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290화

Author: 조십일
유현진은 입안까지 나온 욕을 다시 삼키며 이를 갈았다.

“이 사람이 욕 나오게 하잖아!”

“...”

강한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17이라는 사람 정말 개자식이네! 그것도 미친개 말이야. 물고 떨어지지 않아. 증거까지 뻔히 보여줬는데도 인정 안 하고 지금 사람들의 동정심을 유발하고 있잖아. 유치원이 잘 되든 말든, 그게 우리 집 땅을 불법 점유하는데 이유가 돼? 하라는 말은 안 하고 이상한 방향으로 여론을 몰잖아. 애초에 내 경고를 무시하고 있었다고! 지금 이 사건을 더 크게 키우고 있잖아!”

강한서는 그녀의 하소연을 듣고 난 후 입을 열었다.

“수프는 어느 거로 주문할까?”

“? 내 편을 들어서 같이 욕해주지 않는 거야?”

강한서는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

“왜 남의 싼 똥에 대고 평가를 해야 해? 평가가 어떻든 본질을 바꿀 순 없잖아.”

“...”

그녀가 생각한 것이 틀리지 않았다면 강한서의 말뜻은 17이라는 사람이 뿌린 똥을 욕하든 말든 여하간에 똥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으니 왜 굳이 시간을 낭비하겠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무슨 수프 주문할까?”

강한서는 세 번째 같은 질문만 하고 있었다.

유현진은 그제야 대답했다.

“콘 수프로 해줘.”

강한서는 바로 메뉴판에 수프 두 그릇을 더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빙 직원이 주문한 음식을 들고 오면서 “즐거운 식사가 되십시오.”라는 말을 남기곤 룸을 나가버렸다.

강한서는 냅킨을 펴곤 포크와 나이프를 들어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했다.

그의 테이블 매너는 아주 완벽했다. 나이프는 절대 접시를 긁어 소리를 내는 법이 없었다. 스테이크를 썰 때마다 이상한 소리가 나는 유현진과 다르게 말이다.

강한서는 적당히 먹기 좋게 자른 스테이크를 유현진 앞에 내밀었다.

“이거 먹어. 그거 나 줘.”

유현진은 고개를 들고 그를 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지었다.

“갑자기 자상하게 구니까 나 좀 적응이 안 되네.”

강한서는 스테이크를 받아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

“난 늘 자상했어. 그냥 네가 모르고 있었을 뿐이야.”

“? 이혼 전에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91화

    멍해졌던 유현진은 얼른 실검을 눌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오늘 갑자기 햇살 유치원 식당에 찾아와 불시 검사를 진행했다. 누군가 인터넷에 현장 사진을 업도르했다. 유치원 식당의 냉장고에서 부패한 고기가 대거 발견되었고, 반죽 기계에는 곰팡이가 슬었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기름은 합법적인 루트로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이 아닌, 인증 마크도 없고 어디에서 유통되었는지도 알 길이 없는 것이었다. 사진으로 보이는 기름은 유채 기름보다도 진한, 이미 여러 번 튀김에 사용된 것 같은 색이었다. 유현진이 사진을 더 자세히 보려고 하는 순간, 사진이 삭제되었다. 페이스북을 다시 확인하자 실검도 이미 내려가기 시작하더니, 아예 전부 사라져 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유현진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강한서는 멍하니 있는 유현진을 보며 물었다.“왜 그래?”유현진이 나지막이 물었다. “나 방금 햇살 유치원이 식품 안전 문제로 실검에 오른 걸 봤었거든? 하지만 순식간에 다 사라졌어. 내가 저것들 망하는 꼴이 너무 보고 싶어서 지금 환각이 생긴 거야?”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지.”그는 테이블에 놓였던 촛대를 유현진 앞으로 밀며 나지막이 말했다. “눈 감고 소원을 빈 다음, 깨부숴. 혹시 알아? 네 바람이 현실이 될지.”유현진이 피식 웃더니 강한서의 말을 받아쳤다.“유치하긴.”그러자 강한서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나 믿어봐.”“그래.”진지한 강한서의 얼굴에 유현진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눈을 감고 손을 모은 채 소원을 빌었다.“전... 강한서의 재산이 전부 제 것이 되었으면 좋겠어요.”후 촛불을 분 유현진은 눈을 깜박거리더니 물었다. “돈 보냈어?”“...”강한서는 옆에 있던 라이터를 가져와 다시 촛불을 켰다.“잘 안 들렸어. 기회 줄게. 다시 빌어.”유현진이 화난 척 강한서를 노려보았다. “짠돌이!”바로 그때, 휴대폰 알람이 쉬지 않고 울렸다. 유현진이 휴대폰을 확인하니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92화

