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05화

Author: 임공
유건은 시연을 조심히 안아 차에 올랐다.

하지만 문턱을 넘는 순간, 그녀의 머리가 살짝 닿았다.

“아야.”

시연이 눈을 뜨며 그를 째려봤다.

“아프잖아.”

삐죽한 입매에 살짝 붉어진 눈꼬리.

투정 부리듯 말하는 그녀는, 말도 안 되게 귀여웠다.

요즘 내내 싸우기만 했고, 시연은 유건에게 제대로 된 눈빛 하나 준 적 없었다.

오늘, 만약 실수로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그녀가 이렇게 말할 일도 없었을 터.

유건의 목젖이 뚜렷하게 움직였다.

‘미치겠네... 이럴 땐 정말, 참기 힘들다.’

“여보, 그렇게 날 유혹하지 마.”

“응?”

시연은 고개를 갸웃했다.

“유혹 안 했는데? 난 유혹한 거 아닌데? 난 의사야. 후크 아냐.”

“푸흡!!”

참으려 했지만,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더는 참지 못한 유건이 여자의 턱을 살며시 잡고, 고개를 숙였다.

입술이 시연의 입술에 닿았다.

부드럽고, 깊고, 절제되지 않은 키스였다.

“읏...!”

호흡이 가빠지자, 시연은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었다.

“숨... 못 쉬겠어.”

유건은 여자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아직도 키스하는 법 몰라?”

그 순간, 시연의 눈동자가 멈췄다.

그를 말없이 바라보는 눈빛에, 무언가 낯선 기운이 돌았다.

“왜 그래? 어디 아파?”

유건이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고유건!!”

시연은 그의 옷깃을 잡았다.

조금 전까지 흐리던 눈빛이, 조금은 맑아진 듯했다.

“괜찮아.”

그 말에 유건은 오히려 더 당황했다.

시연은 너무 조용했고, 너무 순했고, 평소 같지 않았다.

유건은 다가가 뺨에 입을 맞췄다.

시연은 피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텅 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가에서, 조용히 눈물이 떨어졌다.

유건의 손등 위로, 작고 뜨거운 물방울이 스며들었다.

“여보...?”

그가 급히 얼굴을 들었다.

시연의 두 눈엔 이미 눈물이 가득 차 있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193화

    “야!”강석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평범한 인사로 악수 한 번 하려던 건데, 그게 어째서 ‘손버릇’이 되는 건지.다시 진아를 힐끗 바라보니, 눈치가 보였다.‘아... 결국 지하가 성공했구나.’그럴 만도 했다. 겨우 얻은 사람이니, 놓치지 않으려 저렇게 꽁꽁 싸매두는 것도 이해할 만했다. 혹시라도 다른 남자에게 빼앗길까 싶으니까.친구로서 강석은 충분히 납득이 갔다.강석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알았어, 내 잘못. 괜히 그랬다.”오늘 그가 여기에 온 목적은 싸우자는 게 아니었다.지하는 진아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위에 올라가 있어. 나 강석이랑 얘기 좀 하고 금방 올라갈게.”“응.”진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발걸음을 옮겨 2층으로 향했다.그러다 계단 모퉁이에 다다랐을 때, 강석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됐어! 내가 뭐, 네 여자 뺏어가겠어? 내가 그런 놈으로 보여? 게다가... 너, 왜 그렇게 자신이 없어? 여자를 단 한 번이라도 너한테 미치게 할 자신이 없어?”“닥쳐!”지하는 위쪽을 흘끗 올려다보며 낮게 윽박질렀다.“지금 나 죽이려고 작정했냐?”“어이쿠...”강석은 목을 움츠리며 입을 다물었다.“근데, 위로 올라갔다며? 못 들었을 텐데, 뭘 그리 예민하게 굴어?”지하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소파에 앉아, 본래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그러나, 지하가 두려워하던 일이 그대로 벌어졌다.진아는 전부 듣고 말았다.진아의 이마가 좁게 찌푸려졌다. 마음속에 의문과 불안이 뒤섞였다.‘유강석 대표님이 한 말, 무슨 뜻이지?’‘부지하가... 전에 누군가한테 버림받은 적이 있다는 건가?’‘아니면 내가 너무 깊이 생각하는 걸까?’안방으로 돌아온 진아는 잠시 기다렸다.곧 지하가 올라왔다.진아는 소파에 엎드려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지하는 몸을 숙여 진아를 안았다.“심심했어?”남자의 손이 슬쩍 내려와 진아의 배를 쓰다듬었다.“배고프지? 아침 다 준비해 놨어. 내가 안아줄게, 내려가자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192화

