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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Author: 송진
박한빈은 이제 평정심을 되찾은 듯 보였다. 그는 두 손으로 책상을 짚은 채 어제나 꼿꼿이 펴고 있던 등을 천천히 굽히고 있었다. 고개까지 푹 숙이고 있던 그의 모습에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비참함이 느껴졌다.

서훈은 그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가 망설이고 있던 그때, 갑자기 고개를 든 박한빈이 그에게 물었다.

“담배 있어?”

갑작스러운 질문에 서훈은 잠시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담배를 끊으려 했던 박한빈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몇 초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뒤늦게 박한빈의 말을 이해한 서훈은 망설임 없이 자신이 갖고 있던 담배를 건네며 말했다.

“예전 것과 다른 담배인데, 지금이라도 가서 원래 피던 거 사 올까요?”

“됐어.”

박한빈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담뱃갑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냈다.

그 모습을 본 서훈이 재빨리 불붙은 라이터를 박한빈에게 건넸다.

하지만 박한빈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있던 담배에 불을 붙이지 못했다.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그런 박한빈의 모습을 보던 서훈의 몸도 덩달아 함께 떨리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박한빈의 담배에는 불이 붙었다.

서훈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박한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연기 속에 섞여 있던 연기 고리들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걔 결혼한대.”

그 말에 서훈의 표정 역시 잠시 굳어졌다. 그리고 곧이어 박한빈의 입에서 나온 “걔”의 정체를 빠르게 알아차렸다.

잠시 망설이던 서훈이 말했다.

“대표님, 미련이 남으신 거라면... 왜 유리 아가씨께 찾아가지 않으신 건가요?”

박한빈은 그 말에 그저 가벼운 미소만 지어 보였다.

서훈은 박한빈과 꽤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일해왔다. 박한빈이 지화 그룹에 입사했던 그 날부터 서훈은 줄곧 그의 곁을 지켜왔고 그 덕에 박한빈의 생각 정도는 대체로 다 파악할 수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그의 속내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웨딩드레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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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2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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