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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Author: 꽃길
저녁 무렵.

안리영은 마지막 수술을 마친 뒤 수술 장갑을 벗으며 하루의 끝을 마무리했다.

“리영 씨, 빨리 가자!”

이때 수간호사 오현아가 다가오더니 그녀를 불렀다.

“어디 가요?”

안리영은 지금 너무 피곤해서 그냥 이대로 집에 가자마자 눕고 싶었다.

그러자 오현아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피곤해서 정신없구나? 원장님이 오늘 저녁에 축하 파티가 있다고 할리스 호텔 예약하셨잖아.”

“저는 그냥 안 가면 안 될까요?”

안리영은 지금 수술복 벗을 힘조차 없었다.

“리영 씨가 오늘 주인공인데 안 가면 되겠어?”

오현아도 그녀가 많이 피곤해하는 것 같아서 선뜻 수술복을 벗겨주며 말을 이었다.

“리영 씨는 가서 아무것도 할 필요 없으니까 그냥 먹고 마시기만 해.”

그것조차 하기 싫은 안리영은 이 상황이 그저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이미 호텔까지 잡아뒀다고 하는데 계속 거절하는 것도 도리에 어긋나는 것 같았고 또 오현아의 말대로 오늘 이 자리의 주인공인데 만약 안 갔다가는 다른 사람들이 뻘쭘해할 것 같았다.

안리영은 이런 자리가 매우 불편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한껏 기대에 차 있을 것이다.

그건 오현아의 눈빛만 봐도 알 것 같았다.

탈의실에서 나오자마자 구안석이 다가왔다.

“이따 내 차로 같이 가자.”

“아니야. 나도 차 갖고 와서 혼자 가면 돼.”

안리영이 거절하자 구안석도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는데 얼굴에 드러나는 실망감은 감추지 못했다.

그녀가 지금 자기랑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게 너무나도 잘 느껴졌기 때문이다.

“오늘 두 주인공은 자차로 갈 필요 없어. 병원에서 특별히 차를 준비해 뒀거든.”

오현아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다들 준비가 된 것 같으니까 출발합시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모든 사람이 빠르게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차에 올라탄 사람들은 모두 각자 자기 자리를 찾아서 앉았고 맨 마지막 두 개의 자리를 구안석과 안리영에게 남겨줬다.

안리영은 아무 생각 없이 자리에 앉자마자 조시언에게 문자 하나를 보냈다.

[삼촌, 오늘 병원에서 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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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896화

    안리영은 나를 보러왔다가 눈앞의 광경을 보자마자 세글자를 내뱉었다.“미쳤네.”모든 사람이 아마 내가 2억이라는 거금을 주고 이런 낡은 마당에 벽 하나, 심지어 지붕도 온전하지 못한 흉가와 다름없는 집을 샀다고 알리면 분명 똑같은 소리를 했을 것이다.“사서 고생한다는 말을 들어보기만 했지, 이렇게 눈앞에서 직접 목격하게 될 줄이야.”안리영은 한껏 실망스러운 얼굴로 나에게 다시 말을 이었다.“그렇게 돈 쓸 곳이 없으면 차라리 필요한 사람한테 기부나 해.”나도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지금은 이래도 딱 한 달 뒤면 아주 새롭게 변할 테니까 어디 두고 봐.”그러자 안리영은 다시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집을 다시 지을 예산이면 차라리 좀 괜찮은 거라도 고르던지. 하필 다 쓰러져가는 집을 다시 고쳐 쓰겠다는 이유가 뭐야?”“좀 낡았어도 다시 새롭게 지으면 느낌이 다를 거야. 됐고, 나중에 새집 보고 놀라지나 마.”나는 매우 자신 있게 말했다.안리영은 내 고집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입씨름해 봤자 헛수고라 생각했다.그러다가 문득 내 배를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뱃속의 소중한 아이는 절대 다치면 안 되니까 조심해. 난 분명히 말했다?”“알겠습니다, 안 주임님.”그리고 안리영의 팔짱을 끼고 물었다.“삼촌네 집에서 지내보니까 어때? 재밌는 일이 있으면 말해봐.”“왜, 금욕기간이라 자극적인 게 당기나 봐?”안리영은 나랑 같이 놀면서 많이 뻔뻔해졌다.“맞아! 혹시 있어?”“미쳤어? 그분은 내 삼촌이야, 그런 것도 내가 구분하지 못할까 봐? 내가 뭐 짐승이야?”나의 호기심에 어린 눈빛을 바라보던 안리영은 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다.사실 나도 그저 해본 말이다.아무리 두 사람이 혈연관계가 아니라고 해도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물론이고 가문의 모든 사람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안리영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아들이 없었기에 대를 이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서 조시언을 입양했다.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895화

