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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Author: 꽃길
안리영은 차를 내게 건네며 말했다.

“강유형 저 인간 진짜 가면이 벗겨지고 나니까 이렇게 비참할 줄이야.”

나는 차를 두 모금 마셨다.

“알고 보니 강유형은 그냥 나를 불쌍히 여긴 거였어.”

비록 강유형과 헤어졌지만 그와 함께했던 아름다운 추억이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오늘 그의 말이 그 모든 아름다운 외피를 완전히 찢어버렸다. 속에 감춰진 위선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안리영은 내 어깨를 감싸며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지금이라도 그 사람의 본모습을 알게 된 게 다행이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안리영이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강유형에게 한 방 먹일 생각은 없어?”

“뭐라고?”

내 감정은 이미 바닥을 치고 있었다.

강유형의 말이 내 마음속 깊은 상처를 다시 드러내 내 인생에서 가장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그가 맞는 말을 하나 하긴 했다. 예전에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차갑게 누워 계시던 영안실에서 나 홀로 남았을 때 세상에 혼자라는 절망에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조차 몰랐다.

그때 나는 집으로 돌아갈 용기도 없었다. 차라리 죽어버릴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러면 부모님과 함께 있을 수 있을 테니까. 그때 강유형의 부모님이 내 앞에 나타나 나를 안아주며 앞으로 함께 살자고 자신들이 부모가 되어주겠다고 했을 때 나는 비로소 두려움을 덜 수 있었다.

그때 그들은 내게 진짜 구세주 같았고 나는 무엇도 가리지 않고 그들을 붙잡았다. 마치 전 세계가 여전히 나를 사랑해 준다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였는지 강유형이 처음 내게 웃어주었던 미소를 사랑의 신호로 오해했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은 친절이 아니라 어쩌면 비웃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 미소를 한 줄기 생명의 빛처럼 여겼다.

“당장 남자 만나서 연애를 시작하든 결혼을 해. 그러면 강유형도 네가 정말 진심이란 걸 깨달을 거야. 네가 강유형 없이도 잘 지낼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주고 네가 결코 그 사람에게만 의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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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961화

    검사가 끝난 뒤 진정우가 돌아왔다. 나는 진정우를 한번 스캔한 뒤 별 다른 상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한숨을 돌렸다.“어때?”“그냥 돈이 없어서 돈을 빼앗으려던 거라고 하던데.”진정우가 대답했다.“정말 그렇게 간단하다고요?”안리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얘기했다.나도 의심이 갔다. 진정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정우 씨는 어떻게 생각해?”“확실히 강도 전과가 있어. 일단 풀어줬지만 사람을 시켜 감시 중이야. 그 남자가 만나는 사람 중에 배후가 있을 수도 있어.”진정우는 말을 마친 후 안리영의 손에서 검사 보고서를 가져왔다.안리영이 해명했다.“괜찮아요. 임신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긴 붓기예요. 정우 씨가 앞으로 지원이 다리랑 발, 많이 주물러주면 돼요.”검사를 마친 후 나는 안리영과 함께 마당으로 갔다.그러자 바로 용은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언니다!”“은서야!”나는 반가워하면서 얘기했다.함소은도 걸어나와 내 배를 보면서 물었다.“검사받으러 갔다고 들었는데, 괜찮아요?”“네, 별일 없었어요.”나는 은서의 손을 잡고 물었다.“오실 거면 미리 얘기하시지.”“오늘은 은서가 떼를 써서요.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어찌나 울고불고 하던지. 그래서 여기로 데려온 거예요.”함소은은 용은서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은서가 얼마나 지원 씨를 좋아하는지. 친엄마인 저보다 지원 씨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그래요?”나는 은서의 작은 얼굴을 매만지면서 얘기했다.“나도 보고 싶었어.”“게다가 동생을 낳아달라고 얼마나 조르는지.”함소은은 할 수 없다는 듯 얘기했다.“어떻게 낳아야 할지 모르겠어요.”“그거야 쉽죠.”내가 대답했다.“정말 쉬워요?”함소은은 진정우를 흘깃 쳐다보았다.진정우는 우리 둘의 대화를 듣더니 자연스레 자리를 피했다.“마실 것 좀 가져올게요.”함소은은 멀어지는 진정우의 뒷모습을 보면서 장난스레 미간을 찡그렸다.“순진하네요.”나는 은서를 힐긋 쳐다보고 얘기했다.“조심해요, 애가 듣겠어요.”나랑 함소은은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960화

