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도착한후 유현진은 한성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때 한성우의 사무실에서 강한서가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게임을 지고 있었던 한성우는 원망의 눈길을 여유작작한 상대편에 보내고 있었다."퇴근했는데 집도 안가고 나이트클럽도 안간다 하고 일 있다고만 하고, 네 일은 여기 앉아서 한시간동안 차만 마시는거냐?"강한서는 힐끔 쳐다보며"너도 할일 없잖아, 게임이나 해."한성우......그는 살짝 떠보는 듯이 물었다."유현진하고는 아직도 사이가 안좋아?"강한서는 흠칫 놀라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말했다."아무 일도 없어."그가 부인하자 한성우는 맞췄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벌써 며칠이야, 집에 돌아가서 네 와이프랑 화해해, 나한테 화 풀지 말고. 너는 적어도 와이프라도 있지, 나는? 나도 내 영혼의 파트너를 찾아야 될거 아니야."강한서는 째려보며 물었다."나이트클럽에서 사랑을 찾아?""나이트클럽이 어째서? 나이트클럽에도 충분히 좋은 여자는 있어. 너랑 유현진도 첫만남은 나이트클럽 만난거 아니야?"강한서는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누가 너한테 첫만남이 나이트클럽이라고 했어?"한성우는 멈칫 하더니"나이트클럽이 아니면 어딘데?"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5년전 강한서의 생일을 맞아 억지로 나이트클럽에 데려가 가면파티를 열었던 사실을.당시 윗층에서는 마피아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두 아가씨가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술에 취한 여러명의 희롱을 받고있었을때 상대방 남자랑 싸움이 일어나 하마트면 경찰을 부를뻔 했던 적이 있었다.원래라면 치고박고 싸웠겠지만 필경 남의 파티에 참가했던거라서 만약 경찰을 부른다면 강한서는 생일날에 경찰서에서 조서를 쓰는것을 면치 못했을것이였다.서로 합의를 볼려고 밖에 나간후 한명의 젊고 포니테일을 한 여자애가 핸드폰으로 찍으면서, 분명히 두려워서 떨고 있었지만 큰 목소리로"당신들 한번만 다시 움직여봐, 핸드폰으로 당신들 얼굴 다 찍었어, 성추행에 폭행까지, 법 무서운줄 모르네."비록 그녀는 카리스마가
강한서의 서늘한 눈빛에 한성우는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내말은 둘이 처음으로 만났을때 그녀가 미성년자였었는지 아닌지 궁금했을 뿐이야"강한서는 불쾌한듯한 어조로 말했다."네 일에나 신경 써!"한성우는 이에 비꼬기 시작했다."너가 날 붙들고 안 놔주는데 내가 어떻게 여자를 만나냐?"이와 동시에 핸드폰이 울리고 유현진임을 확인한 한성우는 스피커를 켜고 전화를 받았다."한 대표님 저예요."강한서는 소파에서 펄쩍 뛰더니 잇따라 한성우한테 강렬한 시선을 보냈다.한성우는 이에 웃으며""지금 회사에 있나요?""지금 있어요, 무슨 일이죠?""아닙니다, 있으면 됐어요. 지금 저한테 뉴질랜드산 생굴 한 박스가 있는데 회사 프론트에 맡겨 놓을게요, 퇴근하실때 잊지 말고 가져가세요.""뉴질랜드산 생굴이요?"한성우는 강한서를 힐끔 쳐다보고는 말을 이어나갔다."이거 구하기 어렵고 한서도 먹기 좋아하는데 집에서 같이 식사하는게 어떻나요. 보양식이라 둘 사이에도 좋을거 같은데."비록 유현진은 한성우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화 내지 않고 담담하게 답했다."강한서는 문제는 생굴을 먹어도 쓸모 없어요, 아마도 병원을 가봐야 할걸요?"한성우는 하마트면 웃음을 참지 못할뻔 했다.강한서의 안색은 삽시에 어두워졌다.한성우는 웃음을 참으며 답했다."그럼 형수님 감사히 먹겠습니다."전화를 끊은후 한성우는 책상을 치며 폭소했다."너네 두사람 도대체 얼마나 싸웠길래 말이 저렇게 모질게 나와?"강한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유현진이 회사에 도착하자 한성우는 이미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옆에는 두날동안 아는체도 안한 강한서가 있었다.그 얼굴을 본 순간, 맘 같아선 액셀을 밟고 싶었지만 결국엔 두 사람앞에 차를 세웠고는 창문을 내렸다."물건은 트렁크에 있어요, 직접 꺼내세요, 저는 내리지 않을게요."한성우는 실실 웃으며 말했다."형수님, 실은 제가 한가지 부탁드리고 싶은게 있는데......"이에 유현진은"무슨 일인데요?"
