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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 전야

Author: moominkiller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27 18:17:19

나오라니 — 나가기로 했다. 다만 저들의 죄인으로가 아니라, 이쪽의 증인으로.

그녀가 단 앞에 서면 마지막 진술과 증인 재청의 절차가 열린다. 그 문으로 간수문의 함 셋과 만군의 수결이 들고, 성 밖의 휘월이 미끼가 아닌 증인으로 걸어 들어온다.

"절차의 문이 닫히면요." 진눈이 물었다.

"닫으면 저들이 법을 어긴 것이 만인 앞에 선다." 간수문이 답했다. "그자는 그걸 못 한다. 법을 어긴 인두는 — 그냥 인두거든. 평생을 격식으로 살아온 자의 격식이, 내일은 우리 문이다."

혈비는 하루 만에 등을 폈다. 반을 태운 강은 하루로 돌아오지 않는데, 등부터 폈다. 내일 단 곁의 물 위에 언니가 있어야 아우가 선다는 것을 — 온 방이 알고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의논이 파하고, 밤이 남았다.

폐가의 밤은 저마다 깊었다. 사백과 사수는 등을 맞대고 살을 골랐고, 진눈은 증언을 약처럼 삼켰다 뱉었다 했다. 남궁완은 연통을 짰고, 간수문은 함 셋의 매듭을 거듭 확인했다. 내일만은 늦지 않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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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170화 — 저울과 향로

    운설은 단에 올랐다. 향로의 곁, 증인의 자리에.숯의 열기가 옷자락에 닿았다. 재 위는 아직 비어 있었다. 비어 있는 동안이 그녀의 시간이었다.불이 천적이다 — 휘월의 전언이 침 함 바닥에서 떠올랐다. 숯불 위에 얹히는 향은 절반이 타서 죽는다. 저들이 그 셈을 모를 리 없으니, 향합의 것은 반이 죽어도 남을 만큼 독할 것이다. 그녀는 그 셈을 마치고 접었다. 셈은 거기까지 — 지금 그녀의 몫은 진술이었다."진술하라.""제 진술은 짧습니다." 그녀는 만 개의 귀를 향해 말했다. "십팔 년 전의 침략설은 조작이고, 조작의 자백과 물증이 여기 있으며, 저 형틀의 세 사람은 그것을 세상에 알리려던 사람들입니다. — 나머지는 증인들이 말할 것입니다. 첫 증인을 재청합니다.""이름을 대라.""진눈. 겨울 궁의 무사이며 — 저들의 손끝이었던 자."진눈이 물가의 길을 걸어 나왔다. 젊은 무사는 단 아래 서서, 밤마다 외운 문장들을 하나도 흘리지 않고 놓았다. 등잔 셋을 켠 손. 암거로 받은 지령. 장부를 조작한 밤. 그리고 그 값으로 받은 완치의 미끼까지. 제 죄를 앞에 놓고 남의 죄를 뒤에 놓는 증언은 사람을 이상하게 믿게 하는 힘이 있어서, 물가는 점점 조용해졌다.낭독을 듣는 물가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시작되었다. 완치의 미끼 — 그 대목에서였다. 병을 볼모로 잡힌 손끝의 이야기는, 보름 동안 물을 볼모로 잡혔던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해서였다.둘째 증인으로 간수문이 나왔다. 잠적했던 전임 당주의 등장에 병졸들이 술렁였는데, 인두는 손짓 하나로 눌렀다. 격식대로 — 증인은 법의 손님이었다. 노인은 기름 먹인 함 셋을 단 아래 풀었다. 얼음여울의 기록. 만군 서기 마흔의 수결. 휘월의 자백 등본. 서기들이 낭독을 이어받아, 열두 줄의 시대가 만들어진 경위가 물 위에서 낱장으로 읽혔다.낭독이 반쯤 갔을 때, 인두가 처음으로 끊었다."등본은 그림자다. 법은 그림자를 받지 않는다. — 자백의 임자를 세워라. 세우지 못하면 여기까지다.""세웁니다." 운설이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169화 — 물 위의 법정

