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37화

Author: 복덩이
남자는 황제처럼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앉아 있었고, 강민아는 분명히 그와 동등한 위치에 앉아 있었지만 상위 포식자의 경멸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반하준이 말을 잇기도 전에 강성진은 이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버릇없는 놈. 무슨 여자가 남자에게 굽신거리지 않겠다는 말을 해? 하늘 높은 줄도 모르고!”

강성진은 의자를 걷어차고 식탁을 한 바퀴 돌더니 강민아에게 달려들었다.

강나현은 웃음이 터질까 봐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정이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강성진이 움직이는 방향에 시선을 고정했다.

강성진이 손을 뻗어 강민아의 멱살을 잡으려 했다.

“뭐 하는 거야!”

갑자기 반용화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할아버지!”

의자 위에 올라선 정이가 강민아를 향해 뻗은 강성진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칼을 겨눈 듯 팽팽한 분위기가 룸 안에 감돌며 당장이라도 치열한 전투가 시작될 것만 같았다.

거대한 체격을 자랑하는 특수부대 은퇴 군인 비서가 휠체어를 밀며 들어왔다.

휠체어에 앉은 반용화는 보이지 않는 아우라를 풍기며 가는 곳마다 주위 모든 것을 압도했다.

반용화는 검은색 터틀넥 니트와 긴 다리를 감싸는 정장 바지를 입고 있었다.

강나현은 반용화의 얼굴을 보자 무의식적으로 숨을 참았다.

반용화를 마지막으로 본 게 10년 전인데 반하준보다 2살 많은 그는 10년 전에도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들이 어려서 아직 레고를 가지고 놀던 시절부터 반용화는 천체의 운행 원리를 연구하고 있었다.

강나현은 아직도 초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을 기억하고 있었다. 반유하와 함께 반씨 가문 본가에 가니 반하준이 그들을 데리고 개울가로 가서 작은 물고기와 새우를 잡았다.

반씨 가문으로 돌아와 1층의 한 방을 지나는데 반용화가 공식으로 가득 찬 칠판 앞에 서 있었고, 십여 명의 어르신들이 산수 종이와 커다란 노트북을 들고 반용화와 토론하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어린 강나현은 아무것도 모른 채 물었다. 반용화가 너무 잘생겨서 본능적으로 가까이 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38화

    강한 기운이 무겁게 강성진을 짓누르고 있어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반용화 앞에서 그는 마치 꼬리를 다리 사이에 끼고 감히 발을 뻗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들개 같았다.“하지만...”어쩐지 자신보다 반용화가 더 강민아의 아버지 같아 강성진이 다시 입을 열려고 했다.“알아들었는지 대답만 하세요.”그의 목소리는 너무나 차분하고 덤덤했지만 강성진은 숨을 쉴 수가 없었다.살아남아야 한다는 본능에 입을 벌리고 반용화가 시키는 대로 또박또박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반용화가 강성진에게서 시선을 돌리자 비서는 그의 휠체어를 밀고 상석으로 향했다.반용화는 식탁 위에 놓여 있던 선물 상자와 부신 그룹이라고 적힌 종이봉투가 밖에 떨어진 걸 보았다.“이건 뭐지?”반하준이 대답했다.“제가 강민아에게 준 부신 그룹 오퍼입니다.”반용화가 턱을 까딱하자 비서가 종이봉투에 손을 뻗어 그것을 열고 안에 든 계약서를 꺼내 반용화에게 보여주었다.계약서를 받아 든 반용화가 내용을 확인한 후 다시 시선을 들어 꿰뚫을 듯한 눈빛을 보내자 반하준은 목뒤로 한기를 느꼈다.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은 감히 숨을 쉴 엄두도 내지 못했다.정이와 민이도 반용화를 처음 본 순간 그가 들어올 때부터 보이지 않는 아우라에 압도당했다.“생활 비서 고용 계약서?”룸 안에는 날카로운 칼이 허공을 가로질러 차가운 섬광을 내뿜으며 반하준의 얼굴을 할퀴는 것 같았다. 생경한 고통이 느껴졌다.“반하준.”반용화가 따뜻한 목소리로 말하자 반하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걸어갔다.휠체어에 탄 남자가 반하준에게 계약서를 건네자 반하준은 정중하게 손을 뻗어 계약서를 받았다.“민아가 날 저녁 식사에 초대했는데 감히 이런 계약서로 모욕해? 네가 3살짜리 어린애야?”그림자가 반하준의 동공에 드리우고 그는 반용화 앞에서 차마 반박할 재간이 없었다.그는 부신 그룹의 강대한 버팀목이다.반씨 가문의 가장은 아니지만 반하준의 아버지조차 서른 살이나 어린 동생에게 존경을 표했다.반하준도 그 앞에서는 숨 쉬는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39화