차 문이 열리고 강한서도 같이 들어왔서 조수석에 안착했다.유현진은 별로 달갑지 않다는 듯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당신은 왜 탔어?"강한서는 안전벨트를 메고는 언짢은 어조로 답했다."당신도 가는데 나라고 못 갈까봐?"두 사람이 다투기 일보직전 한성우는 그를 대신해 변명했다."한서가 절 위해 괜찮은 사람 찾는데 도와줄수 있어요. 와이프 찾는 안목이면 뭐......"유현진......안목이 좋기는 개뿔, 양다리나 걸치는 수많은 경험이겠지!공짜 돈은 무조건 벌어야 한다는 신조가 있는 유현진은 전의 불쾌함은 집어던지고 솔로 파티 연회장으로 갔다.도중에 참가했기에 화려하게 차려입은 여인들에 비하면 유현진의 의상은 너무 평범했다.포니테일, 하얀색 티셔츠, 파란색 청바지에 한컬레 운동화. 옆에 서있는 양복차림의 남성들과 비교하자니 뭔가 어울리지 않다는 느낌이 있었다.연회장에 들어가지전 한성우는 그들과 대화했다."이따가 나랑 너와 형수님이 따로 들어가는데 내가 먼저 들어가고 그후에 너네 둘이 들어가서 적절한 위치에서 관찰해. 만약 나한테 대쉬를 거네 여인이 맘에 들면 OK 제스쳐를 취할게 그후는 걱정할 필요 없어, 만약 내가 가위 제스쳐를 취하면 그때 형수님이 와서 커버쳐주면 돼요."유현진은 손으로 OK를 취하며"문제 없어요."한성우는 재빨리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차안엔 그녀와 강한서 둘만 남게되였다.유현진은 음악을 틀고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봤다, 옆에 사람을 없는 취급을 하는듯 했다."할머니께서 방금 문자를 보내셨어, 너가 할머니께 생굴 한 박스를 선물했다고."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세히 들으면 목소리에 조금의 원망도 섞여있었다.유현진은 아직도 화가 덜 풀린듯 했다. 그래서 그의 말투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이에 대충 둘러댔다."아버지가 나 한테 두 박스를 주셨어."한 박스는 할머니한테, 나머지 한 박스는 한성우에게. 그럼 그에게 남은건 아무것도 없었다.강한서는 울화가 치밀었다.고작 생굴 한 박스. 그가 구하지 못하는 음
"전혀."유현진은 말과 마음이 다르다는걸 완벽하게 보여주었다."당신하고 화 낼게 뭐가 있어? 다 내가 부족한 탓이지. 강 대표 별 생각을 다 하네."강한서는 눈썹을 찌푸렸다."강 대표라고 부르지마! 짜증나니까."강 대표, 그는 이 단어를 자신에 대한 도발로 받아들였기에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그럼 당신을 뭐라 부를까? 강 선생님, 강 도련님?"유현진은 일부런 생각에 빠진듯한 모습을 보여준뒤 말했다."아니면 당신이 골라."강한서는 앞에서 시치미를 떼는 여인을 보고는 치가 떨렸지만 이에 답했다."당신이 예전에는 어떻게 불렀었지?"유현진은 순간 멈칫했다.그녀는 예전에 줄곧 여보라는 애칭을 사용했었다.그녀가 처음으로 강한서를 여보라고 불렀을때 그는 거부하지 않았었기에 그녀는 줄곧 그를 여보라고 불러왔다.언제부터 그 애칭으로 부르지 않았던거지?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강한서는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걸 알고난후부터 였을까?"뭐라고 부르나 그저 한가지 호칭일뿐, 강 대표가 예전 호칭을 좋아한다면 이후에도 그렇게 부를게."강한서는 그녀를 힐끔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원래 부르던대로 불러."유현진......원래 그녀는 일부러 강한서의 감정이 상하게 만들려고 했는데 자신이 생각한대로 행동하지 않아 약간은 당황했다.그녀가 오래동안 가만히 있자 강한서는 고개를 쳐들고 물었다."왜서 안 불러?"유현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강 대표, 우리 지금같은 관계에 그런 호칭은 좀 어울리지 않지 않아?"강한서는 이 말을 기다렸다는듯이 그녀가 한 방금의 말로 그녀에게 되받아쳤다."뭐로 부르든 호칭일뿐이야, 어울리고 않고를 떠나서 난 예전 호칭이 좋아."유현진......개 자식!그녀는 당연히 지고싶지 않아서 일부러 퉁명스럽게 말했다."강 대표는 참 이상해, 예전에 내가 불렀을때는 그렇게 싫어하더니. 막상 이혼하려니까, 또 호칭을 잡고 늘어지네. 남한테 강요 하는걸 더 좋아하나봐?"​
유현진은 주위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제때에 '커버' 쳐줄수 있도록.옆에서 커버쳐주는것만으로도 4 - 6천만원정도의 거금을 벌수 있다면 그녀는 몇번이라도 흔쾌히 수락할것이다.유현진이 앉자마자 강한서는 뒤따라 그녀의 반대쪽에 앉았다.그리고 그가 앉자마자 유현진은 테이블 반대편에 앉은 여성들의 시선을 눈치챘다.유현진은 입을 삐쭉 내밀고는 다 똑같은 사람인데 뭐가 대단해서 관심을 받는지 심통이 났다.웨이터가 그녀에게 뭐가 필요한지 묻자 그녀는 차를 끌고왔었기에 주스를 달라고 했다.웨이터는 말했다."아가씨, 저의 술집에서 40만원이상 소비할시에 장미 한송이를 더 증정해드립니다."유현진은 궁금해서 도리어 물었다."장미를 그렇게 많이 가져서 뭐해요?"이에 웨이터는"손님께선 처음으로 솔로 파티에 참석하셨나요?"유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웨이터는 열정적으로 소개했다."장미가 많을수록 손님께서 줄수 있는 대상이 더 많아집니다. 