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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계산된 이별

Penulis: 청연
진려준이 감정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라고 하자 김미선은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말을 꿀꺽 삼켰다.

진려준의 말은 꽤 상처가 되는 말이었지만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하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호르몬에 관련된 일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소용없는 법이니, 너무 몰아세우면 오히려 역효과만 날 뿐이었다.

대화가 이쯤 되니 모자 사이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김미선은 진려준을 한번 흘겨보고는 씩씩거리며 숄을 여미고 돌아섰다.

김미선이 떠나는 뒷모습을 지켜보던 진려준은 찬 바람을 좀 쐬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침실에는 막 샤워를 마친 허윤아가 있었는데, 진려준이 들어오자 눈꺼풀을 들어 그를 쓱 한번 보고는 아무 말 없이 다시 고개를 숙여 일에 열중했다.

진려준은 드레스룸으로 걸어가 잠옷을 꺼내면서 등 뒤로 들리는 요란한 타자 소리에 혀끝으로 어금니를 꾹 누르며 잠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다.

옷을 벗자 넓은 어깨와 탄탄한 허리, 선명한 복근이 드러났다.

샤워기 물줄기가 쏟아지자 진려준은 손을 들어 얼굴의 물기를 훔쳐냈다.

처가에 그 난리가 났는데 쥐뿔도 모르고 있었다니, 확실히 무심하긴 했다.

하지만 자신의 무심함보다 저 여자는... 더 냉혈한 같았다.

진려준이 욕실에서 나왔을 때도 허윤아는 일하고 있었다.

그가 침대 가에 앉아 다리를 벌리고 상체를 숙여 머리를 닦으려는데, 등 뒤에서 허윤아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밤은 따로 자자.”

진려준은 그 말에 고개를 돌렸다.

“뭐?”

허윤아는 하얀 손가락으로 키보드의 엔터키를 누르며 딴소리를 했다.

“전 애인한테 아직 미련 남았어?”

진려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허윤아...”

그가 짜증을 내며 해명하려 하자 허윤아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톡톡 쳤다.

“공적인 질문이야.”

오늘 인터뷰 때 빠뜨린 항목이었다.

진려준의 시선이 그녀가 가리킨 곳에 닿았다. 그 찰나, 그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밑바닥으로 침잠했다.

자신의 인터뷰 초고였다.

진려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 방금 씻고 나왔음에도 그에게선 여전히 옅은 담배 향이 배어 나왔다.

“지금 날 취재하는 거야?”

허윤아는 그와 시선을 맞췄지만 딱히 몰아세울 기색은 아니었다.

“지금 대답하기 싫으면 내일 당신 비서 통해서 따로 시간 잡을게.”

진려준은 그녀의 태도에 기가 차서 헛웃음을 지었다.

“내가 지나간 사람 다시 만날 사람처럼 보여?”

미련이 남았냐는 질문에 다시 만날 생각 없다는 대답이었다.

허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대답한 것으로 간주했다.

허윤아가 인터뷰 초고를 다듬는 동안, 진려준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문득 지난주 욕실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금욕적인 사람이 욕망을 드러내면 유난히 매혹적인 법이다.

남자든 여자든 마찬가지였다.

진려준의 시선이 허윤아의 눈매에서 붉은 입술로 옮겨갔고 목울대가 울렁거렸다.

진려준이 넋을 놓고 있을 때 허윤아가 불쑥 고개를 들었다.

“더 할 말 있어?”

순간 진려준의 야릇했던 상상은 찬물을 뒤집어쓴 듯 깨졌다. 그는 숨을 들이켜며 얇은 입술을 살짝 비틀어 웃었다.

“없어.”

허윤아는 초고 정리를 마치고 노트북을 덮었다. 이불 아래 감춰져 있던 곧고 하얀 두 다리가 미끄러지듯 빠져나와 차가운 바닥을 디뎠다.

“내가 바닥에서 잘게.”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진려준은 긴 손가락으로 협탁 위의 담뱃갑을 집어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잘게.”

허윤아는 이미 드레스룸 맨 아래 칸에서 이불을 꺼내오며 조용히 말했다.

“괜찮아.”

진려준은 한 줌도 안 될 것 같은 그녀의 가녀린 허리에 시선을 둔 채 입가에 문 담배를 깨물며 물었다.

“허씨 가문 일은 언제 터진 거야?”

진려준을 등지고 이불을 깔던 허윤아의 몸이 살짝 굳었으나 이내 긴장을 풀었다.

“한 달 전에.”

“그런데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그때 이미 이혼하려고 마음먹었거든.”

진려준은 눈썹을 치켜올리다 담배 연기에 사레가 들렸다.

한 달 전부터 이미 이혼을 생각하고 있었다니, 지난주에야 겨우 말을 꺼냈기에 갑자기 내린 결정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미 오랫동안 계획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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