왔다.“말을 바꿔드려야 하는데 들어올 말이 늦었습니다. 저분들은 낮에 떠날 줄 알았지요.”경연은 열린 방문을 닫았다. 비우라고 할 생각은 없었으나 그가 관복을 입고 서 있는 것만으로 안쪽이 조용해졌다. 그는 길을 막지 않게 옆으로 비켰다.소의가 남은 곳을 물었다. 마당 뒤에 작은 방이 하나 있고, 서리는 바깥 숙소에 다른 여행자와 함께 묵을 수 있다고 했다. 호위는 교대로 마구간 곁에서 쉬기로 했다. 담당 서리는 기록함을 직접 챙겨 바깥채로 갔다.경연은 소의를 따로 불렀다.“내가 밖에서 자면 되오.”그녀는 뒤쪽 방의 문을 열어보았다. 좁지만 바닥은 말라 있었다. 안에서 걸 수 있는 빗장도 있었다.“같이 쓰면 안 돼요?”경연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소의가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들었다.“불편해서 물으신 거면 저는 괜찮아요.”그는 그제야 들어가자고 했다.*경연은 침구 앞에서 오래 서 있었다. 소의는 가방을 풀다 그의 시선을 보고 이유를 알았다. 겉으로는 아무 말이 없었지만 접힌 이불 끝을 손으로 만지지도 않았다.집에서는 그가 늘 깨끗한 천을 곁에 두었다. 남이 마신 잔을 섞지 않았고, 조금만 먼지가 앉아도 옷을 갈아입었다. 여행길에 그런 것을 모두 갖출 수 없다는 것은 경연 자신도 알았다. 그래서 더 말하지 못하는 듯했다.소의는 챙겨온 얇은 천을 바닥에 폈다. 그 위에 자기 담요를 펼치고, 베개는 깨끗한 수건으로 감쌌다.“이건 제가 빨아둔 거예요.”경연은 그녀의 손을 봤다. 당연히 자신이 깔고 잘 몫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망설임 없이 그의 쪽까지 폈다.“그대 덮을 것이 모자라오.”“안에서 같이 덮으면 돼요. 겉옷도 있고요.”그녀는 태연하게 말하고 나서야 잠깐 귀가 붉어졌다. 경연
대문 자물쇠의 고리가 끝까지 들어가지 않았다. 소의는 문짝을 조금 들어 올려 맞춘 뒤 자물쇠를 잠갔다. 새집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느 쪽이 처지는지 이제 알게 됐는데, 벌써 오래 비우게 되었다.곡우가 열쇠를 받아 소매 안에 넣었다.“걱정 마세요. 제가 가끔 와서 볼게요.”소의는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한 번 더 눌렀다. 안쪽 선반에 경연의 찻잔을 두고 나왔다. 가져갈까 물었더니 그가 돌아와 쓸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이 좋아서 자신도 평소 쓰던 잔을 곁에 놓았다.골목 끝에서 수레가 기다리고 있었다.북방 출장의 승인은 전날 내려왔다. 시승이 배정한 서리가 제5혼서 관련 진술과 제출 자료를 따로 맡았고, 소의는 문서 참고인으로 동행했다. 경연의 개인 짐과 공무에 필요한 물품도 구별했다. 그녀는 자기 노자를 넣은 주머니를 가방 안쪽에 다시 밀어 넣었다.경연은 수레 옆에서 기다리다가 손을 내밀었다. 소의가 발판을 밟자 바퀴가 조금 움직였다. 그가 허리를 받쳐주었다.“괜찮아요.”소의가 말했지만 그의 손은 그녀가 안에 앉은 뒤에야 떨어졌다.*삭풍문 앞에는 숯을 실은 수레가 길게 늘어섰다. 말들이 입김을 뿜고 땅을 긁었다. 경연은 말 위에서 통행 확인을 기다렸고, 소의는 창을 조금 열어 성벽 위를 보았다. 연경을 이렇게 멀리 떠나는 일은 오래간만이었다. 곡우가 창에 걸어준 작은 주머니가 흔들릴 때마다 말린 대추가 부딪쳤다.성문을 지나자 길이 넓어졌다. 담과 처마에 가려 있던 하늘이 한꺼번에 드러났다. 소의는 잠시 밖을 보다가 안쪽으로 앉았다.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었다.경연의 말발굽 소리는 처음에는 창 옆에서 들렸다. 그러다 조금씩 멀어졌다. 마부가 속도를 맞추려 채찍을 들자 수레가 돌을 넘어 크게 흔들렸다. 소의는 문서함을 붙잡느라 어깨를 벽에 부딪쳤다.밖에서 경연이 멈추라는 말을 했다.그는 말에서 내려 창을 들여다봤다.“다쳤소?”“아니요. 함이 넘어질 뻔했어요.”경연은 문서함과 그녀의 어깨를 번갈아 보았다. 먼저 역참에 가서 말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