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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화

Auteur: 금소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어깨에 선명하게 남은 붉은 이 자국이 한 바퀴 또렷했고, 쇄골 쪽에는 피처럼 짙은 붉은색의 긴 긁힌 자국이 두 줄이나 나 있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눈빛을 교환했다. 가장 먼저 버티지 못한 건 구준오였다. 그는 배를 부여잡고 웃다가 몸을 앞으로 숙였다가 뒤로 젖히기를 반복하며 말했다.

“이 동그란 작은 이빨 자국 좀 봐라. 쯧쯧쯧, 하도진. 평소에는 정의감 넘치는 사람처럼 보이더니, 뒤에서는 꽤 즐겁게 놀았네.”

하도진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옷을 다시 여미고는 눈꺼풀을 느릿하게 들어 올렸다.

“이게 사람이 문 거라는 말은 누가 했지?”

“어?”

구준오는 잠시 말문이 막히더니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이거 딱 봐도 여자한테 물린 거잖아. 설마 끝까지 발뺌하려고? 다들 어른인데 그런 취향이나 분위기 정도는 있을 수 있지. 숨길 것도 아니고.”

“우리 집 고양이가 문 거야.”

하도진은 진지한 얼굴로 말하며 느슨하게 소파 좌석에 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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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272화

    “아니, 불러 와. 막다른 골목에 잘못 들어선 개가 아직 무슨 패를 숨겼는지 좀 보자.”주민혁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다. 입가에는 의미 모를 웃음이 걸렸다.“진씨 가문 자식이 하도진이랑 동서 사이라며? 미쳐 버릴 때까지 몰아붙이면, 의외로 쓸모 있는 개가 될지도 모르지.”송지훈이 검사 결과지를 들고 병실 문을 밀어 열었다. 주변을 한 바퀴 훑었지만 민하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송지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툴툴거렸다.“민하윤 씨는 어디 갔어? 설마 그냥 가 버리고 널 혼자 여기 던져둔 거야?”하도진이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못마땅한 눈으로 송지훈을 쳐다봤다.“안 갔어. 1층 창구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있을 거야. 곧 올라오겠지.”“난 민하윤 씨를 욕한 게 아니거든?”송지훈이 투덜대며 서류를 넘기다가 갑자기 크게 숨을 내쉬더니 손에 든 종이 뭉치를 흔들며 말했다.“그래도 다행이야. 폐렴이나 심근염까지는 안 갔어. 세균성 감기인데, 비 맞고 몸살까지 겹쳐서 고열이 난 거야. 며칠 입원해서 링거 맞으면 돼. 큰일은 아니야.”병실 문은 살짝 덜 닫혀 있었다. 민하윤은 문고리에 손을 올린 채 멈춰 서 있다가, 큰일은 아니라는 말을 듣는 순간 힘이 빠지듯 안도의 숨을 삼켰다. 굳었던 얼굴이 조금 풀리면서 문을 열려는 찰나였다.“난 입원 안 해.”하도진이 송지훈을 똑바로 바라보며, 힘겹게 상체를 일으켰다. 입술은 하얗게 질렸는데도 말투만큼은 고집스러울 만큼 단호했다.송지훈이 팔짱을 끼고 한숨을 내쉬었다.“또 시작이야? 이유 한 번만 말해 봐. 납득되면 들어 줄게.”“내일 연애 예능 첫 촬영이야. 현장 좀 봐야 해.”하도진이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가슴을 누르며 거칠게 숨을 골랐다.송지훈이 그대로 폭발했다.“장난하냐? 예능 하나 때문에 네가 직접 나가서 지켜봐야 해? 하도진, 너희 그룹은 자회사만 몇 개인데. 자산이 얼마인데 새로 띄우는 예능 따위가 네가 병실에서 뛰쳐나갈 이유냐고?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지?”송지훈은 흰 가운 자락을 정리하며 시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271화

