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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Author: 복덩이
“선생님, 용성을 저한테 주시는 건가요?”

“난 용성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길 바라. 난 이미 7년 동안 용성을 이끌었어. 비록 묵묵히 공헌하고 있긴 해도 지금 시대는 예전과 확연히 달라. 난 남들의 주목을 받는 게 불편하니 너한테 넘겨주는 거야. 강 소장, 이제 우리 용성의 명예를 지키고 더 많은 연구자가 주목받고 각광받을 수 있도록 해줘.”

봄바람이 스쳐 지나간 듯 강민아의 호수 같은 눈동자에 파문이 일었다.

“선생님은 정말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계시네요!”

그녀는 계약서를 손에 쥐고 이렇게 말했다.

“용성 연구소 보통 연구자들의 연봉이 얼마죠?”

“2천만원 정도밖에 안 돼. 나라에서 주는 지원금을 합쳐도 작년에는 3600만원 정도였지.”

“우경아의 양자 테크에선 입사한 첫해 월급만 600만원이에요. 옴 테크는 저한테 기본 연봉 수억과 프로젝트 보너스, 주식 배당금까지 약속했죠. 오빠 명의로 된 센트럴 이노베이션에서도 기술직 직원은 월급이 800만원이에요.”

반용화가 다소 머쓱한 표정을 드러냈다. 연구소에서 일 년에 연구에 들어가는 지출만 수십억에 달하는데 나라의 지원금으로만 채우기엔 어림도 없었다.

용성은 10대 연구소 중 하나지만 전국에 수십만 개의 연구소가 많은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동안 반용화는 사업을 통해 번 돈으로 용성을 지켜왔고, 직원들에게 입사와 동시에 식사와 숙박을 제공하며 아프면 군 병원에서 우선으로 치료를 받는 등 최고의 복지를 주고 있었다.

“용성 직원들이 한 달에 몇십만원이라도 더 받으면 다른 연구소에선 직원을 채용하지 못하거나 이탈자가 생겨 그쪽 분위기를 흐리게 할 수 있어.”

이런 배려 때문에 반용화는 서경에 있는 각 연구소의 평균 급여에 맞춰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할 수밖에 없다.

강민아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은 단순히 용성 연구소 내부 직원의 연봉만 올리는 게 아니라 국내 연구 업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하지만 저는...”

강민아는 조금 머뭇거렸다.

“해 봐, 강 소장.”

반용화의 목소리는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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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56화

    “어딜 감히! 반씨 가문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들어왔다 나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연진숙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반용훈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민아야, 이제 막 애를 낳고 왜 갑자기 하준이와 이혼하겠다는 거니?”흐릿한 빛이 두 사람의 얼굴을 비추는 것 같았다. 강민아는 늘 서로 맞장구를 치며 죽이 척척 맞는 두 내외를 바라보았다.“제가 애를 낳을 때 반하준은 어디 있었는데요? 그렇게 문자를 보내고 연락해도 답장 하나 없었잖아요!”“걔한테 무슨 연락을 그렇게 해!”연진숙은 그녀를 철이 없다며 나무랐다.“반씨 가문에서 실컷 먹고 자면서 부신 그룹 명의로 된 병원에서 애도 낳았잖아. 이 VIP 병실 하루 이용료가 얼마인지 알아? 널 돌봐주는 간병인들까지 합치면 하루에 수백만이 나가!”연진숙이 손으로 창밖을 가리켰다.“이 풍경과 위치를 좀 봐. 강민아, 대체 뭐가 불만이야?”반용훈은 사람 좋은 태도로 그녀를 달랬다.“민아야, 금방 아이를 낳고 감정 기복이 심한 것 같구나. 이혼은 서두르지 말고 정신과 의사를 불러줄 테니 산후조리 잘해.”연진숙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이혼 서류를 차갑게 쳐다보았다.“출산하자마자 이혼하겠다니, 이 기회에 반씨 가문에서 한몫 단단히 챙길 생각이지?”연진숙이 그녀의 뺨을 때리면 반용훈이 서둘러 나서서 달랬다.“민아야, 넌 자식을 낳았으니 우리 반씨 가문에 큰일을 한 거야. 하준이는 밖에서 할 일이 많으니까 네가 집에서 내조를 잘해야지. 바쁜 애 귀찮게 하지 말고 필요한 게 있으면 우리한테 말해.”반용훈은 블랙 카드 한 장을 꺼내 침대 옆 테이블에 올려놓았다.“그동안 수고 많았어. 이 카드 가져가서 마음껏 써.”강민아가 반용훈에게서 고작 블랙 카드 한 장을 받으려고 이혼 서류를 꺼낸 거라고 생각했는지 목적을 달성한 그녀를 연진숙이 조롱하듯 비웃었다.“얘는 정신 상태가 불안정하니까 우리가 현민이 먼저 데리고 가자고요.”연진숙이 반용훈에게 제안했다.“의사가 정신 상태 살펴본 뒤에 반씨 가문 후계자를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55화

