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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냉담한 진실

Penulis: 청연
진려준은 어릴 때부터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잘생긴 외모에 재력과 배경까지 톱클래스였으니 소위 스펙이 완벽했다.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여자들은 많이 겪어봤지만, 허윤아처럼 의도적으로 떠나려고 계획한 여자는 처음이었다.

문득 진려준은 자기가 놀아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대가 없이 이용만 당한 기분이었다.

진려준이 멍하니 있는 사이 허윤아는 이미 자리에 누웠다.

그가 정신을 수습했을 때 허윤아는 이미 바닥에서 곤히 잠든 뒤였다.

잠든 허윤아를 보며 진려준은 손에 든 수건을 만지작거리다 피식 웃고는 머리를 말리러 욕실로 들어갔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두 사람의 생체 리듬은 똑같아서 거의 동시에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씻고 준비를 마친 허윤아가 긴 머리를 쓸어 넘기며 진려준을 무심하게 쳐다봤다.

“이혼 합의서에 서명했어?”

넥타이를 매던 진려준은 그 말에 어젯밤 농락당한 기분이 되살아나 혀를 차며 대꾸했다.

“쯧. 했어.”

“그럼 다행이고. 우리 이혼 문제, 양가 어른들께 빨리 확실히 해둬. 아니면 골치 아파지니까.”

진려준은 손끝으로 넥타이를 건드리며 몸을 돌려 묘한 미소를 지었다.

“뭐가 골치 아픈데?”

허윤아는 눈을 들어 그를 보았다. 몸에 딱 붙는 베이지색 롱 원피스가 그녀의 매혹적인 몸매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혼하고 나서도 전남편이랑 계속 동거하는 거 싫어. 소문나면 해명하기도 힘들고.”

허윤아는 마른 편이었지만 살이 쪄야 할 곳에만 아주 예쁘게 붙어 있었다.

두 사람이 시선을 마주친 순간, 진려준의 눈길이 불현듯 그녀의 잘록한 허리 아래 엉덩이를 훑고 지나갔다.

허윤아는 그의 시선을 눈치채고 무의식적으로 반걸음 뒤로 물러섰다.

결혼한 지 반년밖에 안 됐지만 서로의 어떤 습관들은 훤히 꿰뚫고 있었다.

예를 들어 진려준은 어떤 순간에 그녀의 엉덩이를 주무르는 걸 좋아했다.

허윤아는 숨을 죽였고 분위기는 야릇하면서도 어색해졌다.

그녀가 이 분위기에 질식할 것 같아 몸을 돌려 나가려던 찰나, 진려준이 성큼성큼 다가와 그녀를 벽 구석으로 몰아붙였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지금은 말 못 해. 우리 엄마가 널 얼마나 예뻐하시는데. 허씨 가문에 이런 큰일이 났는데 내가 너랑 이혼했다고 하면 엄마가 어떻게 생각하시겠어?”

허윤아의 등은 벽에 밀착되었고 뺨이 화끈거렸다.

진려준은 고개를 더 깊이 숙여 그녀의 목덜미에 파묻을 듯 다가가며 말했다.

“엄마는 분명 내가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고 생각할 거야.”

허윤아는 숨을 들이켰고 옷깃 안으로 파고드는 진려준의 뜨거운 숨결에 고개를 돌렸다.

진려준은 그녀가 미처 피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낮게 웃었다. 저녁 내내 꽉 막혀 있던 속이 이제야 좀 풀리는 것 같았다.

“허윤아, 나 사실 좀 궁금한 게 있는데, 애초에 왜 굳이 나랑 결혼하겠다고 한 거야? 어르신들이 정한 혼사라서?”

허윤아는 입술을 다문 채 말이 없었다.

진려준의 한 손이 자연스럽고 능숙하게 허윤아의 허리에 안착하더니 그녀를 품으로 거칠게 확 끌어당기며 짓궂게 웃었다.

“난 사실 당신이 날 좋아하는 게 아닌가 계속 의심했거든.”

진려준의 말에 허윤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고 몸 옆에 둔 손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겉으로는 애써 태연한 척했다.

“자신감이 대단하네.”

진려준이 받아쳤다.

“난 그럴 만한 자격이 있으니까.”

허윤아는 턱을 들어 그를 쳐다봤다.

“예전에 심리 상담사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그분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어. 실연보다 더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감정이 하나 있다고.”

진려준은 눈을 내리깔고 그녀를 보며 시큰둥하게 눈썹을 올렸다.

“뭔데?”

허윤아의 붉은 입술이 달싹였다. 온몸에서 매혹적인 자태가 흘러넘쳤지만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분위기를 깨기에 충분했다.

“그 감정은 바로 혼자만의 착각이라고 하더라.”

허윤아의 허리에 닿은 진려준의 손에 순간 힘이 들어갔다. 자신의 감정이 크게 동요했음을 깨달은 그는 천천히 손을 풀고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허윤아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꽉 깨물며 차갑게 웃었다.

“허윤아, 우리 사이에 감정이 없어서 참 다행이야. 당신은 정말 피도 눈물도 없을 만큼 독한 여자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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