    “이게 무슨 일이야? 어디서 싸우기라도 한 거야?”난 놀라서 물었다.안리영은 그 상처를 보고 얘기했다.“여기 앉아요. 처치해 줄 테니까요.”“괜찮습니다.”진정우는 안리영을 거절한 후 나를 보면서 얘기했다.“우리를 감시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 네 말이 맞았어.”나는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었다.“왜, 그 사람이 병원까지 온 거야?”“응. 내가 잡았어. 이따가 무슨 일인지 제대로 한번 물어봐야 할 것 같아.”진정우의 눈에는 차가운 기운이 잔뜩 서려 있었다.진정우가 다칠 정도라니. 우리를 감시하는 사람이 보통 사람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 생각에 나는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졌다.범인을 잡아서 다행이었다.“검사는 어때? 별일 없었어?”진정우가 나를 걱정해 주면서 물었다.금방 범인을 잡았다는 생각에 나는 검사에 관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괜찮아. 리영이가 있어서 하나도 걱정할 게 없어.”안리영은 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리영 씨, 우리 지원이 좀 잘 부탁드릴게요.”진정우가 안리영에게 얘기했다.“지금 가려고?”나는 진정우의 옷깃을 잡고 물었다.아무 일도 없다가 갑자기 이런 위험한 일이 들이닥치니 마음이 불안했다.진정우는 내 귀를 매만지면서 얘기했다.“범인을 손 봐줘야지. 그래야 안심하고 살 수 있잖아. 그렇지 않으면 평생 긴장하면서 살아야 해.”나는 그런 진정우의 뜻을 잘 알았다.“그럼 조심해. 리영아, 정우 씨 상처 좀 치료해 줘.”“이 정도는 괜찮아.”진정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얘기했다.나는 진정우의 손을 잡고 놔주지 않았다. 그러자 진정우가 내 귓가에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다른 여자가 나를 만지는 게 어색해서.”아무리 목소리를 낮췄다고 하나 결국 안리영의 귀까지 흘러가게 되었다. 마른기침을 한 안리영이 얘기했다.“진정우 씨, 모든 여자가 당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말길 바라요. 유부남은 철 지난 과일 같은 거니까요.”그 말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진정우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하긴, 솔로는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95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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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958화

    그 질문은 안리영이 본인에게 계속 묻던 질문이다.밤을 새우면서 고민해 보아도 결국 대답할 수 없었던, 그런 질문 말이다.하지만 결국 안리영의 대답은 불가능이었다. 조시언이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지만 안리영이 싫다고 얘기하면 조시언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게다가 안리영은 항상 조시언을 삼촌으로 봐왔지, 남자로 보지 않았으니까 말이다.“안리영 선생, 요즘 많이 피곤해?”병원에서 병원장을 만났을 때, 병원장이 물었다.“잠을 설쳐서요.”안리영이 솔직하게 얘기했다.“남자 친구가 없어서 그런 거 아니야? 내가 소개해 줄까?”병원장은 안리영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었다.안리영은 벗겨진 병원장의 머리를 보면서 가볍게 웃었다.“원장님, 남자 친구는 제가 직접 찾아볼게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조시언은 안리영의 입에서 대답을 받지는 못했지만 재촉하지 않았다.이미 10여 년을 기다려왔으니, 며칠 더 기다린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안리영이 조시언을 거절한 건 조시언이 싫어서가 아니라 삼촌으로 보던 사람을 남자로 봐야 하기 때문이었다.조시언은 안리영 주변의 남자를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거품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허진호는 조시언을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어제 조수민과 통화한 뒤 언제든지 조씨 가문 사람을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삼촌?”허진호는 안리영이 부르는 것처럼 조시언을 불렀다. 마치 본인이 안리영의 남자 친구인 것을 드러내듯이 말이다.조시언은 어두운색의 코트를 입고 무테안경을 썼다. 허진호도 브랜드 명품을 입고 안경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조시언의 앞에 서니 작아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외모도 괜찮고 신분도 괜찮은 편인데 왜 밀리는 기분이 드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우리 칠칠이를 챙겨줘서 고맙습니다.”조시언은 거리를 두면서 얘기했다.조시언은 이미 진정우를 통해 허진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았다.진정우는 허진호가 꽤 괜찮은 정직한 사람이라고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957화

