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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3화

Penulis: 임공
산부인과.

시연은 병실 안 침대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이런 와중에도, 꿈은 평온했으면...’

병실 한구석.

“형님.”

“도련님.”

주지한, 정민환, 정기환, 그리고 이호민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호민은 최근까지 고상훈을 돌보며 CA국 쪽을 주시하고 있었기에, 유건의 부름을 받자마자 달려왔다.

“집사님.”

유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앉으세요.”

“예.”

모두가 자리에 앉자, 이호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

“CA국 쪽은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이번 사건, 그쪽에서 벌인 일은 아닙니다.”

유건은 잠시 눈을 감았다.

‘CA국이 아니라면, 대체 누구냐...’

이전부터 여러 차례 벌어졌던 위협들.

그때마다 고상훈의 지시로 이호민은 압박을 걸었고, CA국은 항상 의심받는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쪽 사람들이 움직였다면, 반드시 흔적이 남았을 터.

민환과 정기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은 양지에 있고, 적은 어둠 속에 숨어있습니다.”

“CA국이 움직였으면, 증거 하나쯤은 있어야죠.”

“그럼, 누구죠?”

유건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다.

“그 누구도 시연이를 그렇게까지 해치려 들 이유가 없잖아요.”

“도련님.”

이호민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혹시... 사모님의 원한 있는 쪽은 아닐까요?”

유건은 이호민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유건 역시 이미 여러 차례 생각해 본 부분이었다.

‘나도...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어.’

‘하지만 시연이에게 그런 원한을 품을만한 사람이... 있었나?’

“시연이가 무슨 원수가 졌겠어요?”

유건이 다시금 조용히 물었다.

“이건 단순한 미움이 아니라, 죽이려는 의도였어요.”

그 순간, 유건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지한아, 포르쉐 운전자, 찾았어?”

“아직입니다.”

지한이 답했다.

“호준 형님도 이상하게 보고 있어요. 사건 당시, 형수님이 바로 신고하셨고, 물살도 그렇게 강하지 않았는데, 운전자는 그림자도 없이 사라졌어요.”

“지문도 없었고요. 장소미 씨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요. 너무 계획적이고 치밀한 느낌입니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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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784화

