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저희 둘만의 안부 인사이자 칭찬 개념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뽀뽀란 하루 최대 치 백 번.물론 그 백 번이라는 숫자가 진정으로 잘 지켜졌는가에 대해서는 저도 모르고 율혜도 모른다는 입장이다.저 먼저 입술 쭉 내밀고 말캉한 촉감의 젤리 좀 훔쳐내자면 저 역시 반격할 거라며 제 무릎 위로 올라타기 일쑤였던 율혜였다니까.사실상 매일이 끝도 없는 도발이었다.근데 꼭 이렇게 그 백 번이라는 숫자를 기준으로 이백 번을 입에 담겠다는 율혜라면 저 역시 맞장구 좀 쳐봐야겠다는 거지.“좋지~ 내 생일에는 뽀뽀 이백 번. 율혜가 말해준 거니까 함부로 까먹기도 힘들겠어.”“응. 근데 휘안이 생일뿐만이 아니라 리짱 생일에도 뽀뽀 이백 번을 주고받아야 해. 그래야 우리 둘 다 공평한 생일인 거니까.”“헤헤. 그럼 내 생일도 내 생일이지만 율혜 생일도 내 생일일 거 같은데. 아, 벌써부터 너무 기대된다. 내년 2월, 3월 어떡하면 좋아.”“치잇~ 리짱은 다이어리에도 써놓을 거야. 앞으로 있을 아기 토끼 탄생일에는 뽀뽀 백 번이 아니라 이백 번도 가능한 거라고 말이야.”아하, 뽀뽀 이백 번의 기준은 아무렇게나 나온 게 아니라 아기 토끼의 탄생일이라는 특수한 이유에서 탄생한 거다?그럼 또 이 몸은 참을 수가 없다는 건데.“율혜야. 그럼 오늘도 아기 토끼 탄생일인 거 아니야? 이 친구들은 전부 다 오늘 태어났잖아. 딱 봐도 생일이 확실한데 그냥 넘어가겠다고?”“어, 그러게. 그렇다면 오늘 역시 뽀뽀 이백 번이 가능하다는 건데... 내년 말고 오늘부터 그 기준을 적용해도 괜찮을까? 괜히 막 리짱 멋대로 기준을 바꾸고 싶지는 않다는 거거든.”미심쩍은 티가 물씬 풍기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정하고도 화끈한 방법으로 답변을 더하기.휘안은 11월의 아기 토끼 옆에 12월의 아기 토끼를 내려놓으며 초코 펜으로 정점을 더한 제 작품의 모든 끝을 알렸다.“당연히 되지. 그 기준의 실효성이란 율혜가 정하기 나름인 거야. 게다가 나랑 우리 율혜가 달콤한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12월의
“하하. 우리 소안이가 바른 말만 하네. 이렇게 제 동생을 끔찍하게 여겨주니 말이야. 바라만 봐도 아주 흐뭇해. 자식 농사 참 잘 지었어.”“당연하지~ 그럼 아빠. 휘안이는 엄카 찬스 썼으니까 난 아카 찬스 쓰면 안 돼? 겨울이라 목이 좀 휑하더라고. 뭘 좀 둘러야 이번 겨울도 잘 이겨낼 거 아니야. 머플러 하나만, 응?”“그래, 그래. 우리 딸 감기 걸리면 안 되지. 어떻게 말 나온 김에 당장 백화점이나 갈까?”“너무 좋지! 우리 편집 숍도 들르고 외식도 하고 오자. 주말에 돈을 써줘야 나라 경제가 돌아간다며. 이거 다 아빠한테 배운 거다? 막 돈 헤프게 쓰는 거 같다고 뭐라 하면 안 돼~”과연 가족의 화목을 도모하는 데 있어서는 여러 방면으로 죽이 척척 맞는다는 차씨 남매.오늘도 평생을 길러온 효도 스킬 어디 가지 않는다고 부모님의 지갑 사정부터 나라의 경제 사정까지 걱정해주는 효녀 효자가 따로 없었다.