    단은 폐막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한데 물이 달랐다.일 년 전 그 물가에는 두려움에 눌린 구경꾼들이 있었다. 오늘의 물가에는 — 다리마다 지붕마다 거룻배마다 — 눈이 있었다. 부적을 제 손으로 뗀 눈. 화톳불을 지핀 눈. 우물물을 도로 마시게 된 눈. 만 개의 눈이 단을 보고 있었고, 그 눈들은 이제 시키는 대로만 보지 않았다.이쪽의 배치는 물가에 녹아 있었다. 혈비는 앞줄의 삿갓 밑에. 사백과 사수는 물목 양쪽 지붕에. 우르와 기수들은 거룻배 셋에 나뉘어. 간수문과 서기들은 함 셋을 지고 어귀의 그늘에. 남궁완의 가마는 세가의 격식대로 다리 위 상석에 — 격이 높은 구경꾼만큼 수상하지 않은 자리가 없다면서.설로상단의 약재 배 셋은 숯과 빈 물통을 싣고 물목에 떠 있었다. 연도하는 맞은편 다리에서 그녀를 숨기지 않고 보았다. 그 시선이 닿을 때마다 반 보 뒤의 숨이 한 박자 낮아졌다.그리고 그 사람은 — 어디인지 찾지 않았다. 찾지 않아도 알았다. 반 보 뒤. 그 자리는 물가가 아무리 넓어도 반 보 뒤였다.새 당주가 단에 올랐다.인두(印頭)라는 별호의 임자는 뜻밖에 작은 사내였다. 잿빛 옷에 잿빛 낯. 목소리도 잿빛이었다. 한데 그 잿빛이 격식의 갑주를 입으면 단 하나가 조용해졌다. 평생을 죄 지지는 일로 산 자의, 서두름 없는 위압이었다."처분을 시작한다."형당에서 서른 해를 인두질만 했다는 자였다. 죄인의 살에 죄명을 지지는 소임. 비명을 하도 들어 귀가 상했다는 소문과, 비명을 하나도 안 듣는 재주가 있다는 소문이 같이 돌았다. 어느 쪽이든 — 듣지 않는 자라는 점은 같았다.죄목이 낭독되었다. 한겸 — 북적과 내통한 죄. 운백천 — 거짓 증언을 사고판 죄의 수괴. 그리고 세 번째 형틀."전임 감찰 — 성문 검문의 소임을 방기하고, 요녀의 입성을 알고도 놓아준 죄."물가가 웅성였다. 가는눈은 형틀에서 낯을 들지 않았다. 성문에서 침 함을 열고 닫아 준 그 손이, 포승에 묶여 있었다. 알고도 놓아주었다 — 저들의 문장이 참이라면, 읽히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168화 — 전야

    나오라니 — 나가기로 했다. 다만 저들의 죄인으로가 아니라, 이쪽의 증인으로.그녀가 단 앞에 서면 마지막 진술과 증인 재청의 절차가 열린다. 그 문으로 간수문의 함 셋과 만군의 수결이 들고, 성 밖의 휘월이 미끼가 아닌 증인으로 걸어 들어온다."절차의 문이 닫히면요." 진눈이 물었다."닫으면 저들이 법을 어긴 것이 만인 앞에 선다." 간수문이 답했다. "그자는 그걸 못 한다. 법을 어긴 인두는 — 그냥 인두거든. 평생을 격식으로 살아온 자의 격식이, 내일은 우리 문이다."혈비는 하루 만에 등을 폈다. 반을 태운 강은 하루로 돌아오지 않는데, 등부터 폈다. 내일 단 곁의 물 위에 언니가 있어야 아우가 선다는 것을 — 온 방이 알고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의논이 파하고, 밤이 남았다.폐가의 밤은 저마다 깊었다. 사백과 사수는 등을 맞대고 살을 골랐고, 진눈은 증언을 약처럼 삼켰다 뱉었다 했다. 남궁완은 연통을 짰고, 간수문은 함 셋의 매듭을 거듭 확인했다. 내일만은 늦지 않으려고."연도하에게 빚졌습니다.""내가 갚겠소.""왜 당신이요?""그자가 그대에게 받으려 할 것 같아서."방 한 칸의 밤이었다. 그가 대야에 성 밖의 물을 데워 왔다. 아침에 손을 씻겼으니 저녁에는 발이라고 했다. 사흘을 저자와 우물가와 옥을 걸어 다닌 발이 더운 물에 잠겼다.발을 닦아 주던 그의 손이 문득 멎었다.운설은 까닭을 모르고 몸을 숙였다. 풀어 둔 머리카락이 한쪽 어깨로 쏟아졌고, 느슨한 속깃 사이로 목덜미가 길게 드러났다. 그녀는 젖은 발로 선 채 의녀의 버릇대로 그의 손목부터 잡았다. 엄지가 맥 위에 놓였다."맥이 왜 이렇게 빠릅니까."선우현의 목울대가 한 번 움직였다. 운설은 병의 징후를 찾듯 그의 낯을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다른 손으로는 눈굴에서 꿰맸던 왼 어깨의 흉을 옷감 위로 천천히 더듬었다. 그녀의 시선은 끝까지 맥과 흉터에만 있었다."부인."평소보다 잠긴 부름에야 운설은 그의 시선이 어디에 머물렀는지 알았다. 손을 거두려는데 그가 손가락을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167화 — 안개

