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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Author: 꽃길
진정우의 영상 통화가 걸려 왔을 때, 나는 호텔 발코니에서 비 내리는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낯선 도시는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기운을 준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는 그런 감정을 더 깊게 파고들었다.

며칠 전 영상 통화에서 들었던 대화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강유형이 왜 진정우에 대해 다 아냐고 물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진정우는 단순한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진씨 가문의 사람이었다.

나는 그를 평범한 회사원이라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숨겨진 거대 재산을 가진 부잣집 자제였다.

그런데 왜 그는 자신을 숨겼을까? 혹시 영화나 소설처럼, 자기기 재산이나 신분 때문에 사랑받고 싶지 않았던 걸까?

이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순간 핸드폰이 울렸고 화면에 나타난 진정우의 얼굴은 여전히 차분하고 잘생겼다.

“지원아, 내가 설명할게.”

그의 말은 단도직입적이었다. 이미 내가 모든 걸 알았다는 걸 그는 직감하고 있었다.

“뭘 설명하려는 건데?”

나는 다리를 꼼지락거리며 일부러 무심한 척 물었다.

“널 일부러 속이거나 숨긴 건 아니야.”

그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나는 창문에 손가락으로 무심히 선을 그으며 말했다.

“뭐, 네가 말하지 않은 것도 네 선택이지.”

“지원아...”

“진정우, 네가 날 강유형에게 맡긴 건, 그가 진씨 가문과 협력하려면 널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겠지?”

“그건...”

“하지만 일반적인 남자 친구라면, 전 남자 친구에게 여자 친구를 맡기진 않지 않아?”

나는 낮게 속삭였다.

“지원아...”

“내가 네게 했던 말 기억나? 나는 거짓말을 제일 싫어한다고 했잖아.”

내 마음은 이미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알아. 네가 알게 되면 말하려고 했어. 하지만 적당한 시기를 찾지 못했어.” 그

의 목소리는 간절했다.

“시기를 찾지 못했다니. 진씨 가문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고 나서 말하려고 했던 거야? 아니면 오늘 내가 우연히 듣지 않았다면, 영영 말하지 않았겠지?”

그는 한동안 침묵하다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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