필경 하룻밤동안엔 아무것도 알아낼수 없어서 여러명과 대화를 해봐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게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남성분도 소비로 장미를 받을수 있습니다, 자신이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장미를 주어서 장미수가 가장 많은 여성은 본점에서 1년동안 VIP손님으로 모십니다."유현진은 입이 떡 벌어졌다.방금만 해도 그녀는 짝을 이어주는 방식이 새롭다고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술집의 상술이였었다.그리고 뭐가 성공률을 높이는거지? 이건 사람들에게 어장관리를 하라고 격려하는수준인데? 마음에 드나 들지 않으나 모두 자신의 어장속에 넣는게 정말로 정상적인 소개팅이라 할수 있을가?그는 작은 소리로 물었다."본점의 VIP가 된다면 무슨 세일이라도 있나요?""주류는 70% 세일, 최저 소비 기준을 만족하면 과일 한접시를 드립니다."유현진......이 술집의 사장은 분명히 상술에 능통한 사람이야! 돈 버는 방법에 도가 텄어!"당신들 가게는 자주 이런 솔로 파티 이벤트를 하나요?"옆에서 잠자코 듣고있던 강한서가 눈썹을 찌푸리며 한마디 거들었다
웨이터가 떠나고 유현진은 핸드폰을 꺼내 툭툭거리는 소리를 냈다.강한서는 힐끔 보고는 그녀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이에 답답한듯 물었다."뭘 계산하는거야?"유현진은 계속해서 화면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이 주점이 한달에 얼마정도 버는지 계산해보려고."강한서......그는 점점 더 눈 앞에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수가 없었다. 도대체 하루종일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주점에 성수기가 있어?"유현진은 그에게 물었다."당연히 있지."강한서는 입에 침을 바르고 말을 계속했다."봄에 사람이 적어, 설날에 고향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유동인구가 평소보다 적거든; 여름이 성수기야, 다들 야간 사교 활동이 점점 많아지면서 게다가 날씨도 덥잖아, 술집도 하나의 좋은 피서구지; 그리고 겨울에는 여름보단 적지만 기념일이 많아서 그래도 수익이 어느정도 들어올거야."유현진은 이것에 관심이 많은듯 했다."그러면 1년에 순이익만 따져도 20억은 족히 되겠네.""대충 그렇지."강한서는 멈칫 하더니"이걸 계산해서 뭐할려고?"라고 물었다."내 생각에 이 곳 부근에 술집을 한 곳 차리는게 어때?"강한서는 그녀를 힐끔 보고는"별론데? 당신이 한다면 아마도 적자로 폐업할것 같은데."유현진......"역시 당신은 찬물 끼얹는것밖에 몰라!"강한서는 입을 씰룩거리고는 입을 열었다."이곳의 술집은 4년이나 지나서야 이익을 봤어. 4년동안 계속 술집에 돈을 부었지, 술집 장사가 그렇게 쉬운게 아니야, 여긴 가장자리라 시간이 오래걸린것도 있겠지만 만약 유흥가에 짓는다면 범죄율도 높고 손님의 질도 나빠서 잠시 한 눈판 사이에 사건이 일어나니깐 문 닫고 휴업하는게 드문 일도 아니거든."유현진은 흠칫 하더니"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강한서는 덤덤하게 말했다."이 술집은 강씨 가문의 소유야."유현진......유현진의 놀란 표정을 보고는 이에 강한서는 한마디 더 보탰다."지금은 내가 관리해."유현진......그렇게 야
여자애는 말했다."제가 여기 단골이라 잘 알아요. 저기에 댄스 플로어가 있고 또 포커룸도 있어요, 제가 소개해드릴게요."몇초의 침묵이 흐르고 강한서는 대답했다."그럼 실례할게요."유현진은 순간 심장이 멎는듯한 느낌을 받았다.그녀가 고개를 들었을때 강한서는 이미 그 여자애와 인파속으로 사라진 후였다.여자애는 엄청난 미인이였다, 송민영과 비슷한 이목구비에 강한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였다.그가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유현진은 뭔가 답답함을 느꼈다.그녀와 강한서는 언젠간 이혼할거라 강한서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것도 시간 문제였었다. 그녀는 진작에 이런 각오를 했었지 않았나?어째서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그의 모습이 그녀에게 이런 괴로움을 안겨주었을까?대부분의 허세는 남한테 보여주기 식이라 감정을 없애기란 쉽지가 않다.한성우는 옆에 여자애와 좋은 시간을 나누는듯했다. 아마도 그녀가 도울건 없겠지.그녀는 머리를 숙이고 빨대로 레몬 과육을 먹고있었지만 머리속엔 강한서로 가득차 있었다.한편으로 그가 그 여자애와 뭘 하고있는지, 또 한편으론 강한서가 좋아하는건 송민영이라 여자애와 뭔가가 있진 않을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강한서가 송민영을 좋아한다면 여전히 바뀌는것 없이 그녀와 결혼하고 잠자리를 가질게 뻔했다.남자와 여자는 달라서, 남자는 완벽하게 육체적인것과 속마음을 분리할수 있기에 그가 송민영을 좋아한다하더라도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가지지 못하는건 아니였다.온갖 잡생각에 사로잡히던 와중에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자 그녀는 끊어버렸다.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전화가 울렸다.유현진은 어쩔수 없이 핸드폰을 들고 밖에 나가서 받았다."여보세요?""접니다."유현진은 어리둥절했다."차 감독님?""네."차이현은 인사도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내일 오전에 시간 있어요? 와서 오디션 볼수 있어요?"너무 갑자기 벌어진 일에 그녀는 한순간 머리속이 하얘졌다. 그녀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뱉었다."그 다른 배우와 이미 체결