    구준오는 웃는 얼굴만 걸친 채 양가죽 장갑을 벗어 던졌다.“도진 형은 튀는 거 싫어해. 형수님도 이 바닥 사람이 아니야.”주민혁은 골프채를 캐디에게 툭 넘겼다. 옆에서 누군가 눈치 빠르게 뚜껑까지 따 놓은 물병을 내밀었다. 주민혁의 시선이 코스 구석에 있는 고은율 쪽으로 천천히 고정됐다. 주민혁은 턱을 살짝 치켜들며 말했다.“구 대표, 가려는 거야? 고은율 씨도 불러서 인사나 시키지 그래. 앞으로 이 판에서 얼굴 자주 볼 텐데, 나도 좀 챙겨 줘.”진호영이 이를 악물고 한 발 내딛는 순간, 구준오가 진호영의 팔꿈치를 낚아챘다. 구준오는 고개를 아주 작게 저었다. 그냥 참으라는 뜻이었다.“둘 다 그렇게 긴장하지 마.”주민혁이 고개를 들자 이유를 모를 웃음이 입가에 걸렸다.“내가 너희 앞길을 가로막겠다는 말은 안 했잖아.”주민혁은 손을 휘휘 저었다.“그냥 가.”고은율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른 채, 카트에 올라탔다. 고은율이 머리끈을 툭 잡아 빼자 폭포처럼 긴 머리카락이 등 뒤로 쏟아졌다. 허리 잘록한 데까지 내려오는 길이었다.주민혁의 시선이 끝까지 고은율을 따라갔다.진호영이 홱 뒤돌아 주민혁을 노려봤다. 이를 갈 듯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저 새끼는 성이 주씨라고 명원시에서 아주 안하무인이네. 오늘 일은 그냥 못 넘겨. 이 모욕감은 절대 못 참아.”진호영은 휴대폰을 두드리며 쉴 새 없이 타자하기 시작했다. 그때 누군가 손을 뻗어 휴대폰을 낚아챘다.구준오였다.“못 참으면 네가 직접 해. 도진 형이 뭘 하길 바라는데? 도진 형이 뭘 하겠어.”구준오가 이를 악물고 말을 뱉었다.“내가 전에 했던 말, 다 잊었냐? 넌 대체 언제 철들 건데.”고은율은 거울 보며 화장을 고치다가 둘을 힐끗 봤다.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무슨 말이야? 하나도 모르겠어. 못 참겠다는 게 뭔데? 그게 도진이랑도 관련이 있어?”“별거 아냐. 호영이가 또 발작한 거야.”구준오는 차갑게 잘라 말하고 화제를 돌렸다.“내일 촬영 들어가?”“응.”고은율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270화

    송지훈은 화들짝 놀라 황급히 휴대폰을 무음으로 바꿨다. 고개를 들자마자 하도진의 차갑게 얼어붙은 시선과 정면으로 부딪쳤다.“지워.”딱 한 마디에 송지훈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지웠어. 지웠어.”“단톡방에 올린 것도 지워.”하도진이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송지훈을 노려보자, 송지훈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곧장 문자 회수까지 눌렀다. 그리고 화면을 돌려 하도진에게 확인시켰다.민하윤은 하도진의 몸에서 젖은 검은 셔츠를 벗겨 내리고, 깨끗한 흰 셔츠를 입힌 다음 두툼한 니트 가디건까지 걸쳐 줬다. 하도진은 뜻밖일 만큼 얌전히 팔을 들어주고, 손도 움직이고 입꼬리까지 살짝 올린 채, 마치 그 순간을 꽤 즐기는 사람처럼 보였다.회색 톤의 가디건에 하얀 셔츠를 입자, 민하윤은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기억 속의 하도진은 늘 고급 맞춤 정장에 번쩍이는 구두, 딱딱한 사업가 스타일뿐이었는데, 이렇게 밝은 톤을 입으니 훨씬 어려 보였다.민하윤은 하도진을 똑바로 바라보며, 하도진만 알아볼 수 있는 수어로 단호하게 못 박았다.[검사받고, 주사 맞고, 입원 치료 해요.]민하윤의 눈동자에 박힌 결연함에 하도진의 마음이 묘하게 흔들렸다.“알겠어.”하도진은 체온이 거의 꼭대기에 닿아 있었지만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나니 오히려 좀 덜 괴로운 듯했다. 하도진은 얌전히 민하윤의 뒤를 따라 검사실로 향했다.송지훈은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더니, 슬쩍 휴대폰을 풀어 진호영에게 따로 메시지를 보냈다.[저장했냐?]진호영은 거의 즉시 대답했다.[당연하지. 너 몰래 찍다 걸렸지?]송지훈은 입꼬리만 삐뚤게 올렸을 뿐, 더는 회신하지 않았다.텐션 클럽.초록빛 인조 잔디 위에서 운동복 차림의 젊은 남녀들이 골프채를 든 채 웃으며 떠들고 있었다.고은율은 한쪽에서 혼자 스윙을 반복했지만 마음은 딴 데로 가 있었다. 이런 자리는 원래부터 취향이 아니었다.내일이면 고은율은 촬영팀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진호영과 구준오는 고은율에게 기분 전환이라도 시켜주겠다며 일부러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269화

