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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친구라는 이름으로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11-05 17:28:54

다온은 그저 촉촉한 눈망울로 도경을 올려다봤다.

“근데 나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고개를 들어 도경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

“이런 게 한 거지.”

도경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술만 마시면 대체 어디까지 대담해지는 건지.

“윤다온. 너 지금 뭐 하는지 알아?”

“알지.”

“그럼 내가 누군지도 알아?”

다온은 눈을 깜빡이더니 손을 뻗어 그의 뺨을 천천히 쓸었다.

“이도경.”

“아직 정신은 있네.”

“내가 제일 아끼는 친구, 이도경.”

마지막 몇 글자를 유난히 천천히 말하는 게 꼭 일부러 그의 신경을 건드리는 것 같았다.

도경이 헛웃음을 흘렸다.

친구?

정말 친구라면 지금처럼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입술이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저런 눈으로 바라봐서는 안 됐다.

“됐어. 이제 자.”

그가 목에 감긴 다온의 손을 떼어 내려 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팔에 힘을 주며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또 가려고?”

“내가 언제 간댔어?”

“그럼 왜 안 뽀뽀해 줘?”

도경은 눈을 감고 짧게 숨을 내쉬었다.

이런 사람을 상대로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게다가 다온은 지금 자신이 얼마나 사람을 홀리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발그레한 뺨과 촉촉하게 젖은 눈, 뺨을 간질이는 머리카락까지. 평소의 털털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나른하고 무방비했다.

그런데도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는지, 손끝으로 그의 셔츠 깃을 따라 천천히 선을 그었다.

도경은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낮게 말했다.

“네가 자초한 거야.”

그리고는 그대로 몸을 숙여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다온은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싸고 서툴게 입맞춤에 응했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입술만 맞추더니, 이내 익숙한 감각을 되찾은 듯 먼저 그를 따라왔다. 도경이 조금 떨어지면 아쉬운 듯 다시 입술을 쫓아왔다.

몇 번이나 입술이 떨어졌다 맞닿기를 반복했다.

도경이 겨우 숨을 고르며 이마를 맞댔다.

“말 잘하더니 왜 조용해졌어?”

다온이 살짝 흐트러진 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네가 말하지 말라면서.”

“내가 언제?”

“아까.”

너무도 당당한 대답에 도경은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다. 그녀의 입술 끝에 짧게 입을 맞춘 뒤, 다시 한 번 깊게 입술을 겹쳤다.

다온은 웃음을 삼키며 그의 셔츠를 움켜쥐었다. 손끝에 구겨진 옷감이 느껴졌다.

도경의 손이 그녀의 허리선을 따라 움직였다. 옷자락 아래로 들어온 손바닥이 맨살에 닿자 다온의 몸이 가볍게 움찔했다. 도경은 그 반응을 느끼고도 서두르지 않았다. 허리를 감싼 손에 힘을 주어 그녀를 조금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다온의 숨이 가늘게 흔들렸다.

도경은 입술을 떼고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다온은 그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깊고 신비로운 눈동자에는 여전히 무방비한 순진함과 묘한 요염함이 함께 담겨 있었다.

“이도경.”

“응?”

“아직도 화났어?”

도경의 손이 잠시 멈췄다.

“내가 안 화난 것 같아?”

“내가 뭘 했든 나한테 화내면 안 돼.”

도경은 그녀를 바라보다 결국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정말 제멋대로네.”

그의 손가락이 속옷의 잠금장치에 닿았다. 막 그것을 풀려던 순간이었다.

똑똑똑.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도경아, 쓰레기봉투 어디 있어? 이거 다 찼는데.”

도경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

뜨겁게 맞닿아 있던 두 사람 사이에 찬물이 끼얹어진 듯했다.

그는 황급히 몸을 일으키며 다온의 옷 속에서 손을 뺐다.

“형, 금방 나갈게!”

목을 가다듬고 애써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를 냈다.

침대에 누운 다온은 여전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다.

“어디 가?”

“쓰레기봉투 찾으러.”

“아.”

다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도경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는 흐트러진 셔츠를 정리하고는 방을 나섰다.

쓰레기를 정리하고 서준까지 아래층에 데려다주고 나니 꽤 시간이 흘러 있었다.

다시 방으로 돌아왔을 때, 안은 조용했다.

다온은 옆으로 누운 채 이불을 어깨까지 덮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그의 옷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던 손도 이제는 얌전히 몸 옆에 놓여 있었다.

잠들어 버린 것이다.

도경은 한동안 침대 곁에 서 있다가 그녀의 뺨에 붙은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쓸어 넘겼다.

먼저 사람을 이렇게 흔들어 놓고,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테지.

그는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이불을 다시 끌어 올려 주었다.

“윤다온…… 너를 대체 어쩌면 좋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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