    안개는 물길을 따라 도시의 안통으로 스몄다.향선 여덟 척이 수로 여덟 갈래에 나뉘어 떠서, 뱃바닥의 화로마다 그것을 태우고 있었다. 동지 물맞이의 향불 — 이라고 하면 그만인 풍속의 낯을 쓰고. 안개가 무거운 밤을 골라, 향이 안개를 업고 온 도시의 낮은 자리로 내려앉게.처분을 이틀 앞두고 저들이 판을 앞당긴 것이다. 낮의 우물가를 뒤집힌 값으로.물목에서는 사백과 우르가 손을 썼다. 향선 한 척의 닻줄을 끊어 다리 밑에 몰아 박고, 또 한 척은 우르가 통째로 뒤집었다. 한데 여덟에서 둘을 덜어도 여섯이었고, 배를 잡은들 안개는 바람의 일이었다. 사냥꾼의 활로 잡을 수 없는 것이 세상에는 있었다."들이마시지 마라! 문을 닫고 불을 피워라!"혈비의 외침이 골목을 갔다. 한데 닫을 문이 그녀들에게는 없었다. 시연 뒷정리로 우물가에 남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폐가까지 세 골목 — 그 세 골목이 전부 낮은 자리였고, 안개는 이미 무릎까지 차 있었다.세상이 꺼져 갔다.낮에 제 손으로 마신 반 뼘에, 안개의 몫이 얹혔다. 물소리가 벽 뒤로, 벽 두 개 뒤로, 세 개 뒤로 물러났다. 나루에서 겪은 그 끊김이 — 이번에는 도시 하나를 통째로 안고 왔다."설야." 언니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내 강을 들어라. 지금.""언니 강도 흐려졌—""흐린 소리라도 소리다."혈비의 강이 건너오기 시작했다. 새벽 여울의 그 소리가 — 성안에서 보름을 흐려진 채로, 그런데도 — 끊겨 가는 자리를 더듬어 내려왔다. 언니는 길을 놓아 줄 휘월도 없이, 궁려의 벽에서 아우가 읽어 준 법만으로, 제 소리의 반을 태워 부었다.그리고 골목의 밖에서 — 불이 왔다.처음에는 하나였다. 우물가의 화톳불. 낮에 거름틀을 짜던 손들이 지핀 불이었다. 불이 천적이라는 의녀의 말을 — 끓인 물이 안전하다던 그 말끝을 — 기억한 왕철이 목청을 돌린 것이다. 안개가 수상하다! 골목마다 불을 피워라! 물의 도시가 겨울마다 하던 화톳불 놀이 아니냐!설로상단의 숯수레들이 저자 어귀에서 뒤집혔다.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166화 — 물을 고치는 손