    계약서를 쥐고 있던 반하준의 손가락이 힘껏 조여지며 종이에 불규칙한 주름이 새겨졌다.반용화의 목소리는 차갑고 차분했지만 저항할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네 아버지가 널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구나.”그 한마디가 돌풍처럼 휩쓸며 반하준의 오랜 자부심과 자만심을 산산조각 냈다.반씨 가문의 수장이자 부신 그룹을 수년간 이끌어온 그는 모두가 우러러보는 존재였다.반하준은 자신이 모두의 위에 군림하는 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높은 곳에 있는 신이 지금 벌을 내리고 있었다.순간 반하준은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작은아버지, 저희는 쓸데없는 사람이 아니에요. 절 잊으셨어요? 저랑 유하가 반씨 가문 저택에서 뵌 적이 있는데...”강나현은 반용화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반용화는 그렇게까지 위압적인 느낌을 주지는 않았지만 너무도 뛰어난 외모에 2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있어도 그의 얼굴을 마주하니 강나현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강나현이 말을 마치자 강성진도 서둘러 거들었다.“도련님, 저희도 예전에 만난 적이 있습니다. 게다가 전 민아 아빠이고 저희는 얘 가족인데 쓸모없는 사람일 리가 있나요.”반용화의 어두운 시선이 강성진에게 향했다.철저히 거리를 두는 듯한 그의 시선에 강성진은 온몸에 피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집에서 내쫓고도 가족이라고 할 수 있나?”그 순간 강민아의 마음도 흠칫 떨렸다.반용화는 어떻게 그녀와 정이가 강씨 가문 사람들에게 내쫓긴 사실을 아는 걸까.강성진의 말문이 막히며 어떻게든 변명하려 애썼다.“그게 아니라...”“입 다물어.”남자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보이지 않은 재갈이 강성진의 입을 막았다.반용화가 턱을 까딱하며 반하준에게 말했다.“데리고 나가.”강성진은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이 바닥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한 번도 이런 대접을 받은 적은 없었다.식사 도중에 온 가족이 쫓겨나다니.강나현은 다급한 눈빛으로 반하준을 바라보았지만 반하준은 차가운 얼굴로 대할 뿐이었다.“나가죠.”반용화가 일곱 살에 천재적인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40화

    반하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으며 목에 날카롭게 툭 튀어나온 울대가 꿈틀거렸다.반용화는 평온한 목소리로 다그쳤다.“알겠으면 대답만 해.”반하준은 머리털이 쭈뼛 서며 반용화를 향해 평소 높이 들고 있던 고개를 숙였다.“네...”그의 표정은 좌절에 빠진 장군 같았고 넓은 어깨에는 우울함이 가득했다.반하준의 대답을 들은 반용화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강민아가 반용화 옆으로 걸어갔다.“연구원님, 도와주셔서 감사해요.”정이가 강민아의 뒤를 따르며 칭찬했다.“연구원님 대단해요!”아이의 조그만 머리에는 여전히 충격이 가득했다. 반하준의 기세가 꺾이는 건 태어나서 처음 본다.정이는 반용화를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이에게 반용화는 반하준보다 한 차원 높은 존재였다.“예전처럼 그냥 선생님이라고 불러.”반용화는 강민아가 연구원이라고 부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꼭 모르는 사람 같았으니까.분명 그는 한때 강민아가 그토록 믿고 의지했던 사람인데...강민아는 눈이 휘어지게 웃었다.“예전엔 오빠라고 불렀잖아요.”왜 지금은 오빠라고 부르지 못하게 된 걸까.반용화는 하늘에 있는 신처럼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존재였다.휠체어에 앉은 반용화의 검은 눈동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을 만큼 깊었다.정이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럼 전 뭐라고 불러요? 엄마의 선생님?”강민아는 손을 뻗어 정이의 어깨에 얹으며 말했다.“그냥 아저씨라고 불러.”반용화는 가느다란 속눈썹을 깜빡였다. 그 호칭도 나쁘지 않았다.“하준이를 거절했으니 이노베이션 서밋 포럼에 갈 기회를 잃은 것과 마찬가지야.”서밋 포럼은 주로 재계 인사를 초대하는데 강민아가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고 해도 재계 사람은 아니었다.만약 그녀가 학교 측의 초청을 받아 서밋 포럼에 참여하면 몇몇 대학에만 얽매이게 된다.반용화의 손끝이 휠체어 팔걸이를 살며시 문질렀다.“마침 내게...”“저 서밋 포럼 초대장 있어요. 주최 측에서 직접 초대한 거예요.”강민아가 기쁜 소식을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41화

    웨이터의 말을 들은 반하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작은 아버지와 강민아가 그렇게 가까운 사이인가?’전에 반하준은 반용화와 강민아가 서로 대화하는 모습도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반하준은 이내 작은 아버지가 재능을 눈여겨보고 강민아를 챙겨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게다가 작은 아버지는 매우 보수적인 사람인데 그와 강민아는 이혼했지만 정이에겐 반씨 가문의 피가 흐르지 않나.작은 아버지는 반씨 가문의 가까이 모친을 챙겨주는 것뿐이다.반하준이 부하직원에게 연락했다.“작은아버지 차를 따라가. 작은 아버지가 강민아를 어디로 데려갔는지 알아야겠어.”“반 대표.”이미 자리를 떠난 줄 알았던 강성진은 식당 앞에서 제네시스 차량이 떠나는 것을 보고 아내와 딸을 데리고 돌아왔다.강성진은 룸 안에 반하준만 남은 것을 보고 호기심에 물었다.“반 연구원님은 왜 왔다가 그냥 갔어? 민아는? 설마 두 사람 같이 갔어?”강나현이 이상한 어투로 말했다.“강민아랑 작은 아버지 아는 사이야? 왜 하준 씨 작은 아버지가 계속 강민아 편을 드는 건데!”의자에 앉은 반하준의 잘생긴 얼굴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고 그는 불쾌한 듯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검은 동공은 차가운 웅덩이 같았다.“왜 아직도 안 갔죠?”반하준의 질책을 받은 강성진은 벌벌 떨었다.“반 대표, 난 서밋 포럼 입장권이 꼭 필요해. 옴 테크가 우리 우강 그룹을 인수할 생각이 있어 보여도 서밋 포럼에서 출구를 찾고 싶어.”반하준도 강성진의 속셈을 잘 알았다. 그의 강승 테크 공장은 해마다 매출이 감소하며 올해 윗선에서 새롭게 제정한 수출입 무역 규제로 인해 매출이 더더욱 직격탄을 맞았다.해외 기업 옴 테크가 강승 테크를 헐값에 인수하려는 상황에서 강성진은 인수 가격을 올려줄 수 있는 기업을 찾기 위해 유명인이 모이는 서밋 포럼에 참가하고 싶어 했다.“다음 주 서밋 포럼 파티에 강나현과 강기성도 데리고 갈게요.”반하준의 말에 강성진이 눈을 크게 떴고 강나현은 기쁨을 참지 못했다.“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42화