***오늘은 우리 율혜와 단 둘뿐인 베이킹 시간.목선을 시작으로 웨이브 진 머릿결.찰랑거리는 반 묶음에 목덜미가 드러날 때면 괜스레 저 혼자 붉어져 고개를 내리깔게 된다.아침부터 머리 세팅을 끝마치고 부지런히도 오븐 앞에 서서 쿠키 반죽을 들여다봤을 율혜.덕분에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올해 막바지였다.“휘안아. 여기 10월에게도 리본을 그려줄래?”“응~ 우리 율혜가 손꼽아 기다려온 순간인데 겨우 리본 하나 더 못 그려줄까. 이걸로 우리 아기 토끼가 열 마리나 탄생한 거잖아. 그치?”“맞아. 앞으로 두 마리만 더 만들면 진정한 완성이라는 거야. 올해를 마무리할 열두 마리의 아기 토끼라니. 정말이지 너무 훌륭해!”이제 막 10월의 아기 토끼 생산이 끝났으니 11월과 12월의 아기 토끼를 생산할 차례.알록달록 초콜릿 펜을 들고는 하도 들숨 날숨을 숨기지 못하는 율혜였으니 이 얼마나 진심이라는지 가늠도 안 되는 작업이었다.“헤헤. 오늘 우리 둘 다 아기 토끼 꿈 제대로 꾸겠다. 율혜 꿈속에서 딱 한 마리만 만날 수 있다면 몇 월의 아기
제 아기 토끼를 보호하는 하나뿐인 본부의 입장이라면 그 취향도 쏙쏙 들어 내놓는 편.율혜는 휘안의 질문이 들어오기 무섭게 망설임 하나 없이 그 정답을 외치는 동시에 저만이 알고 있는 부가 설명도 이어갔다.“물론 휘안이는 떡을 즐겨 먹지 않아서 그 모습은 보기 드물다는 거야. 음~ 시험 기간에 떡 하나 쥐어주면 겨우 볼 수 있는 쪽이니까.”“부끄러워... 율혜는 나를 막 하나하나 다 뜯어봤나봐. 난 단지 율혜한테 딸기 찹쌀떡 하나를 받아서는 맛있게 먹었던 기억뿐인데. 그게 전부 다 우리 율혜의 계략이었다고?”“어쩔 수 없지. 그냥 막 관심이 가는 걸 어떡해. 휘안이는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야. 그래야만 여러모로 더 큰 성장이 가능한걸.”보통 본인의 호불호를 나열할 시점이 되면 많은 이들이 멈칫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하지만 우리 율혜만은 예외라는 거지.저만의 아카이브에 차곡차곡 모아온 관심.그래서 무방비 상태에서 마주하자면 더한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천사 표와 같은 진심.율혜는 호불호고 관심이고 그 기준이 아주 명확해서는 제 사람들을 칼같이 챙긴다.그래서 그 주변 사람들은 율혜에게 저는 몇 등일지 시시각각 촉각을 곤두세운다는 거고.***방학을 맞이하고서야 다시금 주말다운 주말.연기 학원은 물론이고 다른 학원들 역시 평일 쪽으로 몰아서 다닐 수가 있다니 이제야 살맛을 되찾은 휘안이었다.사실 진짜 살맛을 되찾게 된 데에는 어제 하루에서 기인된 도파민이 오늘까지도 쭉 이어지게 된 배경도 상당했지만 말이다.“자, 후식으로 떡들 좀 드세요~”“뭐야? 이게 웬 떡이래.”“헤헤. 율혜가 나만 사줬어. 다른 애들은 내가 사주는 조건으로. 어제 내가 한 소비 중 제일 합리적이었지. 엄카 님께 다시 한 번 영광을 돌립니다. 향후 오 년 안에 배로 갚겠나이다.”율혜가 골라준 딸기 찹쌀떡과 핑크빛 꿀떡.제 담백한 취향은 고사하고 지극히 달달한 맛만을 좇는 율혜 취향으로 선정된 떡들이지만 그래서 더 먹을 맛이 난다는 거다.“그래? 율혜가 휘안이만