    민하윤은 이를 악물 듯 입술을 꾹 다물었다. 뺨에 번진 묘한 홍조가 민하윤의 속마음을 그대로 들켜버리자, 민하윤은 울컥해 손을 들어 하도진의 가슴팍을 세게도 약하게도 아닌, 딱 그 정도로 한 번 툭 쳤다.단단한 갈비뼈와 탄탄한 가슴 근육이 손끝에 닿는 순간, 민하윤은 방금 자신이 뭘 한 건지 의심했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하도진은 일부러 과장된 기침을 몇 번 하더니 가슴을 움켜쥐고 몸을 숙여 민하윤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눈꺼풀을 반쯤 내린 채 민하윤을 내려다보며 의미심장하게 물었다.“날 죽이려는 거야? 네 친 남편을?”그때 송지훈이 숨을 헐떡이며 병원 입구로 뛰어왔다가 딱 그 장면을 보고는 그대로 질린 표정으로 눈을 굴렸다.“도진아, 고열이라며? 나한테 문자까지 보내서 병원 예약을 잡아달라더니, 기다려도 안 오길래 뭐 하냐 했더니... 여기서 뭐 하는 거야?”송지훈은 일부러 말을 끝까지 하지 않았다. 대신 민하윤과 하도진을 번갈아 훑어보며 비꼬듯 덧붙였다.“이 정도면 그렇게 아픈 것도 아니네. 아프면 여기서 이럴 힘이 어디 있겠어. 연애질할 기력도 남아 있으니 말이야.”민하윤은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반사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나 하도진과 거리를 벌렸다.하도진은 조금 전의 능청스러운 기색을 싹 거두고, 눈매를 차갑게 내리깔아 송지훈을 노려봤다.“입 다물면 죽어?”“그래. 답답해서 죽을걸?”송지훈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하도진의 어깨를 밀어 진료실 쪽으로 떠밀었다.“가자. 네 대기 번호는 이미 지나갔어.”...“41도?”송지훈은 수은 체온계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몸이 정도로 타는데 왜 이제 온 거예요?”민하윤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긴장한 얼굴로 하도진의 젖은 검은 셔츠를 한 번 더 확인했다. 민하윤은 휴대폰을 꺼내 빠르게 타자를 하더니 화면을 송지훈에게 내밀었다.[혹시 겉옷 있어요? 도진 씨의 옷이 젖었어요. 갈아입혀야 해요.]송지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진호영이 맨날 하도진 부부 사이는 최악이라고 떠들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268화