유현진의 귓가에 들려오는 이 소리... 저 멀리에서 들려오는 듯 흐리멍텅하여 현실인지도 분간이 안 갔다.그는 애써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손을 내밀어 휴대폰을 가지러 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하지만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몸이 균형을 잃었다.이때 누군가 유현진의 허리를 잡더니 품에 와락 안았다. 낯선 기운에 경계심이 바짝 든 유현진은 있는 힘껏 밀쳤지만, 손발의 힘이 다 빠진 상태라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그러니 타인은 두 사람의 모습이 장난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유현진은 낯선 이의 품에 안겨 끌려가듯 했다. 두 사람의 모습이 이상하다고 느낀 종업원은 앞으로 다가가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다. 유현진이 도움을 청하려고 입을 열려고 하자 어깨 위에 놓였던 손이 갑자기 그녀의 목을 힘껏 졸랐다. 순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느낌에 그녀는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괜찮아요. 여자친군데, 술을 좀 많이 마셔서 저랑 장난하는 거예요."한 사람은 웃으면서 해명을 했고, 한 사람은 옆에서 거들었다. "너희 둘 정말 너무 한 거 아냐? 사랑 싸움 한번에 죽거니 살거니 하더니 이 야밤에 또 사람 불러 내서 같이 찾아다니고 말이야. 얼른 가! 나 좀 있다 또 일 있어.""너 지금 전화해서 사람 찾았으니 다들 돌아가라고 해."종업원은 두 사람의 자연스러운 대화에 더이상 묻지 않았다. 술집에서 이러한 광경은 흔하니까.종업원이 자리를 뜨자 한 사람이 외투를 벗어 유현진의 머리에 씌웠다. 그러고 난 뒤 두 사람은 유현진을 끌고 술집을 나섰다. 그의 목을 졸랐던 손은 그제야 힘을 풀었다. "하미터면 들킬 뻔 했네. 이 약 괜찮은데. 이렇게 빨리 효험을 보다니."나오자 마자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미적거리지 말고 얼른 택시 불러.""이미 불렀어. 조금 있으면 도착해. 나 잠깐 좋은 물건 사올게."그의 얼굴에 기분 나쁜 미소가 어렸다. "그 약 나도 몇 알 사줘.""알겠어."두 사람의 저속한 대화에 의식만은 또렷했던 유현진은 얼굴이 백지장이
어두운 표정으로 이번 일의 경위를 할 번 곱씹은 홍혜림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서해금은 항상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나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한 번도 어긋난 적조차 없었다. 조금만 먼저 얘기를 꺼냈다면 의심을 살 수 있었고 조금만 늦으면 도와줄 기회를 놓칠 수 있었다. 서해금은 늘 홍혜림이 더는 손 쓸 방법이 없는 타이밍에 나타났다. 궁지에 몰린 상황에 당연히 홍혜림은 평소처럼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고 도움을 주려는 사람의 손길을 거절할 리가 없었다. ‘서해금이 어떤 인간인데?’서해금은 이익을 얻을 수만 있다면 거지도 아버지로 모실 수 있었고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면 친아버지도 아버지라 인정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그런 인간이 아무런 계획도 없이 도와줄 리가 없어.’‘애초부터 이 모든 것이 서해금이 꾸민 짓이라면 말이 되긴 하지.’‘하지만 대체 왜?’홍혜림은 순간 자신에게도 조향대회의 투표권이 있다는 사실을 또 올렸다. ‘설마 그것 때문에?’서해금 의도를 파악하게 된 홍혜림은 순간 화가 치밀었다. ‘가식적인 X. 감히 날 두고 수작을 부려?’생각에 잠긴 홍혜림이 인상을 폈다 찌푸렸다를 반복하며 가끔은 이를 악무는 모습을 지켜보던 진윤이 걱정스레 물었다.“엄마, 왜 그래요?”홍혜림이 감정을 추스르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역겨운 일이 떠올라서 속이 좀 안 좋아서 그래.”아직 어린 나이라 홍혜림 말의 의미를 눈치 채지 못한 진윤이 말했다. “엄마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전 부정행위도 하지 않았잖아요. 지금은 제가 신고까지 했으니 저희가 여기저기 부탁할 필요 없어요. 오히려 그 사람들이 저희에게 사정을 해야겠죠. 엄마도 이젠 회사로 나가 보세요. 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진윤의 말에 홍혜림의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너만 괜찮으면 엄마는 아무것도 겁나지 않아. 회사에는 네 아빠와 형이 있어. 내가 할 일은 널 지키는 거야.”그 말에 진윤은 강한서의 말을 떠올렸다.“너한텐 좋은 부
