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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1화

Author: 꽃길
“어르신께서 안목이 없으신거죠...”

나는 하마터면 그쪽 아버지가 사람 깔보는 게 취미라고 말할뻔했다.

여태껏 진수로는 항상 성실한 모습만 보여줬다.

그리고 진정우가 사라졌던 시기에도 나를 돌봐줬던 사람인데 나는 아직 저 사람이 진짜 친구로 여겨도 되는 건지, 아니면 지금 연기하는지 구별이 안 되었다.

하여 어느 정도는 거리감을 두고 말도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어쨌든 진수로도 진씨 가문의 사람인데, 어느 날 진정우가 다시 돌아와 내가 뒤에서 어르신 흉을 봤다는 소식을 듣기라도 하면 큰 일이기 때문이다.

“내 말이 그 말이야. 나처럼 능력도 있고 말도 잘 듣는 후계자를 놔두고 왜 하필 정우만 고집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 만약 정우가 끝까지 거절하면 어떻게 할지 어디 두고 보겠어!”

왠지 그의 속마음을 들은 느낌이다.

“어쩌면 그때 가서 제발 받아달라고 도리어 사정할지도 모르겠네요.”

내가 웃으며 비행기를 태워주자 진수로가 대뜸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역시 정우의 아내라서 그런지 속이 시커먼 게 똑같네.”

그가 돌아간 뒤 나는 소파에 앉아 잠깐 생각에 잠겼다.

비록 진수로는 오늘 쭉 덤덤한 태도로 말했지만 나는 왠지 일이 그리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예감이 들었다.

만약 진씨 가문에서 이미 손을 쓰기 시작했다면 나와 진정우의 평화롭던 생활도 또 깨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이미 익숙해졌는지 예전처럼 그리 마음이 심란하거나 걱정되지는 않았다.

한참 동안 고민 끝에 나는 강유형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그는 받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지금 한창 강연하고 있거나 제일 바쁜 시간대인 것 같아서 빠르게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 뒤, 내 창업 프로젝트에 대해 다시 연구해 보았다.

점심쯤, 진정우는 내가 며칠 동안 계속 먹고 싶다고 했던 불족발을 포장해 왔다.

냄새를 맡으니 더욱 배고파졌지만 하던 일은 마무리해야 할 것 같았다.

“먼저 접시에 덜어줘. 이것만 하고 먹을게.”

진정우는 모든 포장지를 뜯어서 접시에 옮긴 뒤 나에게 다가와 입을 맞췄다.

“뭐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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