    비서는 무릎 위에 올려놓은 노트북으로 누군가 자신의 차를 미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곧바로 스카이넷 시스템을 이용해 그 차의 출처를 조회했다.강민아는 순간 땀이 삐질 났다.‘미친 전남편.’반용화의 검은 눈동자에 묘한 미소가 숨겨져 있었다.“네 전남편이 너한테 관심이 많네.”그는 반하준이 조카가 아니라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낯선 사람인 것처럼 말했다.“그냥 미친 사람 같아요.” 반용화 앞에서 더 거칠게 반하준을 욕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려고 애썼다.반용화는 비서에게 말했다.“따라오게 놔둬.”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이 반용화의 거처로 진입했다.차량이 저택 반경 5km 이내에 접근하면 하늘에 있는 위성이 동향을 감시하고 곳곳에 초소가 설치되어 있었다.저택에서 1km 떨어진 곳에는 10미터 하나씩 초소가 있었다.강민아는 차에 앉아서 창밖으로 순찰차 행렬이 끊임없이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제네시스 차량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지하 차고로 들어갔다.반용화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강민아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기대감에 가득 차 반짝였다.“선생님, 저를 여기까지 데려오셨다는 건 제가 용성에 들어가는 걸 동의하신다는 건가요?”강민아는 이미 반용화의 주택에 걸린 태극기 앞에서 영원히 배신하지 않고 비밀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맹세까지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아니.”반용화는 곧바로 부정했고, 강민아의 환상은 단 1초 만에 깨졌다.“저 금상 받았잖아요!”강민아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고작 대회 하나로 용성에 들어올 수 없어.”강민아의 온몸이 서리 맞은 가지처럼 시들시들해졌다.그녀는 윗입술을 깨물고 입김을 불어 콧등에 드리운 머리카락 한 가닥을 날려 보냈다.희미한 불빛 속에서 반용화는 흥미롭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본인조차 강민아를 바라보는 시선이 퍽 너그러워졌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앞으로 우리 집에 자주 와서 자료 살펴봐.”자료라는 말에 강민아는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다.당장이라도 반용화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싶었다.반용화의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43화

    하지만 강민아 앞으로 다가가자 이내 자제하며 아랫입술을 깨물고 분홍빛 뺨을 들어 올려 강민아에게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여주었다.“석현아, 오랜만이야. 안아봐도 될까?”정이가 반석현을 향해 두 팔을 벌리자 반석현은 다소 긴장한 듯 작은 손가락으로 소매를 움켜잡았다.“응!”그가 정이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정이가 반석현을 안더니 이윽고 아이의 두 발이 바닥에서 떨어졌다.정이는 반석현을 들고 몸무게를 가늠해 보았다.“석현아, 전보다 무거워졌네. 밥 잘 먹었구나?”반석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다.그리고 두 줄로 서 있던 직원들이 일제히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선생님, 강민아 씨, 윤정 아가씨, 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정이는 반석현을 내려놓고 미처 무슨 상황인지 알 수는 없지만 뼛속 깊이 자리 잡은 교양 덕분에 서둘러 고개를 숙이며 마찬가지로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강민아도 인사에 답하며 속으로 감탄했다. 반용화의 저택에 이렇게 많은 여자 도우미가 있다니, 미녀가 셀 수 없이 많았다.“강민아 씨, 저희는 발렌시아 VIP 서비스 팀입니다. 이쪽은 수석 디자이너 이자벨 씨인데 선생님의 요청을 받아 드레스를 제작하러 왔어요.”세련되고 심플한 금발의 디자이너가 미소를 지으며 줄자를 꺼냈다.“민아 씨, 오랜만이네요. 그러면 바로 시작할까요?”14살 나이에 반용화의 손에 이끌려 서경에 도착한 그녀는 몸에 맞지 않는 낡은 옷을 입은 채 호기심과 경계 가득한 눈빛으로 차창 밖 고층 빌딩들을 둘러보았다.반용화는 그녀를 발렌시아의 최고 VIP를 전담하는 부서로 데려갔는데 그때 강민아의 옷을 맞춤 제작해 준 사람도 이자벨이었다.당시 강민아는 반용화에게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여기 옷 비싸지 않아요? 고연대 가려면 이렇게 비싼 옷을 입어야 해요?”영재반에 가는 것도 이렇게 비용이 많이 든다면 차라리 가지 않을 거다. 그녀의 가족들은 그렇게 비싼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그때 반용화가 말했다.“난 네가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대학은 단순히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44화

