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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서은월
한때 천한 첩이었던 여인이 하루아침에 가문의 안주인이 되었다. 사정을 모르는 이들의 입에서 어떤 말이 오갔을지, 굳이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주종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일로 그녀가 화난 줄로만 알았다.

“그 자리에서 곧바로 그들을 물러나게 했다. 헌데 연아가 다 들었더구나.”

맹시은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

“그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가 아니에요. 눈빛도, 말도, 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제 곧 여섯 살이에요. 우리 날개 아래서만 살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는 비바람을 맞게 될 거예요. 새끼 새도 결국은 자라나니까요.”

거기까지 말하고 잠시 숨을 고르더니, 조용히 덧붙였다.

“헌데 혼자 돌아오게 해선 안 됐어요. 비를 맞을 수는 있어도 우산 없이 서게 해서는 안 됐습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말끝마다 칼날이 서려 있었다.

세상의 소문 따위는 그녀 혼자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상처는 그의 부주의에서 비롯되었다.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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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691화

    죽음 같은 정적이 깔려 있었다. 창밖을 스치는 바람에 나뭇잎이 스르르 흔들렸다.그 소리만이 희미하게 번졌고, 오히려 그 미약한 소리가 허름한 방 안의 숨 막히는 공기를 더욱 짙게 눌러앉혔다.송하윤의 머릿속은 한순간 텅 비었지만 이내 뒤엉킨 생각들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방석 속에 감춰 두었던 나머지 반 장은… 들키지 않은 것일까? 그 반 장의 종이야말로 복면인에게 모든 것을 덮어씌우고 자신을 깨끗이 빼낼 결정적인 증거이자 그녀가 준비한 최후의 보험이었다.그녀의 마음속은 천 갈래 만 갈래로 흔들렸지만 얼굴만은 애써 침착함을 붙들었다. 그러나 가늘게 떨리는 속눈썹이 그녀의 속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맹시은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의 침묵 끝에, 서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와 함께 입술이 열렸다.“의외였겠지. 어디서 실수했는지, 그걸 생각하고 있었나?”맹시은은 한 걸음, 또 한 걸음 걸음을 옮겼다. 그 발끝은 송하윤의 심장 위를 짓누르는 듯했다.“방석 속에 숨겨 둔 반 장의 밀서가… 어째서 네 목숨을 구해 주지 못했는지를 생각하고 있나보지?”그 말이 떨어지자, 송하윤의 얼굴이 눈에 띄게 창백해졌다. 맹시은의 입가에 엷은 비웃음이 스쳤다. 그녀는 넓은 소색 소매 안에서 무언가를 천천히 꺼내 들었다. 찢겨 나가 가장자리가 구겨진 반 장의 편지였다.“계산은 제법이었어.”그 얇은 종잇조각이 송하윤의 눈앞에서 가볍게 흔들렸다. 목소리에는 노골적인 경멸이 실려 있었다.“일석이조인 셈이지. 송하윤, 그 머리를 네가 올바르게 사용했다면… 송 가가 오늘 같은 몰락은 피했을지도 모르겠어.”잠시 말을 멈춘 그녀의 눈빛이 더욱 차갑게 가라앉았다.“헌데 네 얕은 수작쯤은 내게 아무것도 아니야.”이윽고 맹시은은 몸을 살짝 숙여 송하윤의 귓가로 다가섰다. 낮게 깔린 목소리가 또렷하게 꽂혔다.“그래도 고맙다는 말은 해야겠군. 네가 가져온 이 ‘큰 선물’ 덕분에 나는 원수를 직접 베면서도 내 이름엔 티 하나 묻히지 않을 이유를 얻었으니까. 적국과 내통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690화

