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윤다온은 조금 후회하고 있었다.
그저 술김에 이도경을 떠보고, 뭐든 여유로운 그의 태도를 한번 무너뜨려 보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도경의 미친 면을 너무 얕봤다.
“너 원래 오는 여자 안 막잖아?”
다온이 물었다. 평소보다 훨씬 노골적인 말투였다.
도경은 미간을 문지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윤다온,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고 있어?”
“알지. 모르는 여자랑도 자는데 나랑은 왜 안 돼?”
도경은 할 말을 잃었다.
다온은 정말 술에 취한 게 아니었다. 그저 평소보다 대담해졌을 뿐이었다. 십 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와 선을 넘는 게 뭐 그리 대수인가 싶었다.
“나를 윤다온이라고 생각하지 마.”
다온은 침대에 앉아 그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그냥 네가 집에 데려온, 이름도 모르는 여자라고 생각해.”
도경이 그녀를 내려다봤다.
“정신 차리고 나서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지금 깨어 있는 거야, 취한 거야?”
다온은 그의 휴대폰을 집어 녹음 앱을 켰다.
“녹음할게. 내일 후회하면 이거 들려줘.”
그녀는 휴대폰을 입가에 가져갔다.
“나, 윤다온은 이도경과 자는 데 자발적으로 동의합니다.”
도경은 눈을 감았다. 미쳤다. 오늘 둘 다 술을 마시면 안 됐던 거다.
그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한번 물었다.
“마지막으로 물을게. 지금이라도 그만둘 수 있어.”
다온은 대답 대신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도경은 그녀를 바닥에 내던졌다. 두 사람의 몸이 바닥에 부딪히며 묵직한 소리가 났다.
그는 넥타이를 풀어 다온의 양쪽 손목을 침대 끝 기둥에 하나씩 묶었다. 왼쪽 하나, 오른쪽 하나. 길이도 딱 맞았다.
몸을 숙인 도경이 다온에게 말했다.
“그리고 난 모른 여자를 집에 데려오지 않아.”
“왜?”
다온이 눈을 반쯤 뜬 채 그를 올려다봤다.
“같이 안 자는 게 원칙이야?”
“그게 아니라.”
도경의 손이 다온의 옷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숨을 삼키는 순간, 그의 손끝이 민감한 곳을 세게 움켜쥐었다. 다온은 놀라 비명을 질렀다. 묶인 손을 움직일 수 없었던 탓에 반사적으로 몸을 들썩였다.
“여자들이 너무 크게 소리 지르면 이웃한테 항의가 들어오거든.”
도경은 다온의 바지를 벗기기 전, 태연하게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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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고 침대에 누워 그날 밤을 되짚어 보니, 정말 정신이 아찔할 정도였다.
이도경은, 그러니까…… 허리도 좋고, 실력도 좋고,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취향도 꽤 과감한 편이었다.
“딸깍.”
그래도 역시 밥 먹을 때 술을 너무 많이 마시면 안 되는 거였다.
안 그랬다면 중간에 소변이 마려워지는 바람에 도경이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 주는 일도 없었을 테니까.
분명 일부러 그랬을 것이다. 먼저 도발한 것에 대한 복수였겠지.
“딸깍.”
아무리 좋게 생각해 줘도, 자신이 완전히 취해 정신을 잃었던 게 아니라면 첫 번째가 끝났을 때쯤엔 제정신이 아니었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한 번 더 해 달라고 애교를 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울지도 않았을 거다.
절대로 울 리가 없었다.
“딸깍.”
그리고 이웃이 문을 두드리며 항의하는 바람에 소리를 참으려고 셔츠를 물고 있어야 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나중에는 아래층에서도 또 경고가 들어왔지만, 그건 입으로 낸 소리도 아니었으니 두 사람이 어쩔 도리는 없었다.
“딸깍.”
라이터 소리가 거슬렸다.
이도경, 정말 짜증 나.
다온은 몸을 뒤척이다 도경의 손에서 라이터를 빼앗고, 입에 물고 있던 담배까지 가져갔다.
“필 거면 피우고, 안 필 거면 내가 피울래.”
그녀는 담배를 입에 물고 흉내를 냈지만, 한 모금 빨자마자 기침을 쏟아 냈다.
도경은 담배를 빼앗아 바로 꺼 버렸다.
“못 피우면 피우지 마.”
“그냥 궁금해서 그랬어.”
“궁금증은 풀렸고?”
그는 연기 감지기를 가리켰다.
“그리고 여기 금연이야.”
다온은 목을 가다듬으며 베개에 머리를 묻었다.
“몇 시야?”
“네 시 반. 여섯 시에 나가야 하니까 옷 갈아입을 시간은 있겠네.”
“옷장에 내 옷 있잖아. 그거 입을래. 일어날 때 깨워 줘.”
