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6화

Author: 꽃길
조나연은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 아이는 무사했고 그녀는 병실로 돌아왔다.

창백한 얼굴에 붉어진 눈, 거기에 하얀 달빛까지 더해져 정말 애처롭고 가련해 보였다.

“너무 걱정하지 마. 아이는 괜찮아.”

강유형이 위로했다.

“유형 씨, 나 너무 무서웠어.”

조나연이 울음을 터뜨렸다.

강유형이 휴지를 건네자 조나연은 그것을 받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그의 손등에 기댔다.

비록 가엾긴 하지만 그렇다고 남의 약혼자를 자기 남자처럼 대해도 되는 걸까?

나는 다가가 말했다.

“나연 씨, 의사 선생님께서 임산부가 흥분하면 태아에게 좋지 않대요. 겨우 아이를 지키셨는데 이렇게 울다가 또 문제가 생기면 곤란해질 거예요.”

말하면서 난 그녀를 부축하며 강유형과 살짝 떼어놓았다.

하지만 강유형의 손등에 남은 눈물자국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 것이 다른 사람에 의해 더럽혀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깨끗한 걸 좋아한다. 일상에서도 그렇고 감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조나연은 내가 이렇게 말한 것에 놀란 듯했다. 그녀는 얼굴색이 확 변했다가 순식간에 표정을 바로 잡았다.

“유형 씨, 미안해. 내가 이렇게...”

그녀가 휴지를 집어 강유형의 손을 닦으려 하자 내가 가로막았다.

“나연 씨, 지금은 함부로 움직이면 안 돼요.”

조나연의 표정이 굳었다. 눈물 고인 눈으로 강유형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분명 애정이 깃들어 있었다.

병실을 나오자마자 나는 강유형에게 물었다.

“나연 씨가 널 좋아하나 봐?”

“아니야!”

강유형이 부인했다.

“그럼 넌? 나연 씨를 좋아해?”

한 번에 확실히 물어보고 싶었다. 애매하게 끌려다니고 싶지 않았으니까.

강유형의 표정이 굳어졌다. 몇 초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그저 친구일 뿐이야...”

정말 그저 친구일까?

“석진이가 세상을 떠날 때 내 손을 잡고 나연이를 돌봐달라고 했어...”

강유형의 목소리가 떨렸고 늘어뜨린 손도 마찬가지였다.

임석진의 죽음을 언급할 때마다 그는 항상 이렇게 격앙되는 것 같았다. 한 번이 아니었다.

그의 모습에 내 마음이 조금 아팠다.

“다른 뜻은 없어. 그저 나연 씨가 너한테 너무 의지하는 것 같아서.”

“나연이는... 아마도 임신해서 그런 거야. 혼자라 불안한 모양이야.”

강유형이 그녀를 대신해 설명했고, 그의 어두운 눈동자가 내 얼굴에 머물렀다.

“지원아, 앞으로 주의할게.”

그가 이 정도로 말했는데 내가 뭘 더 말할 수 있을까. 그래도 설마 하는 마음에 난 한 마디 더 당부했다.

“친구를 위해 돌본다 해도 남녀 간의 선은 지켜야 해.”

아까 같은 장면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마음이 불편해지니까.

“응, 알았어...”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멀리서 바퀴 구르는 소리가 급하게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응급차를 밀고 이쪽으로 급히 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내가 막 피하려는 순간 강유형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조심해.”

그리고 그가 나를 잡아당겼다.

잠시 후 응급차가 우리 뒤로 급히 지나갔고, 나는 그의 품에 안겨 귓가에서 쿵쾅거리는 그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이 소리에 강씨 집안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학교 행사에 참여했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진 적이 있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 강유형이 달려와 나를 안고 ‘괜찮아’라고 말하며 보건실로 달려갔었다.

그때 처음으로 그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급하고 당황한...

