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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2화

Author: 꽃길
진정우는 나를 바라보며 눈동자에 놀람과 불안이 뒤섞인 감정을 드러냈다.

그의 마음이 어떤지 나는 알 수 있었다.

“일단 상황부터 파악하자. 소영이를 믿어야 해.”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산부인과였다. 미혼인 진소영이 여기 있는 건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니 친오빠인 진정우가 불안해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여기로 돌아오고 나서 진정우는 진소영을 보러 다녀왔었다. 하지만 나는 따라가지 않았다. 그 애가 나를 좋게 보지 않았기에 내 쪽에서 굳이 먼저 나설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적어도 내 쪽에선 떳떳했으니 말이다.

진정우는 진소영이 서울여대에서 잘 지내고 있는 줄로만 알았기에 그녀가 지금 이런 곳에 있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진소영은 우리가 있는 걸 눈치채지 못한 듯했고 표정은 한껏 긴장되어 있었다. 그저 자꾸만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초조하게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너무 지루했던 건지 가방에서 책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집중이 안 되는 듯 이내 책을 신경질적으로 엎어버렸다.

나와 진정우 모두 그녀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지만 일단 사실부터 파악하자는 생각에 섣불리 다가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리영이 병원에 도착했다.

나는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가 옆으로 끌고 갔다. 그러자 내가 말도 꺼내기 전에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쓸데없는 생각 마. 그냥 술 너무 마셔서 늦잠 잤을 뿐이야.”

나는 어이가 없어서 코웃음을 쳤다.

“나 아직 말도 안 했거든? 그렇게 찔려?”

그리고 나서 나는 손가락으로 진소영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정우 씨 동생이 산부인과에 왔는데 우리가 직접 다가가긴 좀 그래서... 네가 가서 뭐 좀 알아봐 줄래?”

“알겠어. 가서 인사만 할게. 근데 굳이 다른 의사한테 진료 예약한 거 보면 우리한테 들키기 싫은가 봐.”

안리영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그녀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위해 나와 통화 상태를 유지한 채 진소영이 진료받는 의사에게 휴대폰을 살짝 맡겼다.

덕분에 나는 진료실 안의 모든 대화를 실시간으로 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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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882화

    진정우는 나를 바라보며 눈동자에 놀람과 불안이 뒤섞인 감정을 드러냈다.그의 마음이 어떤지 나는 알 수 있었다.“일단 상황부터 파악하자. 소영이를 믿어야 해.”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산부인과였다. 미혼인 진소영이 여기 있는 건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니 친오빠인 진정우가 불안해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여기로 돌아오고 나서 진정우는 진소영을 보러 다녀왔었다. 하지만 나는 따라가지 않았다. 그 애가 나를 좋게 보지 않았기에 내 쪽에서 굳이 먼저 나설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적어도 내 쪽에선 떳떳했으니 말이다.진정우는 진소영이 서울여대에서 잘 지내고 있는 줄로만 알았기에 그녀가 지금 이런 곳에 있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진소영은 우리가 있는 걸 눈치채지 못한 듯했고 표정은 한껏 긴장되어 있었다. 그저 자꾸만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초조하게 앉아 있을 뿐이었다.그러다 너무 지루했던 건지 가방에서 책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집중이 안 되는 듯 이내 책을 신경질적으로 엎어버렸다.나와 진정우 모두 그녀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지만 일단 사실부터 파악하자는 생각에 섣불리 다가가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안리영이 병원에 도착했다.나는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가 옆으로 끌고 갔다. 그러자 내가 말도 꺼내기 전에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쓸데없는 생각 마. 그냥 술 너무 마셔서 늦잠 잤을 뿐이야.”나는 어이가 없어서 코웃음을 쳤다.“나 아직 말도 안 했거든? 그렇게 찔려?”그리고 나서 나는 손가락으로 진소영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정우 씨 동생이 산부인과에 왔는데 우리가 직접 다가가긴 좀 그래서... 네가 가서 뭐 좀 알아봐 줄래?”“알겠어. 가서 인사만 할게. 근데 굳이 다른 의사한테 진료 예약한 거 보면 우리한테 들키기 싫은가 봐.”안리영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그녀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위해 나와 통화 상태를 유지한 채 진소영이 진료받는 의사에게 휴대폰을 살짝 맡겼다.덕분에 나는 진료실 안의 모든 대화를 실시간으로 들을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88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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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88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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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성수가 조경태에게 술을 따르자마자 잔을 들기도 전에 잔소리가 날아들었다.“술잔 들 땐 누구보다 재빠르네...”“시언아, 너 나중에 결혼하더라도 절대 네 누나랑 어머니 같은 여자는 만나지 마라. 평생 잔소리 듣고 살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그 말에 온 가족이 폭소를 터뜨렸다.비록 집에 돌아왔을 때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점점 풀렸고 결국 모두 웃으며 마무리되었다.식사 후, 조민영이 말했다.“오늘 둘 다 그냥 집에서 자고 가.”“그건 안 될 것 같아요.”“저도 해야 할 일이 있어요.”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하자 식탁 위 시선이 일제히 두 사람에게로 몰렸다.안리영은 정면을 응시하며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요즘 임산부 수술을 준비 중이라 할 일이 많아요. 사실 오늘도 야근하려다가 호출받고 온 거거든요. 이따 가서 다시 일해야 해요.”조시언은 딱 한 마디만 했다.“저는 칠칠이 데려다줘야 돼요.”“됐어, 편한 대로 해. 다 큰 어른들이고 각자 일이 있는 거지.”조경태가 쿨하게 허락했다.주씨 가문 본가에서 나오자 안리영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이제 삼촌도 내가 왜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지 이해되지?”“다시 병원 가?”조시언이 묻자 안리영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아니, 그냥 핑계였어.”“집에 들어가기 싫은 거지?”조시언은 그녀를 꿰뚫는 듯한 눈빛으로 물었다.안리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었다.“술 한잔하고 싶어요.”그녀는 의사였기에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 술은 거의 입에 대지 않는 편이었다. 게다가 술은 신경을 둔하게 만들어 손끝의 감각을 무디게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오늘만은 예외였다. 오늘은 그저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보고 싶었던 것이다.예전 같으면 나를 불렀겠지만 지금 나는 임신 중이었기에 안리영은 나를 불러내는 걸 조심스러워했다.“그래, 같이 가자.”조시언은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는 안리영이 원하는 거라면 뭐든 함께 해줄 사람이었다.밤은 깊어지고 술집의 열기는 점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878화