그녀는 이불을 끌어당겨 얼굴만 내놓았다.
도경이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이제 정신이 좀 들어?”
다온은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왜 사람들이 너를 좋아하는지 이제 알겠어.”
“뭔데?”
“너 진짜 잘하더라.”
도경은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오히려 만족스러운 얼굴로 웃었다. 도경은 한숨을 쉬며 이불을 끌어 올려 주고 그녀의 머리를 베개에 눌렀다.
“자.”
잠시 후, 그가 덧붙였다.
“어차피 아침은 네가 할 거니까 일찍 일어나.”
저녁이 되자 이도경은 퇴근 준비를 마치고 다온의 자리 앞에 멈춰 섰다.“아직 안 가?”“일이 좀 남았어. 먼저 가.”“또 야근이야?”“어쩌겠어. 내가 이렇게 유능한 걸.”도경은 그녀를 한번 바라보고는 더 묻지 않았다.“그럼 먼저 간다.”“응. 조심히 가.”그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다온의 미소도 서서히 사라졌다. 한참 모니터를 바라봤지만 일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결국 휴대폰을 들어 강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 같이 밥 먹자.”태우는 무언가 바쁜 듯 건성으로 대답했다.“오늘은 안 돼. 약속 있어.”“그럼 언제 시간 돼?”“요즘 계속 바빠서. 며칠 뒤에 보자.”“알았어.”전화를 끊은 다온은 가방을 챙겨 회사를 나섰다. 그리고 태우의 집 앞에 차를 세우고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밤이 깊어지고서야 익숙한 얼굴이 아파트 입구에 나타났다.“다온아? 네가 여긴 웬일이야?”다온은 차에서 내려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보고 싶어서 왔지.”그녀가 먼저 품에 안기자 태우는 잠시 놀라더니 이내 허리를 감싸고 뺨에 입을 맞췄다.“오늘따라 왜 이렇게 적극적이야?”“내가 보고 싶을 수도 있잖아.”“당연하지. 올라가자.”태우가 손을 잡아끌었지만 다온은 몇 걸음 만에 멈춰 섰다.“왜?”“오늘은 좀 피곤해서. 다음에 보자.”“모처럼 왔는데 벌써 가려고?”“진짜 몸이 안 좋아.”다온은 어색하게 웃으며 그의 손을 빼냈다.문득 쇄골 근처에 아직 희미하게 남아 있는 흔적이 떠올랐다.이도경이 남긴 자국이었다.그 생각이 들자 더는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차에 돌아온 그녀는 룸미러를 들여다봤다. 방금 전 입맞춤에 공들여 바른 립스틱이 한쪽으로 번져 있었다.그 순간 며칠 전 고깃집에서 봤던 도경의 입술이 떠올랐다. 그때도 그의 입가에는 이렇게 선명한 붉은 자국이 묻어 있었다.다온은 한동안 거울을 바라보다 휴지를 꺼내 입술을 세게 문질렀다. 몇 번이고 닦아 내자 입술은 붉게 달아올랐고, 살갗이 조금 벗겨지기까지 했다.
윤다온이 눈을 떴을 때는 다음 날 아침이었다.이상하게도 숙취로 인한 두통이나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몸도 개운했다. 상체를 일으킨 다온은 침대 옆 탁자에 놓인 숙취음료 한 잔과 그 옆의 포스트잇을 발견했다.[일어나면 마셔.]누가 준비했는지는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어젯밤 기억이 띄엄띄엄 떠올랐다. 술을 꽤 많이 마셨고, 그 뒤로 이도경에게 달라붙어 이것저것 물어봤던 것 같다. 어쩌면 꽤 민망한 짓도 했을지 몰랐다.문제는 정확히 뭘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거였다.다온은 한참 천장을 바라보다 결국 생각하기를 포기했다.어차피 도경이 술 취한 자신을 챙겨 준 게 한두 번도 아니니까.음료를 집어 한 모금 마셔 보니 맛도 괜찮았다. 숙취 해소뿐 아니라 얼굴 부기까지 신경 써서 골라 준 모양이었다.옷도 아마 도경이 갈아입혀 줬겠지.다온은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를 보냈다.[좋은 아침! 음료 맛있더라. 우리 도경이 고마워!]잠시 고민하다 한 줄을 더 보냈다.[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메시지를 보내고 나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다온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일어나 씻고 출근 준비를 했다.회사 건물 아래에 있는 카페는 다온이 매일 들르는 곳이었다.문을 열고 들어간 그녀는 익숙하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카운터 안쪽에 서 있는 여자는 화려한 미인이었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어딘가 도발적인 분위기에 몸매까지 좋았다. 평소라면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겠지만, 주문을 듣던 여자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바람에 다온은 어디서 본 적이 있나 기억을 더듬었다.여자가 다온을 보며 말했다.“예쁜 손님이니까 할인해 드릴게요.”다온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잠깐 멍하니 있던 그녀의 얼굴에 이내 횡재라도 한 듯한 표정이 번졌다.여자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어쩐지.”작게 중얼거린 말은 다온에게 들리지 않았다.커피를 들고 카페를 나온 다온은 문득 뒤를 돌아봤다. 그러다 회사 입구에 다다라서야 무언가 떠올랐다.저 여자