그 순간부터 진정으로 그에게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지금도 그의 심장은 여전히 빠르게 뛰고 있었다.

나 때문에.

나는 눈을 감고 다른 잡념들을 밀어내고는 얼굴을 강유형의 품에 더 파묻으며 말했다.

“우리 집에 가자. 나 피곤해.”

“알았어. 나연이한테 말하고 올게.”

강유형이 나를 놓으며 내 이마에 입 맞췄다.

나는 병실에 들어가지 않고 문 앞에서 기다렸다.

강유형이 조나연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듣지 못했지만 그가 나올 때 조나연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나와 강유형이 강씨 집안에 돌아왔을 때 그의 부모님은 아직 주무시지 않고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계셨는데 서로 말은 없었다.

평소에도 그들은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내가 아주머니께 여쭤봤을 때 그녀는 ‘부부가 매일 얼굴 보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니?’라고 하셨다.

강유형은 젊었을 때 부모님의 사랑도 격렬했다고 말했었다. 결국 평범해졌지만 말이다.

어쩌면 이것이 사랑의 최종 모습일지도 모른다.

“아버지, 어머니!”

“아주머니, 아저씨!”

우리는 각자 인사를 드렸다.

“너희 둘 밥 먹었니? 안 먹었으면 음식 남겨뒀단다.”

강유형 어머니, 김희연이 자애롭게 말씀하셨다.

“먹고 왔어요.”

강유형이 대답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너 더 먹고 싶은 거 없어?”

저녁을 거의 못 먹었지만 지금은 전혀 배고프지 않았다.

“없어.”

“그럼 너희 둘 올라가서 쉬어라. 조금 있다 도우미가 우유를 가져다줄 거야.”

김희연이 환하게 웃었다.

내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그 미소가 뭔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올라갔다. 문을 열자마자 나는 멈칫했고 고개를 돌려 강유형을 바라봤다.

문 앞에 서 있던 그도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내려가기도 전에 김희연이 올라왔다.

“지원아, 아까 말하는 걸 깜빡했네. 유형이 방을 너희 신혼 방으로 꾸미려고 하는데 지금은 유형이가 네 방에서 자면 되겠다.”

“어머니, 저희는 결혼하면 따로 나가서 살 거예요. 여기서 뭘 신혼 방을 꾸미세요?”

강유형이 되물었다.

“나가서 산다고 여기 안 오는 것도 아니잖니. 명절이나 가끔 늦게 돌아올 때 여기서 자야지.”

김희연이 그를 흘겨보며 내 방문 앞으로 데려왔다.

“너희 곧 혼인신고 할 건데 같이 자는 게 뭐 어때.”

“지원아, 너는 괜찮지?”

김희연이 나에게 물었다.

순간 강유형이 신지태에게 했던 말이 떠올라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괜찮아요.”

강유형이 대신 대답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고 그다음 순간 그의 팔이 내 어깨를 감싸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니, 안녕히 주무세요!”

강유형의 인사와 함께 문이 닫혔다.

나와 강유형 모두 말이 없었다.

분위기가 어색했고 또 묘하게 설렜다. 특히 큰 침대에 빨간색 이불이 깔려 있어서 마치 오늘이 우리의 첫날밤인 것 같았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저기... 내가 바꿀게...”

나는 강유형의 팔에서 빠져나오려 했지만 그가 나를 다시 잡아당겼다. 그의 깊은 눈동자와 마주치자 내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고 숨도 거칠어졌다.

강유형의 목젖이 움직였고 그가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순간 온몸의 신경이 긴장으로 곤두섰다.

그가 점점 가까워졌고 내 팔을 잡은 손도 천천히 위로 올라와 어깨와 목덜미에 닿더니 곧 그의 얼굴이 내려왔다.

나도 긴장한 채로 그를 잡았다.

“강...”

뒷말은 그의 입술에 막혔다.

그의 키스는 격렬하고 뜨거웠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 몇 년간 우리가 함께하면서 키스를 한 적은 물론 있었다.