밥 한 끼 함께하는 김에 얕은 탐색전도 펼쳐봤고, 게임 센터에 들어선 김에 합법적인 체급 확인의 시간도 가져봤고.오늘은 사자대면의 첫날이니만큼 길거리 아이 쇼핑을 끝으로 자리를 정리하기로 했다.아무래도 이 네 명의 조합으로 카페까지 가서 달콤한 대화를 나누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웠다니까.따라서 리짱은 오늘의 사자대면을 장식하는 마지막 코스로 떡집 방문을 주장했다는 거지.원래 한국에서는 각자 의미가 있는 날에 주변에 떡을 돌리는 문화도 있다니 뜻이야 끼워 맞추면 그만이었으니 말이다.“래운아. 너 호박설기 먹어봤어?”“호박? 호박을 썰어서 먹어봤냐고?”“아니~ 내가 말한 건 호박설기. 호박설기는 호박 맛이 나는 백설기야. 래운이 너 백설기 좋아하잖아. 그래서 호박이 들어간 백설기도 좋아하냐고 물어본 건데. 아니면 말고.”“음... 안 먹어본 거 같아. 근데 좋아할 거 같은데? 체리 추천이니까 한 번 시도해볼게.”호박설기의 호박이 샛노란 늙은 호박인지, 연두색의 애호박인지 도통 알 수가 없어도 두 선택지 모두 좋다는 판단 하에 긍정적인 대답.모르는데 알은체하는 습관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오늘만큼은 예외로 둔 래운이었다.그도 그럴 것이 율혜 옆자리를 적극적으로 사수하며 율혜가 뭔 말만 했다 하면 그 말이 정답이라는 둥 설레발을 치는 휘안을 봐라.그러니 저도 저 화려한 반응에 밀리고 싶지 않아 맥락 상 대략적인 뜻을 이해했다면 굳이 주변 이들에게 되묻지 않고 핸드폰 자판 쪽을 눌러보는 나머지 공부를 자처하기로 한 거지.“좋았어. 그렇다면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아주 훌륭해. 떡집에 들러서는 각자가 원하는 떡을 사고 쿨하게 헤어지자는 계획이니까.”“응~ 누가 세운 계획인지 흠 잡을 데 없어. 그래서 우리 율혜는 뭐가 먹고 싶다는 거야?”“경단! 오늘은 앙꼬가 든 경단을 먹을 거야.”“그래. 경단 앙꼬야 무르고 달달하니까 율혜 입맛에 꼭 맞겠다. 가서 경단부터 쓸어 담자.”분명 엊그제까지만 해도 꿀떡을 입에 달고 사는 중이라 들었는데 그
누가 저희 넷의 공통점을 찾아달라고 했나.이건 누가 봐도 제 뜻을 바로 읽었지만 제 말의 의도를 무시하겠다는 거절과도 같았다.그럼 뭐 저도 독자 노선 타면 그만인 거지.녀석을 공격해서 우위를 잡는 쪽으로 말이다.“우리 넷 다 오른손잡이라고? 그건 모르지. 우리 중에 스파이 하나가 있을지. 오른손잡이가 아니라 양손잡이가 섞여있을 수도 있잖아.”“에이~ 설마 양손잡이인데 오른손잡이라고 속였을까. 그런 가정은 너무 유치하잖아.”“……!”“아... 너 살짝 유치했구나?”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바로 들어온 반격.래운은 한껏 놀란 표정으로 제가 들은 말이 정녕 저를 겨냥한 말인지를 되묻기 시작했다.“너, 지금 나보고 유치하다 한 거야? 나 누군지 몰라? 나 라디안 래운인데?”“알지~ 이 시대 최고의 남자 아이돌. 그래서 그런지 생각하는 게 참 남달라. 본인이 라디운 래운이라는 사실이 어디서든 통할 거 같나봐. 