진윤: ...진윤이 흥, 콧방귀를 꼈다. “네가 얘기 안 하면 내가 모를 줄 알아? 한성 그룹 대표지?”진윤이 머리가 떨어질세라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엄마, 형님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언변이 장난이 아녜요. 게다가 맞는 말만 골라서 한다니까요. 전엔 우리 형이 세상에서 제일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형도 그 형님 앞에선 꼬마에 불과한 것 같아요.”진윤의 뒤통수를 툭 치려던 홍혜림은 그의 머리에 감싸진 붕대를 보고는 시선을 내려 엉덩이를 차버렸다. “형이 널 얼마나 예뻐했는데 팔이 밖으로 굽어?”진윤이 바지의 먼지를 털며 말했다. “좋은 건 당연히 형이 더 좋죠. 하지만 능력으로 따지면 형님이 더 뛰어난 것 같아요..”강한서를 향한 콩깍지가 두껍게 쓰인 진윤의 모습에 홍혜림은 괜히 질투가 났다. 하지만 상대방이 강한서라는 사실에 오히려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정인월이 직접 교육한 아이였으니 성품이 우수하고 능력이 뛰어난 것은 말 할 필요도 없었다. 진수 그룹과 한성 그룹은 같은 업계에 종사하지 않은 탓에 협업하는 일이 거의 없어 연계가 잦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진윤은 한성 그룹이 종사하고 있는 업계와 관련된 전공을 하고 있었고 강한서는 IT 업계의 정상급 인물이었다. 그러니 강한서와 가깝게 지내는 것은 진윤에겐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홍혜림은 강한서가 아무 이유 없이 진윤을 도울 리가 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강한서가 여자친구 대신 자신에게서 서해금의 일을 알아내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 여겼다. 홍혜림은 그 일엔 조금도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신세를 지고도 모른 척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강한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자신의 요구를 이야기한 적도 없어 오히려 홍혜림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서 대표에게 우리가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은근슬쩍 오 교수님을 귀띔하게 한 것도 너의 그 스승님 생각인 거야?”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도와주겠다고
입가를 파르르 떨던 홍혜림이 진윤의 손을 툭, 쳐냈다. “저리 가. 엄마한테 그런 농담하지 마.”진윤이 웃는 얼굴로 다가가 홍혜림의 어깨를 주물렀다. 그러자 홍혜림이 진윤을 다시 자리에 앉혔다. “얌전히 앉아있기나 해. 넌 애가 다치고도 얌전히 있지를 못 해.”잠시 말이 없던 홍혜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왜 엄마한테 얘기도 안 하고 신고했어? 오 교수님께도 비밀로 하라고 하면서 말이야. 대체 무슨 생각인데 이렇게 수상하게 구는 거야.”“엄마, 만약 학교 측에서 빨리 결과를 발표할 생각이었다면 진위 여부는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얼른 이 일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을 거예요. 저희가 오 교수님께 부탁할 시간 같은 건 주지도 않았을 거라고요.”“그럴 시간이 있었다고 해도 학교 명예가 걸린 일인데, 누가 그 책임을 지려고 하겠어요?”진윤의 말에 홍혜림이 멈칫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학교에서 너한테 처분을 내렸다는 말이 가짜라는 얘기야?”진윤이 말했다. “엄마, 서화 대학은 엄마와 아빠가 수많은 인맥과 돈을 들여 고르고 고른 대학이에요. 업계에서의 명성도, 학교 분위기도 말 할 것 없이 좋고요. 오랜 세월을 지내며 명성을 쌓아온 학교예요. 그만큼 수많은 일을 겪어왔다는 얘기잖아요.”“그런 학교가 고작 이런 여론에 궁지로 몰려 학생에게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여론을 잠재우려고 했을 가능성이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지금은 예전과 달라요. 요즘은 순식간이면 소문이 퍼진다고요. 이런 일은 조금만 미숙하게 처리해도 오히려 힘들게 쌓아온 명성에 금이 가게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어떻게 봐도 학교 측에서는 함부로 저에게 모든 책임을 지게 할 수는 없어요.”“오히려 진실을 파헤치는 편이 학교의 명성을 지키는 제일 좋은 방법이에요.”잠시 조용하던 진윤이 말을 이었다. “엄마, 만약 엄마가 학교 이사진이라면 부정행위가 사실이었다는 결론과 부정행위가 루머였다는 걸론 중 어떤 게 신입생 모집에 더 큰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홍혜림이 미간을