    아무리 고기류는 냉동 보관할 수 있다고 해도, 3개월을 넘기지 말아야 했다. 3개월이 지나면 상하지는 않더라도 영양분은 전부 유실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아이들 음식을 이런 품질의 고기로 만들다니.냉장고에는 냉동 새우가 가득 들어있었다. 하지만 모두 사이즈가 작고 품질이 나쁜 것이었다. 도마에는 작은 틈새로 곰팡이가 잔뜩 낀 것처럼 거뭇거뭇한 반점이 가득했다...바닥에 가득 쌓인 싹이 튼 감자와 이미 절반은 썩어나간 오렌지 등... 다른 음식물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언론사에서는 몰래 찍은 이 사진들을 식약청에 신고했다. 그러자 인터넷은 난리가 났다. 「세상에, 이게 사람이에요? 어른도 먹으면 탈이 날 텐데, 애들은 오죽하겠어요... 정말 저걸 먹고 병이 난 애가 없다고요?」「매달 학식비만 40만 원 정도 하는데, 저런 재료로 아이들에게 밥을 해준다고? 양심이 있는 거야? @햇살유치원」「죽은 척하지 말고, 나와서 대응해 봐! @햇살유치원」「어쩐지 카페에서 학부모들이 완자가 시큼하다고 하더라고요. 고기 완자에서 시큼한 맛이 나면 그건 상한 거잖아요.」「저런 죽일 놈들! 우리 아들이 전에 저 유치원에 다녔었는데, 집에서 밥 먹을 땐 멀쩡했는데, 유치원만 가면 배탈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선생님에게 아이한테 안 좋은 걸 먹인 게 아니냐고 물어봤더니 죽어도 인정하지 않더라고요. 제가 괜한 트집을 잡는다면서 말이에요. 제가 주방을 확인해 보고 싶다고 하니까 독극물 투여 사건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외부인은 절대 유치원 주방에 출입할 수 없다더라니까요. 전 유치원 측 태도가 너무 마음에 안들어서 바로 애를 전학시켰어요. 인제 보니 찔리는 게 있으니까 안 보여줬던 거네요!」「지난번에 딸아이를 데리고 고향으로 내려갔었어요. 집으로 돌아올 때, 시어머님께서 마당에서 키우신 유기농 옥수수를 주셨었거든요. 집에 가져와서 껍질을 벗겨보니 안에 벌레 먹은 게 하나 있더라고요. 딸애에게 보여주려고 불렀는데, 딸이 유치원에서 먹었던 국에서 그런 벌레를 본 적이 있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93화

    「연예인이잖아요. 알 사람은 다 알죠.」「유현진은 대체 무슨 빽이 있어서 식약청에서까지 나서는 걸까요?」「네티즌 눈길을 돌리려고 그러는 게 뻔하잖아요. 유치원의 식당 위생 불합격과 모 배우의 노이즈 마케팅, 이상할 것 없잖아요?」물론 곧 다른 네티즌들도 비꼬기 시작했다. 「그래요, 정말 똑똑들 하시네요. 그 좀비 고기, 유현진 씨가 밤사이 햇살 유치원 냉장고에 넣은 거 맞아요. 싹이 난 감자와 상한 과일도 유현진 씨가 쌓아놓은 거고요. 도마도 유현진 씨가 미리 화장실에 담가뒀다가 그 인간들 손에 찔러넣어 줬네요.」「음모론, 음모론. 멍청한 머리는 음모론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거예요? 유현진 씨가 정말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유치원을 빼앗아 갔어도 저희는 절대 몰랐을 거예요. 왜 굳이 일을 공론화시켜서 본인 직업 때문에 자기가 하는 일에 이러쿵저러쿵 쓸데없는 소리를 들으려고 하겠어요?」「전 누구 편도 들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식품 안전 관련 문제는 노이즈 마케팅보다 더 큰 문제라고요. 그 두 가지를 같은 일로 취급하지 말아요. 식품 안전은 형사 처벌도 가능한 문제예요!」...댓글은 여전히 뜨겁게 공방 중이었다.유치원의 식품 안전 문제가 네티즌을 분노하게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설사 유현진의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하더라도 그건 대중의 이익을 건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품질이 나쁜 식재료는 아이들의 건강을 해쳤다. 많은 가정에서는 이번 뉴스로 아이가 다니고 있는 유치원의 식당엔 문제가 없는지, 아이들이 매일 건강한 음식을 먹고 있는지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런 이유로 식약청은 그 어느 곳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기사가 터진 당일, 신고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어떤 전화는 추측에 불과한 신고 전화였지만 학부모를 탓할 수는 없었다. 이건 너무 심각한 문제라 학부모가 마음 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유현진은 끊임없이 댓글을 새로 고침하고 있었다. 강한서는 팔꿈치를 테이블에 기대고 유현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94화