    “레오요?”시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러닝머신에서 천천히 내려왔다.“아는 분이에요. 레오 선생님, 안으로 모셔 주세요.”“네, 알겠습니다.”간호사가 고개를 숙이고 나가자, 잠시 뒤 병실 문이 열렸다.키가 훤칠하고 또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혼혈 남성이 들어섰다.바로 레오였다.“레오 선생님.”“시연 씨.”“앉으세요.”시연은 미소 지으며 자리를 권했다.“뭐 드릴까요? 커피요? 블랙커피 좋아하시죠?”그녀는 곧 바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다.“금방 내려드릴게요.”“괜찮습니다, 번거로운 일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아뇨, 괜찮아요. 시간도 많은데요, 뭐.”시연은 손놀림을 바쁘게 움직이며 커피잔을 꺼내고 세척했다.“의외네요. 절 찾아오실 줄은 몰랐어요. 어떻게 제가 여기에 있는 걸 아셨어요?”“시연 씨 예전 집에 갔었어요. 경비원이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알려줬죠.”“그랬군요.”시연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잔을 내려놓았다.“절 찾아온 이유가 있으신 거죠?”레오는 말문을 잠시 닫았다.망설이듯,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협력업체 쪽에서 들었어요. 지 사장님이 돌아가셨다고... 그리고 시연 씨 집안 이야기도 조금...”‘역시...’시연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그렇군요.”“시연 씨.”레오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시연을 찬찬히 바라봤다.“정말 괜찮아요?”시연은 가볍게 웃었다.“전 괜찮아요.”‘괜찮지 않은 건... 나 자신이 아니라, 날 둘러싼 모든 것일 뿐.’레오는 그 말이 건조한 위로일 뿐이란 걸 알았다. 마지막으로 봤던 시연보다 훨씬 말라 있었고, 무엇보다... 그녀의 눈빛 속에서 ‘삶에 대한 온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도울 수 있는 게 있을까요?”레오의 진지한 눈빛이 시연을 향했다.시연은 놀란 듯 그를 바라봤다.“저야 뭐든 좋습니다.”레오는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내가 이 나라의 말은 서툴러도, 다른 건 다 할 수 있어요. 시연 씨가 필요하다고 말만 하면, 언제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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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부인과.시연은 병실 안 침대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이런 와중에도, 꿈은 평온했으면...’병실 한구석.“형님.”“도련님.”주지한, 정민환, 정기환, 그리고 이호민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이호민은 최근까지 고상훈을 돌보며 CA국 쪽을 주시하고 있었기에, 유건의 부름을 받자마자 달려왔다. “집사님.”유건이 고개를 끄덕였다.“앉으세요.”“예.”모두가 자리에 앉자, 이호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CA국 쪽은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이번 사건, 그쪽에서 벌인 일은 아닙니다.”유건은 잠시 눈을 감았다.‘CA국이 아니라면, 대체 누구냐...’이전부터 여러 차례 벌어졌던 위협들.그때마다 고상훈의 지시로 이호민은 압박을 걸었고, CA국은 항상 의심받는 대상이었다.하지만 그쪽 사람들이 움직였다면, 반드시 흔적이 남았을 터.민환과 정기환도 고개를 끄덕였다.“그쪽은 양지에 있고, 적은 어둠 속에 숨어있습니다.”“CA국이 움직였으면, 증거 하나쯤은 있어야죠.”“그럼, 누구죠?”유건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다.“그 누구도 시연이를 그렇게까지 해치려 들 이유가 없잖아요.”“도련님.”이호민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혹시... 사모님의 원한 있는 쪽은 아닐까요?”유건은 이호민을 바라보았다.그것은 유건 역시 이미 여러 차례 생각해 본 부분이었다. ‘나도...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어.’‘하지만 시연이에게 그런 원한을 품을만한 사람이... 있었나?’“시연이가 무슨 원수가 졌겠어요?”유건이 다시금 조용히 물었다.“이건 단순한 미움이 아니라, 죽이려는 의도였어요.”그 순간, 유건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지한아, 포르쉐 운전자, 찾았어?”“아직입니다.”지한이 답했다.“호준 형님도 이상하게 보고 있어요. 사건 당시, 형수님이 바로 신고하셨고, 물살도 그렇게 강하지 않았는데, 운전자는 그림자도 없이 사라졌어요.”“지문도 없었고요. 장소미 씨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요. 너무 계획적이고 치밀한 느낌입니다.”