    강민아에게 묻고 싶지만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 입술을 다물었다.강민아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혼 서류를 받아 들고 돌아섰다.병실로 돌아와 보니 연진숙과 반용훈이 아기 침대 옆에 서 있었는데, 반용훈이 포대기에 싼 아기를 안고 있고 연진숙이 옆에서 아이와 놀아주고 있었다.“우리 귀한 손자 정말 귀엽게 생겼네. 코며 입이며 아빠를 똑 닮았어.”반용훈은 아이를 안은 채 놓지를 않았다.“드디어 손자가 생겼네.”강민아는 영혼이 빠져나간 듯 터덜터덜 안으로 들어갔다. 10개월 동안 아이를 품고 있었는데 돌아오는 건 싸늘하게 식은 마음이었다.아이가 태어나 엄마가 된 기쁨도 잠시, 배 아래 상처가 벌어져 피를 철철 흘리며 걸어 다니는 시체처럼 보였다.그녀를 본 연진숙이 미소를 거두며 말했다.“어딜 돌아다니는 거야. 현민이 배고프게!”그녀가 덧붙였다.“아버님이 이미 우리 손주들 이름 다 지었어. 반현민, 지혜롭고 고귀하다는 의미야.”연진숙은 의기양양하게 반용훈과 시선을 주고받으며 감탄했다.“이런 귀티 나는 이름이야말로 반씨 가문 후계자에 어울리지.”“그러면 여동생은요? 전 딸도 낳았는데요.”반용훈이 말했다.“공주님은 우정이야. 현민이랑 사이좋게 지내라고.”강민아가 중얼거렸다.“너무 흔한 이름이라 다른 걸로 바꾸고 싶은데요.”연진숙이 경멸하듯 콧방귀를 뀌었다.“반씨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거야? 애를 둘이나 낳을 필요는 없어. 엄마 성을 따라도 돼.”연진숙이 싸늘한 눈빛으로 강민아를 훑어보았다.“주제도 모르게 어딜 감히... 허, 넌 원래 반씨 가문에 시집올 자격도 없었어.”“스읍,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반용훈이 서둘러 그녀를 제지하자 연진숙은 이내 강민아가 들고 있는 A4용지 더미를 발견했다.“이게 뭐야?”연진숙은 앞으로 다가가 강민아의 손에서 서류 더미를 낚아챘다.“이제부터 네가 할 일은 우리 반씨 가문의 후계자를 정성껏 키우는 거야. 하루 종일 쓸데없는 거나 들여다보고...”강민아가 평소 연진숙은 알아보지 못하는 책을 들여다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54화