하지만 매번 그는 살짝 입술만 스치듯 했을 뿐, 혀를 사용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 밤은 달랐다. 그의 키스는 분명 격렬했다.

나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이가 달달 떨렸고 그가 깊이 들어오려 해도 들어올 수 없었다.

강유형은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내 귓가에 속삭였다.

“긴장 풀어.”

그 말과 함께 나는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나를 안아 침대에 눕혔다.

그의 손가락이 내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하자 나는 긴장으로 발가락까지 오그라들었다...

그의 이마에 핏줄이 불거진 것이 보였고 목젖도 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비록 남녀 간의 일을 경험해 보진 않았지만 나는 그도 지금 나와 마찬가지로 설레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마도 그가 말했던 ‘관심 없다’는 건 그저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직접 해보면 달라질 수도 있을 거니까.

나는 눈을 감고 나와 강유형의 은밀한 여정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내 옷이 벗겨지며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고 그의 입술이 막 내 목에 닿으려는 순간, 강유형의 휴대폰이 울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움찔하며 그의 팔을 꼭 붙잡았다.

“강유형...”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1013화

    안리영은 바로 대답했다.“그래!”손을 씻고 돌아와 보니 조시언이 이미 안리영을 위해 수저와 그릇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삼촌은 왜 안 먹어?”안리영은 만두 두 개를 다 먹은 후 갑자기 생각나서 물었다.“배 안 고파.”그 말인즉슨 아직 밥을 먹지 않았다는 것이었다.“이렇게 많은 걸 나 혼자 어떻게 먹어. 삼촌도 같이 먹어.”안리영은 자연스럽게 만두 하나를 들고 조시언 입가에 가져갔다.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이었지만 조시언은 약간 굳어버렸다. 그러자 안리영도 지금 이 행동이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만두를 내려놓으려던 때, 조시언이 입을 벌려 만두를 먹었다.안리영은 그런 조시언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부끄러워하면서 얼굴을 붉혔다.조시언은 천천히 만두를 씹으며 부끄러워하는 안리영을 쳐다보더니 씩 미소를 지었다.이 만두는 조시언이 먹어본 만두 중에서 가장 맛있는 만두였다.어색해하는 안리영을 보면서 조시언은 같이 만두를 먹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결국 가져온 만두와 반찬을 모두 다 먹었다.“이따가 돌아가서 쉴 거야?”조시언이 물었다.“오늘 낮에 근무라서 안 돼. 점심에 조금 자 둘 거야.”안리영의 대답을 듣고 나서 조시언은 피곤해하는 그녀를 보면서 다시 물었다.“다른 일 해볼 생각은 없어?”“응?”“응급 호출 없는 곳으로 말이야.”조시언이 떠보듯이 물었다.안리영은 그런 조시언의 뜻을 이해하고 피식 웃었다.“삼촌, 내가 배운 게 바로 산부인과 의학인데, 다른 걸 뭘 하겠어. 내가 그동안 의학을 배운 시간이 아깝지도 않아?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야.”안리영이 명확한 대답을 내놓았다.조시언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그래도 좀 쉬엄쉬엄해. 뭐든 혼자서 해내려고 하지 말고. 넌 신이 아니라 인간이야.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돼.”“응. 알았어.”안리영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수고했어, 삼촌. 고마워. 점심은 내가 알아서 먹을게.”조시언은 알겠다고 대답한 뒤 도시락을 들고 떠났다. 그리고 곧 안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1012화