‘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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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잠시 후, 유건은 시연을 번쩍 안아 들고 그대로 차 안으로 데려갔다.시연은 눈을 감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몸을 살짝 틀며 유건의 품을 거부하는 모습이었다.‘이젠... 당신 손길조차 닿는 게 싫어.’유건은 가슴이 저릿하게 아팠다. 조심스럽게 시연의 잔잔한 이마 옆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조용히 속삭였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야.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건 오직 너야. 이번만은... 제발 날 믿어줘. 나, 장소미 안 감쌌어. 아무것도 안 했어.”공간도, 상황도 모든 게 엉망이었다.하지만 유건은 이 말만큼은 지금 해야 했다.“내가 만약 누굴 위해 목숨 걸 수 있다면, 법도 다 무시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무조건 너야. 너 하나뿐이야.”시연의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그 말이 닿은 걸까, 아닐까......유건과 시연이 다시 병원에 도착했을 땐, 은범의 수술이 막 끝난 참이었다.“어떻습니까, 교수님...”수술실 앞, 강수희와 노수철이 떨리는 목소리,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담담한 표정의 의사는 마치 외운 것처럼 또렷하게 말했다.“수술 자체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다만... 깨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건 아직 확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현재로선 생명에 지장이 없고, 바이탈도 안정적입니다.” “내일 깨어날 수도 있고, 모레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3년, 5년, 혹은 그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강수희의 얼굴은 처음엔 창백했지만, 점차 회색빛으로 바래갔다.‘설마... 아니겠지...’그 눈빛엔 마지막 기대가 담겨 있었다.하지만...“설마... 우리 은범이가... 식물인간이란 말입니까...?”의사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네, 그렇습니다.”공기마저 멈춘 듯한 적막이 병원 복도에 퍼졌다.하지만 의사는, 말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머리 손상이 심각했습니다. 머리뼈는 분쇄 골절이었고, 뇌출혈도 대량으로 발생했습니다. 가족분들께선 현실을 받아들이시고, 장기적인 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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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연은 간절한 눈빛으로 유건을 바라보며 애원했다.“내가 봤어... 차는 장소미 거야. 내가, 내 눈으로 직접 봤다고. 날 믿어줘. 제발...”‘제발... 단 한 번이라도 날 믿어줘.’‘누가 뭐래도, 당신만은...’갑자기 시연은 손가락으로 부지하를 가리켰다.“지하 씨한테 말해줘. 모두한테 말해줘. 그 차는 장소미 거라고. 다 당신 사람들이잖아. 나 대신 말해줘!”“여보...”유건은 어떻게 말려야 할지 몰라 한숨을 삼켰다.“나도 당신을 믿어. 하지만... 경찰은 증거를 봐야 하니까...”하지만 시연은 이제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은범이가 지금 수술대 위에서 생사를 오가고 있는데...’‘그런데 장소미랑 관련이 없다고? 그게 말이 돼?’“또야? 이번에도 장소미 편들 거야? 저번처럼, 또 눈 감아줄 거냐고!”시연의 목소리는 이미 눈물에 젖어 떨리고 있었다.“은범이... 은범이는 아무 죄도 없어. 근데 당신은, 또다시 장소미를 지켜? 법보다 그 여자가 더 중요해?”“여보...”유건은 손끝이 저릿해지는 무력감을 느꼈다.‘결국 내가 만든 결과야... 예전의 내 모습이, 지금 너를 이렇게 만든 거야.’유건은 시연의 눈에 담긴 불신을 외면하지 못했다.‘넌 나를 믿지 않아. 그리고 그건... 다 내가 한 행동 때문이지.’ 유건이 시연을 진정시키려 조심스럽게 말했다.“조금만 진정하자. 지금 넌 너무 흥분했어. 넌 원래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잖아. 조금만, 조금만 진정하고 다시 얘기하자. 응?”하지만, 시연은 진정할 수 없었다.시연은 천천히, 깊게 숨을 쉬며 유건을 똑바로 마주 봤다.그 눈빛은 흔들렸지만 분명했고, 그 말은 날카로웠다.“왜 그래? 왜 늘 좋은 남편인 척해? 다정하고, 배려하고, 완벽한 사람인 척하면서... 막상 선택해야 할 때마다, 당신은... 한 번도 날 선택한 적 없어.”‘제발... 이번만이라도 날 선택해 줘.’‘단 한 번이라도, 나를... 나를...’“부탁이야, 날, 한 번만 선택해 주면 안 돼?”그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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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사가 다시 물었다.