    비는 여전히 내렸다. 민하윤은 우산을 펼쳐 차를 빙 돌아 하도진 쪽 문을 열었다. 찬바람이 한꺼번에 차 안으로 밀려들며 따뜻한 공기를 순식간에 흩트렸다. 하도진은 얇은 입술이 가늘게 떨릴 만큼 추위에 몸을 웅크리며 힘겹게 내렸고, 담요는 뒷좌석에 툭 떨어졌다.민하윤은 까치발을 들고 하도진의 머리 위로 우산을 바짝 붙였다. 빗방울 하나라도 더 맞을까 봐.그런데 하도진은 민하윤의 뒤에서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과 사선으로 튀어 들어오는 비를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다음 순간, 하도진이 민하윤을 확 끌어안았다.민하윤은 아무 준비도 못 한 채, 하도진의 품으로 그대로 쓸려 들어갔다. 뜨겁게 달아오른 하도진의 입술이 민하윤의 차가운 이마를 스치듯 닿았다. 민하윤은 얼어붙은 채 서 있었고, 머리 위에서는 빗소리가 탁탁 쏟아졌다.하도진이 쉰 목소리로 툭 내뱉었다.“그렇게 비를 맞고 싶으면, 그냥 흠뻑 젖어. 아주 물먹은 병아리처럼 말이야.”비웃는 말투가 가득했다. 민하윤은 얼굴이 확 달아오른 채 급히 까치발을 더 세웠다. 키 차이가 너무 나서 우산을 하도진에게 제대로 씌우려면 어쩔 수 없었다.바람이 세게 몰아치며 실처럼 가는 빗방울이 우산을 비스듬히 때렸다. 민하윤은 하도진의 얇은 셔츠를 보자 더는 참지 못하고 하도진의 손목을 잡아 병원 쪽으로 끌었다.하도진은 잠깐 굳어 서 있다가, 몇 초 뒤 민하윤의 손을 도리어 꽉 잡았다. 하도진의 입꼬리가 얄밉게 올라갔다.“손잡고 싶으면 그냥 말해. 내가 못 잡게 하겠어?”민하윤은 하도진의 옆얼굴을 놀란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러고는 걸음을 더 빠르게 옮겼다. 민하윤은 하도진이 열 때문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아니면 이런 뻔뻔한 소리를 할 리가 없었다.하도진이 숨을 거칠게 삼키며 낮게 말했다.“천천히 가... 나 어지러워. 토할 것 같아.”젖은 셔츠 위로 찬바람이 들이치자 하도진의 얼굴은 더 창백해졌다. 발끝은 푹푹 꺼지는 것처럼 힘이 풀렸고 하도진은 버티려고 민하윤의 손을 더 세게 쥐었다.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267화

    민하윤은 허리를 숙여 차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히터 바람이 실처럼 스며들며 피부를 덮쳤다. 민하윤은 반사적으로 손을 비볐다. 명원시 초봄 비는 얇게 내려도 한기가 깊었다. 잠깐 걷기만 했는데도 뼛속까지 시렸다.하도진이 우산을 접고 온몸에 찬 기운을 달고 민하윤의 옆자리에 앉았다. 하도진은 가죽 가방을 하나 내밀었다. 민하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잠깐 망설이다가 받아 들었다.안에는 두툼한 담요가 들어 있었다. 민하윤은 괜히 튕기지 않고 그대로 몸에 둘렀다. 그제야 체온이 서서히 올라오며 한기가 풀렸다.그때 하도진이 고개를 돌리더니, 예고도 없이 크게 재채기했다. 민하윤은 곧장 미간을 찌푸리고 하도진을 바라봤다. 민하윤은 뒤늦게 하도진은 아직 환자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하도진은 어젯밤에도 열이 올랐었다.“집으로 가자.”하도진은 이마가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젖어 축축한 셔츠가 몸에 들러붙어 있었고, 입술에는 핏기가 옅었다. 입을 여는 순간 쉬어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운전기사는 앞만 보며 히터 온도를 조금 더 올리고, 속도를 조심스레 끌어올렸다.민하윤은 담요를 두르고 있다가 하도진의 옷차림을 힐끗 봤다. 얇은 검은 색 셔츠의 단추는 두 개나 풀려 있었고 소매도 걷어 올려 팔뚝이 드러나 있었다.‘아픈 주제에... 왜 저렇게 잘난 척하는 거야.’명원시의 초봄은 여전히 추웠다. 민하윤은 담요를 더 꽉 끌어안고 창가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일부러 하도진과 거리를 벌린 채 눈을 감고 잠든 척했다.하도진은 거친 숨을 삼키면서 가끔 기침했다. 비록 눈은 감고 있었지만 민하윤의 마음은 뒤죽박죽이었다. 차는 고속도로 다리 위를 빠르게 달렸다. 하도진은 팔짱을 낀 채, 비에 젖은 반쪽 몸을 떨고 있었고, 심지어 이가 딱딱 맞부딪쳤다.젖은 셔츠는 차갑고 축축하게 피부에 달라붙어 있었다. 빗물이 서서히 몸속으로 파고드는 기분이었는지 하도진의 어깨가 더 깊게 움츠러들었다.그때 담요가 툭 하고 하도진 쪽으로 넘어갔다. 민하윤이 대충 덮어 준 모양새였다. 담요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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