    “해본 적 있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아. 내가 다 처리할게. 이건 내가 해야 하는 일이야. 넌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기만 하면 돼.”조시언은 책임감 있게 얘기했다.안리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대답했다.“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해도 난 안 돼... 삼촌은 나한테 영원히 삼촌이야.”허진호의 집은 5층이었다. 그래서 안리영은 지금 조시언이 무슨 표정을 짓는지 아주 잘 볼 수 있었다.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얼굴에 슬픈 감정이 묻어있다는 것은 잘 알 수 있었다.안리영은 시선을 내리고 얘기했다.“삼촌, 지금 이 관계가 좋은 것 같아. 우리 이 관계를 깨지 마.”“내가 널 몇 년이나 좋아해 왔는지 알아?”조시언이 갑자기 물었다.안리영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그 말인즉슨 예전부터 안리영을 좋아했다는 것인가?하지만 조시언은 한 번도 그걸 얘기한 적이 없었다. 안리영도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니까.조시언이 안리영을 아낀다는 건 안리영뿐만이 아니라 주변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일이었다. 그래서 안리영의 친구들은 안리영에게 아주 대단한 삼촌이 있다는 걸 다 알았다.하지만 그건 가족으로서 잘해준 것이 아닌가?“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달았을 때부터, 나한테는 너밖에 없었어. 다른 사람은 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어. 너도 잘 알잖아?”조시언의 말에 안리영은 어린 시절, 다른 사람이 조시언을 향해 쓴 고백 편지를 전달하던 일이 생각났다.조시언은 성적도 좋고 잘생겨서 많은 여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그 여자들은 조시언의 조카인 안리영에게 잘해주면서 어떻게든 조시언의 정보를 캐내고 조시언과 가까워지고 싶어 했다.안리영은 조시언이 그 편지를 열어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보통은 안리영이 보는 앞에서 그대로 쓰레기통에 넣었으니까 말이다. 안리영은 조시언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너무 쉽게 여긴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래서 조시언의 앞에서 직접 그 편지를 읽어준 적도 있었다.그러다가 한번은 조시언이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안리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956화

    “콜록... 콜록.”안리영은 사레가 들려서 기침했다.아무리 사위라고 해도 바로 어머님이라고 부르지는 않을 텐데...안리영은 멍하니 허진호를 쳐다보았고 허진호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전화기 너머의 조수민에게 본인을 소개했다.“어머님, 저는 리영 씨와 사귄 지 한 달 정도 됩니다. 하지만 어머님이 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까 봐 아직 얘기하지 않은 거예요. 비밀 연애라고 할 수도 있죠.”안리영은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을 정도였다.손을 뻗어 핸드폰을 빼앗으려는데 허진호는 가볍게 피한 뒤 계속 조수민에게 얘기했다.“어머님, 제가 정말 남자 친구라니까요. 거짓말이 아니에요. 그렇지 않으면 왜 이 늦은 시간에 리영 씨가 우리 집에 있겠어요.”허진호는 능글맞은 사람이었다. 안리영은 허진호에게 이 일을 부탁한 것을 잘 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네, 바꿔드릴게요.”허진호가 할 말을 다 한 뒤 전화를 바꿔주었다.안리영은 핸드폰을 들고 얘기했다.“엄마...”“안리영, 넌 대체 왜 나한테 숨기는 거야? 네가 뭔 연예인이라도 돼? 비밀 연애를 하게?”조수민이 불만스레 얘기했다.“내일 당장 그 사람 데려와. 어떤 사람인지 봐야겠으니까.”조수민이 명령조로 얘기했다. 그리고 덧붙였다.“괜히 걱정했네.”뭘 걱정한 것인지, 안리영은 잘 알고 있었다. 아마 안리영과 조시언의 일 때문일 것이다.전화를 끊은 후 안리영은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허진호가 안리영을 보면서 물었다.“어땠어요? 내 연기.”안리영은 허진호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하지만 조수민 때문에 놀라고 나니 찹쌀떡을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버렸다.“얼른 먹어요. 내 성의를 무시하지 말고.”허진호가 장난스레 재촉했다.안리영은 멍한 표정으로 찹쌀떡을 먹었다.허진호는 그 모습을 보고 안리영에게 혼자 있을 시간을 주기 위해 방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안리영이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조시언이 전화를 걸어왔다. 안리영은 무음 모드로 바꿔놓고 조시언의 전화를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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