식사 자리가 마무리된 후 홍혜림을 배웅하러 나온 서해금의 뒤를 오성빈이 따라나서며 나지막이 물었다. “서 대표님이 말씀하신대로 했으니 약속하신 건...”“걱정마세요.”서해금이 시선을 거두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일만 잘 마무리 되면 약속드린 건 꼭 지켜드리죠.”“그럼 최대한 빨리 해결하도록 할게요. 질질 끌어봐야 좋을게 없으니까요.”“부탁드려요.”고개를 끄덕인 서해금이 성월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서해금의 뜻을 바로 알아들은 성월이 곧바로 오성빈을 배웅했다. 사실 학교에서는 진윤의 부정행위에 관해 아무런 결론도 내린 것이 없었다. 여론은 여전히 뜨겁기만 했다. 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여론에 흔들리지 말아야 했다. 만약 조사 결과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그 여론은 오히려 학교에 독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성빈은 학교 임원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며칠 동안이나 홍혜림의 연락을 무시했다. 물론 그 역시도 최대한 빨리 이 일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진윤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증거는 전혀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오성빈이 모든 증거 수집을 마치고 드디어 진윤의 누명을 벗겨주는 쇼를 하려던 그때, 경찰이 갑자기 학교로 찾아왔다. 진수 그룹에서 진윤의 시험 부정행위 문제로 경찰에 신고를 한 탓이었다. 교장의 연락을 받은 오성빈은 그만 멍해졌다. 제일 먼저 서해금이 떠올랐지만 그녀가 약속했던 일을 떠올린 그는 곧 주먹을 꽉 움켜쥐고 서해금에게 연락하고 싶은 충동을 꾹 참으며 홍혜림의 연락처를 눌렀다. 홍혜림이 전화를 받자마자 오성빈이 물었다. “사모님, 어제 분명 진윤 학생 일은 잘 처리해 드리겠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왜 신고를 하신 거예요?”홍혜림이 놀란 말투로 말했다. “신고라뇨? 전 신고한 적 없어요.”“사모님이 신고하신 게 아니라고요?”의아한 듯 묻는 오성 빈에게 홍혜림이 대답했다. “전 신고한 적 없어요. 교수님께서 이미 윤이가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으셨다면서 조치를 취하시겠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래서 계속
장준의 아버지는 요직을 맡고 있었고 장씨 가문엔 그의 아버지를 제외하고도 수많은 정치인들이 있었다. 그랬기에 가족 중 단 한명이라도 꼬리를 밟힌다면 그의 가문은 수습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기도 했다. 장준이 저질렀던 인간 같지도 않은 일들이 하나하나 밝혀지기 시작했다. 폭행, 음주 운전, 도박, 성폭행...피해자들이 하나둘 인터넷에 장준의 진짜 모습을 폭로했다. 수많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누를 수 없었던 장씨 가문의 스캔들이 결국 전부 드러나고 말았다. 홍혜림 역시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곧 회사 계정으로 진윤은 그날 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발표와 함께 그와 관련된 증거들과 범죄경력증명서를 전부 공개 했다. [그러니까 진윤은 또 다른 도련님의 기사를 막기 위해 총알받이가 됐다는 거네?][어쩐지 뭔가 이상하더라니.][그렇게 심각한 교통사고에 진윤 한 사람만 공개 처형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역시 여론을 부추기는 사람이 있었다는 거네요.][발 빼려고 하지 마. 장준이 주범이었다고 하더라도 진윤이 그 경기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건 아니잖아. 끼리끼리는 과학이라고 했는데 그놈이 그놈 아니겠어? 서화 대학에서도 진윤의 재시험 부정행위를 인정 했잖아.][학교엔 이미 소문을 파다해요. 이번 일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도 언젠가는 비슷한 사고를 쳤을 거예요. 장준이나 진윤이나 크게 다를 거 없잖아요.][저기요. 두 사람을 싸잡아 욕 하지는 마요. 한 명은 범죄자고 다른 한 명은 그저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뿐이에요. 그게 어떻게 같아요? 얼른 진상 규명이나 하시죠. 피해자에게 피해 보상은 해야 하잖아요.]...휴대폰을 한 쪽으로 던져버린 서해금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준이었어? 어쩐지...”성월이 그녀에게 차를 건네며 나지막이 물었다. “대표님, 진윤 씨 일은 이미 어느 정도 해결이 된 것 같아요. 그럼 저희 계획은 어떻게 해요?”“아직 끝나지 않았어요.”서해금이 찻잔을 들어 올리며 덤덤하게 말했다. “홍혜림은 누구보다