    조민영은 그 질문을 받고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곧바로 말을 이었다.“시언아, 그게 무슨 말이야? 리영이는 내 딸이야. 내가 낳고 내가 키운 아이인데 내가 어떻게 걔를 해치겠니?”“그럼 오늘 왜 그러셨어요?”조시언의 말투와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네 누나도 리영이가 구안석한테서 벗어나지 못할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야.”이번엔 안성수가 나섰다.“맞아, 시언아. 네 누나랑 형부가 리영이를 해치려고 그러겠니? 사실 여씨 집안도 조건이 나쁜 집안은 아니잖아. 근데 오늘 왜 인지 안색도 안 좋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가시가 돋혀있으니...”지금껏 말이 없던 조시언의 아부지인 조수현도 입을 열었다.그러자 당사자인 안리영도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다 알아요. 다들 절 걱정해서 이러시는 거... 그런데 전 아직 연애할 생각 전혀 없어요. 그렇다고 옛날 감정에 빠져 있는 것도 아니에요. 제가 연애를 하든 말든 그냥 자연스럽게 두시면 안 될까요?”“그래, 네 마음만 편하면 됐다. 우리도 더는 안 간섭할게.”최진희가 나서며 말하자 안리영은 환하게 웃었다.“그럼 됐어요. 럼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해.”최진희가 웃으며 핀잔을 줬다. 그러다 시선을 조시언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그리고 넌 오늘 좀 심했어. 어쩜 그렇게 참을성이 없니?”“전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어요.”조시언은 당당하게 말했다.“그래, 너는 늘 옳지. 여자 안 만나는 것도 말이야. 전에 소개해 준 사람은 다 마음에 안 든다며? 네가 직접 고른다더니...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데 네가 고른 여자는 도대체 어디 있어?”조시언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아직 찾는 중이에요.”“또 그러네. 맨날 그렇게 넘어가려고!”최진희의 언성이 높아졌다.“할머니!”안리영이 나섰다. 아까는 외삼촌이 자신을 지켰으니 이번엔 자신이 나설 차례였다.“그만하세요. 외삼촌이 아무 여자나 데려와서 힘들게 사는 거 보고 싶으세요?”“데려오기만 하면 행복하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877화

    “네!”안리영과 조시언이 입을 맞춰 동시에 대답했다.현진영의 얼굴이 순간 굳더니 곧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두 사람은 외삼촌과 조카 사이니까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겠지만 이제는 다 컸으니 각자 공간이 필요하지 않나요? 시언 씨가 여자 친구라도 데려오면 불편하지 않겠어요?”그녀는 쓸데없는 걱정까지 하면서 말했다.“여자 친구 없습니다. 불편해할 것도 없고요.”조시언은 딱 잘라 대답했다.“그래도 남자랑 여잔데 거리를 둬야죠.”여준은 안리영을 보는 눈빛부터 벌써 달라져 있었다.“그렇게밖에 생각을 못 하시니까 그렇게 보이는 거죠.”안리영은 바로 그의 말을 받아쳤다.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짜증을 내자 여씨 가문 사람들의 얼굴은 금세 굳어졌다.그러자 조민영이 어쩔 수 없이 나섰다.“며칠 전 병원에서 진상 환자가 리영이한테 시비를 걸었거든요. 그게 걱정돼서 잠시 시언이 집에 머물게 한 거예요.”“그런 거군요.”현진영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 말 속뜻을 정확히 알아챈 안리영은 갑자기 짜증이 나서 입을 열었다.“저 앞으로도 삼촌 댁에서 살 거예요.”그녀의 한마디에 분위기는 다시 얼어붙었다. 그러자 현진영은 굳은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지금은 시언 씨한테 여자친구가 없으니 괜찮겠지만 생기면 그땐 곤란해질 수도 있어요.”“칠칠이가 언제까지 우리 집에 살든 간섭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조시언은 마치 릴레이라도 하듯 안리영의 말을 바로 이어받았다.이쯤 되자 여씨 가족도 두 사람의 생각을 알아챘다. 안리영은 맞선을 볼 생각조차 없다는 것도 말이다.더군다나 안리영이 조시언과 함께 산다는 말을 듣고선 아무리 삼촌과 조카라 해도 성인 남녀가 함께 지내는 것이었기에 그들은 영 껄끄러웠다.“시언 씨가 리영 씨를 참 잘 챙기시네요. 두 사람 관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괜찮겠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연인 사이인 줄 알겠어요.”현진영은 입이 아주 독했다.조시언의 눈빛이 어두워지고 표정에도 싸늘한 기운이 돌았다.“그 말 들으니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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