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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방문

Penulis: 청연
최문석의 사무실에서 나온 허윤아는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손으로 지그시 눌렀다.

TR이 진려준을 인터뷰하는 건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일이었다.

다만 그동안 진려준 쪽에서 줄곧 거절해 와서 기회가 없었을 뿐이었다.

원래라면 기뻐해야 마땅한 일이었지만, 지금 그녀는 도저히 기뻐할 수가 없었다.

취재팀으로 돌아온 허윤아는 책상 앞으로 다가가 상판을 가볍게 두드렸고 사람들이 하나둘 쳐다보자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주간지 인터뷰이는 심 대표님으로 교체해. 그리고 준비들 하고 있어. 다음 주 수요일에 진성그룹 진 대표님 단독 인터뷰 진행할 거야.”

허윤아의 말에 모두가 졸였던 가슴을 쓸어내렸다.

문제가 해결되자 인턴 기자 몇 명이 소곤거리며 가십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진성 그룹 진 대표면, 그 진려준 말하는 거지?”

“그 사람 말고 또 누가 있겠어.”

“그 사람 살아있는 저승사자라던데.”

“저승사자인지는 몰라도 TV에서 보니까 진짜 잘생겼더라.”

“너네 이 소문 들었어? 그 진 대표님 완전 순정파래. 대학교 1학년 때 사귄 여자 친구랑 지금까지 만나고 있다더라.”

인턴 기자들의 수다가 점점 무르익었지만 허윤아는 더 듣지 않고 몸을 돌려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왔다.

핸드백을 내려놓은 허윤아는 커피 머신 앞으로 가서 커피를 한 잔 내렸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방금 전 인턴 기자들이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확실히 진려준은 대학교 1학년 때 여자 친구를 사귄 적이 있었고 사이도 좋았지만, 졸업할 무렵 두 사람은 헤어졌다.

이별의 이유는 불분명했다.

여자가 자신의 야망을 위해 떠났다는 설이 유력했다.

두 사람이 헤어진 후 진려준은 다시는 여자를 사귀지 않았고 그 후엔 그녀와 정략결혼을 했다.

정략결혼을 떠올리자 허윤아는 다시 이혼 생각이 났다.

‘합의서에 사인은 했으려나.’

이치대로라면 그는 시간을 끌 사람이 아니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허윤아는 휴대폰을 꺼내 어젯밤 연락했던 사람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

[진려준한테 연락했어?]

저쪽에서 30초쯤 뒤에 답장이 왔다.

[연락했지. 진려준이 나 칭찬까지 하던데.]

[?]

한세연:[애프터서비스가 확실하다나. 결혼부터 이혼까지 다 책임져 준다고.]

애초에 두 사람이 결혼할 때 혼전 계약서를 작성해 준 게 바로 한세연이었다.

한세연은 허윤아의 절친이자 이혼 전문 변호사였다.

정작 본인은 미혼이면서 매일 이혼 사건만 주구장창 맡고 있었다.

본인 말마따나 결혼을 안 해봐도 이미 결혼 공포증이 생길 지경이라고 했다.

일주일이란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어느새 다음 주 수요일이 되었다.

이른 아침, 허윤아는 준비한 인터뷰 원고를 들고 촬영 스튜디오로 들어섰는데 문을 열자마자 직원 두 명이 초조한 기색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본 허윤아는 그들이 입을 열기도 전에 먼저 물었다.

“무슨 일이야?”

그중 한 직원이 울상을 지으며 다급하게 말했다.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진 대표님이 아직 안 오셨어요.”

허윤아는 그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손목시계를 내려다봤는데 아직 10분이 남아 있었다.

“진 대표님 비서랑은 연락해 봤어?”

직원이 대답했다.

“했는데 전화를 안 받아요.”

허윤아는 눈을 들어 말했다.

“내가 처리할 테니 너희는 가서 준비해.”

직원들은 무거운 짐을 덜어낸 듯 안도했다.

“감사합니다, 팀장님.”

허윤아는 알겠다고 대답하며 몸을 돌렸다. 그녀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진려준의 개인 번호로 전화를 걸려는 찰나, 문밖에서 찬 기운을 잔뜩 머금고 들어오는 진려준과 딱 마주쳤다.

밖에서의 진려준은 집에서와 달랐는데 말끔한 정장 차림에 냉막한 표정, 손목에는 자단나무 염주를 차고 있어 온몸에서 고고하고 다가가기 힘든 기운이 풍겼다.

시선이 마주쳤지만 두 사람 모두 불필요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진려준은 허윤아를 한 번 쳐다보았으나 지극히 냉담했고 발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

뒤따라오던 비서가 허윤아 앞을 지나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사모님.”

비서가 부른 호칭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허윤아는 순간 몸을 멈칫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인터뷰가 시작되었고 TR 주간지의 간판 기자인 허윤아가 당연히 진행을 맡았다.

의례적인 질문을 몇 차례 주고받은 뒤 민감한 주제로 넘어갔다.

허윤아는 상투적인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진 대표님은 서림의 젊은 거부로 지금까지 스캔들이 전혀 없으셨는데, 혹시 이상형에 대한 조건이 있으신가요?”

진려준은 긴 손가락으로 염주 알을 돌리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없습니다.”

허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고 사회생활에 능숙한 태도로 맞장구쳤다.

“원래 눈 높은 분들이 조건 없다고들 하시더라고요.”

그러자 진려준은 서늘한 눈빛으로 대꾸했다.

“사실을 말한 겁니다.”

진려준의 말에 허윤아의 몸이 굳었고 티 나지 않게 시선을 피하며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진 대표님은 현재 여자 친구가 있으신가요?”

진려준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이혼 협의 중입니다.”

진려준의 말이 떨어지자 촬영 스튜디오는 발칵 뒤집혔다.

“이혼?”

“진 대표가 언제 결혼했어?”

“금시초문인데!”

“와 대박, 미쳤다. 이거 특종 감이야. 재계 거물의 비밀 결혼에 이혼이라니, 우리 잡지 이번에 완판되겠어.”

촬영 스튜디오가 왁자지껄한 가운데 PD가 인이어로 허윤아에게 말했다.

“팀장님, 이거 대박이에요. 계속 캐물어요. 결혼 시기랑 이혼 시기, 사유까지 싹 다 물어봐요.”

허윤아는 진려준을 쳐다보며 질문지 위의 손가락을 꽉 쥐었다. 그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잠시 후 그녀는 침착하게 물었다.

“진 대표님이 기혼이라는 소식은 전혀 들은 적이 없는데요, 실례지만 언제 결혼하셨나요?”

진려준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답했다.

“작년 늦가을에요.”

허윤아는 담담하게 웃으며 받아쳤다.

“진 대표님, 보안 유지가 정말 철저하셨네요.”

진려준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무표정으로 말했다.

“상대방이 공개를 원치 않았습니다.”

그러고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마 제가 남들에게 내세우기 부끄러웠나 보죠.”

진려준의 말에 대꾸할 수 없었던 허윤아는 그저 방긋 웃으며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진 대표님, 실례가 안 된다면 이혼 사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그 말을 들은 진려준은 염주를 굴리던 손을 멈추고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둘만 들릴 목소리로 되물었다.

“내 이혼 사유, 당신이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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