    안리영은 조시언이 이렇게 일찍 올 줄은 몰랐다. 설날을 축하하고, 또는 새로운 생명을 축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시언은 오직 안리영을 위해 이 자리에서 기다린 것이다.안리영은 그 사실에 약간 감동했다.“삼촌, 왜 이렇게 일찍 온 거야?”안리영은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물었다.“네가 배고플까 봐.”조시언은 음식을 가져오고 휴게실을 쳐다보면서 말했다.“문 열어.”안리영이 휴게실의 문을 열었다. 휴게실은 그리 크지 않았다. 테이블 하나, 침대 하나, 그리고 옷장까지. 그게 다였다.“앉아.”안리영이 침대에 앉은 채 조시언에게 의자를 꺼내주었다.조시언은 음식을 내려놓고 물었다.“여태까지 안 잔 거야?”“잤지.”안리영은 그 꿈을 떠올리고는 마른 기침을 했다.조시언은 안리영을 보면서 말했다.“물 좀 많이 마셔.”테이블 위에 놓인 안리영의 물컵은 핑크색이었다. 그 위에는 귀여운 그림까지 있었지만 안은 물기 하나 없었다.조시언은 바로 안리영의 물컵을 들고 물을 받아왔다.컵을 받으면서, 안리영과 조시언의 손끝이 부딪혔다. 그 순간 안리영의 심장에 전기가 통하는 기분이 들었다.이 정도 스킨십은 아주 정상이었다. 하지만 안리영은 왜 자꾸 이상한 기분이 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안리영은 조시언의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삼촌, 이제 보니 사람 잘 챙겨주네.”“응?”조시언은 안리영을 쳐다보면서 다시 대답했다.‘응.”“...”좁은 공간, 조용한 분위기.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리영은 그저 손끝에 느껴지는 온기를 붙잡을 뿐이었다.물컵의 물을 한 모금 마신 안리영은 너무 뜨거워서 혀를 덴 것 같았다. 분홍색 입술 사이로 삐져나온 혀를 보면서 조시언은 시선을 돌렸다. 창문으로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 빛은 조시언의 얼굴에 비쳐 아름다운 음영을 만들어냈다.아무리 지금 성형이 유행이라고 하지만, 조시언의 이 골격은 성형으로도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이 분명했다.안리영은 문득 조시언의 부모님이 얼마나 잘생기고 아름다웠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1011화

    “설날이 때문이 아니었다면 네 걱정은 귀찮아서 하지도 않았을 거야.”그렇게 얘기하면서 안리영이 아이를 도닥였다.“그렇지? 설날아. 우리 설날이 생각해 주는 건 나밖에 없다니까. 이리와, 밥 먹자.”안리영이 아이를 내 품에 안겨주었다.처음이지만 나는 쑥스러워하지 않고 안리영의 말을 따라 젖을 주었다. 약간 아픈 데다가 처음이라 자세도 편하지 않아 식은땀이 잔뜩 났고 아이도 많이 먹지 못했다.나는 불안해져서 물었다.“어떻게 해야 해?”“괜찮아. 이제 시작이잖아. 일단은 분유를 먹이는 게 좋겠어.”내 옆에서 식은땀을 흘리는 진정우를 보면서, 안리영이 얘기했다.“분유나 타 줘요.”“모유 수유가 이렇게 힘든 거예요?”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많은 지식을 섭력한 진정우도 지금은 어리바리한 아이가 되어 있었다.“아니요. 전문가가 오면 바로 적응할 수 있을 거예요.”안리영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얘기했다.그 말에 진정우는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일단 나를 위해 땀을 닦아준 후, 그리고 아기에게 분유를 타 주러 갔다.“딸이 생겼다고 해서 아내를 소홀히 하지 않네. 일단 합격.”안리영은 진정우의 뒷모습을 보면서 혼잣말을 했다.모유 수유에 실패하자 아이는 입맛을 다시며 또 칭얼거렸다.안리영은 아이를 안고 달래며 얘기했다.“아가야, 조금만 기다려. 네 아빠가 곧 분유를 타올 테니까 말이야.”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본 진정우여도 실전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진정우는 온도와 분유량을 재차 체크하면서 결국 식은땀을 흘렸다.아이를 키우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진정우가 분유를 안리영에게 건네주자 안리영이 멍해서 진정우를 쳐다보았다.“내가 먹여요?”진정우도 안리영과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안리영은 분유병과 아이를 진정우의 품으로 넣어주면서 얘기했다.“이런 건 아빠가 해야죠. 만약 지원이가 모유 수유에 실패한다면 앞으로 진정우 씨가 아이한테 분유를 먹여줘야 하니까요.”“하지만 처음인데... 사레가 들리면 어떡해요?”진정우가 물었다.“괜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1010화