    “그럴 리가 없어. 난 분명 마이너스 10만 점이라고 했어. 내가 기억력이 나쁘다고 속일 생각하지 마!”강한서는 기가 막혀서 하마터면 죽어버릴 뻔했다. “너 기억력 나쁜 거 너도 알면서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유현진이 얼른 당당하게 얘기했다. “나에겐 증거가 있기 때문이야.”강한서는 유현진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그는 유현진이 차에서 마이너스 만 점이라고 얘기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잘못 기억했을 리가 없었다. 그는 유현진이 증거를 꺼내 그녀의 잘못을 스스로 알아차리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유현진이 꺼낸 건 강한서가 생각한 녹음이나 촬영 영상이 아니라 그녀 휴대폰의 메모장이었다. “네가 봐.”유현진은 위에 있는 수자를 가리켰다. “내가 전에 말한 마이너스 10만 점은 할인한 점수라고.”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고 휴대폰을 가져왔다. 화면 속 글을 확인한 강한서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 「강한서 잘생김 +10강한서 성격 더러움 -1강한서 목소리 좋음 +100강한서 연락 없이 늦게 옴 -10강한서 생일 선물 줌 +10000강한서 첫사랑이 내가 아님 -100강한서 열이 날 때 다른 여자 이름 부름 -10000강한서 내가 해준 밥 버림 -10000강한서 나 안 좋아해 -100000...」줄임표는 더는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직 한참 더 남았다는 의미였다. 심지어 전부 천이 단위였다. 강한서도 온갖 풍파는 다 겪어봤지만 유현진이라는 파도는 그를 완전히 바다로 밀어 넣었다. 그는 아무리 머리를 써도 유현진에게 자신의 성적표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말도 안 돼. 정말 말도 안 된다고.’그는 어두운 얼굴로 이를 악물며 말했다. “열이 날 때 다른 사람 이름을 불렀다는 거, 이거 맞아? 그건 네가 잘못 들은 거였잖아.”멈칫하던 유현진이 헛기침했다. “그러면 이건 무효.”강한서가 또 말했다. “네가 해 준 밥을 버렸다는 건? 쉰 밥을 내가 어떻게 먹어?”잠시 할 말을 잃었던 유현진이 입을 열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95화

    햇살 유치원은 식품 안전 사건으로 실검 1위에 올랐다.유치원 학부모의 그룹 채팅방에선 학부모들이 따지며 난리가 났고, 내막을 모르는 선생님들은 감히 대답도 하지 못했다. 진예원은 겁쟁이라 돈을 벌 땐 누구보다 검은 속내를 가지고 있었지만 사건이 생기면 가만히 숨죽여 있었다. 학부모들이 채팅방에서 아무리 부르짖어도 그는 거북이처럼 한껏 고개를 감추었다. 진예원을 불러도 소용이 없자 학부모들은 어디선가 백혜주의 전화번호를 알아 왔다. 유치원 식당에 관한 소식을 전해 들은 백혜주는 벙쪄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검사하러 왔을 때, 진예원은 백혜주에게 전혀 언질도 주지 않았다. 백혜주는 조금 전까지 유현아와 어떻게 유현진의 다음 공격에 대응할 것인가를 상의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유치원 주방 위생 사건이 터져 실검에 오르게 된 것이다. 학부모의 전화가 빗발칠 때, 백혜주도 진예원을 찾고 있었다. 백혜주는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전화를 받았고, 다짜고짜 쏟아지는 욕설을 받아야만 했었다. “이 양심도 없는 양아치 같은 것들! 대체 내 아들에게 뭘 먹인 거야?! 그렇게 더러운 수단으로 돈을 벌면, 그 죗값이 다 네 아이에게 돌아갈 거야! 차라리 죽어버려!”백혜주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 곧이어 휴대폰이 또 울렸다. 이번에도 모르는 번호였다. 백혜주는 더 이상 전화를 받는 것이 두려워졌다. 하지만 학부모는 그녀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백혜주가 전화를 받지 않자 메시지가 쏟아지듯 들어왔다. 화가 치솟은 학부모들이 보낸 메시지는 당연히 전부 욕설이었다. 백혜주는 분노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바로 휴대폰을 껐다. 다른 휴대폰을 꺼낸 그녀는 유산 후 채 회복되지 않은 몸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급히 문을 나섰다.그녀는 집에서 쫓겨나며 가지고 나온 아우디 A6을 타고 바로 신화구로 향했다. 지금 이 상황에 더 이상의 여론몰이는 무의미했다. 유현진과의 싸움은 어떻게 되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였다.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진예원 이 멍청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96화

    고작 매달 그까짓 식재룟값을 아끼겠다고 이런 사단을 만들다니. 앞으로 져야 할 책임과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생각만 하면 백혜주는 진예원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녀는 곧장 햇살 유치원으로 향했다. 유치원 입구는 이미 학부모로 발 디딜 틈도 없었다.백혜주는 유치원과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하고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차에서 내렸다. 유치원과 점점 가까워지자 입에 담기도 무서운 욕지거리들이 들려왔다.백혜주는 마스크를 위로 끌어올렸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학부모들을 지나쳐 유치원과 이어진 주택으로 들어섰다. 노크를 해봤지만 안에는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그녀는 가방에서 키를 꺼내 문을 연 백혜주는 마스크를 벗고 살기등등한 모습으로 집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진예원은 막 딸과 남편을 데리고 짐을 싸고 있었다. 대문에서 나는 인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한 듯했다. “돈이 되는 물건은 전부 넣어. 저녁에 차가 오면 바로 가져갈 거야.”백혜주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뭐 하는 거예요?”“엄마야—”진예원이 가슴을 움켜쥐며 깜짝 놀랐다. 그녀는 축 처진 눈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사람이 어쩜 인기척도 없어요. 깜짝 놀랐잖아요.”백혜주는 집안에 널린 크고 작은 캐리어를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사고 쳐놓고, 나 몰라라 도망이라도 가려고요?”진예원이 시선을 피했다. “형님, 집에서 안정 취하고 계신 거 아니었어요? 여긴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오셨어요?”백혜주가 냉소 지었다. “여긴 왜 왔냐고요? 내가 안 왔으면 온 가족 데리고 도망갔을 텐데, 이걸 지금 나더러 혼자 처리하라는 거예요?”진예원이 얼른 부정했다. “아이고,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저도 저 학부모들이 하도 난리를 피워서 어쩔 수 어이 좀 조용한 곳으로 가려고 그러는 거죠.”“조용? 지금 이 상황에 조용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그때 뭐라고 했어요? 왜 식재료로 이 사단을 만든 거예요?”진예원은 당연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형님, 그게 어떻게 제 탓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97화

