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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8화

Author: 꽃길
우유를 들고 있던 조시언의 손이 살짝 떨리더니 얼굴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안리영도 겨우 정신을 차리고 아무 핑계나 대려고 하던 이때, 조시언이 먼저 답했다.

“그래.”

그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안리영은 우유를 받았다.

“고마워, 삼촌.”

그러나 이 고맙다는 인사가 자신을 통쾌하게 보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인지, 아니면 미리 데워준 이 우유에 대한 감사인지 안리영도 헷갈렸다.

그리고 냉큼 자기 방으로 돌아갔지만 조시언은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어차피 조시언도 허락했으니 안리영은 더 지체할 필요 없이 바로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원래 물욕이 없고 처음부터 이곳에 잠시만 머물다가 갈 생각이었기에 사실 정리할 짐도 없었다.

안리영은 순식간에 가방을 싼 뒤, 방안을 한번 훑어보다가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안녕.”

아마 조시언이 서운해하는 게 마음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지금 당장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도 늦었고 굳이 한밤중에 갈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아 내일 아침 조시언이 깨나기 전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다시 그와 작별 인사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문득 그가 준 우유가 생각난 안리영은 우유를 마시자마자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빨리 자야 내일 아침 일찍 갈 수 있을 텐데 이상하게 안리영은 잠이 오지 않았다.

가능한 잡생각이 들지 않도록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려 했으나 머릿속에는 온통 조시언 뿐이었고 아까 가까이에서 맡았던 쌉싸름한 알코올 향기도 그대로 나는 것 같았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괴로워하고 있던 이때, 갑자기 자동차 경적이 밖에서부터 들려왔다.

조시언이 분명 오늘에는 차를 몰고 오지 않았다고 했으니 아마 다른 사람일 것이라 생각했다.

잠도 오지 않았던 참에 안리영은 커튼을 살짝 열어서 확인해 봤는데 그는 조시언의 둘도 없는 친구인 서민호였다.

“한밤중에 왜 부르고 난리야.”

서민호는 차에서 창문만 내린 채 대뜸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그러나 안리영은 조시언이 뭐라고 답하는지 전혀 들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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