    “...”안리영은 그대로 굳어버렸다..‘너무 빨리 왔나. 일단 돌아가...’놀라서 황급히 몸을 돌리던 순간, 안리영은 옆에 있는 벤치에 다리를 박았다. 너무 아팠지만 소리를 냈다가는 들킬 것 같아 안리영은 이를 꽉 깨물었다.진정우는 내 말을 듣고 표정이 약간 이상해졌다. 그리고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나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하지만 웃다가 상처가 아파서 그대로 굳어버렸다.“왜 그래? 어디 아파?”진정우가 놀라서 물었다.안리영도 내 소리를 듣고 얼른 달려왔다.“무슨 일이야?”“상처가 아파...”나는 진정우의 손을 꽉 잡고 통증을 잊으려고 애썼다.안리영은 나를 쏘아보았다.“이렇게 보면 너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거 같아. 본인 상황부터 좀 알고 얘기해.”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다가 결국 웃음이 터졌다.진정우는 안리영이 우리의 대화를 들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렇지만 얼굴을 붉히면서 안리영에게 물었다.“괜찮은 거 맞아요? 검사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일단 볼게요.”안리영은 말을 마친 후 장갑을 꼈다.자리에 남아있는 진정우를 보면서 안리영이 물었다.“나가 계시지 않고 여기 있으시려고요?”진정우는 나를 쳐다보았다. 진정우가 나를 걱정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난 여전히 부끄러웠다.“가서 물 좀 버려줘. 나는 이제 괜찮아. 검사 안 해도 될 것 같은데...”“검사받아.”진정우는 말을 마친 후 자리를 떠났다.안리영은 검사를 마친 후 얘기했다.“다른 건 괜찮아. 하지만 좀 조심해야겠어. 그리고...”안리영이 나한테 다가와 얘기했다.“그렇게 못 참겠어? 아이를 낳은지 세 시간 밖에 안 됐는데 막 남편을 자극하는 거야?”나는 안리영의 말에 난감해했지만 자연스럽게 대답했다.“이게 바로 부부 사이라는 거야. 하여튼 이미 아이 낳았으니 이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꿈 그만 꿔. 3개월 동안은 안 되니까.”안리영이 경고했다.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렇게 오래 참아야 해?”“못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1009화

