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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화

Author: 송진
...

박한빈은 자기가 몇 시간을 잤는지도 감이 안 잡혔다.

머리는 계속 휭 한 상태였고 올려다본 천장은 빙글빙글 돌았다. 어떨 때는 얼음 빙판을 걷는 듯 주위의 공기마저 차게 느껴졌지만 또 어떨 땐 사막을 걷는 듯 너무 더웠다.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사이 박한빈은 어렴풋이 성유리를 본 것 같았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짜증 난다는 듯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성유리를 잡고 싶었지만 그녀는 빠르게 그 손을 피해버렸고 성유리가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도, 애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박한빈은 뻗었던 손을 다시 내려놓아야 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가 눈을 떴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박한빈은 여전히 침대에 누워있었고 이마에 붙이고 있는 해열패치는 이미 그의 체온과 비슷한 온도로 변해갔다.

온몸은 금방 씻은 듯 푹 젖었는데 정말 사막이라도 걷다 온 사람 같아 보였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방을 둘러보던 박한빈은 방 안에 있는 작은 소파에 누군가 샤워가운을 덮은 채 몸을 웅크리고 자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창을 통해 달빛이 환하게 방을 비추자 박한빈은 누워있는 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기다린 속눈썹과 하얀 피부, 그리고 늘 그렇듯 도톰하고 예쁜 입술.

박한빈은 그녀의 얼굴을 말없이 한참 동안을 가만히 바라만 보다 순간 무언가가 떠올랐다.

‘오늘이... 보름 아닌가?’

망설이던 박한빈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성유리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그때, 성유리가 눈을 번쩍 떴다.

그렇게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고 박한빈은 그대로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금방 깨어난 성유리도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먼저 입을 열었다.

“깨셨어요?”

박한빈이 착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성유리가 지금 살짝 기뻐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착각이 오래가기도 전에 성유리가 다시 말했다.

“빨리 에릭 씨한테 연락하셔서 저 좀 풀어달라고 하세요.”

성유리의 말을 들은 박한빈은 멍해졌다.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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