    온몸이 오싹하고 주변의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가운데, 두 눈만 크게 뜨고 ‘수술 중'이라고 뜬 불빛을 바라보며 심장이 보이지 않는 실에 묶인 채 허공에 붕 떠 있는 것 같았다.반용화 비서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며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보았다.비서는 서류에 적힌 ‘강민아'라는 글자를 흘끗 보고는 쭈그리고 앉아 바닥에 떨어진 이혼 서류를 집어 들었다.고개를 드니 수술실 앞에 서 있는 강민아가 보였다.“강민아 씨?”비서가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가 말렸다.“이제 막 제왕절개 수술을 했는데 이만 병실로 돌아가서 좀 쉬세요.”강민아의 눈빛엔 생기가 없었고 어깨 너머로 떨어지는 짙은 검은 머리카락이 핏기 없는 얼굴을 부각시켰다.“선생님 왜 저렇게 된 거예요? 다리가...”강민아의 창백한 입술이 떨렸다.반용화의 다리가 저렇게 되었다는 생각에 목구멍이 이물질로 꽉 막힌 것 같았다.“반년 전, 용성의 연구원 몇 명이 건강에 문제가 생겼는데 원인을 찾지 못하자 가족들이 연구소에 화살을 돌리고 언론을 통해 용성을 폭로했어요. 선생님께선 많은 압박을 받았고 윗선에서도 선생님이 먼저 용성을 폐쇄하기를 원했죠. 지난주에 아픈 연구원 두 명을 보러 갔다가 그 집에서 줄곧 나오지 않았어요. 신변 안전을 책임지던 경호원은 방에서 문을 닫고 중요한 기밀 문제를 논의한다고 생각했죠. 이상한 낌새가 느껴져 문을 부수고 들어갔을 때 선생님과 아픈 직원 두 명이 모두 사라진 뒤였어요.”비서의 목소리는 낮고 힘이 없었다.“그러다 지하실에서 선생님과... 두 연구원의 시신을 발견했죠.”“누가 납치한 거죠?”“아마 해외 세력일 겁니다. 지금 경찰은 아직 서경에 있는 외국인을 상대로 조사 중입니다.”“고문에 시달린 건가요? 실종된 지 7일 만에 다리가 어떻게 저 지경이 돼요!”비서가 분명하게 말했다.“두 다리에 세균과 벌레알이 번식하면서...”비서는 목이 메어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제자리에 굳어버린 강민아는 몸을 지탱할 힘을 완전히 잃고 그대로 주저앉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53화

    널널한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외로운 유령처럼 복도를 헤매고 다녔다.그녀는 반용화에게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고 마침내 반용화 비서와 연락이 닿았다.“선생님 어딨어요? 조카도 연락이 안 되는 데 왜 전화를 안 받아요?”반하준과 이혼하고 싶지만 아기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시댁에서 아무리 그녀가 마음에 안들어도 이 시기에 이혼을 허락할 리 없었다.모유 수유 중에 이혼하면 반하준의 명예가 실추되는데 반씨 가문 위아래로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 걸 용납할 사람은 없었다.그래서 반씨 가문에서 가장 입지가 큰 반용화에게 찾아가야 했다. 반용화만 입을 열면 이혼할 가능성이 커진다.“강민아 씨, 죄송합니다. 선생님께선 지금 병원 계십니다. 깨어나시면... 찾으셨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비서의 떨리는 목소리에 강민아의 걸음이 뚝 멈췄다.“무슨 일 생겼어요?”불길한 예감이 엄습하며 비서는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기밀 사항이라 말씀드릴 수 없는 점 양해해 주세요.”“어느 병원에 계시는데요?”“방금 이화 병원으로 가셨습니다.”반용화가 이송된 병원은 그녀가 있는 곳과 같은, 부신 그룹과 시청에서 공동 설립한 병원으로 지금 그녀가 출산한 이 건물이 바로 VIP 환자들이 입원하는 곳이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보니 군복을 입은 남자 여러 명이 앞장서고 있었다.그들은 주변을 경계하며 순찰하다가 강민아를 발견하고 바로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의사와 간호사가 동시에 침대를 밀면서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강민아가 다가가 보니 산소 호흡기를 쓴 반용화의 창백한 얼굴이 보였다.가슴은 온전한 데가 없이 상처투성이고 옷도 입지 않은 채 하얀 천으로 허리와 배 아래를 덮고 있었다.가까이 다가가자 그에게서 비릿한 피 냄새가 났다.대충 상처를 씻어낸 그의 몸에서 군데군데 살갗이 벗겨지거나 피와 살이 뒤엉켜 있었다.“어떻게 된 거예요!”강민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데 군인 둘이 반용화에게 한 발짝도 다가가지 못하도록 그녀의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52화

