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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3화

Author: 꽃길
의사는 잠시 멈칫했다.

“왜 그 검사를 받으려는 거죠? 최근에 에이즈 환자와 접촉한 적이라도 있나요?”

“접촉한 적 있어요.”

진소영의 목소리는 아주 작고 가라앉아 있었다.

“처음엔 몰랐어요. 이틀 전에야 알게 됐거든요. 그래서 지금 너무 불안해요.”

“그 사람이 확진 받은 게 확실한가요? 어떤 방식으로 접촉했는지도 말해줄 수 있나요?”

의사는 말하다가 잠시 숨을 골랐다.

“에이즈는 물론 무서운 병이지만 단순한 접촉으로는 감염되지 않아요.”

의사는 기본적인 에이즈 감염 경로와 위험성에 관해 설명해 주었고 곧이어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실대로 말해주면 감염 가능성에 대해 판단할 수 있어요. 검사가 정말 필요한지도요.”

“그 아이는 여자예요. 형편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알바를 하고 있거든요. 한 달 전쯤부터 좀 아팠고 그래서 제가 며칠 동안 간호를 해줬어요. 최근엔 같이 밥도 먹고 같은 화장실도 썼고요.”

“일주일 전에 갑자기 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병원에 가보니까 에이즈에 걸렸다는 판정을 받았더라고요. 그랬더니 저도 갑자기 아래쪽이 간지럽고 불편해서 혹시 감염된 게 아닌가 의심돼요.”

그 말을 들은 순간, 나와 진정우의 가슴은 한없이 무거워졌다.

에이즈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으니 말이다.

의사는 이후에도 에이즈에 대한 설명을 계속 이어갔다.

“의심이 든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게 맞아요. 하지만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에이즈는 혈액, 성관계, 혈육에게만 전염되거든요. 단순한 접촉으로는 감염 확률이 극히 낮아요. 거의 없다고 봐도 돼요.”

“그래도 검사받고 싶어요.”

진소영이 단호한 말투로 말하자 의사가 물었다.

“혹시 그 여자애 말이에요. 그런 불건전한 일을 하는 건 아니죠?”

“아니에요!”

진소영은 빠르게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착실한 아이거든요. 근데 1년 전에 성폭행을 당했어요...”

의사는 몇 초간 침묵하다가 조용히 말했다.

“그 친구한테도 꼭 치료받으라고 하세요.”

진소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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