다온은 그저 촉촉한 눈망울로 도경을 올려다봤다.“근데 나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고개를 들어 도경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이런 게 한 거지.”도경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술만 마시면 대체 어디까지 대담해지는 건지.“윤다온. 너 지금 뭐 하는지 알아?”“알지.”“그럼 내가 누군지도 알아?”다온은 눈을 깜빡이더니 손을 뻗어 그의 뺨을 천천히 쓸었다.“이도경.”“아직 정신은 있네.”“내가 제일 아끼는 친구, 이도경.”마지막 몇 글자를 유난히 천천히 말하는 게 꼭 일부러 그의 신경을 건드리는 것 같았다.도경이 헛웃음을 흘렸다.친구?정말 친구라면 지금처럼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입술이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저런 눈으로 바라봐서는 안 됐다.“됐어. 이제 자.”그가 목에 감긴 다온의 손을 떼어 내려 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팔에 힘을 주며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또 가려고?”“내가 언제 간댔어?”“그럼 왜 안 뽀뽀해 줘?”도경은 눈을 감고 짧게 숨을 내쉬었다.이런 사람을 상대로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게다가 다온은 지금 자신이 얼마나 사람을 홀리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발그레한 뺨과 촉촉하게 젖은 눈, 뺨을 간질이는 머리카락까지. 평소의 털털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나른하고 무방비했다.그런데도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는지, 손끝으로 그의 셔츠 깃을 따라 천천히 선을 그었다.도경은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낮게 말했다.“네가 자초한 거야.”그리고는 그대로 몸을 숙여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다온은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싸고 서툴게 입맞춤에 응했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입술만 맞추더니, 이내 익숙한 감각을 되찾은 듯 먼저 그를 따라왔다. 도경이 조금 떨어지면 아쉬운 듯 다시 입술을 쫓아왔다.몇 번이나 입술이 떨어졌다 맞닿기를 반복했다.도경이 겨우 숨을 고르며 이마를 맞댔다.“말 잘하더니 왜 조용해졌어?”다온이 살짝 흐트러진 숨을 내쉬며 대답했다.“네가 말하
회사 건물 밖으로 나온 다온은 입구에서 한껏 멋을 부리고 있는 윤서준을 발견했다.오늘따라 유난히 신경 쓴 티가 났다.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짐 없이 세팅하고, 셔츠 소매까지 손목이 드러나도록 걷어 올린 채 차에 기대 지나가는 여직원들에게 여유롭게 웃어 주고 있었다.다온은 순간 모르는 척 돌아서고 싶었다.“오빠!”그녀는 재빨리 다가가 조수석 문부터 열었다.“빨리 타. 창피해 죽겠네.”“야, 윤다온! 오빠가 모처럼 데리러 왔는데 태도가 그게 뭐야?”“그럼 여기서 여자들한테 꼬리 치지 말든가.”“이게 다 기본적인 매너거든?”“…….”두 사람은 자주 가던 식당으로 향했다. 자리에 앉자 서준이 메뉴판을 건넸다.“먹고 싶은 거 골라. 오늘 오빠가 쏜다.”“그럼 제일 비싼 걸로.”“그래. 두 개 시켜.”“왜 두 개야?”“하나는 네가 먹고, 하나는 부자들이 어떻게 먹는지 구경하라고.”다온은 눈을 흘기면서도 거리낌 없이 음식을 한가득 주문했다.식사가 반쯤 끝났을 때, 서준이 문득 물었다.“요즘 도경이는 왜 안 보여?”“바쁜가 보지.”“너희 맨날 붙어 다니잖아. 무슨 일 있어? 싸웠어?”다온의 젓가락이 잠깐 멈췄다.“딱히 그런 건 아닌데…….”“또 네가 도경이 화나게 했구나?”“오빠! 왜 맨날 나만 의심해?”“그럼 아니야?” 서준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도경이 걔가 얼마나 착하고 성격도 좋은데. 그런 애가 너한테만 화내는 건 다 이유가 있겠지. 반성 좀 해.”“뭐가 성격이 좋아. 툭하면 혼자 삐지고 난리면서.”다온이 작게 중얼거렸다.“뭐라고?”“오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서준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동생을 쳐다봤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서준은 냉장고에서 안주를 꺼내고 술 몇 병을 챙겼다.“도경이도 부르자.”“응?”“너희 싸웠다며. 같이 한잔하면서 풀어야지. 언제까지 삐쳐 있을 거야?”다온이 말릴 틈도 없이 서준은 이미 전화를 걸고 있었다.도경이 도착했을 때는 두 남매가 이미 술잔을 기