    “가자.”지하가 허리를 숙여 진아를 안아 들었다.욕실에는 이미 따뜻한 물이 받아져 있었다.진아는 지하의 목을 끌어안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잠깐... 같이 씻는 거야?”“응?”지하가 눈썹을 살짝 올렸다.“왜? 나 이제 명분 있는 사람이잖아.”‘허... 참나... 부 대표님, 진짜... 너무 대담해.’전선은 길게 이어졌고, 다행히 시간도 충분했다.하지만 지하의 예상과 달리, 진아는 너무 서툴렀다.지하는 온몸에 땀을 흘렸고, 진아는 금세 눈가가 붉어져 울먹이며 지하를 바라봤다.“부지하... 좀 살살해 줘... 흑...”‘이럴 땐 내가 어쩌라고...’지하는 어쩔 수 없이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진아가 안쓰럽고, 자신도 안쓰러웠다.그래서 지하는 자꾸만 입술을 맞추며 달래 주었다.“자기야... 내 말을 들어. 울지 마. 이제 안 울 거지?”그 순간, 마치 번데기가 나비로 날아오르듯, 두 사람은 불꽃 속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피어났다....아침. 지하가 먼저 눈을 떴다.품에 안긴 여자는 평온하게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눈꺼풀에 남은 부기는 어젯밤 진아가 얼마나 울었는지 그대로 말해주고 있었다.어젯밤은 진아의 생일이었다.그리고 진아는 지하에게 엄청난 선물을 안겨주었다.지하는 진아의 과거 따위에 연연하지 않았다. 하지만, 설마 진아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처음’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기분이 안 좋다? 말도 안 돼.’지하의 가슴 한편이 벅차올랐다.진아의 인생에서 첫 남자는 자신이었다.그 사실만으로도, 진아는 온전히 지하의 것이었다....진아가 눈을 떴을 때, 온몸이 쑤시듯 아팠다.방 안에는 자신뿐이었고, 지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벌써 일어난 건가?’시계를 확인하니 생각보다 늦은 시간.진아는 팔을 짚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켜 욕실로 들어갔다. 씻고 단정히 옷을 갖춰 입은 뒤, 아래층으로 내려왔다.목이 심하게 말라 있었다.진아는 곧장 주방으로 가서 물을 따라 마셨다.“설아...?”갑자기 낯선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191화