장씨 가문 아들이라는 이유로 여론이 들끓는 것을 염려한 탓인지 기사는 간단한 몇 마디 말로 상황을 간결하게 보도했다. 하지만 한현진은 감추려고 할수록 일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 생각했다. 드디어 주강운이 손을 쓴 모양이었다.고개를 들어 강한서를 바라보는 한현진의 눈이 별처럼 반짝였다.“여보, 장준이 잡힌 것 같아.”강한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그래?”한현진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강한서에게 한성우가 보낸 기사를 보여주었다. “시간, 교통사고, 장 모 씨, 약물. 이 단어들만 봐도 누군지 뻔하잖아.”강한서가 놀랍다는 듯 말했다. “장 모 씨가 정말 장준이야? 어떻게 잡힌 거지? 누가 신고라도 한 건가.”“나쁜 짓을 그렇게 많이 했으니 벌을 받는 거지. 피해가 한두 명이면 집안 세력으로 어떻게든 막을 수 있겠지만 그 수많은 피해자를 전부 막을 수는 없잖아?”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기사에 다른 얘기는 없어?”“없어. 그냥 언급만 한 수준이야. 하지만 이 기사를 시작으로 진실을 밝혀 나가려는 사람은 분명 있을 거야. 그건 우리가 상관할 일이 아니지.”한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장준과 관련된 기사가 퍼져 나가기 시작하면 사모님께 이 기회를 빌려 진윤 씨에 관련한 입장 발표를 하시라고 말씀 드려.”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아침 연락드릴게.”강한서는 이상할 정도 순순히 대답했다. 예전이라면 어떻게 된 일이냐며 꼬치꼬치 캐 물었을 것이 분명했다. 지금처럼 쉽게 넘어갈 리가 없었다.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한현진의 시선에 강한서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가 다정한 목소리로 한현진에게 물었다.“왜?”하지만 한현진은 곧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산책 가자.”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옷 가지고 올게.”강한서의 뒷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던 한현진이 휴대폰을 들어 한성우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강한서가 좀 이상해요. 평소엔 꼬치꼬치 따지더니 오늘은 기사를 보여줘도 아무것도
멈칫한 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누가 어딜 들어갔다고?”강한서의 목소리에 수화기 너머의 사람은 순간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곧 어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한서야, 야근 안 했어? 오늘은 일찍 퇴근했네.”강한서는 화제를 돌리는 한성우의 말에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 다시 물었다. “방금 누가 어딜 들어갔다고?”“방금 내가 뭐라고 했어?”한성우가 모른 척 대답했다. “갑자기 네가 튀어나오는 탓에 다 잊어버렸잖아.”강한서가 말했다. “강운이가 장준을 처넣었다며.”한성우: ...후회 막심한 얼굴로 자신의 입을 툭 친 한성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어, 맞아. 바로 그거야. 나도 방금 어디서 그 소식을 듣고 형수님과 수다나 떨려고 전화한 거야. 너도 알잖아. 형수님과 내가 뒷담화 할 땐 죽이 척척 맞는 거.”“그래?”강한서가 담담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난 두 사람이 나한테 뭔가 숨기는 게 있는 줄 알았지.”“그럴 리가 있겠어?” 한성우가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가 널 속일 수는 있고? 두 사람 요즘 진윤 씨 일 때문에 걱정이 많잖아. 그래서 나도 신경 좀 썼지. 봐, 소식을 듣고는 바로 알려 주려고 전화했잖아.”“그래.”강한서의 대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한성우의 귓가로 곧 다시 강한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진이가 강운이한테 뭐라고 했는데?”한성우: ...한성우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뭐? 형수님이 강운이와 연락했어?”잠시 침묵하던 강한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한테 전해달라고 한 말이 뭐냐고.”의심이 아닌 확신에 찬 말투에 한성우는 머리가 찌릿, 할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조금만 참았다가 나중에 전화할 것이지, 난 왜 하필 지금 한 거야?’어차피 한강서가 전부 눈치 챈 마당에 더는 숨길 필요가 없어진 한성우는 결국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형수님이 너한테 숨겼다고 뭐라고 하지 마. 형수님이 강운이에게 연락한 게 아냐. 나한테 눈치를 주라고 부탁하셨어. 강운이네는 줄곧 장씨 가문과 사이가 안 좋았잖아