    남자의 표정은 심연처럼 깊고 어두웠다.“넌 서밋 포럼에서 화려하게 등장해야 해.”강민아도 굳이 마다하지 않았다.“선생님께서 사주시는 거예요?”이자벨은 웃었다.“민아 씨, 마음껏 골라요. 선생님께서 예산 생각하지 말고 모든 옷을 다 가져오라고 하셨어요.”강민아는 반용화가 그녀를 용성에 들일 거라는 생각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그녀에게 예쁘게 옷을 입혀 서밋 포럼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다.이것은 반용화가 그녀에게 주는 또 다른 시험이었다.“선생님, 환영 선물 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 천 배 만 배로 보답하고 제 가치를 보여드릴게요.”강민아의 환한 얼굴에 순수하고 해맑은 미소가 피어났다. 반용화가 기꺼이 그녀에게 투자해 준 만큼 그녀도 그에게 거대한 보답을 안겨줄 거다.강민아는 정이를 데리고 드레스 몇 벌을 골라 방으로 들어가선 갈아입고 나왔다.“우와!”소파에 앉은 정이가 두 눈을 반짝거렸다.다이아몬드가 가득 박힌 드레스를 입은 강민아의 모습은 처음 본다.강민아는 드레스를 휘날리며 멋지게 등장했고 그녀의 발치에는 은하수가 소용돌이치는 것 같았다.“엄마,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아요!”정이가 강민아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이리 와 봐.”반용화가 말하자 강민아가 그에게 다가가 쭈그리고 앉았다.“예뻐요?”치맛자락이 물결처럼 바닥으로 퍼져 내려가고 강민아는 마치 반용화에게 경례하는 것 같았다.반용화는 비서가 들고 있던 브로케이드 상자에서 진주 목걸이를 집어 들어 강민아의 목에 직접 걸어주었다.서늘한 남자의 손끝이 목걸이를 걸어주면서 그녀의 여린 목뒤 쪽 살갗에 슬쩍 닿았다.그 미묘한 촉감에 강민아의 가슴이 흠칫 설레었다.반용화를 향해 시선을 들어 올린 그녀의 눈빛은 마치 즉위를 받아들이는 여장군처럼 굳건했다.정이는 워치로 이 모습을 찍었다.아이는 심은호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는데 최근 정이가 돌고래를 좋아해서 심은호가 돌고래 인형을 사진 찍어 보냈다.정이는 방금 찍은 사진을 심은호에게 공유했다.[엄마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45화

    [자제해!]심한기가 말리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아빠, 미리 말하지만 전 보수적인 남자라 민아 씨에게 다른 남자가 생기면 전 첩이라도 할 거예요.]화면을 두드리는 심한기의 손이 떨렸다.[사랑받지 못하는 사람도 첩이 될 수 있나?]심은호가 침묵하자 심한기가 쓴소리로 충고했다.[아들아, 네가 도덕도 교양도 없지만 네가 원한다고 첩이 될 순 없어.]심은호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10년 동안 남모르게 구석에서 지켜왔는데 첩도 될 수 없다니.아직 가능성이 있기는 한 걸까.그는 소파에 힘없이 쓰러져 휴대폰 속 반용화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는 강민아를 바라보았다.“그렇다면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해 줄 수밖에. 아니, 아니지. 이럴 순 없어. 나 하나 끼어드는 게 뭐 어때서?”심은호는 손을 들어 손등으로 눈을 가린 채 어둠 속에서 몸부림쳤다.그는 이를 악물었다.“반용화는 아이큐가 200이라면 난 200시간을 버틸 수 있어.”뛰어난 영혼도 훌륭하지만 그처럼 젊고 튼튼한 육체도 뜻밖의 기쁨을 가져다줄 수 있다.생각을 정리한 심은호는 다시 기운을 내 소파에서 일어나 정이에게 문자를 보냈다.[진주 목걸이도 네 엄마 앞에서는 빛을 잃었네.]“정아, 엄마 옷 바꿔입어 볼게.”정이가 심은호가 보낸 메시지를 읽고 있을 때 강민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엄마, 아저씨가 너무 예쁘대요. 진주도 엄마 미모 때문에 빛을 잃었대요!”강민아의 얼굴이 화끈거렸다.“심은호 씨? 그 사람이 어떻게 알고...”정이는 강민아에게 심은호와의 대화를 보여주며 말했다.“엄마가 꽃처럼 예쁜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요. 많은 사람에게 우리 엄마가 이렇게 아름답고 훌륭하다는 걸 자랑하고 싶어요.”딸의 칭찬에 화장기 없는 그녀의 얼굴에 홍조가 피어올랐다.강민아는 쭈그리고 앉아 턱을 괴고 잠시 생각하다가 정이에게 말했다.“근데 내 사진을 은호 아저씨에게 보내는 건 좀 손해 같은데? 정이는 공유하고 싶었겠지만 엄마는 다른 남자가 휴대폰으로 감상하는 여자가 되고 싶지는 않거든.”정

