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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Author: 송진
박한빈이 성유리 말에 대답을 하지 않자 기사도 당연히 성유리 말을 들을 수 없었기에 차를 세우지 못했다.

박한빈은 저를 신경 쓰지 않을지 몰라도, 아니 어쩌면 박한빈 눈에 성유리는 항상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었을지 몰라도 성유리는 박한빈에게만큼은 이렇게 망가진 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저도 모르게 또 주먹을 꽉 쥐었다.

박한빈이 다른 사람들처럼 저를 조롱하고 멸시한다 해도 아무렇지 않았다.

그저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라도 지킬 수 있다면 그걸로 성유리는 만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 차에서 조용히 내리는 게 성유리의 자존심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박한빈은 성유리의 그 자그마한 요구도 그냥 들어줄 마음이 없어 보였다.

기사 역시 차를 세우지 않고 있었기에 성유리가 다시 입을 열려고 할 때 예상했던 사람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성유리, 당장 집으로 와!”

성시원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핸드폰을 뚫고 나와 조용한 차 안에 울려 퍼졌지만 성유리는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고는 박한빈을 바라보았다.

“성씨 집안 저택으로 가.”

성유리가 입을 열기도 전에 박한빈이 기사를 향해 말했다.

그에 마음이 가라앉은 성유리는 이내 옅은 웃음을 흘렸다.

박한빈은 성유리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지켜주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박한빈의 행동도 이해는 갔다.

박씨 집안과 결혼할 때 성씨 집안에서 그 얘기를 했을 리가 없는데 그런 사실이 오늘 까발려 졌으니 이미 이혼을 했다 해도 앞으로 둘의 이름이 같이 떠돌게 될 것이다.

그건 박한빈이 가장 질색하는 일이었으니 당장이라도 성씨 집안에 찾아가 따지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언니!”

성유리가 차에서 내리자 성유정이 한달음에 달려왔다.

그런데 성유정은 그 뒤에 따라오는 박한빈을 보더니 다급히 하려던 말을 바꾸었다.

“한빈 오빠, 여긴 어떻게 왔어? 설마... 오빠가 언니 데려다준 거야?”

말을 하며 성유리에게로 돌린 성유정의 시선이 어딘가 날카로웠지만 성유리는 그런 성유정을 상대해주지 않고 그녀를 지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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