    “제가 잠시 돈에 눈이 멀었어요. 저도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다고요. 형님, 형님 인맥 넓으시잖아요. 돈으로 해결할 수 없을까요? 저 감옥 가면 안 돼요.”백혜주가 진예원을 노려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이 일 때문에 온 거예요. 혹시 해결할 수 있을까 해서 이미 친구에게 연락해 뒀어요. 이 일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몇 명인지, 누구에게 일을 시켰었는지 알아보라고 하더라고요. 먼저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부터 해결해야 해요.”진예원은 시골에서 수십 년을 산 사람이었다. 평소 아무리 요란을 떨어도, 막상 일에 부딪히면 다른 사람이 이끄는 대로 끌려다니는 겁쟁이에 불과했다. 그러니 그녀는 백혜주가 친구에게 부탁했다는 말에 곧바로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백혜주는 조용히 진예원의 말을 듣고 있는 것 같았지만 사실 그녀의 가방 속에는 휴대폰으로 이 모든 상황을 녹음 중이었다. 햇살 유치원의 식품 안전 문제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위에서도 이 일을 주시하고 있었고 특별수사팀도 꾸려져 하루빨리 사람들에게 수사 결과를 내놓기 위해 신속히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유관 부서에서는 퇴근도 마다했고 이튿날 아침 8시, 페이스북에 성분 분석 결과를 업로드했다. 조사 결과, 햇살 유치원에서 수집한 증거 샘플에는 아플라톡신, 대장균이 과다 검출되었고 식용유에서는 벤조피렌이 검출되었다. 자주 사용하는 주방 도구에서는 곰팡이와 농약 잔여물마저 나왔다...무시무시한 검사 결과에 네티즌들은 벼락을 얻어맞은 것 같았다. ‘이게 무슨 유치원 식당이야, 독극물 제조실이지.’한주시에서는 곧 특별 수사팀을 만들어 햇살 유치원 식품 안전 사건을 처리하도록 했다. 진예원은 아직도 백혜주가 사람을 찾아 일을 해결해 주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에게 온 건 경찰 측의 “요청”이었다. 백혜주는 진예원이 경찰에게 심문받는 동안 어제 녹음 음성을 편집해 인터넷에 퍼뜨렸다. 진예원의 양심을 상실한 발언은 곧 새로운 이슈가 되었다. 침대에 누워 댓글을 살펴보던 유현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98화

    출생의 비밀이 밝혀졌으니 이젠 한 가족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송가람이 유현진을 초대한 것도 아마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유현진은 입술을 앙다물고 생각하더니 말했다. “오빠, 저도 가겠다고 전해줘요. 미리 생일 축하한다는 말도요.”송민준이 대답했다. “선물은 살 필요 없어. 넌 가람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니까, 선물은 내가 대신 준비할게. 내일 오후에 데리러 갈게.”유현진이 어색하게 웃었다. “네.”전화를 끊고 고개를 들자 침대 끝에 앉아 자신을 쳐다보는 강한서가 보였다. “왜?”유현진이 묻자 강한서가 대답했다. “나도 갈래.”유현진이 강한서를 힐끔 쳐다보더니 컵을 들었다. “너 송가람 씨랑 친한 사이야?”강한서가 말했다. “난 네 가족 신분으로 참가하는 건데?”“풉—”물을 마시던 유현진은 하마터면 입속에 머금었던 물을 뿜을 뻔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눈앞에 있는 당당한 남자를 쳐다보았다. 검지로 입가에 묻은 물을 닦은 유현진이 강한서를 노려보며 말했다. “송가람 씨가 초대 안 했어?”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송가람 씨가 날 왜?”“쯧.”유현진이 강한서를 힐끗 쳐다보았다. “전에 네가 가람 씨와 맞선 보면서 나에겐 야근한다고 속였던 거, 벌써 잊었어?”“내가 언제...”멈칫하던 강한서의 머릿속에 곧 기억이 떠올랐다. 바로 한열이 강민서에게 뜨거운 물을 맞았던 그날이었다. 그날 신미정은 강단한의 옛친구들이 한성에 왔다며 함께 식사 자리를 마련하자며 강한서를 속였었다. 그 말을 믿었던 강한서는 현장에 도착해서야 그 자리가 동창 모임을 가장한 맞선 자리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자 강한서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넌 기억력도 나쁘면서 그 일은 왜 그렇게 정확하게 기억하는 거야?”유현진이 콧방귀를 뀌었다. “난 당한 건 전부 기억하는 스타일이거든. 야근한다고 날 속여서 배달까지 시켜줬는데, 너 이 자식이 맞선에 나갔을 줄 누가 알았겠어.”“맞선 아니야.”강한서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Latest chapter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93화