    뜨겁게 달아오른 눈물 한 방울이 복동이의 얼굴 위로 떨어졌다.맹시은은 통곡하지 않았다. 그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몸은 걷잡을 수 없이 떨리고 있었다. 평생 쌓였을지도 모를 두려움을 지금 이 순간 모두 흘려보내려는 듯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하연의 창백한 얼굴에 비로소 미약한 웃음이 번졌다.그녀의 입술이 힘겹게 열렸다.“아, 아이는… 무사해…”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야가 까맣게 꺼졌다. 더는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하연 아가씨!”*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송하윤은 눈부신 빛 속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온몸이 쑤셨다. 특히 팔의 상처는 불에 덴 듯 욱신거렸다.여기는… 어디지?방 안은 휑할 만큼 단출했다. 딱딱한 널빤지 침상 하나와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탁자 하나.작은 창으로 햇빛이 들어와 공기 중 먼지까지 또렷이 드러내고 있었다.몸을 움직이려 했으나 손과 발이 거친 삼베 밧줄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전신이 얼어붙는 듯한 공포가 천천히 심장을 죄었다.왜… 왜 내가 묶여 있지?그녀가 남겨둔 반쪽 밀서가 아무 소용도 없었던 건가?머릿속이 뒤엉킨 채, 문틈으로 시선을 돌렸다.문 앞에 서 있는 몇몇 그림자. 체격과 옷차림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그녀가 거액을 주고 고용한 그 목숨값 사내들이었다.어째서 저들이 여기 있는 거지? 맹시은이 그들을 모조리 제거하지 않았나? 아니면 저들도 자신처럼 붙잡힌 건가?아니다. 그들은 묶여 있지 않고 느긋하게 문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말도 안 되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쳤다.설마. 설마… 저들이...아니, 그럴 리 없다.저들은 절대 맹시은의 사람이 될 수 없다. 그녀는 자기 아이를 미끼로 삼을 여자가 아니었다.가능성들이 머릿속을 수십 번 맴돌았다. 연락하던 두목은 이미 죽었다. 남은 자들이 잔금을 받지 못할까 봐 자신을 붙잡아 둔 것일까?“이 멍청한 것들!”그녀는 힘을 쥐어짜 문밖을 향해 소리쳤다.“당장 풀어! 듣고도 못 들은 척이냐!”목소리는 기력이 빠져 갈라졌지만 오만한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689화

    송하윤의 눈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살기가 서린 눈동자가 번뜩였다.창백하게 질린 손끝이 떨리며 천천히 복동이의 여린 목을 향해 뻗어갔다.조금만 힘을 주면 이 아이는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맹시은의 심장이자 주종현의 핏줄. 모두 한순간에 허공으로 흩어질 것이다.그녀는 그들이 차라리 죽고 싶을 만큼의 고통을 맛보게 하고 싶었다.그때, 쾅 하며 귀를 찢는 듯한 금속성이 나무가 산산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마차 지붕 위에서 터져 나왔다.핏물이 묻은 장도가 지붕을 뚫고 그대로 아래로 꽂혀 들어온 것이다.서늘한 칼끝이 살기를 머금은 채, 그녀의 팔을 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아!”송하윤이 비명을 질렀다. 손을 급히 거두는 순간, 팔꿈치에서 선혈이 터져 나와 소매를 붉게 물들였다.경악한 눈으로 위를 올려다보았다. 칼날이 가른 좁은 틈 사이로, 하연이 기묘한 각도로 몸을 비틀어 복면 두목의 치명적인 일격을 피하는 모습이 보였다.그녀의 채찍이 독사처럼 상대의 목을 휘감았다. 그리고 힘껏 조였다.“뚝.”마른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또렷하게 울렸다.송하윤의 동공이 바늘구멍처럼 수축했다.그와 동시에, 마차 밖에서 더욱 격렬한 격투 소리와 함께 말발굽 소리가 가까워졌다.하연의 지원군이었다. 그 생각이 벼락처럼 머리를 내리치자 모든 증오와 광기가 단숨에 싸늘한 공포로 바뀌었다.붙잡혀선 안 된다.찰나의 번뜩임 속에서 더 사악한 계산이 떠올랐다.송하윤의 눈빛이 결연하게 굳었다. 품에서 급히 밀서를 꺼냈다. 불찰친왕이 건네준 밀지였다. 버리지 않고 지니고 있던 것이 위기의 순간 목숨 값이 되어주었다.내용은 보지도 않고 망설임 없이 반으로 찢었다. 한 장은 다치지 않은 손으로 재빨리 비단 방석 속 숨은 틈에 밀어 넣었다. 남은 반 장을 쥔 채, 품 안의 여전히 잠든 아이를 한 번 내려다보았다.그리고 소매 속 작은 종이 봉지를 꺼냈다. 봉지 속 가루를 찢어진 밀지와 함께 입에 털어 넣고는 주저 없이 삼켰다.도박이었다. 맹시은이 아무리 영리해도 여기까지는 계산하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688화

