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상 계약, 실물은 불장난

서류상 계약, 실물은 불장난

Oleh:  청연Baru saja diperbarui
Bahas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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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아와 진려준이 이혼했을 무렵, 누군가 진려준에게 물었다. “정말 이렇게 끝낼 거야? 후회 안 해?” 블랙 셔츠에 슬랙스 차림의 진려준은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나른하고 산만한 어조로 대꾸했다. “애초에 집안끼리 맺어진 정략결혼이었어. 후회하고 말고 할 것도 없지.” 하지만 얼마 뒤 열린 연회에서 누군가 목격했다. 진려준이 술기운을 빌려 허윤아를 호텔 발코니 벽으로 밀어붙인 채 갈구하듯 입을 맞추는 광경을. 그의 커다란 손이 허윤아의 가느다란 허리선을 타고 내려가 그녀의 긴 다리를 제 허리에 감게 유도하며 낮게 속삭였다. “윤아야, 우리 재결합하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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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 1

제1화 이혼

“왜 이렇게 집중을 못 해?”

달빛이 사람을 홀릴 듯 고혹적이었다.

물안개가 자욱한 욕실 안, 사람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허윤아는 등 뒤의 남자에게 떠밀려 차가운 타일 벽에 짓눌리다시피 했고 양손목은 붙잡힌 채 머리 위로 높이 들려 제압당했다.

남자의 다른 손이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거칠게 쥐어잡는 바람에 허리 우묵한 곳에는 붉은 손자국이 역력했다.

남자는 그녀의 귓가에 낮은 웃음소리를 흘리고는 이내 뜨거운 숨결로 귓불을 감싸 안았다.

잘근잘근 깨물고 짓이기는 감각에 뜨거운 열기가 몸 안에서 파도처럼 일렁였다.

허윤아는 전율하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족히 한 시간은 지나서야 허윤아는 뒤에 있는 남자의 품으로 허물어지듯 쓰러졌다.

진려준은 뒤에서 그녀를 안은 채 낮게 웃음을 흘리더니 한참 후에야 몸을 숙여 그녀를 가로로 안아 들고 욕실을 나섰다.

침대에 눕혀졌을 때 허윤아는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진려준이 가운을 걸치고 나가려는 기색을 보이자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몸을 일으켰다.

“려준 씨.”

진려준은 발걸음을 멈추고 눈썹을 치켜올렸다.

“어?”

“우리 얘기 좀 해.”

두 사람은 결혼한 지 반년이 넘었지만, 부부 생활은 마치 사업 파트너와 다를 바 없었다.

해야 할 일은 다 했으나 정신적인 교감은 눈곱만큼도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격렬한 시간을 보냈어도 끝나는 시간이 언제든 두 사람은 반드시 떨어져서 잤다.

하긴 생각해보면 본래 정략결혼이었으니 어떤 면에서는 철저한 협력 관계인 게 맞았다.

허윤아의 부름에 진려준은 발길을 돌려 침대 대신 맞은편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진려준은 긴 다리를 꼬고 나른하게 몸을 뒤로 기댄 채 길고 예쁜 손가락으로 소파 팔걸이를 톡톡 두드렸다. 풍류가 느껴지되 천박하지 않은 자태였다.

“무슨 일이지?”

허윤아는 그를 바라보았다. 욕정은 물러가고 이성만 남은 눈빛이었다.

“이혼하고 싶어.”

팔걸이를 두드리던 진려준의 손가락이 뚝 멈추더니 눈매가 가늘어지고 미소가 걷혔다.

“뭐라고?”

허윤아는 그가 똑똑히 들었다는 걸 알기에 군더더기 없이 덧붙였다.

“이혼 합의서는 변호사에게 작성시켜서 거실에 뒀어. 시간 날 때 서명해 줘.”

허윤아의 말이 떨어지자 침실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졌다.

진려준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그 짧은 몇 초 사이에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허씨 가문에서도 당신의 이 결정을 알고 있나?”

연애결혼도 장난이 아니지만 정략결혼은 더더욱 장난이 아니었다.

하나를 건드리면 전체가 움직이는 법이라 얽히고설킨 게 너무 많았다.

인맥, 협력, 그리고 흥망성쇠를 함께하는 온갖 이익들까지...

허윤아는 단호하게 말했다.

“내 일은 내가 결정해.”

진려준은 목울대를 울렁이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잘 고려해봤으면 됐어.”

허윤아는 차분하게 말했다.

“이미 고려 끝났어.”

두 사람의 이혼 협상은 결혼을 상의할 때보다 더 사무적이었다.

할 말은 다 끝났고 진려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문으로 향했다.

문 앞에 다다르자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멈춰 서서 뒤돌아보며 얇은 입술을 살짝 올리고 눈가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이혼하기로 결정했는데, 아까 욕실에서 한 건 뭐였지?”

허윤아는 침묵했고 이불 속 손은 꽉 쥐어졌다.

“이별 기념 섹스인가?”

진려준이 물었다.

허윤아는 손톱으로 손바닥을 찌르며 억지로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어투가 꽤 거슬리네. 감당 안 돼?”

허윤아의 가벼운 한마디에 두 사람 사이의 불꽃이 튀었다.

진려준은 문고리에 긴 손가락을 대고 허윤아의 침착한 표정을 보며 가슴속에 답답함을 느끼면서 차갑게 비웃었다.

“감당할 수 있어. 언제든 또 즐기고 싶으면 날 찾아.”

“호의는 고마운데 마음만 받을게.”

그 말은 오늘이 마지막이고 앞으로는 서로 갈 길을 가자는 의미였다.

결혼의 속박에서 벗어나자 두 사람은 각자의 영역에서 냉정함을 되찾았다.

진려준이 문을 나서자 허윤아는 꼿꼿하게 세웠던 허리에 힘을 풀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감정을 추스른 그녀는 침대 옆 협탁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 문자를 보냈다.

[진려준한테 얘기했어. 이혼 절차 밟는 것 좀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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