나도 왠지 그 매력에 빠져서는 럭키원이 다 될 거 같은데? 너 정말 대단하다, 래운아.”무릇 이 시대 최고로 귀여운 아기 토끼란 제 하나뿐인 주인의 애정에 힘입어 나날이 배포가 커져만 가는 중.그러니 휘안은 애교살까지 부풀려가며 방긋 웃는 얼굴로 제 앞의 래운을 칭찬했던 거다.좀 전까지 입을 꾹 다물고 간 좀 봤던 건 저희 둘 다 비슷한 의도였다니 말이다.“그럼. 래운이 얘 엄청 다재다능해. 형 말로는 뭐든 배우는 게 빠르다고 하더라고. 그니까 이 나이에 벌써 사회생활 중인 거 아니겠어. 아마 웬만한 애들은 위로 형 다섯이나 두고 하루도 못 버틸 거야. 안 그래, 율혜야?”“맞아. 래운이는 사랑둥이 막내야. 래운이도 형들을 엄청 좋아하고 형들도 래운이를 엄청 아낀다고 했어. 물론 심부름은 못 피한다지만. 심부름이란 막내의 숙명이라는 거거든.”휘안이 틀어준 물꼬에 저를 향한 칭찬이 하나 둘 쌓이기 시작하자 점차 경계가 낮아진 눈빛으로서 수긍하는 표정의 래운.과연 처음 보는 이에게 통성명부터 시도한 전적이 있는 주인공답게 브레이크보다는
“아무튼 래운아. 괜히 어렵게 생각하지는 마. 율혜가 휘안이를 많이도 아껴. 그건 휘안이도 마찬가지지. 래운이 너도 보자마자 알 수 있을 거야. 그래서 그 둘이 만나는 거구나 하고.”“몰라. 그 둘이 가깝게 지낸다는 사실부터 마음에 안 들어. 차휘안 걔가 그렇게까지 아기 토끼 상 그 자체라고? 글쎄, 그건 모르는 거지. 내가 본 사진이 다 보정했던 걸 수도 있잖아.”휘안과의 사자대면 약속을 잡기 한참 전부터 휘안의 눈코입이 나온 사진 한 장이라도 보여 달라고 온갖 떼를 다 쓰던 녀석.의외로 래운의 주장은 근거가 타당했다.상대방은 저를 실제로 보기도 전 사진이며 영상이며 모든 정보를 접했을 텐데 저는 그 생김새 하나 모른다는 게 불합리하다는 쪽.그렇게 율혜는 휘안에게도 동의를 구한 뒤, 제 선에서 휘안의 얼굴을 공개하게 되었다니까.“글쎄. 아무 것도 안 믿는다는 애치고는 엄청 관심 있게 구경했다던데. 율혜는 그 모습이 인상 깊었나봐. 그렇게까지 조용할 줄 몰랐대.”“뭘 엄청 관심 있게 구경해. 상황 상 저장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었던 거지. 체리가 자기 핸드폰으로만 보여줬다니까. 차휘안 초상권 엄청 소중하다고 전송 같은 거 안 된댔어.”제 핸드폰에 휘안의 사진을 저장할 수는 없었지만 제 머릿속에는 저장했다는 래운.다만 아직은 실물을 접하기 전이라니 녀석이 웬만큼 생겼다는 건 진실로라도 입에 발린 소리로라도 내뱉지 않겠다는 입장인 거다.“응. 율혜가 잘 행동한 거 같아. 솔직히 너도 다행이지. 네가 휘안이 사진 갖고 있으면 뭐해. 아마 수시로 확인하다 밤만 지새웠을 텐데.”“아, 몰라~ 그래서 차휘안 걔는 알기는 알까? 내가 걔 때문에 이렇게 심란하다는 거 말이야.”어떻게 제 마음 한 번 바로 읽어줬다고 바닥에 드러눕는 동시에 이리저리 앓는 소리.그러다 뒹굴뒹굴 굴러 침대 프레임 가까이로 다가가는데 그건 또 못 참겠지 싶어 한 소리 크게 나간 방주인이었다.“야! 너 또 침대로 올라가기만 해. 난 외출복 입고 침대 위로 안 올라간다고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