    시연의 아침, 그가 그녀의 손을 씻겼다.성 밖의 물을 데워, 손가락 하나하나, 침 쥐는 자리의 굳은살까지. 만인 앞에 내보일 손이니 의녀의 격을 갖추라는 명목이었는데, 씻기는 손이 너무 오래 정성이라 명목이 자꾸 얇아졌다."손은 이미 깨끗합니다.""아오. — 조금만 더."우물가에는 아침부터 사람이 몰렸다. 왕철의 좌판이 바람을 잡은 자리였다. 물지기 둘이 낌새를 채고 왔다가, 몰린 사람의 수를 세어 보고는 사람을 부르러 달려갔다.설로상단의 숯수레가 거름틀 곁에 섰다. 연도하는 검은 모피 대신 소매를 걷어붙이고 숯자루를 날랐다. 잘난 낯을 구경하러 모인 사람까지 줄에 붙여 두는 것도 장사 수완이라고, 남궁완은 못마땅한 듯 만족해했다.운설은 두레박을 제 손으로 올렸다."이 물이 무섭다 들었습니다."의녀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한데 저자의 웅성거림이 그 목소리 앞에서 이상하게 잦아들었다."보름을 무서워하셨으니, 오늘은 제가 대신 무서워 드리지요."그리고 그녀는 두레박의 물을 표주박으로 떠서 — 날것 그대로 — 마셨다.저자가 숨을 삼켰다. 요녀가 독을 풀었다는 그 물을, 낯선 의녀가 부적도 가루도 없이 마시는 것을 만 개의 눈이 보았다. 그녀는 한 박을 다 비우고, 두 박째를 떠서 마저 마셨다.연도하의 손이 숯수레 난간을 움켜쥐었다. 뒤에서 복면을 올린 짐꾼이 낮게 말했다."상단주의 약수레는 의원을 못 믿나 보오.""약은 믿어도 의원은 아껴야지.""아낄 사람은 따로 있소."연도하가 돌아보았다. 선우현은 이미 우물 쪽을 보고 있었다.물은 달았다. 그리고 그 단맛 밑으로 — 마른 풀 삭은 내가, 아는 그 내가, 혀뿌리를 지나 안으로 스몄다. 흐린 귀가 반 뼘 더 흐려지는 것을 그녀는 웃는 낯으로 견뎠다. 이 물이 다치게 하는 것은 세상에 저 하나뿐이라는 것을 — 저 하나만 아는 채로."보시다시피 사람은 안 죽습니다. 보름 동안 이 물로 밥 지어 드시고 탈 난 분 계십니까."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탈은 물이 아니라 말에서 났지요.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165화 — 뒤집힌 우물

    물장수는 그날 밤으로 접혔다.인상서의 그림은 서툴렀으나 짚은 것은 정확했다. 검을 숨긴 걸음. 짐꾼답지 않은 어깨. 그림을 그리게 한 눈이 — 그림보다 무서웠다."성문의 그 눈이겠지." 혈비가 말했다. "물병을 시음시킨 것부터 낚시였는지도 모른다. 물지게는 여기까지다."물길은 노새가 이었다. 밤마다 성 밖의 물이 가죽 부대에 담겨 무두장이 골목으로 들었다. 물장수였던 사람은 폐가의 안채로 들었다.남남의 법도가 그렇게 끝났다. 위장이 좁아진 값으로 부부는 한 지붕을 도로 얻었다."두 푼." 밤에 그가 물 부대를 부리며 말했다. "밀린 물값이 두 푼이오.""쪽지값까지 넉 푼으로 칩시다.""연 상단주가 낮에 묻더군." 그가 마개를 닫으며 말했다. "내일도 의원을 빌릴 수 있느냐고.""환자가 있답니까.""그대 낯을 오래 보는 병인 듯하오."운설이 웃었다. "폐사 언덕의 당신과 같은 병이네요."그는 웃지 않았다.한 지붕의 밤은 오랜만이라 도리어 낯설었다. 반 보 밖의 숨소리가 돌아온 것만으로 몸의 어딘가가 풀렸는데, 풀린 자리가 아릿했다.등잔을 끄고도 두 사람은 한참을 남남처럼 누워 있었다. 성문에서부터 며칠 치 이어 온 버릇이 어둠 속에서도 안 풀렸던 것이다. 먼저 버릇을 깬 것은 그의 손이었다. 어둠을 더듬어 온 손이 그녀의 손을 찾아 손가락 사이사이로 깍지를 채웠다."남남은," 그가 낮게 말했다. "여기까지 하오."운설은 잡힌 손을 제 입가로 가져갔다. 낮 동안 물지게를 지던 손등에 입술을 한 번 눌렀다."밀린 물값입니다.""이자로는 모자라오."그의 웃는 숨이 목덜미에 닿았다. 돌아누우려는데 팔이 허리를 감아 먼저 끌어당겼다. 며칠을 보지 못한 눈이 어둠 속에서 그녀의 낯을 더듬었다. 눈썹, 뺨, 입술. 닿기 전마다 반 호흡씩 멎었다. 허락을 기다리는 버릇까지 그 사람다워서, 운설은 그의 옷깃을 잡아 남은 거리를 제 쪽에서 없앴다.입술이 닿자 성문 앞에서 삼킨 눈길들이 한꺼번에 돌아왔다. 못 본 척한 날들의 몫만큼 입맞춤은 길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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