    어두운 표정으로 이번 일의 경위를 할 번 곱씹은 홍혜림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서해금은 항상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나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한 번도 어긋난 적조차 없었다. 조금만 먼저 얘기를 꺼냈다면 의심을 살 수 있었고 조금만 늦으면 도와줄 기회를 놓칠 수 있었다. 서해금은 늘 홍혜림이 더는 손 쓸 방법이 없는 타이밍에 나타났다. 궁지에 몰린 상황에 당연히 홍혜림은 평소처럼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고 도움을 주려는 사람의 손길을 거절할 리가 없었다. ‘서해금이 어떤 인간인데?’서해금은 이익을 얻을 수만 있다면 거지도 아버지로 모실 수 있었고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면 친아버지도 아버지라 인정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그런 인간이 아무런 계획도 없이 도와줄 리가 없어.’‘애초부터 이 모든 것이 서해금이 꾸민 짓이라면 말이 되긴 하지.’‘하지만 대체 왜?’홍혜림은 순간 자신에게도 조향대회의 투표권이 있다는 사실을 또 올렸다. ‘설마 그것 때문에?’서해금 의도를 파악하게 된 홍혜림은 순간 화가 치밀었다. ‘가식적인 X. 감히 날 두고 수작을 부려?’생각에 잠긴 홍혜림이 인상을 폈다 찌푸렸다를 반복하며 가끔은 이를 악무는 모습을 지켜보던 진윤이 걱정스레 물었다.“엄마, 왜 그래요?”홍혜림이 감정을 추스르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역겨운 일이 떠올라서 속이 좀 안 좋아서 그래.”아직 어린 나이라 홍혜림 말의 의미를 눈치 채지 못한 진윤이 말했다. “엄마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전 부정행위도 하지 않았잖아요. 지금은 제가 신고까지 했으니 저희가 여기저기 부탁할 필요 없어요. 오히려 그 사람들이 저희에게 사정을 해야겠죠. 엄마도 이젠 회사로 나가 보세요. 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진윤의 말에 홍혜림의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너만 괜찮으면 엄마는 아무것도 겁나지 않아. 회사에는 네 아빠와 형이 있어. 내가 할 일은 널 지키는 거야.”그 말에 진윤은 강한서의 말을 떠올렸다.“너한텐 좋은 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92화

    진윤: ...진윤이 흥, 콧방귀를 꼈다. “네가 얘기 안 하면 내가 모를 줄 알아? 한성 그룹 대표지?”진윤이 머리가 떨어질세라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엄마, 형님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언변이 장난이 아녜요. 게다가 맞는 말만 골라서 한다니까요. 전엔 우리 형이 세상에서 제일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형도 그 형님 앞에선 꼬마에 불과한 것 같아요.”진윤의 뒤통수를 툭 치려던 홍혜림은 그의 머리에 감싸진 붕대를 보고는 시선을 내려 엉덩이를 차버렸다. “형이 널 얼마나 예뻐했는데 팔이 밖으로 굽어?”진윤이 바지의 먼지를 털며 말했다. “좋은 건 당연히 형이 더 좋죠. 하지만 능력으로 따지면 형님이 더 뛰어난 것 같아요..”강한서를 향한 콩깍지가 두껍게 쓰인 진윤의 모습에 홍혜림은 괜히 질투가 났다. 하지만 상대방이 강한서라는 사실에 오히려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정인월이 직접 교육한 아이였으니 성품이 우수하고 능력이 뛰어난 것은 말 할 필요도 없었다. 진수 그룹과 한성 그룹은 같은 업계에 종사하지 않은 탓에 협업하는 일이 거의 없어 연계가 잦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진윤은 한성 그룹이 종사하고 있는 업계와 관련된 전공을 하고 있었고 강한서는 IT 업계의 정상급 인물이었다. 그러니 강한서와 가깝게 지내는 것은 진윤에겐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홍혜림은 강한서가 아무 이유 없이 진윤을 도울 리가 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강한서가 여자친구 대신 자신에게서 서해금의 일을 알아내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 여겼다. 홍혜림은 그 일엔 조금도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신세를 지고도 모른 척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강한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자신의 요구를 이야기한 적도 없어 오히려 홍혜림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서 대표에게 우리가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은근슬쩍 오 교수님을 귀띔하게 한 것도 너의 그 스승님 생각인 거야?”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도와주겠다고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91화

