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죽음 끝에 15년 전으로 돌아온 천재 작곡가 강도준. 모든 히트곡의 미래를 기억한 그는 익명의 프로듀서로 음원 차트를 뒤흔든다. 그 과정에서 버려질 위기의 연습생 윤시아를 만나고, 복수만 바라보던 그의 삶에도 처음으로 지키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
Ver más다음 날 오전, 홍대 제니스톤 뮤직 대표실. 테이블 위에는 국내 최정상급 톱가수들과 대형 기획사 대표들이 보낸 명함과 계약 제안서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데뷔 15년 차 국민 발라더, 연간 음원 1위 출신 보컬리스트, 힙합 레이블 수장까지 마에스트로의 신곡 한 곡을 받기 위해 수억 원대 계약금을 제시했다.작업실 복도에는 매니저들이 보낸 고급 선물 상자가 줄을 이었다.“도준 군, 백지수표만 일곱 장이야. 액수부터 쓰라는 사람도 있고, 지분을 주겠다는 회사도 있어.”민성훈이 서류를 흔들었다. 도준은 계약서 몇 장을 훑다가 한쪽으로 밀어냈다.“이미 유명한 가수에게 곡을 주면 결과가 곡 덕인지 팬덤 덕인지 흐려집니다. 이번에는 억울하게 밀려난 팀을 세웁니다. 태율엔터가 돈으로 만든 데뷔조와 같은 날 붙이죠.”“또 전쟁이군.”“검증입니다.”“자네한테는 그게 그거야.”민성훈이 한숨처럼 웃었다. 그때 소파에서 프로필 파일을 정리하던 시아가 낡은 종이 한 장을 집어 들었다.“이 팀 알아요.”4인조 남성 밴드 ‘블루 스카이(Blue Sky)’. 과거 대형 기획사의 음원 사재기 누명을 쓰고 활동 중단을 당한 뒤 해체 직전까지 몰린 팀이었다. 보컬 한동우는 생활고로 배달 일을 하며 군 입대를 준비하고 있었다.“예전에 대학축제 직캠 본 적 있어요. 이 사람 라이브가 진짜 좋아요. 고음보다 중간 음역에서 목이 갈리는 게 좋았는데.”도준이 시아를 봤다.“어떤 곡이 어울릴 것 같아?”갑작스러운 질문에 시아가 프로필에서 눈을 들었다.“저한테 물어요?”
늦은 밤, 마포 한강변에 새로 마련한 제니스톤 작업실. 도준은 창가에 기대어 탄산수를 마시며 서울 야경을 내려다봤다. 책상 위에는 태율그룹 비서실에서 날아온 태율엔터 총괄 부사장 영입 제안서가 놓여 있었다.연봉과 스톡옵션은 화려했다. 대신 저작권 귀속 조항은 맨 뒤 작은 글씨로 숨어 있었다. 도준은 펜으로 그 문장에 줄을 그었다.지난 생에서 수십 번 봤던 방식이었다. 돈을 주는 척하면서 사람부터 소유하는 계약. 지이잉—.스마트폰 화면에 본가 안주인 서미선의 번호가 떴다.[“강도준. 너 지금 어디야? 당장 본가로 들어와. 회장님이 널 찾으신다.”]“알겠습니다. 지금 가죠.”통화를 끊은 도준이 재킷을 집어 들었다. 그때 작업실 문이 열렸다. 시아가 목도리를 두른 채 얼굴만 내밀었다.“어디 가요?”“본가.”시아의 표정이 금세 굳었다.“지금요?”“응.”“혼자?”도준이 웃지도 않은 채 그녀를 봤다.“내 집인데.”“그 사람들이 있는 데가 도준 씨 집이에요?”말이 먼저 나간 뒤 시아가 입술을 다물었다. 도준의 눈빛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시아는 괜히 목도리 끝을 만졌다.“미안해요. 제가 괜한 말 했죠.”“아니.”도준은 제안서를 안주머니에 넣었다.“맞는 말이야.”시아는 그가 현관 쪽으로 가는 걸 보다가 말했다.“연습실 불 켜둘게요.”도준이 멈췄다.