    “선생님, 용성을 저한테 주시는 건가요?”“난 용성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길 바라. 난 이미 7년 동안 용성을 이끌었어. 비록 묵묵히 공헌하고 있긴 해도 지금 시대는 예전과 확연히 달라. 난 남들의 주목을 받는 게 불편하니 너한테 넘겨주는 거야. 강 소장, 이제 우리 용성의 명예를 지키고 더 많은 연구자가 주목받고 각광받을 수 있도록 해줘.”봄바람이 스쳐 지나간 듯 강민아의 호수 같은 눈동자에 파문이 일었다.“선생님은 정말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계시네요!”그녀는 계약서를 손에 쥐고 이렇게 말했다.“용성 연구소 보통 연구자들의 연봉이 얼마죠?”“2천만원 정도밖에 안 돼. 나라에서 주는 지원금을 합쳐도 작년에는 3600만원 정도였지.”“우경아의 양자 테크에선 입사한 첫해 월급만 600만원이에요. 옴 테크는 저한테 기본 연봉 수억과 프로젝트 보너스, 주식 배당금까지 약속했죠. 오빠 명의로 된 센트럴 이노베이션에서도 기술직 직원은 월급이 800만원이에요.”반용화가 다소 머쓱한 표정을 드러냈다. 연구소에서 일 년에 연구에 들어가는 지출만 수십억에 달하는데 나라의 지원금으로만 채우기엔 어림도 없었다.용성은 10대 연구소 중 하나지만 전국에 수십만 개의 연구소가 많은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그동안 반용화는 사업을 통해 번 돈으로 용성을 지켜왔고, 직원들에게 입사와 동시에 식사와 숙박을 제공하며 아프면 군 병원에서 우선으로 치료를 받는 등 최고의 복지를 주고 있었다.“용성 직원들이 한 달에 몇십만원이라도 더 받으면 다른 연구소에선 직원을 채용하지 못하거나 이탈자가 생겨 그쪽 분위기를 흐리게 할 수 있어.”이런 배려 때문에 반용화는 서경에 있는 각 연구소의 평균 급여에 맞춰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할 수밖에 없다.강민아는 이렇게 말했다.“선생님은 단순히 용성 연구소 내부 직원의 연봉만 올리는 게 아니라 국내 연구 업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하지만 저는...”강민아는 조금 머뭇거렸다.“해 봐, 강 소장.”반용화의 목소리는 계곡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51화

    반용화는 두 눈에 아무런 동요도 없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니.”반용화가 잡지에 나온 여자에 대해 모르는 것 같아 강민아도 더 묻지 않았다.“원래 예쁜 사람은 비슷하니까요.”강민아가 그럴듯한 설명과 함께 넘어가는데 반용화가 그녀를 바라보며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사람 보내서 반하준 감시하고 있어. 지금 마룻바닥에서 자고 있는데 밤낮으로 지켜보라고 했어.”“반하준이 지금 정광사에 있어요?”반용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태블릿을 꺼내 강민아에게 보여주었다.태블릿 안에는 반하준을 감시하는 사람이 강용화에게 보낸 영상이 담겨 있었는데, 영상 속 반하준은 회색 작업복과 검은색 장화를 신고 양손에 커다란 플라스틱 양동이를 들고 있었다.자세히 보면 손에는 노동용 장갑을 낀 채 무거운 플라스틱 양동이를 들고 텃밭을 향해 걸어가는 중이었다.“뭐 하는...”강민아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텃밭에 비료 주는 거야.”“...”강민아는 몇 초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의아한 마음에 다시 태블릿을 들여다보았다.믿을 수가 없었다.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고 수백억대 저택을 소유했으며 신발에 먼지 하나 묻히지 않던 남자가, 무려 검은색 장화를 신고 흙을 밟으며 농사일하고 있다니!“제법... 그럴듯하게 하네요.”강민아가 감탄하자 반용화가 말했다.“위로 올려보면 내가 짜놓은 일정이 있어.”강민아의 손끝이 화면을 스치자 정광사에서 보내는 반하준의 일정이 있었다.땅을 일구고 흙을 고르며 거름을 주는 것 외에도 돼지, 닭, 오리에게 먹이를 주고 절의 시설을 수리하며 스님들의 아침, 저녁 수업에도 빠짐없이 참여해야 했다.강민아는 스님들과 함께 염불을 외우는 반하준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어 태블릿의 일정을 가리키며 물었다.“돼지에게 먹이를 주는 영상이 있나요?”“오후에 돼지 먹이 주러 갈 때 찍어서 너한테 보내라고 할게.”강민아는 반하준이 경찰서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것보다 이게 훨씬 더 재미있는 것 같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렸다.흥미로워 보이는 그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50화