    입가를 파르르 떨던 홍혜림이 진윤의 손을 툭, 쳐냈다. “저리 가. 엄마한테 그런 농담하지 마.”진윤이 웃는 얼굴로 다가가 홍혜림의 어깨를 주물렀다. 그러자 홍혜림이 진윤을 다시 자리에 앉혔다. “얌전히 앉아있기나 해. 넌 애가 다치고도 얌전히 있지를 못 해.”잠시 말이 없던 홍혜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왜 엄마한테 얘기도 안 하고 신고했어? 오 교수님께도 비밀로 하라고 하면서 말이야. 대체 무슨 생각인데 이렇게 수상하게 구는 거야.”“엄마, 만약 학교 측에서 빨리 결과를 발표할 생각이었다면 진위 여부는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얼른 이 일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을 거예요. 저희가 오 교수님께 부탁할 시간 같은 건 주지도 않았을 거라고요.”“그럴 시간이 있었다고 해도 학교 명예가 걸린 일인데, 누가 그 책임을 지려고 하겠어요?”진윤의 말에 홍혜림이 멈칫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학교에서 너한테 처분을 내렸다는 말이 가짜라는 얘기야?”진윤이 말했다. “엄마, 서화 대학은 엄마와 아빠가 수많은 인맥과 돈을 들여 고르고 고른 대학이에요. 업계에서의 명성도, 학교 분위기도 말 할 것 없이 좋고요. 오랜 세월을 지내며 명성을 쌓아온 학교예요. 그만큼 수많은 일을 겪어왔다는 얘기잖아요.”“그런 학교가 고작 이런 여론에 궁지로 몰려 학생에게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여론을 잠재우려고 했을 가능성이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지금은 예전과 달라요. 요즘은 순식간이면 소문이 퍼진다고요. 이런 일은 조금만 미숙하게 처리해도 오히려 힘들게 쌓아온 명성에 금이 가게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어떻게 봐도 학교 측에서는 함부로 저에게 모든 책임을 지게 할 수는 없어요.”“오히려 진실을 파헤치는 편이 학교의 명성을 지키는 제일 좋은 방법이에요.”잠시 조용하던 진윤이 말을 이었다. “엄마, 만약 엄마가 학교 이사진이라면 부정행위가 사실이었다는 결론과 부정행위가 루머였다는 걸론 중 어떤 게 신입생 모집에 더 큰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홍혜림이 미간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90화

    식사 자리가 마무리된 후 홍혜림을 배웅하러 나온 서해금의 뒤를 오성빈이 따라나서며 나지막이 물었다. “서 대표님이 말씀하신대로 했으니 약속하신 건...”“걱정마세요.”서해금이 시선을 거두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일만 잘 마무리 되면 약속드린 건 꼭 지켜드리죠.”“그럼 최대한 빨리 해결하도록 할게요. 질질 끌어봐야 좋을게 없으니까요.”“부탁드려요.”고개를 끄덕인 서해금이 성월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서해금의 뜻을 바로 알아들은 성월이 곧바로 오성빈을 배웅했다. 사실 학교에서는 진윤의 부정행위에 관해 아무런 결론도 내린 것이 없었다. 여론은 여전히 뜨겁기만 했다. 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여론에 흔들리지 말아야 했다. 만약 조사 결과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그 여론은 오히려 학교에 독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성빈은 학교 임원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며칠 동안이나 홍혜림의 연락을 무시했다. 물론 그 역시도 최대한 빨리 이 일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진윤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증거는 전혀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오성빈이 모든 증거 수집을 마치고 드디어 진윤의 누명을 벗겨주는 쇼를 하려던 그때, 경찰이 갑자기 학교로 찾아왔다. 진수 그룹에서 진윤의 시험 부정행위 문제로 경찰에 신고를 한 탓이었다. 교장의 연락을 받은 오성빈은 그만 멍해졌다. 제일 먼저 서해금이 떠올랐지만 그녀가 약속했던 일을 떠올린 그는 곧 주먹을 꽉 움켜쥐고 서해금에게 연락하고 싶은 충동을 꾹 참으며 홍혜림의 연락처를 눌렀다. 홍혜림이 전화를 받자마자 오성빈이 물었다. “사모님, 어제 분명 진윤 학생 일은 잘 처리해 드리겠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왜 신고를 하신 거예요?”홍혜림이 놀란 말투로 말했다. “신고라뇨? 전 신고한 적 없어요.”“사모님이 신고하신 게 아니라고요?”의아한 듯 묻는 오성 빈에게 홍혜림이 대답했다. “전 신고한 적 없어요. 교수님께서 이미 윤이가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으셨다면서 조치를 취하시겠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래서 계속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9화