Latest chapter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84화

    심은호가 옆에 앉아 강민아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강민아의 눈은 평소처럼 투명하지 않고 옅은 안개에 가려져 있었다.문득 무언가 생각난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반용화의 시원한 목소리가 귓가에 맑은 샘물처럼 울려 퍼지며 술로 인해 달아오른 열기를 말끔히 씻어주었다.“선생님, 제가 강승을 손에 넣었어요.”들뜬 목소리로 말하는 강민아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반용화에게 자신을 뽐내고 있었다.강민아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자 심은호의 속눈썹이 살짝 펄럭였다.강민아는 반용화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심은호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강민아를 바라봤다.전화기 너머로 계곡물처럼 서늘한 반용화의 목소리가 들렸다.“오늘 반하준이 강승에서 한 짓 다 알아.”강민아는 입꼬리를 올렸다.“그래도 덕분에 강나현을 제거했어요. 하지만 절대 용서는 안 해요. 반하준의 타깃은 심은호 씨였거든요.”강민아가 자신의 이름을 언급하자 심은호는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이내 반용화가 말했다.“귀찮으면 내가 걔를 판주 지사로 보낼 수 있어.”강민아의 목구멍에서 나지막한 웃음이 흘러나왔다.“아직은 괜찮아요. 조금 더 놀려먹을 수 있거든요. 우경아 손에 있는 프로젝트를 넘겨받아서 양자 테크가 내 손에 들어왔어요. 부신 그룹은 우영 그룹의 파트너니까 사업에서도 패배의 쓴맛을 보게 할 거예요.”말하며 강민아의 눈동자가 한층 맑아졌다.“언젠가 반하준이 판주로 가게 되어도 본인이 원해서 가야 할 거예요.”반용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강민아는 수화기 너머로 그의 숨소리만 들었다.“선생님?”반용화의 목소리가 귓가에 흘러들었다.“7년 전의 너로 돌아온 것 같네.”어깨를 움츠리던 강민아의 귓가에 열기가 느껴졌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그녀가 말했다.“다음 주 승덕 학교에서 축제를 여는데 정이가 공연해요. 석현이가 보겠다고 하면 초대하고 싶은데.”“그래, 말해볼게.”그 순간 심은호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민아 씨, 벌써 3분 넘게 날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83화

    의아한 건 강민아였다. 반하준은 일부러 이렇게 멍청한 질문만 골라서 하는 걸까.“당신은 부신 그룹 대표니까 빠져나갈 방법은 얼마든지 있잖아. 당신과 강나현 중에 누굴 제거하는 게 더 쉬운지는 나도 분간할 수 있어.”반하준이 모든 책임을 강나현에게 돌리는 동안 강민아도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지금 나서서 반하준과 강나현이 꾸민 짓이라고 하면 그 둘을 같은 편으로 만드는 게 된다.반하준이 강나현을 망가뜨릴 생각이라면 그의 손을 빌려 강나현을 제거한 뒤 그녀가 쥐 죽은 듯 살기를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반하준, 또다시 심은호 씨 건드리기만 해.”반하준은 씁쓸하고도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그의 소매가 이미 피로 붉게 물들었는데 강민아는 관심도 없을뿐더러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심은호를 감싸고 있지만 네 마음은 나에게 향해 있다는 걸 알아.”반하준은 본인을 설득하듯 말했고 강민아는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몰라 무시해 버렸다.더 이상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를 걱정하지 않는 거고 이 모든 건 반하준이 자초한 거다.그가 고개를 숙여 생각에 잠긴 사이 강민아는 우아하게 눈을 흘기며 쓸데없는 설명으로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민아 씨.”심은호가 강민아 옆으로 다가오자 그를 본 반하준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심은호를 무시한 채 강민아에게 물었다.“우강 그룹을 손에 넣었는데 언제 심은호랑 헤어질 거야?”반하준이 이미 그녀와 심은호가 계약 커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아 강민아는 잠시 당황했다.심은호는 능글맞게 웃었다.“그쪽 주제 파악이나 하지? 전남편 주제에.”반하준의 한쪽 눈꺼풀이 부자연스럽게 떨리며 낮게 으르렁거렸다.“심은호, 잘난 척 그만해!”심은호는 강민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민아 씨만 잘 나가면 난 계속 잘난 척할 건데?”강민아가 심은호의 팔짱을 끼자 두 사람은 함께 뒤돌아 파티가 열리고 있는 홀 안으로 들어갔다....고급스러운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은은하고 영롱한 빛을 발하며 파티장 전체를 황금빛으로 화려하게 비췄다.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82화

