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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4화

Penulis: 임공
그 말을 하며 아현은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어 올렸다.

“공부 좀 했다 정도지, 대단한 거 아냐.”

“어머나!”

아현은 시계를 슬쩍 확인하더니 급히 가방을 들었다.

“선생님, 더는 얘기 못 해요. 변이준이 내 핸드폰에 위치추적 깔아놨어요. 학원 시간 안 맞으면 또 학원 선생님한테 전화할 거예요.”

그러고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총총 걸어갔다.

가면서도 세 번은 고개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선생님! 다음에 또 봐요! 밥은 내가 살게요! 물론 변이준 카드로!”

“그래!”

시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현... 이준 선배랑 꽤 가까운 사이구나.’

...

수술 두 건을 모두 마친 뒤, 시연이 다시 과로 복귀한 시간은 어느덧 다섯 시 무렵이었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유건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조이 본가 도착. 난 지금 강울대병원 가는 중.]

시연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수건으로 머리를 천천히 닦았다.

방금 수술실 샤워장에서 씻고 나온 터라, 머리가 아직 축축했다.

그때, 복도 쪽에서 노크 소리와 함께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 선생님.”

“지금 친구분이 오셨는데요, 안으로 모셔도 될까요?”

‘친구?’

시연은 잠깐 고개를 갸웃했다.

‘고유건?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네.’

“네, 그럼요. 들여보내 주세요.”

시연은 수건을 내려놓고, 문 쪽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역시 예상대로 유건이었다.

시연은 그에게 눈도 주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문 닫아줘요. 옷 갈아입게.”

아직 흰 가운을 입고 있었기에, 갈아입으려면 문을 닫는 건 당연했다.

“응.”

유건은 그런 시연의 명령조가 나쁘지 않았다.

지금이야말로 ‘지시연의 사람’이라는 걸 체감하는 순간.

그는 곧 손을 들어 문을 닫으려 했는데, 밖에서 누군가 문을 잡고 있는 듯했다.

‘누구지?’

유건이 고개를 돌리자, 젊은 여자가 문 손잡이를 막고 있었다.

그러고는 기세 좋게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왔다.

유건은 당황스러웠다.

‘시연이랑 같은 과 여의사인가?’

여러 사람이 쓰는 탈의실이라면, 그가 안에 있는 건 예의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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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998화

    유건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게 레오와 시연의 첫 만남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고 있었다.“응.”유건은 시연의 품에 이마를 기댄 채, 낮게 중얼거렸다.“내가 괜히 혼자 이상한 생각 했나 봐.”“칫.”시연은 비웃듯 웃으며, 유건의 머리카락을 툭 잡아당겼다.“상상력 하나는 기가 막히네요.”그러다 문득, 시연의 손이 멈췄다.말도 안 되는 질문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시연은 무심결에 입을 열었다.“근데 있잖아요... 혹시 생각해 본 적 있어요?”‘혹시, 당신이 조이 아빠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진짜 몰랐을까? 장소미랑 나, 분명히 달랐을 텐데.’‘아니... 설마 남자한테는, 불 꺼지면 다 똑같은 거야?’그 시절, 유건은 장소미와 사귀고 있었다.“뭘 생각해 봤냐는 거야?”유건은 고개를 들어 시연을 바라봤다.“왜 말을 안 해?”“아니에요...”시연은 애써 웃으며 입꼬리를 올렸다.“별거 아니에요.”‘어차피 우리는... 언젠가는 헤어질 사람들인데, 괜히 말해서 뭐 해.’‘만약 고유건이 조이의 친아빠라는 걸 알게 되면... 조이를 뺏으려고 하겠지?’‘안 돼. 조이는... 조이는 내 전부야.’‘조이의 아빠라도, 우리를 갈라놓게 할 수는 없어.’...다음 날, G시엔 폭우가 쏟아졌다.하늘은 새까맣게 가라앉고, 비는 마치 하늘이 뚫린 듯 쏟아져 내렸다.시연은 수술을 마치고 오후에 SKY 전원주택단지로 돌아왔다.집에 와서도 쉴 틈은 없었다.프로젝트팀의 분석 자료를 정리해야 했다.이제는 더 이상 말단 연구원이 아니었고, 기초 수집은 다른 팀원들이 도맡아 해주고 있었다.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다음이었다.해석하고 정리하는 게 훨씬 어려우니까.시연은 한참 집중하다가, 잠깐 숨을 돌리려고 창밖을 바라봤다.쏴아.빗소리는 줄어들 기미가 없었고, 그때 마당 초입에 익숙한 차 한 대가 들어왔다.벤틀리 뮬산.현관 앞에 멈춰 선 차에서 유건이 조이를 품에 안은 채 내리고 있었다.뒤에선 주지한이 우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99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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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99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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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건과 시연이 말없이 팽팽히 맞선 그 잠깐 사이, 조이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진짜 싸운 거예요?”“아니야!”유건은 재빨리 시연을 놓고, 조이 앞에 쭈그리고 앉아 아이를 꼭 안았다.“아저씨랑 엄마가 얘기하다가 목소리가 좀 커졌나 보다. 그래서 조이가 깬 거지? 아저씨가 미안해.”“진짜예요?”조이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유건을 보더니, 곧장 엄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엄마, 진짜 안 싸운 거 맞아요?”“그래, 안 싸웠어.”시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뭐라고 말하겠어, 이 상황에서.’“흠...”두 사람에게서 모두 ‘아니야’라는 대답을 들은 조이는 비로소 안심한 듯 숨을 내쉬었다.“그럼 이제 사이좋게 지내요. 알콩달콩하게!”그 말에 유건과 시연은 동시에 멈칫했다.‘저 작은 게... 저런 말은 어디서 배운 거지?’분명, 누군가가 가르쳤다.시연도 유건도 아니었다면, ‘범인’은 분명 마수경과 도경미였다.두 사람이 종종 조이에게 ‘엄마랑 아저씨는 사이좋아야 한다’며 귀에 딱지 앉도록 말하곤 했으니까.이제 그 말이 효과를 발휘하는 순간이었다.조이는 유건의 손을 잡더니, 엄마 손도 끌어다가 두 사람의 손을 겹쳐 올렸다.“엄마랑 아저씨가 알콩달콩하면, 조이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아기 되는 거잖아요!”“응, 맞아.”유건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저씨가 꼭 조이를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아기로 만들어줄게.”“네!”조이는 방긋 웃더니, 이번엔 조용히 말 없는 엄마를 향해 눈을 반짝였다.“그럼... 엄마는요?”유건이 시연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시연은 살짝 한숨을 삼키듯 눈을 감았다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그래, 엄마도 조이랑 약속할게.”“우와아!!! 짱이다!”조이는 좋아서 엄마 품에 안기더니, 갑자기 몸을 꿈틀거리며 외쳤다.“쉬!”드디어 조이는 왜 깼는지를 기억해 냈다.“그래, 얼른 가자.”시연은 딸을 번쩍 안고 욕실로 향했다.“아저씨!”가던 중 조이는 고개를 쏙 내밀며 말했다.“물 마실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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