    “괜찮아, 난 할 수 있어.”진정우가 자연스럽게 물을 받아오려고 떠났다.진정우가 떠나자마자 안리영이 얘기했다.“출산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진정우 씨한테 이 정도 일도 못 시키겠다는 거야?”“그게 아니라... 부끄러워서...”내가 조심스레 얘기했다.“부끄럽기는 뭘.”안리영이 나를 향해 눈을 흘겼다.“너도 나중에 아이 낳아봐. 네 남편이 네 일을 처리해 준다고 생각해 봐.”그러자 안리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안리영은 얼른 아이를 안고 돌아섰다.“왜 얼굴 붉히는 거야?”“내가 언제?”안리영은 아니라고 잡아뗐다.안리영은 아까 꿈에서의 내용을 떠올리고 있었다. 물론 나는 그걸 전혀 모르고 있었고 말이다.진정우가 물을 가져왔다. 그리고 수건을 들고 나를 쳐다보았다.나는 자리에 앉은 채 이도 저도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굳어있다가 결국 진정우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나는 놀라서 얘기했다.“여기에 두고 가. 내가 알아서 할게.”안리영이 돌아서서 물었다.“이렇게 부끄러워할 거면 아이는 대체 어떻게 가졌대.”“그만해.”나는 부끄러워서 안리영을 쏘아보았다.“네, 네. 알겠네요.”안리영은 알겠다는 듯 아이를 침대에 눕혔다.“10분 후에 올게. 아니면 정리한 다음에 벨 눌러.”안리영이 떠나자 나와 진정우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진정우 앞이라서 부끄러운 게 아니라 안리영 앞이라서 어색했다.그 사이 안리영은 간호사와 대화를 나누었다.“안 교수님 친구분은 정말 대단하시네요.”헬스장 이용권을 얘기하는 것이었다.“귀한 딸을 얻었으니 당연히 그 정도는 해야죠.”안리영이 웃으면서 얘기했다.“우리가 돈을 받는 게 금지라서 그렇지, 아니면 이 정도는 해줬을걸요?”안리영이 손가락으로 숫자를 보여주자 간호사는 놀라서 숨을 헉 들이켰다.“그렇게 부자예요? 아내분 너무 부럽다...”“돈만 많아서는 부러울 거 하나 없어요. 본인한테 잘해주는 남자를 만나야 좋은 거지.”안리영은 진정우가 나한테 얼마나 잘해주는지 알았다.“그러게 말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1008화

    그 순간 안리영이 확 깨버렸다.깨어난 뒤 안리영은 멍하니 앉아 있었다.‘이게 무슨 개꿈이야?’수많은 아이들의 출산을 도왔지만 본인이 아이를 낳는 꿈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그 상대가 조시언이라니. 조시언의 아이를 낳는 꿈이라니.말도 안 되는 일이다.‘음력설부터 이런 재수 없는 꿈을...’안리영은 얼굴을 가볍게 때린 후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들이켰다. 그리고 휴게실을 나왔다.진정우는 나에게 음식을 먹여주고 있었다. 혼자 먹을 수 있었지만 진정우는 굳이 나한테 먹여주겠다고 했다. 지금 이 시기는 황제 대우를 받아야 하는 시기라고 말이다.아마도 내가 아이를 낳으면서 받은 고통 때문에 죄책감이 생긴 모양이었다.조시언이 가져온 제비집 요리와 저녁에 같이 만든 만두를 먹으면서, 나는 맛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진정우는 이건 야식이고 이따가 아침을 챙겨 먹어야 한다고 했다.“먹고 있어?”안리영이 흰 가운을 걸치고 들어왔다.“같이 먹을래? 나 혼자 다 못 먹어.”“됐어. 나는 먹여주는 사람이 없어서, 싫어.”안리영이 장난스레 얘기했다.“그럼 네 삼촌 부르면 되겠네.”출산을 마친 후 고통이 사라지니 안리영에게 이런 농담을 할 여력도 생겼다.“입 닫고 먹기나 해.”안리영이 나를 쏘아보면서 얘기했다.거의 다 먹은 나는 진정우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진정우는 억지로 더 먹이지 않았다. 그저 따뜻한 물로 입가심을 할 수 있게 도와줄 뿐이었다.안리영은 내 품속의 공주님을 보면서 얘기했다.“내가 아주 많은 아이의 출산을 도왔지만 그래도 네 딸이 제일 예뻐. 그리고 조용하고 울지도 않고, 얼마나 기특한지.”나는 옆으로 돌아누워서 아이를 쳐다보았다.“편할 거야. 그냥 웃으면서 지켜봐.”안리영은 손으로 아이를 가볍게 어루만졌다.“이름은 지었어?”“응, 설날이라고.”내 말에 안리영이 코웃음 쳤다.“너무 대충 지은 거 아니야? 설날에 낳아서 설날인 거야?”“아직 태명이야. 그리고 너도 7월 7일에 낳아서 네 삼촌이 칠칠이라고 부르잖아.”내 말에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