    친한 사람들과 말을 주고받으며 귓속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서경 모두가 강나현이 반 대표 좋아하는 걸 다 알고 있는데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 제대로 손을 쓰려고 했네. 반 대표가 체면 때문에 떠들지 않고 그냥 넘어갈 거라 생각했겠지. 반 대표가 이렇게 고집스러운 사람인 것도 모르고.”누군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경멸하듯 말했다.“강나현도 참 멍청해. 반 대표가 마음이 있었으면 강나현 언니가 반씨 가문 사모님이 됐겠냐고.”강민아는 우강 그룹 직원 몇 명에게 지시했다.“나현이 아래층으로 데려가요. 지금쯤 구급차가 왔을 테니까.”직원들이 들어와 의식을 잃은 강나현을 들어 올렸다.강나현은 바지와 옷으로 몸을 가린 채 고개를 갸웃하며 여전히 달콤한 꿈속에 있는 듯했다.손님들은 역겨운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반 대표님.”강민아가 서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자 반하준은 곧바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단지 부르기만 했을 뿐인데 그의 두 눈이 금세 반짝이기 시작했다.“그쪽도 같이 구급차 타고 병원으로 가세요.”쫓아내는 거다.애초에 그녀는 반하준을 강승의 인수식에 초대한 적이 없었다.반하준은 거절했다.“난 강나현과 같은 구급차 안 타!”손님들은 그런 그를 이해했다. 이런 일을 당했으니 트라우마가 생기는 게 당연했다.이어 반하준은 강민아에게 말했다.“부사장님은 이 수갑 풀 열쇠나 좀 찾아주지?”강민아의 목소리는 차가웠다.“그럼 반 대표님께선 일단 다른 휴게실로 가 계세요.”...반하준이 다른 휴게실 소파에 앉아있는데 강민아의 비서가 들어왔다.“반 대표님, 열쇠를 찾았습니다.”비서는 열쇠로 수갑을 풀었고, 반하준의 손목 상처에 닿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조심스럽게 수갑을 빼냈다.이어 반하준이 비서에게 말했다.“강민아와 단둘이 얘기하고 싶은데.”비서는 놀란 듯 그의 손목을 바라보았다.“반 대표님, 손을 그렇게 다쳤는데 안 아프세요?”반하준의 얼굴은 땀에 흠뻑 젖어 끈적끈적했고 안색은 창백했다.“강민아를 만나야 한다고!”비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81화

    심은호의 날카로운 칼날 같은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반하준 저 자식이 강민아 앞에서 약한 척을 하고 있다.조금 전까지 약에 취했어도 오만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며 심은호를 산 채로 잡아먹을 기세더니, 강민아 앞에서는 불쌍한 척을 하고 있었다.심은호는 경멸하듯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반 대표가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봐. 강나현이 왜 기절했지? 옷은 네가 벗긴 거야?”반하준과 강나현 둘이 짠 계략을 반하준의 입으로 직접 말하길 원했다.그들이 먼저 반하준이 한 짓을 밝히면 오히려 반하준에게 반격할 기회를 주는 것과 다름없었다.심은호와 강민아는 반하준이 본인이 만든 난장판을 어떻게 처리할지 보고 싶었다.“아니야!”반하준은 곧바로 부인했다.“강나현이 약에 취해 직접 옷을 벗고 여러 번 나를 덮치려고 했어. 난 그저 때려서 기절시킨 것뿐이야!”그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강민아의 눈치를 살폈다.자기 몸이 더럽혀졌다는 오해를 받기 싫었다.반하준은 수갑에 묶인 두 손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등을 돌렸다.“강나현이 나를 묶어두려고 수갑까지 채웠어!”금속 수갑은 붉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반하준이 수갑을 풀려고 안간힘을 쓰던 중 살갗이 베인 것이다.일부는 살을 파고들어 피와 살이 드러나 끔찍하기까지 했다.손목의 잘린 살점들이 수갑에 뭉쳐있어 하얀 손목뼈가 보일 정도였다.“어이쿠!”다친 반하준의 손을 본 손님들은 모두 일제히 충격과 슬픔에 찬 한숨을 내쉬었다.이 정도로 처참한 광경에 차마 반하준을 탓할 수가 없었다.강민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얼굴에도 별다른 기색이 없었다.반하준은 수갑이 채워진 상태에서도 강나현을 기절시켰는데 강나현의 능력으로 어떻게 반하준의 손에 수갑을 채우겠나.반하준이 직접 손에 수갑을 찬 게 분명했다.심은호도 그녀와 똑같은 의심을 하고 있었다.단지 모든 책임을 강나현에게 돌리려고 그렇게 둘러댔을 뿐이었다.서경에서 강나현을 제일 싸고돌았던 그조차 그녀를 버렸다.아마 오늘 밤 파티가 끝나기도 전에 강나현이 반하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80화

    강민아는 휴게실로 향했다. 반하준의 계획을 파악하자마자 심은호에게 알리고, 그걸 이용해 반하준과 강나현을 함정에 빠뜨리는 방법을 선택했다.그녀는 내내 어떻게 두 사람의 계획을 폭로할지 고민하고 있었다.직접 사람들 앞에서 폭로하면 반하준은 오히려 그녀가 이 모든 것을 꾸몄다며 적반하장으로 굴게 분명하다.이제 심은호가 칼을 건넸으니 그녀는 반하준과 강나현을 폭로하기 위해 휘두르면 그만이다.강민아가 사람을 시켜 열쇠를 가져와 방 문을 열자 향긋한 냄새에 피비린내가 뒤섞여 코끝으로 스며들었다.“콜록!”강민아는 목구멍에서 솟구치는 역겨움에 미간을 찌푸렸다.그녀의 뒤로 여러 개의 머리와 크게 뜬 눈이 호기심 가득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강민아가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심은호가 손을 뻗어 그녀를 막았다.“조심해요!”심은호가 선두로 앞장서자 강민아는 그 뒤를 따랐다.그때 강나현이 얼굴에 잔뜩 멍이 든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누가 봐도 이미 기절한 듯했다.심은호는 역겨운 듯 고개를 돌렸고, 강민아는 옷을 얇게 입은 강나현의 모습을 보며 바닥에 떨어진 옷을 주워 그녀에게 덮어주었다.그 순간, 어두운 구석에서 반하준이 거칠게 헐떡이는 소리가 들려왔다.“세상에!”강민아를 뒤따라오던 사람들이 구석에 기대어 앉은 반하준의 두 손이 등 뒤로 묶여있는 것을 보았다.그가 입고 있던 셔츠는 단추가 여러 개 풀려 있었고 옷깃이 활짝 열린 채 가슴에는 새빨갛게 긁힌 자국이 남아 있었다.흐트러진 머리카락 몇 가닥이 젖은 이마에 붙어 있었고, 가슴을 들썩이는 그의 두 눈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가 홱 고개를 들어 어둠 속에서 강민아를 주시했다. 이젠 이 방을 떠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지금 여기서 나가도 소용이 없다는 걸 잘 아니까.강민아 뒤에 많은 사람들이 서 있는 가운데 낯익은 얼굴 몇 명이 고개를 내밀었다.그들은 반하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충격에 휩싸여 외쳤다.“반... 반 대표 맞아?”“하준아, 너 어떻게 강나현이랑... 세상에! 남들이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79화