    지하가 진아를 안아 레스토랑 밖으로 나와 차에 태웠다. 그는 몸을 숙여 직접 진아에게 안전벨트까지 채워줬다. 바로 떠나지는 않고, 흘러내린 잔머리를 넘겨주며 진아의 얼굴을 가만히 어루만졌다.지하의 목소리가 낮고도 부드럽게 흘러나왔다.“오늘 밤, 장인어른 장모님 댁엔 안 가도 되지?”‘장인어른, 장모님? 뭐야, 갑자기 왜 거기로 가?’진아는 웃으며 지하를 톡 하고 쳤다.“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마.”“쳇...”지하는 짐짓 심술 난 표정을 지으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진아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아까 분명히 청혼 받아줬잖아. 응? 여보?”“응...”진아는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속삭였다.“집엔 안 간다고... 그럼 어디로?”“내 집으로. 아니, 우리 집.”그 말을 뱉는 지하의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어쩐지 긴장되잖아...’진아는 목을 꿀꺽 넘겼다.“뭐 하려는 건데?”그건 곧 승낙이었다.아직 망설임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조수석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돌아가 시동을 걸었다.지하는 G시에 집 여러 채를 갖고 있지만, 향한 곳은 평소 그가 머무는 마크힐스였다.미혼이라 종종 부씨 가문의 본가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던 탓에, 마크힐스는 사람이 드나드는 빈도수가 적었다. 덕분에 늘 깨끗했고, 마치 모델하우스 같았다.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분명히 누군가 손을 댄 듯, 집 안이 미리 꾸며져 있었다.문을 열자마자 시야 가득 꽃.복도 위에도 꽃잎이 흩뿌려져 있었다.보통은 장미 999송이로 청혼한다지만, 이곳은 아예 한 집 가득 장미였다. 새빨갛게 번져 시선을 뒤덮을 만큼.진아가 거실로 한 발 들어서자, 꽃바다 한가운데에 선 듯했다.“마음에 들어?”지하가 뒤에서 진아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응... 좋아.”진아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무심코 물었다.“근데... 이거, 도대체 얼마야?”“뭐라고?”지하가 피식 웃었다.“지금 그걸 물을 때야? 임 박사님, 낭만이란 게 정말 하나도 없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190화

    집안이 원래 비즈니스 해왔던 터라, 진아도 기본적인 사교댄스 정도는 익혀 두고 있었다.잘 춘다고 할 순 없어도, 무난히 따라갈 만큼은 됐다.지하는 진아보다 한 수 위였고, 그의 리드 덕분에 진아는 평소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내 여자 친구 춤을 잘 추네.”곡이 끝나자, 지하는 진아를 내려다보며 칭찬했다.“지하 씨가 잘 이끌어줘서 그래요.”진아는 솔직하게 말했다. 이런 춤은 결국 남자 파트너가 얼마나 리드하느냐에 달린 일이니까.그녀는 손을 놓고 자리로 돌아가려 했다.“진아 씨.”하지만 지하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네?”진아는 의아해하며 물었다.“아직 더 추고 싶...”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지하는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었다.진아는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그의 팔을 붙잡았다.“뭐예요? 얼른 일어나요!”“진아 씨.”지하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한 손으로 진아의 손을 꼭 잡은 채, 다른 손은 조심스럽게 주머니 속 작은 상자를 꺼냈다.그토록 밤새 만지작거리던 상자였다.뚜껑이 열리자, 안쪽에서 작은 불빛이 켜졌다.그 안에는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있었다.몇 캐럿인지는 몰라도, 눈이 부실 만큼 크고 선명했다.“이게...?”진아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지하를 바라보았다.‘생일 선물...? 설마, 아무리 돈이 많아도 생일에 이런 걸 주는 건가?’“진아 씨.”지하는 올려다보며 진지하게 말했다.“Would you marry me?”그러고는 다시 한번 덧붙였다.“우리... 결혼합시다.”진아는 충격에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응?”대답이 나오지 않자, 지하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물었다.“진아 씨, 나랑 결혼하는 게... 싫어?”“아, 아니... 그건 아닌데...”진아는 입술을 깨물며 난처하게 말했다.“너무 빠른 거 같아서요.”두 사람이 연인이 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결혼이라니. 아직은 서로를 충분히 알지도 못했다. 성격이 맞을지, 생활 습관이나 가치관은 어떨지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189화