    그러나 조시언도 차분히 손만 내민 채 계속 기다렸다. 그렇게 한참 동안 두 남자는 소리 없는 신경전을 벌이다가 결국에는 구안석이 가방을 돌려주며 한 마디를 건넸다.“시언 씨는 리영이한테 그 어떤 미래도 주지 못할 겁니다.”두 사람이 어떤 사이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아무리 조시언이 진짜 조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고 안리영과는 아무 혈연관계도 아니라고 해도 여태껏 두 사람이 삼촌과 조카 사이로 지내왔기에 이 관계를 하루아침에 깨버리기는 힘들어 보였다.그리고 혹시나 진짜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고 해도 주변 사람들의 손가락질만 받을 게 뻔해 보였다.옛말에 무책임한 말 한마디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처럼 아무리 조시언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안리영은 고통스러울 것이다.“시언 씨,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 어떤 상처도 받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게 진짜 사랑입니다.”돌아서서 떠나가려는 조시언에게 구안석은 또 한마디를 건넸다.사실 자신도 이런 말을 하는 게 너무 염치없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안리영이 걱정되었다.그러자 조시언은 그녀의 가방을 손에 들고 다시 뒤돌아서서 단호한 얼굴로 답했다.“구안석 씨는 자기 자신만 신경 쓰면 됩니다. 다른 건... 상관할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안리영은 차에 올라타는 조시언을 보자마자 빠르게 물었다.“선배가 뭐래요?”분명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나눈 것 같은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던 탓에 그녀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그러나 조시언은 한껏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헝클어진 그녀의 머리를 정리해 주며 답했다.“아무것도 아니야.”그렇게 차에 시동이 걸리면서 부드럽게 도시의 거리를 누볐는데 문득 차창 밖의 풍경들이 마치 옛날 영화를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아까까지는 조시언의 품에 안겨있어서 별다른 느낌이 없었던 안리영은 이제야 후폭풍이 조금씩 오는 것 같았다.공포스러웠던 경적과 갑자기 자신을 품에 안아줬던 조시언의 행동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이상하게 가슴이 몽글몽글해졌다...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894화

    “삼촌, 왜 이렇게 일찍 왔어? 나한테 아무 말도 없었잖아?”안리영은 지금 당장 그의 품에 안기고 싶은 걸 애써 참았다.만약 어렸을 때라면 당장에라도 그에게 안겼을 텐데 지금은 다 큰 성인이고 아무리 삼촌이라고 해도 남자 여자는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급하게 멈춘 탓인지 몸이 앞으로 쏠리는 바람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는데 조시언이 빠르게 그녀를 부축했다.“회식하는데 분위기를 망칠까 봐.”그러자 안리영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낮은 소리로 답했다.“난 여기에 오고 싶지도 않았어. 그냥 소파에서 누워있다가 삼촌이 끓여다 준 라면이나 먹으려 했단 말이야.”그러자 조시언은 한껏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에게 답했다.“그러면 빨리 가자. 라면이 아니라 더 맛있는 걸 해뒀어.”그의 말을 단번에 알아들은 안리영이 되물었다.“진작에 밥을 했다고?”“응, 저녁에 집에서 가볍게 우리끼리 축하 파티를 하자고 했었잖아. 네가 오늘에는 분명 피곤해할까 봐 미리 해뒀지.”조시언은 사실 낯선 사람들 앞에서는 차갑고 냉정하기 그지없지만 안리영한테만은 한없이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사실 구안석도 그녀에게 요리해 준 적이 있었다.두 사람이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가끔 안리영이 그를 찾아갈 때마다 아침밥을 해줬었는데 나중에는 일이 너무 바빠 어쩔 수 없이 혼자 밥 먹으로 보내야 했거나 쭉 밖에서 식사하곤 했다.하여 구안석은 두 사람이 헤어진 건 타이밍도 계속 안 맞았고 또 업무 때문에 제대로 그녀를 챙겨주지 못했던 게 원인이었다고 생각했지만 조시언의 모습을 본 순간 이 모든 게 다 핑계였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그렇게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가 안리영이 이미 차 앞까지 도착한 모습을 발견한 후에야 구안석은 자기 손에 들려있는 그녀의 가방이 생각났다.그러나 그는 이미 두 사람 쪽으로 다가갈 자신이 없었다.한참 동안 망설이고 있던 이때, 갑자기 귀청을 찢는 듯한 경적이 들려 고개를 들고 보니 웬 오토바이 한 대가 두 사람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다.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893화

