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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 학익진의 그림자 1

Penulis: 고독한포켓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10-08 00:01:48

​1592년 7월.

조선의 여름은 지독하게 뜨거웠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에, 솜을 누벼 만든 두꺼운 방탄조끼(누빔옷)를 입고 있으려니 죽을 맛이었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엉덩이 골까지 적시는 기분은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더워 죽겠습니다, 대장님. 꼭 이렇게까지 입어야 합니까? 쪄 죽겠습니다요."

​옆에 엎드려 있던 최가가 혀를 내밀며 헐떡거렸다. 녀석의 얼굴은 잘 익은 홍시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죽기 싫으면 입어. 왜놈들 조총은 더위보다 뜨거우니까."

​나는 나직하게 대꾸하며 시선을 전방으로 고정했다.

​이곳은 경상도 거제도와 통영 사이, 견내량(見乃梁)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해안가 절벽 숲속이었다. 매미 소리가 귀청을 찢을 듯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익호군 정예 100명이 숨을 죽이고 매복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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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아앙! 콰아아앙-!​바다가 뒤집혔다.천지 개벽이 일어난다면 이런 소리가 날까.​견내량의 좁은 수로를 빠져나온 와키자카의 함대는, 한산도 앞바다라는 거대한 아가리 속으로 제 발로 기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 아가리가 닫히는 순간, 지옥도가 펼쳐졌다.​"쏴라! 놈들을 수장시켜라!"​이순신 장군님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했다.​부채꼴로 넓게 펼쳐진 학익진(鶴翼陣).그 거대한 날개 끝에 위치한 판옥선들이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천자총통, 지자총통, 현자총통.수백 발의 포탄이 붉은 궤적을 그리며 왜선들 위로 쏟아졌다.​우지끈! 콰직!​나무로 만든 왜선들은 종이배처럼 구겨졌다. 돛대가 부러져 병사들을 덮치고, 배 허리가 꺾여 두 동강이 났다. 바다는 순식간에 불길과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보시오! 저걸 보시오!"​나대용이 내 어깨를 쥐어뜯으며 소리쳤다. 그의 눈은 광기로 번들거리고 있었다.​포연을 뚫고 적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두 척의 괴물.​놈들은 마치 성난 코뿔소처럼 왜선들의 옆구리를 들이받았다.​쿠웅-!​충각.거북선의 단단한 용머리가 왜선의 목재를 박살 내며 파고들었다. 왜군들이 조총을 쏘고 화살을 날려댔지만, 거북선의 등판을 덮은 검은 철갑은 그 모든 공격을 비웃듯 팅팅 튕겨냈다.​"형씨가 설계한 배가 날아다니는데요?"​"그렇소! 저 회전 반경을 보시오! 무게 중심을 낮춘 덕에 급선회를 해도 배가 기울지 않소! 그리고 저 포각! 사방팔방으로 불을 뿜어도 끄떡없단 말이오!"​거북선은 멈추지 않았다.용머리 아가리에서 붉은 포염과 함께 독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유황 연기였다.​"콜록! 콜록! 앞이 안 보인다!""악귀다! 바다에서 용이 나왔다!"​왜군들은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하다가 바다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바다에는 이미 불이 붙은 기름과 배의 파편들이 가득했다.​왜군들이 살기 위해 거북선 등판으로 기어오르려 했지만, 그곳에는 촘촘하게 박힌 쇠송곳이 기다리고 있었다.​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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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92년 7월.조선의 여름은 지독하게 뜨거웠다.​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에, 솜을 누벼 만든 두꺼운 방탄조끼(누빔옷)를 입고 있으려니 죽을 맛이었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엉덩이 골까지 적시는 기분은 정말이지 최악이었다.​"더워 죽겠습니다, 대장님. 꼭 이렇게까지 입어야 합니까? 쪄 죽겠습니다요."​옆에 엎드려 있던 최가가 혀를 내밀며 헐떡거렸다. 녀석의 얼굴은 잘 익은 홍시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죽기 싫으면 입어. 왜놈들 조총은 더위보다 뜨거우니까."​나는 나직하게 대꾸하며 시선을 전방으로 고정했다.​이곳은 경상도 거제도와 통영 사이, 견내량(見乃梁)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해안가 절벽 숲속이었다. 매미 소리가 귀청을 찢을 듯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익호군 정예 100명이 숨을 죽이고 매복해 있었다.​우리가 왜 금산이 아닌, 이곳 남해안 끝자락까지 왔느냐고?​이유는 하나였다.오늘 이곳에서, 조선의 운명을 가를 거대한 판이 벌어지기 때문이다.​며칠 전, 미령이가 가져온 첩보는 충격적이었다.​"아저씨, 큰일 났어요. 왜군 함대가 견내량 쪽에 집결하고 있대요. 규모가... 어마어마하다고 해요."​와키자카 야스하루.용인 전투에서 조선군 5만을 1,600명으로 갈아버렸던 일본의 명장. 그가 이끄는 최정예 수군 70여 척이 한산도 앞바다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었다.​'저놈이다. 이광 감사가 5만 대군을 말아먹게 만든 장본인.'​전라감사 이광이 나에게 조방장 자리를 제안하며 같이 북상하자고 했을 때, 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미래를 아는 나로서는 뻔히 보이는 불구덩이에 내 정예병들을 밀어 넣을 수 없었으니까.​'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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