어젯밤 야식 자리는 결국 좋지 않게 끝났다.이도경은 윤다온을 집 앞까지 데려다준 뒤, 차가 멈추자마자 내리라는 듯 고갯짓했다. 가는 내내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았고, 평소라면 꼭 해 주던 “도착하면 연락해.”라는 말조차 없었다.다온은 길가에 서서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는 자동차의 뒷모습을 바라봤다.큰일 났네.다온은 이런 도경의 모습을 너무 잘 알았다.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거나 따지는 대신, 갑자기 말수가 확 줄어드는 사람이었다.냉전이 시작된 것이다.그렇다고 다온이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도경이 화낼 만도 했다. 먼저 전화해서 불러 놓고는 남친 때매 싸웠으니까.다온은 한숨을 내쉬고 집으로 들어갔다.내일 달래 주면 되겠지.---윤다온에게 아침 일찍 출근하는 일은 언제나 고역이었다.직장 생활을 몇 년이나 했지만 여전히 일찍 일어나는 습관은 들이지 못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겨우 회사에 도착했을 때는 출근 도장을 찍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그런데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이도경이 눈에 들어왔다.“도경아, 좋은 아침!”다온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반사적으로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도경은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를 끼워 들고 있었다. 그는 다온을 힐끗 쳐다보더니 잠시도 멈추지 않고 그대로 지나쳐 갔다.“…….”다온의 얼굴에 걸렸던 미소가 그대로 굳었다.그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조용히 손을 내렸다.이번엔 진짜 단단히 화가 났나 보다.자리에 앉은 다온은 곧장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냈다.[도경아][도경 오빠?][아직도 화났어?][어제는 내가 잘못했어.][나 무시하지 마.]메시지를 연달아 보냈지만 한참이 지나도 읽지 않고 답장도 없었다. 이모티콘 하나조차 돌아오지 않았다.한참 화면만 들여다보던 다온은 결국 다른 방법을 써 보기로 했다.[나 속이 좀 아파.]이번에는 거의 바로 답장이 왔다.[또 점심 안 먹었어?]다온의 입꼬리가
“거기, 언제쯤 끝나?”전화가 연결됐을 때, 도경은 다른 여자와 한창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스피커폰을 켜 휴대폰을 베개 옆에 던졌다. 움직임도 멈추지 않은 채 대답했다.“왜?”나른한 목소리와 여자의 신음이 그대로 전화 너머로 흘러갔다.잠시 정적이 흐른 뒤, 다온이 태연하게 말했다.“나 불고기 먹고 있는데. 올래?”도경은 아래에 누운 여자를 힐끗 보고는 휴대폰을 집었다.“... 알았어.”통화가 끊기자 여자가 침대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물었다.“친구야?”두 사람은 평소보다 일찍 끝냈다. 방금 전화 한 통이 얼마나 큰 영향을 줬는지 여자는 알고 있었다.도경은 머리를 닦으며 그녀를 쳐다봤다.“왜? 친구 아닌 것 같아?”여자는 흘러내린 슬립 끈을 추켜올렸다.“아니. 여자친구 같아서.”그녀는 농담이 마음에 든다는 듯 웃었다. 도경이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너 그 사람한테 너무 신경 쓰잖아. 중요한 사람이야?”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여자는 휴대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보여 줬다.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 속 두 여자가 밝게 웃고 있었다.여자는 테이블에 걸터앉아 도경의 어깨에 손을 얹고 연기를 그의 얼굴에 내뿜었다.“내 친구야.”도경은 사진을 보더니 물었다.“그녀는 네가 좋아하는 거 알아?”여자는 고개를 젖히며 웃었다.“모르지. 영원히 모를 거야.”잠시 도경의 눈을 바라보던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나 너 맘에 들어. 우리 좀 비슷하잖아. 그러니까 한마디만 더 해 줄게.”“그 여자랑 자지 마. 아니면 아예 멀리 치워 버려. 사물함에 넣어 두고 잊어버리든가.”여자는 도경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안 그러면 네가 다칠 거야. 너 그 여자 사랑하게 될걸? 몸까지 섞고 나서도 친구랑 연인을 구분할 수 있겠어?”도경은 누군가 자신을 가르치려 드는 걸 싫어했다. 그는 갑자기 가까이 다가가 여자의 손에 있던 담배를 빼앗아 입에 물었다. 그러고는 휴대폰과 재킷을 챙겼다.“야, 잘생긴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