“그럼 설명해 주세요. 장소미 씨의 차량이 왜 주선교 인근 해상대교에서 사고를 일으켰고, 바다에 빠졌는지요.”“예...?”장소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눈썹이 치켜 올라가며, 온몸이 앞으로 쏠렸다.“무슨 말씀이세요? 그런 일이 있었어요?”‘이 사람 지금... 시치미 떼는 건가?’시연은 숨을 죽인 채 장소미를 노려봤다.“경찰관님, 저는 제 차를 이틀 전에 정비소에 맡겼어요. 지금 이 얘기 안 해주셨으면 전혀 몰랐을 거예요.”“거짓말!!!”시연이 자리에서 거의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양손은 무릎 옆에서 단단히 주먹을 쥐고 있었다.“거짓말이야!!! 지금 장소미, 거짓 진술하고 있어!!!”“여보, 진정해.”유건이 급히 그녀를 끌어안으며 진정시키려 했다.그 품 안에서도 시연은 몸을 떨고 있었다.“단서는 많고, 경찰이 사실을 확인할 거야. 장소미 말 하나만 듣고 넘어갈 일이 아니야. 하지만 저 사람에게도 말할 기회는 줘야 해. 그래야 합법인 거잖아.” 시연은 이를 악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확인해!! 지금 당장 확인하라고 해!! 경찰이 뭐 하는 거야?! 왜 이렇게 느려!!!”‘내가 분명히 봤는데... 왜 아무도 나만큼 확신하지 못하지?’시연의 눈동자 안에서 붉은 불빛 같은 분노가 번지고 있었다.유건은 그런 시연의 얼굴을 애틋하게 바라봤다.“지한아.”유건은 낮은 목소리로 지한을 불렀다.“지금 당장 확인 좀 해줘. CCTV든 정비소든 뭐든.”“알겠어.”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평소 같으면 농담 한마디쯤 했을 텐데, 지금은 분위기가 너무 무거웠다.‘진짜... 고유건, 아예 아내 바보가 됐네.’‘근데 뭐, 시연 씨 상태를 보면... 나라도 이럴 거 같긴 해.’지한은 자리를 빠져나가 상황을 확인하러 갔다가 잠시 후 돌아와 말했다.“확인 요청 넣었고, 지금 파악 중이래. 조금만 기다리자.”사람들은 인근 회의실로 이동해 잠시 대기하게 되었다.진아는 조용히 핸드폰을 들고 통화를 시작했다.“도착했어?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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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두술은 결코 금방 끝날 수 있는 수술이 아니었다.시연은 무작정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려 했지만, 유건은 그녀의 몸 상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지금 이 사람, 본인도 아픈 걸 모르고 있어...’‘아니, 애써 무시하고 있는 거겠지.’그래서 유건은 조용히 병원 측과 이야기해, 산소 공급이 가능한 안정을 위한 병실 하나를 준비했다.“여보, 여기서 잠깐 누워 있어. 아이 생각해서라도... 잠깐이라도 눈 좀 붙여.”그 말에, 시연은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은범이가 살아 돌아오려면, 나까지 무너지면 안 돼.’시연은 침대에 누웠지만, 눈을 감은 채 유건을 보지 않았다.유건은 별말 없이 곁에 앉아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잠시 후, 주지한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그는 조심스레 유건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뭔가를 속삭였다.유건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시연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수술은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 같이 경찰서에 좀 가줄래?”시연은 눈을 떠, 의아한 표정으로 유건을 바라봤다.유건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호준이 형한테 부탁해서... 장소미 신문에 우리가 배석할 수 있게 했어.”“정말...?”시연은 쉽게 믿지 못했다.“진짜야.”유건은 단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직접 가서 봐. 그 차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다 이야기하고... 나, 정말이지 지금은 장소미랑 아무 관계 없어.” “만약 그 일이 장소미 짓이 맞다면, 이번엔 나도... 더는 관여 안 해. 법대로 처벌을 받아야지.”‘맞아... 예전엔, 분명 내가 한 번 눈감아줬지.’‘그땐... 아직 내 마음이 남아 있었어. 그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근데 이제는... 그 마음, 끝났어.’ ‘그 마음, 끝났어.’유건의 말엔 오히려 미안함 같은 감정이 묻어나 있었다.과거라는 이름으로, 그가 장소미 때문에 얼마나 참아왔는지...그 인내는 결국, 여기까지인 듯했다.시연은 말없이 남자의 손을 바라보다가 살짝 움찔했지만, 손을 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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