    반하준이 감시를 피해 병동으로 몰래 들어간 탓에 그들이 재빨리 발견하지 못한 거다.강민아는 양치질하고 나서야 입안이 완전히 개운해진 것을 느끼며 경호원에게 물었다.“반하준은 잡았어요?”“이미 잡았습니다. 반 연구원님께서 찾아와 휴식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잠시 가둬두었다가 날이 밝은 뒤 보고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강민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움을 표했다.“수고하셨어요. 이만 나가보셔도 돼요.”경호원들이 떠난 후 강민아와 윤세현은 서로를 꼭 껴안았다.윤세현의 손이 강민아의 뒷머리를 감싸더니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쉽게 눈을 감지 못했다.“나랑 같이 미린국 갈래?”그녀가 불쑥 말을 꺼내자 강민아가 되물었다.“미린국으로 돌아가려고?”윤세현이 시선을 내렸다.“네가 거기로 가서 일할 생각이면 나도 따라가려고.”“난 18살 때 미린국에 가서 꿈을 펼칠지 말지 선택의 갈림길에 섰던 적이 있어.”고연대를 졸업하기도 전에 해외 유수의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파격적인 제안과 함께 초청장을 보냈다.강민아만 원하면 바로 영주권도 발급해 준다는 제안이었다.“난 그래도 용성 연구소에 들어가서 선생님과 나라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윤세현은 강민아를 품에 안았다.“그래,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도록 응원할게. 반하준 그 멍청한 놈...”윤세현은 조금 전 돌발상황을 떠올리며 저주를 퍼부었다.강민아는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을 안으로 오므린 채 주먹을 꽉 쥐고 있는 손을 내려다봤다.“상대에 대한 존중이 뭔지 제대로 가르쳐줄 거야.”...다음 날, 육성민은 정이를 학교에 데려다준 후 강민아를 데리러 병원에 왔다.강민아는 육성민이 불안해하는 모습에 이렇게 물었다.“오빠, 어젯밤에 무슨 일 있었는지 안 거야?”“사람 보내서 반하준 제대로 지켜볼게.”강민아는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반하준에게 본때를 보여줄 때도 되었다.그날 오후, 강민아는 차를 타고 반용화의 집으로 향했다.그녀는 소파에 앉아 반용화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좀처럼 가만히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49화