    장준의 아버지는 요직을 맡고 있었고 장씨 가문엔 그의 아버지를 제외하고도 수많은 정치인들이 있었다. 그랬기에 가족 중 단 한명이라도 꼬리를 밟힌다면 그의 가문은 수습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기도 했다. 장준이 저질렀던 인간 같지도 않은 일들이 하나하나 밝혀지기 시작했다. 폭행, 음주 운전, 도박, 성폭행...피해자들이 하나둘 인터넷에 장준의 진짜 모습을 폭로했다. 수많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누를 수 없었던 장씨 가문의 스캔들이 결국 전부 드러나고 말았다. 홍혜림 역시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곧 회사 계정으로 진윤은 그날 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발표와 함께 그와 관련된 증거들과 범죄경력증명서를 전부 공개 했다. [그러니까 진윤은 또 다른 도련님의 기사를 막기 위해 총알받이가 됐다는 거네?][어쩐지 뭔가 이상하더라니.][그렇게 심각한 교통사고에 진윤 한 사람만 공개 처형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역시 여론을 부추기는 사람이 있었다는 거네요.][발 빼려고 하지 마. 장준이 주범이었다고 하더라도 진윤이 그 경기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건 아니잖아. 끼리끼리는 과학이라고 했는데 그놈이 그놈 아니겠어? 서화 대학에서도 진윤의 재시험 부정행위를 인정 했잖아.][학교엔 이미 소문을 파다해요. 이번 일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도 언젠가는 비슷한 사고를 쳤을 거예요. 장준이나 진윤이나 크게 다를 거 없잖아요.][저기요. 두 사람을 싸잡아 욕 하지는 마요. 한 명은 범죄자고 다른 한 명은 그저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뿐이에요. 그게 어떻게 같아요? 얼른 진상 규명이나 하시죠. 피해자에게 피해 보상은 해야 하잖아요.]...휴대폰을 한 쪽으로 던져버린 서해금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준이었어? 어쩐지...”성월이 그녀에게 차를 건네며 나지막이 물었다. “대표님, 진윤 씨 일은 이미 어느 정도 해결이 된 것 같아요. 그럼 저희 계획은 어떻게 해요?”“아직 끝나지 않았어요.”서해금이 찻잔을 들어 올리며 덤덤하게 말했다. “홍혜림은 누구보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8화

    장씨 가문 아들이라는 이유로 여론이 들끓는 것을 염려한 탓인지 기사는 간단한 몇 마디 말로 상황을 간결하게 보도했다. 하지만 한현진은 감추려고 할수록 일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 생각했다. 드디어 주강운이 손을 쓴 모양이었다.고개를 들어 강한서를 바라보는 한현진의 눈이 별처럼 반짝였다.“여보, 장준이 잡힌 것 같아.”강한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그래?”한현진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강한서에게 한성우가 보낸 기사를 보여주었다. “시간, 교통사고, 장 모 씨, 약물. 이 단어들만 봐도 누군지 뻔하잖아.”강한서가 놀랍다는 듯 말했다. “장 모 씨가 정말 장준이야? 어떻게 잡힌 거지? 누가 신고라도 한 건가.”“나쁜 짓을 그렇게 많이 했으니 벌을 받는 거지. 피해가 한두 명이면 집안 세력으로 어떻게든 막을 수 있겠지만 그 수많은 피해자를 전부 막을 수는 없잖아?”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기사에 다른 얘기는 없어?”“없어. 그냥 언급만 한 수준이야. 하지만 이 기사를 시작으로 진실을 밝혀 나가려는 사람은 분명 있을 거야. 그건 우리가 상관할 일이 아니지.”한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장준과 관련된 기사가 퍼져 나가기 시작하면 사모님께 이 기회를 빌려 진윤 씨에 관련한 입장 발표를 하시라고 말씀 드려.”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아침 연락드릴게.”강한서는 이상할 정도 순순히 대답했다. 예전이라면 어떻게 된 일이냐며 꼬치꼬치 캐 물었을 것이 분명했다. 지금처럼 쉽게 넘어갈 리가 없었다.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한현진의 시선에 강한서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가 다정한 목소리로 한현진에게 물었다.“왜?”하지만 한현진은 곧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산책 가자.”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옷 가지고 올게.”강한서의 뒷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던 한현진이 휴대폰을 들어 한성우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강한서가 좀 이상해요. 평소엔 꼬치꼬치 따지더니 오늘은 기사를 보여줘도 아무것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7화

    멈칫한 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누가 어딜 들어갔다고?”강한서의 목소리에 수화기 너머의 사람은 순간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곧 어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한서야, 야근 안 했어? 오늘은 일찍 퇴근했네.”강한서는 화제를 돌리는 한성우의 말에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 다시 물었다. “방금 누가 어딜 들어갔다고?”“방금 내가 뭐라고 했어?”한성우가 모른 척 대답했다. “갑자기 네가 튀어나오는 탓에 다 잊어버렸잖아.”강한서가 말했다. “강운이가 장준을 처넣었다며.”한성우: ...후회 막심한 얼굴로 자신의 입을 툭 친 한성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어, 맞아. 바로 그거야. 나도 방금 어디서 그 소식을 듣고 형수님과 수다나 떨려고 전화한 거야. 너도 알잖아. 형수님과 내가 뒷담화 할 땐 죽이 척척 맞는 거.”“그래?”강한서가 담담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난 두 사람이 나한테 뭔가 숨기는 게 있는 줄 알았지.”“그럴 리가 있겠어?” 한성우가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가 널 속일 수는 있고? 두 사람 요즘 진윤 씨 일 때문에 걱정이 많잖아. 그래서 나도 신경 좀 썼지. 봐, 소식을 듣고는 바로 알려 주려고 전화했잖아.”“그래.”강한서의 대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한성우의 귓가로 곧 다시 강한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진이가 강운이한테 뭐라고 했는데?”한성우: ...한성우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뭐? 형수님이 강운이와 연락했어?”잠시 침묵하던 강한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한테 전해달라고 한 말이 뭐냐고.”의심이 아닌 확신에 찬 말투에 한성우는 머리가 찌릿, 할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조금만 참았다가 나중에 전화할 것이지, 난 왜 하필 지금 한 거야?’어차피 한강서가 전부 눈치 챈 마당에 더는 숨길 필요가 없어진 한성우는 결국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형수님이 너한테 숨겼다고 뭐라고 하지 마. 형수님이 강운이에게 연락한 게 아냐. 나한테 눈치를 주라고 부탁하셨어. 강운이네는 줄곧 장씨 가문과 사이가 안 좋았잖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6화