    하연은 몸을 틀 틈도 없이 뒤어깨에서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다.짧은 신음이 한 번 흘러나왔으나 뒤에서 덮쳐오는 살기를 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밀려오는 힘을 발판 삼아 더 빠르게 마차 쪽으로 몸을 날렸다. 손이 곧장 차양을 향해 뻗었다.그 순간, 검은 장화를 신은 발 하나가 차 안에서 번개처럼 튀어나오더니 그녀의 가슴을 정통으로 걷어찼다.하연의 몸이 허공으로 튕겨 나갔다. 그러나 그녀는 눈 깜짝할 사이 창틀을 움켜쥐었다.몸이 반쯤 차 옆에 매달린 채 질질 끌렸다. 바퀴가 튀긴 돌과 흙이 얼굴과 몸을 때렸다. 어깨의 피는 이미 옷자락을 흠뻑 적셨고 목구멍에서는 비릿한 기운이 올라왔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혀끝을 깨물며 피맛을 삼켰다.다음 순간, 폭발하듯 힘을 끌어올려 몸을 뒤집은 후 다시 마차를 향해 덮쳤다.이번엔 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대신, 질주하는 마차 지붕 위로 몸을 날렸다.“죽고 싶나.”쉰 목소리가 울렸다. 선두에 선 복면 두목이 창을 밀치고 기어 나오더니 마찬가지로 지붕 위에 올랐다.여자가 이토록 목숨을 내놓고 달려들 줄은 상상하지 못한 얼굴이었다.“제법 뼈가 단단하군.”두목이 손짓으로 다른 이들을 물렸다.미친 듯 달리는 마차, 그 위 좁디좁은 공간이 곧 전장이 되었다.칼빛과 채찍 그림자가 얽혀 번쩍였다. 하연의 채찍은 살아 있는 뱀처럼 휘돌았다. 매 한 방이 상대의 급소를 노렸다. 목숨을 맞바꿀 각오의 움직임이었다.마차 안.지붕 위에서 둔탁한 충격음과 금속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쿵쿵 울렸다. 차체가 거칠게 흔들렸다.송하윤은 기절한 복동이를 안은 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욕설이 목끝까지 치밀었다.쓸모없는 것들. 여자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다니.저 여자가 따라붙어 자신의 정체가 드러난다면 모든 것이 끝장이다.분노와 조급함이 뒤섞였다.아이를 끌어안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덜컹이는 마차 속에서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였다.복동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한 살 남짓.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687화

    하루 종일 일부러 눈에 띄게 움직였지만 돌아온 것은 뜻밖의 고요뿐이었다. 그 고요가 오히려 맹시은을 흔들었다.혹시 그날 폭우 속의 습격은 애초에 그녀를 노린 것이 아니었던 걸까?그저 우연히 마주쳤을 뿐, 표적을 잘못 잡은 줄 알고 조용히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닐까?그 생각이 고개를 드는 순간, 그녀는 스스로 그것을 잘라냈다.바로 그때였다.날카로운 비명 하나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와 칼날처럼 그녀의 심장을 꿰뚫었다.“아가씨! 아가씨!”맹시은이 번개처럼 고개를 돌렸다.군중을 헤치며 춘행이 비틀거리듯 달려오고 있었다.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었고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큰일 났어요! 아가씨, 큰일이에요!”춘행은 발을 헛디뎌 거의 넘어질 뻔했고 곽범이 재빠르게 붙잡아 세웠다.맹시은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보이지 않는 손이 목을 죄는 듯 숨이 막혔다.“천천히 말해. 무슨 일이야?”목소리는 이상할 만큼 차분했지만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춘행은 울음을 터뜨리듯 외쳤다.“진국공부가 습격당했어요! 도련님께서 납치되셨어요!”쾅. 머릿속이 하얗게 터졌다.주변의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나갔다. 세상이 텅 빈 듯 적막해지며 눈앞이 까맣게 번졌다.복동이가 납치됐다고?어떻게...오늘 일부러 요란하게 움직인 건 시선을 자신에게 끌어모아 뱀을 끌어내기 위해서였다.그녀는 그들이 자신을 노린다고 믿었는데 완전히 틀린 것이었다.호랑이를 산으로 유인하는 수.맹시은의 얼굴에서 핏기가 한순간에 빠져나갔다.상대가 이렇게까지 대담하게 국공부로 직접 들이닥칠 줄은 계산하지 못했다.춘행이 흐느끼며 말했다.“복면인들이 일곱, 여덟이나 됐어요. 곧장 도련님만 노렸습니다. 아설 언니가 연아를 막다가 가슴이 칼에 찔려 아직 의식이 없어요.”맹시은은 춘행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도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아설이 중상과 복동이 납치.심장이 갈라지는 듯 아팠고 목구멍으로 피맛이 치밀었다.그녀는 이를 악물었다.지금 무너지면 안 된다. 절대.“하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686화

