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하윤은 그날 어떻게 집에서 나왔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민희수가 하루건너 자신이 결혼한다는 사실을 문자로 자랑했다.민하윤은 회사 근처에서 자취했다. 십 평 조금 넘는 크기라 별로 크지 않았지만 욕실 하나가 딸려 있고 가구도 빠짐없이 있었다.민하윤은 민희수를 언팔로우 하려다가 실수로 민희수의 프로필을 클릭했다.민희수는 여전히 자랑하기를 좋아했다. 그녀는 민씨 가문 별장의 거실에 각종 주얼리와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놓고 사진을 찍어서 올렸다.그리고 아래 글을 적었다.[역시 엄마, 아빠 최고. 엄마, 아빠 덕분에 스물셋에 수십억대 혼수를 마련했다.]민하윤은 민희수가 올렸던 게시물들을 쭉 보았다. 민희수는 누가 봐도 화려한 삶을 사는 재벌가 딸 같아 보였다. 셀 수 없이 많은 스포츠카와 명품 백, 옷장을 가득 채운 맞춤 드레스와 주얼리들, 그리고 가끔은 가족들과 단톡방에서 나눈 대화를 캡처해서 올리기도 했다. 평소 무뚝뚝하던 민성현은 민희수가 보낸 문자에 꼬박꼬박 답장을 보냈고 유머러스했다. 심지어 늘 까칠하던 송해정도 자애롭고 다정했다. 누구라도 그런 가족 분위기를 부러워할 것이다.민하윤은 자조하듯 웃음을 터뜨렸다. 가족 단톡방에는 오직 세 명뿐이었다. 민하윤은 없었다.민성현, 송해정과의 채팅 기록은 민하윤과 진서우의 정략결혼이 정해졌을 때 멈춰 있었다.민성현, 송해정은 민하윤을 위해 혼수를 준비했다면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하윤아, 예물은 엄마, 아빠가 보관해 줄게. 네가 챙겨가면 결국엔 진씨 가문의 것이 될 거니까. 혼수도 꽤 많아. 그리고 널 위해 가장 좋은 실크 이불 여러 개를 주문했어. 그거 챙겨가.]당시 민하윤은 바보처럼 그 말에 감동했었다.그들은 친딸도 아닌 민희수가 결혼할 때는 집과 차, 비싼 보석들이 박힌 주얼리들을 준비해 주었다. 그들보다 더 부유한 진씨 가문에 시집가서 괴롭힘이라도 당할까 봐 말이다. 그러나 민하윤이 결혼한다고 했을 때는 겨우 이불 여러 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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