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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훤칠한 몸매에 숨이 막힐 듯한 아우라를 뽐내며 떡하니 서 있었다.

임재욱은 아무런 소리로 내지 않고 한참 동안 그렇게 안쪽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 누구도 그가 언제 왔는지 모른다.

깨끗하게 씻은 웰시코기를 안고 있는 유시아는 그를 보자마자 조금 전에 아이들과 했던 대화가 생각나면서 순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예요?”

“할아버지 칠순 잔치가 코 앞이잖아. 같이 생긴 선물 사러 갈게 해서 왔어.”

임재욱은 유시아를 향해 살짝 웃었다.

“언제 끝나?”

“오늘 토요일이잖아요.”

유시아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덧붙였다.

“한 시간 정도 더 할 예정이니 아마 7시쯤이면 끝날 수 있을 거예요.”

언제까지 잠자코 기다릴 수 있는지 전혀 가늠이 되지 않아 일단은 많은 대로 질러 버렸다.

기다리다 지치면 스스로 떠날 것이라고.

임재욱이 이곳에 있으면 유시아는 늘 불안함에 떨게 된다.

그녀의 말에 임재욱은 고개를 끄덖이고서 웰시코기를 바라보며 또다시 입꼬리를 올렸다.

“강아지 꽤 귀엽네...”

말하면서 그는 손을 내밀어 머리를 만지려고 했다.

순간 유시아는 토실이가 다치기라도 하듯이 거의 무의식적으로 뒤로 한걸음 물러서면서 최대한으로 보호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렇게 임재욱의 손은 허공에 어색하게 멈추게 되었다.

유시아에게 있어서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고 하찮은 존재인지 대충 짐작이 갔는지 임재욱의 입가에 쓴웃음이 새어 나왔다.

‘내가 동물 학대라도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렇게까지 날 경계할 정도로?’

“일단 수업하고 있어. 내려가서 기다릴게.”

말하고서 임재욱은 뒤돌아 내려갔다.

임재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유시아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윽고 토실이를 토실이 집안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수업에 몰두했다.

휴식날이라 부모들은 일찍이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아직 6시도 채 되지 않았고 밖은 여전히 환했다.

계단에 있을 때 임재욱이 화실 유리문 앞에 자기를 등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바삐 도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면서 넋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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