    송하윤은 이를 악물었다. 겁먹은 기색이 얼굴에 드러나지 않도록 어금니를 세게 깨물며 스스로를 다잡았다.잠시 뒤, 그녀는 소매 속에서 묵직한 돈주머니 하나를 꺼내 탁자 위에 내던졌다.은전이 부딪히는 소리가 맑고도 탐스럽게 울렸다.“여기 오백 냥이다. 무슨 수를 쓰든 상관없다. 매수하든, 힘으로 빼앗든, 열흘 안에 반드시 그 두 아이를 내 앞에 데려와. 일이 끝나면, 두 배를 더 주지.”살수 두목은 바닥의 돈주머니를 내려다보았다. 눈 속의 살기가 서서히 가라앉았다.그는 주머니를 집어 들고 낮게 답했다.“좋습니다.”*맹시은의 저택.밤은 먹물처럼 짙고 사방은 숨을 죽인 듯 고요했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 고요 아래에 거센 물살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저택 안팎에는 이미 위심과 곽범이 인원을 몇 배로 증원해 두었다. 세 걸음마다 초소, 다섯 걸음마다 보초가 서 있었다.그럼에도 열흘이 넘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상대는 마치 자취를 감춘 듯,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다.적은 어둠 속에 있고 아군은 드러난 자리에서 기다린다.이런 기다림이야말로 사람을 가장 지치게 한다.아설은 매일같이 가슴을 졸이며 잠조차 깊이 들지 못했다.그러나 맹시은은 어느 때보다도 차분했다. 서재에서 그녀는 창밖의 검은 밤을 바라보며 손끝으로 책상을 두드렸다.공격하는 쪽은 오래 버틸 수 있어도 방어만 하는 쪽은 영원히 버틸 수 없다.영원히 저택 안에 숨어 연아와 복동이를 이 작은 공간에 가두어 둘 수는 없는 노릇.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그녀는 뱀을 굴 밖으로 끌어낼 결심을 했다.성 서쪽의 서시는 외국 상인들이 드나드는 시장이었다. 없는 것이 없는, 경성에서 가장 복잡하고 시끌벅적한 곳이기도 했다.서시에 들어서자 사방에서 소리가 밀려왔다.호상들의 외침, 각지에서 올라온 상인들의 억양 섞인 장사 소리. 남쪽 말투, 북쪽 말투가 뒤엉켜 끊이지 않았다.공기에는 향신료와 가죽을 비롯한 온갖 음식 냄새가 섞여 묘한 향을 풍겼다. 페르시아산 융단, 곤륜의 옥,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64화

    그는 작은 마님과 큰 마님 앞에서 대성통곡하며 크게 다투었는데, 그날이 유일하게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한 편에 선 날이었다. 그러나 끝내 누구도 세자의 뜻을 꺾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다음 날, 강시아에게 이름이 내려진 것이었다.세자 곁의 유일한 첩실.강시아는 조 씨 마음속에 어떤 계산이 오갔는지 알지 못한 채 그저 기쁜 마음으로 연아를 안고 마차에 올랐다.그녀는 흥겨움에 들떠 두 손으로 마차 창문을 붙잡고 펄쩍펄쩍 뛰어댔다. 지난번 어머니과 함께 나가 종이연을 날린 뒤로는 단 한 번도 바깥나들이를 하지 못했으니 이렇게 들뜬 것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63화

    그녀는 단지 이 돈을 내놓기만 하면 되었다.조 씨의 성정으로 보면 분명 그녀를 장원으로 내칠 것이기에, 장원에만 간다면 그녀에게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길이 열릴 터. 그렇게 되면 탈출의 방법은 무궁무진해진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그녀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톡, 톡, 톡강시아가 돌아보니 방문이 살짝 열리며 작은 문틈 사이로 밤떡 한 조각이 조심스레 밀려 들어왔다. 가느다란 손가락 하나가 그 떡을 더 안쪽으로 꾹 밀어넣었다.그녀는 어린 딸의 따스한 마음 씀씀이에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자신은 쉽게 떠날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60화

    이대로는 안 된다.주종현이 이곳에 머무는 동안 자신의 계책이 들통날까 두려워 이미 며칠째 하 유모에게 장부를 가져오지 못하게 했다.하대우와 자신은 본디 이익으로 얽혀 있는 사이였기에, 늘 눈을 도사리지 않으면 그가 언제 홀연히 돈을 훔쳐 달아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주종현을 이 작은 뜰에서 내쫓아야 했다.“하 유모, 잠시 후 손수 잘하는 반찬 몇 가지를 만들어 고 유모께 전해 드리거라. 내가 철없이 고 유모의 충고를 오해했다 전하고 부디 고 유모께서 넓은 마음으로 용서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하거라.”하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41화

    송이당은 장계를 송하윤 앞에 내던지며 소리쳤다. “이게 네가 말한 그 놀라운 선물이냐? 그것도 주 가에까지 보냈다고? 너는 어리석은 것이냐, 멍청한 것이냐?”“그깟 첩 하나에 마음을 잃고 허둥대서 이런 어리석은 장계까지 써 보내다니! 밖에 나가서 함부로 떠들어 보거라. 감히 네가 내 송이당의 누이라 말할 수 있겠느냐!”송하윤은 어머니의 뒤에 숨어 억울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큰, 큰 오라버니가 먼저 말씀하셨잖아요! 유한석과는 죽어도 화해 못 한다고…”그녀는 고개를 빼꼼 내밀며 불만을 토로했다.“마침 잘 된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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