    강민아는 태산 그룹 임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지금쯤 반하준과 강나현은 정신이 거의 나간 상태일 거다.반하준은 강나현과 짜고 파티에서 심은호의 스캔들을 폭로할 계획이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하필 멍청한 상대와 손을 잡았고 강승 테크 내부를 장악한 강민아의 능력을 간과했다. 반하준은 강승 테크 직원을 매수하면 된다고 생각했겠지만 그가 직원과 접선할 때 그들이 강민아에게 반하준이 돈으로 매수하려 했다는 걸 알릴 줄은 몰랐을 거다.강민아는 그들이 계획대로 흘러가게 놔두었다.반하준은 조심스럽게 사람들을 매수했다. 그들은 자기가 할 일을 제외하고 남들이 뭘 하는지 몰랐다.누구는 휴게실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누구는 파티에서 심은호에게 술을 건네며, 또 다른 사람은 담당자가 보지 않는 틈을 타 주방에서 술에 약을 타는 역할을 했다.그 모든 정보가 강민아의 귀에 들어왔을 때 그녀는 반하준이 심은호에게 무슨 짓을 할지 전부 파악했다.그리고 강나현은 그중 한 직원에게 약물을 건네는 역할이었다.일부러 디퓨저까지 사서 휴게실에 놓는 걸 강민아는 전부 다 알고 있었다.강민아는 강나현과 반하준이 모든 일을 끝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디퓨저와 카메라가 있는 방을 바꾸었다.반하준이 심은호의 몸에 와인을 뿌렸을 때 그가 곧 움직일 거라는 걸 예상했다.강민아는 오늘 초대된 재벌가 거물급 인사들에게 반하준의 비열한 물밑 작전을 제대로 보여줄 생각이다.“민아 씨!!”갑자기 장내에서 심은호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고,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심은호가 황급히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다.심은호의 얼굴은 다소 하얗게 질렸고 눈빛에는 의미심장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심 대표, 왜 그래?”누군가 묻자 다른 사람들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돌아보며 몰려들었다.심은호는 강민아 곁으로 다가와 귓속말을 건네는 척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들을 수 있었다.“방금 옷을 갈아입고 나왔는데 옆방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서 들어갔더니 반하준과 강나현이...”심은호는 머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78화

    심은호가 말했다. “셋 셀 테니까 알아서 결정해. 안 그러면 아무도 해독제를 못 받아.”그는 웃으며 반하준에게 말했다.“삼.”반하준의 이마엔 푸른 핏줄이 툭 튀어나왔다. 심은호는 순전히 그들을 놀리려고 해독제를 꺼낸 것이었다.“강나현한테 줘!”반하준은 강나현이 또다시 약기운을 빌미로 무모하게 자기 몸에 손대지 않도록 차갑게 말했다.이내 강나현이 소리를 질렀다.“하준 씨한테 줘!”반하준은 신경이 예민하게 지끈거리며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왜 나한테 먹여? 멀쩡한 정신으로 너한테 당하는 꼴을 보고만 있으라고?”반하준이 거칠게 쏘아붙이자 강나현은 어깨가 살짝 떨렸다.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반하준은 욕설을 퍼붓고 난 뒤 서둘러 심은호를 다그쳤다.“나와 강나현을 여기 가둔 주범이 바로 너지? 민아 비서를 통해 민아 이름을 대고 날 여기로 끌어들인 것도 너야.”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는 그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반하준의 뺨에는 굵직한 땀방울이 줄줄 흘러내렸다.그는 우리에 갇힌 맹수처럼 심하게 헐떡이며 심은호를 향해 살벌하게 으르렁거렸다.심은호는 해독제를 바닥에 떨어뜨리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강나현은 곧바로 달려와 해독제를 집어 들고 다시 반하준에게 돌진했다.“하준 씨, 해독제 먹어!”어쨌든 반하준의 두 손은 이미 수갑이 채워진 상태였고, 그만 멀쩡한 상태로 둘이 일을 치르면 나중에 이성을 잃었다는 핑계를 댈 수가 없을 거다.강나현이 반하준의 앞을 가로막았다. 심은호가 문을 열고 나가려 하자 반하준이 강나현을 뿌리치고 가려는데 그녀가 앞을 가로막았다.“하준 씨, 빨리 약 먹어!”“꺼져, 나 나갈 거야!”소리를 지르며 강나현은 반하준의 입에 약을 밀어 넣었다.강나현은 곧바로 반하준의 입을 막았고 반하준은 작은 알약이 입에서 녹는 것을 느꼈다.눈을 크게 뜬 반하준의 목구멍에서 억눌린 분노의 소리가 흘러나왔다.그렇게 그는 심은호가 문을 열었다가 다시 닫는 걸 보고만 있었다.강나현은 두 손으로 그의 목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77화