    “실망이라니. 엄마는 단 한 번도 널 창피하게 여긴 적 없어. 넌 엄마가 배 아파 낳은 내 자식이야. 내가 널 몰라? 엄마는 그냥 네가 이번 일 때문에 힘들어 할까봐 그래. 엄마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즘 네가 말도 없고 조용하기만 해서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진윤의 등을 어루만지며 홍혜림이 나지막이 말했다. “이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야. 인생 살면서 이런 일 안 겪는 사람은 없어. 이겨내면 돼.”고개를 끄덕인 진윤이 홍혜림을 꽉 끌어안았다. ...아름드리.“그러니까 아주머니가 뒤에서 여론몰이에 동조했다는 거야?”한현진이 자몽을 까며 강한서에게 말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나서 알아봤더니 오성빈 교수라는 사람, 성 비서님의 먼 친척이시더라고. 그러니까 그분이 나서서 얘기만 해주면 잘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잠시 생각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그래서 일부러 홍혜림 씨가 신세를 질 수밖에 없게 만드시겠다? 홍혜림 씨를 다시 뺏어가려는 거야?”“그럴 수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아.”한현진이 눈을 반짝이며 강한서 곁으로 다가갔다. 꿍꿍이 가득한 얼굴로 한현진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는 그걸 지켜보면 되겠네. 본인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 다음대체 뭘 하려는 생각인지 지켜보자고.”강한서가 어쩐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그 표정에 어리둥절해진 한현진이 물었다. “왜 그렇게 웃어? 뭐야, 그 음흉한 웃음은.”강한서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근묵자흑이라는 단어가 너무 맞는 말인 것 같아서.”한현진: ?“설명 똑바로 해. 누가 그 묵인데?”강한서는 씩 웃으며 한현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한현진이 깐 자몽을 가져가 한 입 베어 문 강한서의 표정이 곧 강한 신맛에 잔뜩 일그러졌다. 자몽을 겨우 삼킨 강한서가 인상을 찌푸린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넌 이걸 대체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먹을 수 있는 거야.”한현진이 눈을 깜빡였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485화

    [그래도 학교 측에서 끝까지 부정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재수강하라고 하면 어떡해요?]강한서가 웃으며 말했다. [넌 언제든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 내가 대신 신고해줘?]진윤은 그제야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번뜩 정신이 들었다. 인터넷에 도배된 악플로 잔뜩 지친 진윤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일에만 몰두해 있었다. 그는 심지어 학교 측에 새로운 시험 문제를 내도록 제안한 후 라이브 방송을 통해 부정행위가 없었음을 증명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한서의 한마디는 진윤의 모든 고민을 한 방에 해결했다. 스스로의 결백을 증명하는 건 결국 그 사람들이 파놓은 함정에 뛰어 드는 것 과 다를 바가 없었다. 사람들은 애초부터 그가 부정행위를 했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니 진윤이 라이브 방송으로 결백을 증명한다고 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또 미리 답을 알고 있으면서 카메라 앞에서 쇼를 하는 것이라며 의심하게 뻔했다. 부정행위의 증명해야 할 사람은 진윤이 아니라 그를 의심한 사람들이었다. 진윤이 순간 눈을 반짝였다. [얼른 엄마를 말려야겠어요. 교수님에게 부탁할 필요가 없잖아요. 전 당당하니까 얼마든지 조사하라고 해요.][잠깐만.]강한서가 진윤을 불렀다. [잠깐만 기다려 봐.][왜요?]입술을 깨물던 강한서가 중얼거렸다. [고작 학생인 네가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여론이 이 정도로 들끓는게 처음부터 이상했어. 이제야 의문이 조금 풀리는 것 같네.][그게 뭔데요. 얼른 얘기 해줘요.]성격 급한 진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강한서 때문에 괜히 마음만 조급해졌다. 강한서가 말했다. [넌 지금 아무것도 하지 마. 어머님께도 오 교수님이라는 분 만나보라고 해. 뭐라고 하는지 얘기나 들어 보고 다시 대책을 세워야해.]진윤이 조금 전처럼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형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 인간들의 계략을 역이용하시려는 거예요?]강한서가 쯧, 혀를 차며 말했다. [매형이라고 불러]진윤: ...홍혜림과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