새벽 1시,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의 실시간 종합 차트가 갱신되었다. 제니스톤 대표실에서 민성훈이 새로고침 버튼을 두 번 눌렀다. 숫자는 달라지지 않았다. 녹음 부스에 있던 루미나 멤버들과 야간 스태프들이 문틈으로 화면을 확인했고, 누군가는 휴대전화로 순위를 찍다가 손을 떨어뜨릴 뻔했다.[실시간 음원 종합 차트 TOP 5]1위: 루미나 - 《Electric Queen》 (Prod. by MAESTRO)2위: 윤시아 - 《새벽 세 시의 멜로디》 (Prod. by MAESTRO)3위: 밴드 노바 - 《심야비행》 (Prod. by MAESTRO)4위: 한시우 - 《가을의 잔상》 (Prod. by MAESTRO)5위: 제이킬 앤 빈 - 《Street Ghost》 (Prod. by MAESTRO)지난 6주 동안 제니스톤은 밴드 노바의 모던 록, 한시우의 발라드, 제이킬 앤 빈의 힙합 싱글까지 차례로 내놓았다. 세 곡은 한꺼번에 밀어 올린 노래가 아니었다. 《심야비행》은 대학가 라디오 신청곡에서, 《가을의 잔상》은 미니홈피 BGM에서, 《Street Ghost》는 클럽과 힙합 커뮤니티에서 먼저 반응했다.서로 다른 청취층이 같은 밤 차트 상단에서 만났다. 아이돌 댄스부터 네오 소울, 록, 발라드, 힙합까지. 1위부터 5위의 크레딧에는 같은 이름이 적혀 있었다.[Produced by MAESTRO]“이게 말이 돼? 한 사람이 전 장르를 혼자 다 써서 차트를 줄 세운다고?” “마에스트로 대체 누구야? 곡마다 장르가 다른데 크레딧은 전부 같은 사람이라고?”음원 사이트에는 접속 지연이 발생했고, 지상파 9시 뉴스도 ‘가요계를 뒤흔든 익명 프로듀서’라는 제목으로 이 현상을 다뤘다. 국내 굴지 연예 기획사들의 수장들이 마에스트로의 곡을 받기 위해 제니스톤으로 계약서를 보내기 시작했다. 대표실 전화와 팩스는 새벽까지 한 번도 쉬지 않았다.민성훈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웃었다.“도준 군, 자네 이름만 밝히면 오늘 밤부터 인터뷰가 백 개는 잡히겠어.”“아직
“정확하면 안 귀찮아.”“틀리면요?”“왜 틀렸는지 말해주겠지.”시아가 피식 웃었다.“진짜 재미없는 대답.”“듣고 싶은 대답 있었어?”이번에는 시아가 잠깐 말을 잃었다. 도준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저런 질문은 가끔 너무 갑작스러웠다. 사람 마음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 굴다가, 한 번씩 정곡을 찌르고 지나갔다.“아뇨. 없었어요.”시아가 괜히 악보 모서리를 맞췄다. 도준은 그녀의 대답을 굳이 캐묻지 않았다. 대신 콘솔 아래 놓인 종이컵 하나를 밀어줬다.“미지근한 물이야.”“제 건 줄 어떻게 알았어요?”“넌 녹음 들어가면 커피 안 마시잖아.”시아의 손이 종이컵 위에서 멈췄다. 연습 스케줄, 목 상태, 마시는 물의 온도. 도준에게는 그냥 작업 데이터일지도 몰랐다. 그런데 시아에게는 이상하게 그런 것들이 오래 남았다.“도준 씨는 다른 가수들 것도 다 그렇게 외워요?”도준이 이번에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필요한 건.”짧은 대답이었다. 시아는 더 묻지 않았다. 그래도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2011년 7월 1일 정오. 루미나의 데뷔 디지털 싱글 《Electric Queen》이 전 음원 사이트에 공개되었다. 그날은 공교롭게도 태율엔터테인먼트가 100억 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어 야심 차게 론칭한 6인조 간판 걸그룹 ‘스칼렛’의 컴백일이었다.태율엔터는 지상파 방송 3사 메인 배너와 포털 첫 화면을 억대 광고비로 도배하며 물량 공세를 퍼부었다. 강태진은 강남 유명 클럽을 대관해 초호화 쇼케이스를 열며 기자들 앞에서 거만하게 인터뷰를 진행했다.“이번 스칼렛의 신곡은 태율엔터가 글로벌 팝 시장을 겨냥해 만든 완벽한 걸작입니다. 1위는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죠. 근본 없는 인디 레이블의 장난질은 이제 끝났습니다.”하지만 쇼케이스가 채 끝나기도 전, 예상과 다른 숫자가 뜨기 시작했다. 발매 1시간 만에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의 실시간 차트 45위. 3시간 뒤 17위. 오후 5시에는 4위.대형 팬카페와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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