    강나현이 일어나 그에게 다가오자 반하준은 무언가를 감지하고 급히 돌아서서 강나현을 경계하며 마주 봤다.“그럴 필요 없어.”반하준은 강나현에 대한 경계심을 온몸으로 드러내며 딱딱하고 차갑게 말했다.하지만 강나현은 반하준이 왜 자신을 거절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전화 꺼내서 구해줄 사람 부르면 되잖아!”반하준은 강나현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고, 강나현의 눈빛 속 욕망을 진작 꿰뚫어 보고 있었다.강나현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그녀는 지금 약기운을 빌미로 그를 산 채로 잡아먹으려는 속셈이다.휴대폰이 바지 주머니에 있는데 강나현이 주머니에 손을 대는 순간 또 어떤 선 넘는 행동을 할지 몰랐다.반하준은 등을 문에 딱 부이고 말했다.“멈춰! 움직이지 마!”그는 강나현을 위협했다.“나한테서 떨어져!”“하준 씨, 못 참을까 봐 걱정돼?”강나현은 올라가는 입꼬리를 차마 감추지 못하며 반하준을 달랬다.“내가 하준 씨 다치게 할까 봐 걱정 안 해도 돼. 계속 이러면 몸이 망가질 거야.”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몸 안에서 비명을 지르던 세포들이 강나현을 통제했고, 그녀는 조바심을 내며 반하준을 향해 돌진했다.“내가 휴대폰 꺼내주겠다는데 왜 이렇게 날 무서워해?”그때 반하준의 등 뒤에서 달칵 소리가 들리더니 고개를 돌리자 방 문이 열렸다.반하준은 눈을 크게 뜨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밖에서 들어오는 밝은 빛이 그의 눈에는 희망처럼 보였다.누군가 그를 구하러 온 건가?방 문이 열리고 옷을 갈아입은 심은호가 밖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심은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반하준을 훑어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그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셔츠부터 바지까지 모두 엉망이 된 채 흐트러진 반하준의 모습은 처음 본다.반하준은 숨을 헐떡이며 눈앞에 나타난 사람이 심은호라는 것을 발견한 순간 빠져나가기 쉽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그는 지금 자신의 초라한 모습이 심은호에게 보여도 전혀 상관이 없었고 그저 그를 제압한 뒤 도망치고 싶었다.심은호는 그의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76화

    강민아의 이름을 듣자마자 반하준은 눈을 크게 떴다.그 이름이 무수히 많은 작은 바늘로 뒤바뀌어 심장을 쿡쿡 쑤시며 온몸에 통증을 느끼게 했다.강나현은 두 손으로 그의 머리를 감쌌다.“하준 씨, 난 당신을 구하고 싶어. 당신도 날 구해줘!”반하준은 발을 들어 올리려 했지만 강나현이 그의 몸을 덮치고 있어 그녀를 떼어낼 수가 없었다.“꺼져!”그는 강나현의 얼굴이 눈앞으로 다가오는 걸 보며 고함을 질렀다.그가 홱 몸을 돌리자 강나현과 함께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아악!”강나현은 고통의 비명을 질렀고, 반하준은 도망치듯 몸을 웅크리고 재빨리 바닥에서 일어났다.강나현은 바닥에 쓰러져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반하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너무 아파!”반하준은 몸에 천 조각만 남은 강나현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문득 심장이 세차게 쿵쾅거리며 가슴을 뚫고 피부 밖으로 튀어나올 듯 심하게 요동쳤다.반하준의 눈앞에 헛것이 보였다. 강나현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향해 울부짖을 때 그녀의 얼굴이 강민아의 얼굴과 겹쳐 보였다.순식간에 반하준의 몸속에서 난폭한 세포가 꿈틀거리고 피가 들끓으며 몸이 주체할 수 없이 심하게 떨렸다.“하준 씨!”강나현은 손과 발을 동원해 반하준을 향해 기어갔다.반하준은 제자리에 굳어진 채 눈가가 선홍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콧구멍에서는 뜨거운 숨결을 내뿜으며 입술 위로 미세한 땀방울이 맺혔다.강나현은 그가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바닥에 엎드린 채 손을 뻗어 그의 발목을 잡았다.이윽고 반하준의 동공이 훅 움츠러들며 단번에 시야에서 강민아의 흐릿한 얼굴이 사라졌다.강나현의 얼굴이 다시 눈앞에 나타났을 때 그는 설레던 마음이 사라지고 피가 차갑게 식으며 발로 강나현의 손을 뿌리쳤다.“하준 씨?”강나현의 의아한 눈빛에는 속상함이 내비쳤다.“난 너한테 관심 없으니까 역겹게 굴지 마!”그는 차갑게 이 말을 뱉어내고는 다시 방 문이 있는 방향으로 돌아섰다.강나현은 반하준이 문을 발로 차는 모습을 그저 바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