    편안한 축하 파티라고 해도 편안한 자리여서 그런지 모든 사람이 즐겁게 술을 마시며 분위기를 만끽했다.구안석도 분위기에 휩쓸려 몇 잔 마셨지만 취할 정도는 아니었고 안리영도 마찬가지였다.의사라 그런지 알코올을 많이 마시게 되면 신경이 마비된다는 인식이 박혀버렸기 때문이다.“괜찮아?”구안석은 줄곧 안리영 옆에서 사람들의 축하를 받다가 겨우 한산해진 틈에 그녀에게 말을 걸 수 있었다.“응.”아까까지 단답형인 조시언에게 불만이던 안리영은 문득 이 방법도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사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대답할 기력이 없었고 거기에 술까지 마시게 되니 눈꺼풀이 천근만근이었다.“너무 힘들어 보이는데 아니면 내가 먼저 집까지 데려다줄게.”진작에 안리영의 상태를 눈치챘던 구안석이 걱정스레 말하자 마침 그녀도 가고 싶었던 참에 재빨리 답했다.“나 혼자 갈 수 있어. 대신 사람들한테 좀 잘 말해줘.”“지금 술에 취했는데 이 상태로 혼자 가면 내가...”걱정된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구안석은 끝까지 내뱉지 못했다.어차피 지금 안리영은 그의 마음을 받아줄 생각이 아예 없는데 여기서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가는 지금보다 더욱 거리를 두고 안 만나줄지도 모른다.“시간도 늦었는데 혼자 가면 위험해.”하여 어쩔 수 없이 다른 핑계를 댔다.“삼촌한테 데리러 오라고 하면 돼.”안리영의 대답에 구안석의 얼굴이 삽시에 어두워졌지만 이미 핸드폰을 꺼내 조시언에게 연락하려는 그녀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보아하니 조시언에 대한 신뢰가 꽤 깊어 보였다.“그런데 왜 그 사람이랑 지금 같이 살고 있어? 혼자 살면 조용해서 좋다고 했었잖아?”구안석의 물음에 안리영은 조시언에게 문자를 보내며 답했다.“아빠랑 엄마가 계속 돌아오라고 독촉해서 잠시 삼촌네 집에 숨어 있으려고.”그녀의 대답에 구안석은 그제야 묵은 체가 내려가듯 안심되었다.더구나 술이 살짝 들어가 알딸딸한 상태라 기분도 좋아지는 것 같았다.“그러면 계속 거기에 있으려고?”“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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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891화

    “어르신께서 안목이 없으신거죠...”나는 하마터면 그쪽 아버지가 사람 깔보는 게 취미라고 말할뻔했다.여태껏 진수로는 항상 성실한 모습만 보여줬다.그리고 진정우가 사라졌던 시기에도 나를 돌봐줬던 사람인데 나는 아직 저 사람이 진짜 친구로 여겨도 되는 건지, 아니면 지금 연기하는지 구별이 안 되었다.하여 어느 정도는 거리감을 두고 말도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어쨌든 진수로도 진씨 가문의 사람인데, 어느 날 진정우가 다시 돌아와 내가 뒤에서 어르신 흉을 봤다는 소식을 듣기라도 하면 큰 일이기 때문이다.“내 말이 그 말이야. 나처럼 능력도 있고 말도 잘 듣는 후계자를 놔두고 왜 하필 정우만 고집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 만약 정우가 끝까지 거절하면 어떻게 할지 어디 두고 보겠어!”왠지 그의 속마음을 들은 느낌이다.“어쩌면 그때 가서 제발 받아달라고 도리어 사정할지도 모르겠네요.”내가 웃으며 비행기를 태워주자 진수로가 대뜸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역시 정우의 아내라서 그런지 속이 시커먼 게 똑같네.”그가 돌아간 뒤 나는 소파에 앉아 잠깐 생각에 잠겼다.비록 진수로는 오늘 쭉 덤덤한 태도로 말했지만 나는 왠지 일이 그리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예감이 들었다.만약 진씨 가문에서 이미 손을 쓰기 시작했다면 나와 진정우의 평화롭던 생활도 또 깨지게 될 것이다.그러나 이것도 이미 익숙해졌는지 예전처럼 그리 마음이 심란하거나 걱정되지는 않았다.한참 동안 고민 끝에 나는 강유형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그는 받지 않았다.생각해 보니 지금 한창 강연하고 있거나 제일 바쁜 시간대인 것 같아서 빠르게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 뒤, 내 창업 프로젝트에 대해 다시 연구해 보았다.점심쯤, 진정우는 내가 며칠 동안 계속 먹고 싶다고 했던 불족발을 포장해 왔다.냄새를 맡으니 더욱 배고파졌지만 하던 일은 마무리해야 할 것 같았다.“먼저 접시에 덜어줘. 이것만 하고 먹을게.”진정우는 모든 포장지를 뜯어서 접시에 옮긴 뒤 나에게 다가와 입을 맞췄다.“뭐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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