“실망이라니. 엄마는 단 한 번도 널 창피하게 여긴 적 없어. 넌 엄마가 배 아파 낳은 내 자식이야. 내가 널 몰라? 엄마는 그냥 네가 이번 일 때문에 힘들어 할까봐 그래. 엄마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즘 네가 말도 없고 조용하기만 해서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진윤의 등을 어루만지며 홍혜림이 나지막이 말했다. “이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야. 인생 살면서 이런 일 안 겪는 사람은 없어. 이겨내면 돼.”고개를 끄덕인 진윤이 홍혜림을 꽉 끌어안았다. ...아름드리.“그러니까 아주머니가 뒤에서 여론몰이에 동조했다는 거야?”한현진이 자몽을 까며 강한서에게 말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나서 알아봤더니 오성빈 교수라는 사람, 성 비서님의 먼 친척이시더라고. 그러니까 그분이 나서서 얘기만 해주면 잘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잠시 생각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그래서 일부러 홍혜림 씨가 신세를 질 수밖에 없게 만드시겠다? 홍혜림 씨를 다시 뺏어가려는 거야?”“그럴 수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아.”한현진이 눈을 반짝이며 강한서 곁으로 다가갔다. 꿍꿍이 가득한 얼굴로 한현진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는 그걸 지켜보면 되겠네. 본인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 다음대체 뭘 하려는 생각인지 지켜보자고.”강한서가 어쩐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그 표정에 어리둥절해진 한현진이 물었다. “왜 그렇게 웃어? 뭐야, 그 음흉한 웃음은.”강한서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근묵자흑이라는 단어가 너무 맞는 말인 것 같아서.”한현진: ?“설명 똑바로 해. 누가 그 묵인데?”강한서는 씩 웃으며 한현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한현진이 깐 자몽을 가져가 한 입 베어 문 강한서의 표정이 곧 강한 신맛에 잔뜩 일그러졌다. 자몽을 겨우 삼킨 강한서가 인상을 찌푸린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넌 이걸 대체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먹을 수 있는 거야.”한현진이 눈을 깜빡였다.
[그래도 학교 측에서 끝까지 부정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재수강하라고 하면 어떡해요?]강한서가 웃으며 말했다. [넌 언제든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 내가 대신 신고해줘?]진윤은 그제야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번뜩 정신이 들었다. 인터넷에 도배된 악플로 잔뜩 지친 진윤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일에만 몰두해 있었다. 그는 심지어 학교 측에 새로운 시험 문제를 내도록 제안한 후 라이브 방송을 통해 부정행위가 없었음을 증명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한서의 한마디는 진윤의 모든 고민을 한 방에 해결했다. 스스로의 결백을 증명하는 건 결국 그 사람들이 파놓은 함정에 뛰어 드는 것 과 다를 바가 없었다. 사람들은 애초부터 그가 부정행위를 했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니 진윤이 라이브 방송으로 결백을 증명한다고 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또 미리 답을 알고 있으면서 카메라 앞에서 쇼를 하는 것이라며 의심하게 뻔했다. 부정행위의 증명해야 할 사람은 진윤이 아니라 그를 의심한 사람들이었다. 진윤이 순간 눈을 반짝였다. [얼른 엄마를 말려야겠어요. 교수님에게 부탁할 필요가 없잖아요. 전 당당하니까 얼마든지 조사하라고 해요.][잠깐만.]강한서가 진윤을 불렀다. [잠깐만 기다려 봐.][왜요?]입술을 깨물던 강한서가 중얼거렸다. [고작 학생인 네가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여론이 이 정도로 들끓는게 처음부터 이상했어. 이제야 의문이 조금 풀리는 것 같네.][그게 뭔데요. 얼른 얘기 해줘요.]성격 급한 진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강한서 때문에 괜히 마음만 조급해졌다. 강한서가 말했다. [넌 지금 아무것도 하지 마. 어머님께도 오 교수님이라는 분 만나보라고 해. 뭐라고 하는지 얘기나 들어 보고 다시 대책을 세워야해.]진윤이 조금 전처럼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형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 인간들의 계략을 역이용하시려는 거예요?]강한서가 쯧, 혀를 차며 말했다. [매형이라고 불러]진윤: ...홍혜림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