    반하준은 숨쉬기 버거워 입을 벌린 채 가슴을 들썩이며 뜨거운 공기를 내뱉었다.두 눈이 흐릿한 색채를 띠며 몸이 그보다 한발 앞서 반응했다.강민아는 눈을 크게 떴다.생사의 갈림길에서조차 이 남자가 반응할 줄이야...역시 남자를 벽에 매달아 놓아야만 얌전해질 것 같았다.반하준의 어둡고 깊은 동공이 흥분으로 잔뜩 물들고 그는 자기 몸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느꼈다.가쁜 숨을 몰아쉬며 반항하길 포기한 채 그는 애타는 눈빛으로 강민아를 바라보았다.강민아는 그에게 숨 막히는 질식과 흥분의 절정을 동시에 선사했다.강민아의 손등을 잡고 있던 큰 손이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와 그녀의 허리에 닿았다.손에 들고 있던 청진기가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은 강민아는 한쪽 손을 놓고 벽에 있는 호출 버튼을 터치했다.10초 후, 쾅 병실 문이 열리며 당직 간호사가 달려 들어와 재빨리 병실 불을 켰다.건장한 남자가 시야에 나타나자 간호사는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꺄악, 당신 뭐야!”침대에 있던 윤세현이 허전한 옆자리를 더듬다가 눈을 번쩍 떴다.침대 옆을 바라보는데 한 실루엣이 스쳐 지나갔다.“누구야!”윤세현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곧바로 침대에서 뛰어내렸다.정체를 들킨 반하준은 화장실 방향으로 달려가 창문을 통해 아래층으로 가는 안전한 통로로 들어갔다.그는 목에 걸고 있던 청진기를 풀어서 운동복에 집어넣는다.1층에 도착하자 경호원 여러 명이 그의 앞을 막았다.“반하준 씨, 여기 어떻게 오신 겁니까?”반하준은 목이 타는 듯한 통증 때문에 말조차 하기 버거워 힘겹게 입을 열었다.“반용화가 보냈어?”경호원 몇 명이 신분증을 보여주었다.“반하준 씨, 차에 타시죠!”반하준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경호원 몇 명을 향해 걸어갔다.병실에서는 벽에 기대어 있던 강민아가 몸에 힘이 탁 풀리며 그대로 미끄러지자 윤세현이 침대에서 내려와 그녀를 부축했다.“다친 데는 없어?”그녀가 긴장한 얼굴로 묻자 강민아는 고개를 저었다.두 손은 여전히 손가락을 굽힌 상태였다.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48화

    목이 조여지는 순간 반하준의 눈은 초점을 잃었고, 키 차이 때문에 강민아는 남자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발끝을 세우고 있었다.여자의 입김이 그의 얼굴에 닿았다. 긴장하면서 힘을 준 탓에 그녀가 숨을 가쁘게 내쉬고 있었다.강민아의 향기를 맡자 그의 몸은 척박한 땅에 소나기가 내리는 듯 온몸의 모공이 활짝 열리며 여자의 몸에서 나는 향기를 빨아들이려 했다.목이 감겨오자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나는데 강민아가 남자의 허벅지를 걷어찼다.그녀가 가하는 모든 고통이 그의 심장을 빠른 속도로 뛰게 했다.너무 편안하다.강민아에게 발길질당하고 주먹질 당하는 게 그렇게도 좋은 걸까.그녀에게 아프게 매질을 당할수록 그는 더욱 흥분했다.남자의 크고 두툼한 손이 청진기를 잡고 있던 강민아의 양손을 감쌌다.목을 졸라도 그의 힘이 강민아보다 강했다.남자는 그대로 강민아의 몸을 들어 올린 뒤 한 바퀴 돌아 벽에 밀쳤다.등이 벽에 부딪히고 남자의 거대한 몸이 바짝 붙어오자 강민아는 더 이상 손을 쓰기 힘들어졌다.청진기가 구부러지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만약 노끈을 손에 쥐고 있었다면 남자의 기관지와 성대까지 한꺼번에 조일 수 있었을 텐데.“그렇게 급해? 병원에서도 남자랑 같이 잘 정도로?”반하준은 아직 말할 수가 있었다.마음이 놓이지 않아 한밤중에 몰래 산에서 도망쳐 강민아를 보러 병원에 왔는데, 그녀의 병실 침대에 다른 사람이 누워있을 줄이야.어떻게 감히 병원에서 다른 남자와 밤을 보낼 수가 있을까.힐끗 윤세현을 보니 그녀는 인기척에도 깨어나지 않을 정도로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죽은 돼지처럼 자고 있네!”반하준이 경멸하듯 낮게 윽박지르자 강민아가 말을 꺼냈다.“왜...”반하준은 곧바로 그녀의 입을 막았고, 큰손으로 코까지 막자 강민아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윤세현은 강민아와 함께 자야만 밤에 천둥이 치고 소나기가 쏟아져도, 심지어 지진이 나도 깨지 않을 정도로 깊게 잠들 수 있어 그녀와 함께 자는 걸 좋아했다.아침에 강민아가 깨어나도 윤세현은 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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