    두 사람은 늘 그렇듯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었다.진아도 더는 멋쩍어하지 않고 대꾸했다.[그럼 이 죄는 부지하가 져야지. 부지하만큼 잘 어울리는 사람 없잖아? 하하...]시연과 진아가 아는 남자 중에서 외모로 따지자면, 노은범은 두말할 것 없는 G시의 공인된 ‘넘사벽 미남’이었다.고유건은 날카롭고 단정한 기품 있는 미남이라면, 부지하는 또 다른 극단이었다.부지하는 ‘잘생겼다’보다는 ‘예쁘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진성빈과 같은 계열. 예쁘다는 말 앞에서 더는 여자의 영역조차 남지 않는, 그런 부류였다.그래서일까... 진아는 지하와 함께 있을 때마다, 오히려 자신이 비교되어 주눅 들곤 했다.‘내가 여자지만... 진짜 미인이라는 단어는 부지하가 훨씬 더 잘 어울려.’“흐흐, 봐라. 또 우쭐하네.”시연은 장난스럽게 웃었지만, 마음 한편으론 진아가 행복해 보여서 덩달아 기뻤다.최근 들어 진아가 정말 즐겁게 지내고 있다는 게 느껴졌으니까.[근데 말이야...]진아는 농담 반, 진심 반으로 말했다.[너무 예쁘게 생긴 남자들은 성격이 별로라던데?]“왜?”시연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런 얘긴 또 어디서 들은 거야?”[생각해 봐.]진아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여자보다 예쁘게 생겼는데, 성격까지 좋으면? 사람들이 우습게 보지 않겠어? 조금은 까칠해야 덜 얕잡히지.]“어머.”시연은 놀란 듯 웃음을 터뜨렸다.“듣고 보니 일리 있네. 그럼... 부 대표님이 우리 진아한테 화라도 냈어?”[아니, 그런 건 전혀 없는데... 그냥, 너무 완벽해서 말이지.]결국 자랑이었다.“아이구, 저리 가시지!”시연은 눈을 굴리며 웃음 섞인 욕을 내뱉었다.[하하하...]둘은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약속했다. 퇴근 후 진아가 시연에게 들러 생일 선물을 받아 가기로.친구 사이의 축하란,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시연과 진아는 함께 있기만 해도 그것이 곧 축하였다....그날 저녁, 지하가 강울대 앞으로 진아를 데리러 왔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188화

    “하지만...”유건은 도저히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입원하실 때만 해도 검진 결과는 괜찮다고 했잖아요. 그게 불과 얼마 전인데...”얼마 되지도 않아 들려온 청천벽력 같은 소식.한석훈 과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맞습니다. 당시에는 분명 이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고 대표님. 이런 병은 매번 같은 결과를 보장할 수가 없어요. 그때 전이가 없었다고 해서, 영원히 없을 거라는 보장은 없으니까요.”그때는 아직 진행 중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임계점을 넘어선 상태였다.유건은 머리로는 이해했다. 충분히 납득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게 자기 할아버지였다. 자기 인생에 남은 유일한 가족이었다.‘시연도 이제 내 곁에 없는데... 할아버지마저...’문득, 할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나도 오래는 못 버틴다.”유건의 가슴이 꽉 막혀 왔다.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한석훈이 조심스레 말했다.“고 대표님, 생로병사는 피할 수 없는 이치입니다. 게다가 고 어르신은 오래전부터 병을 앓아 오셨잖아요.”유건은 눈을 감았다 뜨며 심란한 마음을 다잡으려 애썼다.“고 대표님, 앞으로의 치료 방향은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보시다시피 두 가지 선택지가 있는데요...”말을 잇던 한석훈은 유건의 표정을 보고 잠시 머뭇거렸다.유건은 억지로 마음을 가다듬고 고개를 끄덕였다.“말씀하세요, 과장님.”달리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상훈의 직계 가족은 자신밖에 없었다.‘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버텨야 해. 할아버지가 의지할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한석훈은 곧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첫 번째는 비교적 온화한 방법입니다. 다만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어요. 두 번째는 효과가 더 나을 가능성이 있지만,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이 큽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유건은 망설였다. 할아버지를 고통스럽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감정만으로 결정을 내릴 수도 없었다.“할아버지 몸이... 두 번째 방법을 견뎌낼 수 있습니까?”제안한 이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