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괴롭힘을 당한다는 소꿉친구와 함께 전학을 가기로 약속했는데, 도장을 받기 하루 전 송창훈은 말을 바꿨다. 송창훈의 친구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진짜 대단하다. 그렇게 오래 괴롭힘 당하는 척한 이유가 결국 임주아를 떼어 놓으려는 거였어?” “그래도 임주아가 너랑 유치원 때부터 붙어 다닌 사이잖아. 낯선 학교에 혼자 보내도 마음이 편해?” 송창훈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같은 연울시 안에 있는 다른 학교일 뿐이야. 멀어 봐야 얼마나 멀겠어.” “매일 옆에 붙어 있는 것도 지겨웠는데, 오히려 잘됐지.” 그날 나는 문밖에 오래 서 있다가 결국 돌아섰다. 전학 신청서의 희망 학교란에는 연울고등학교 대신 부모님이 원하던 해외 고교, 하미르국제고를 적었다. 모두 잊고 있었다. 나와 송창훈은 애초부터 하늘과 땅 차이라는 걸.
もっと見る한정그룹과 서율그룹의 협력은 안정적으로 진행됐다.3년 뒤, 나와 서이후는 결혼했다.결혼식 장소는 해외의 고풍스러운 작은 마을이었다. 마을 집집마다 색색의 모빌이 걸려 있었다.바람이 지나가면 맑은 방울 소리가 울렸고, 그 소리는 진심 어린 축복처럼 들렸다.식이 거의 끝날 때쯤, 나는 축하 선물 하나를 받았다.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 하지만 상자에 찍힌 송화그룹의 로고를 주변 사람들은 모두 알아보았다.사실 서이후가 서율그룹을 공식적으로 맡은 뒤, 송화그룹에 대한 압박은 전방위로 거세졌다.서 대표가 떠난 뒤의 송화그룹이 이미 기울어 가는 건물이었다면, 서이후가 손본 뒤의 송화그룹은 벽돌 몇 장만 남은 폐허와 같았다.어머니를 배신한 가문을 서이후가 그냥 둘 리 없었다.나는 주저 없이 협력했고 오히려 더 세게 밀어붙였다.송화그룹은 우리 사교권에서 이미 이름을 잃었다.나를 배신한 사람들도 나는 그냥 두지 않았으니까.그런 상황에서도 송창훈의 축하 선물이 온 것이 꽤 뜻밖이었다.상자를 열어 보니 눈부시게 빛나는 보라색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 있었다.잊고 있었던 18살 때 기억이 떠올랐다.선명한 기억은 아니었다.모의고사 뒤, 내가 송창훈의 실수한 문제를 분석해 주던 날이었다.18살의 내 머릿속은 송창훈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문제를 설명하면서도 송창훈과 이어질 미래를 혼자 상상했다.집중하지 못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송창훈은 나를 바라보며 거짓처럼 보이지 않는 진심으로 물었다.“주아야, 어떤 반지가 좋아?”너무 이른 대화라서 우리 둘 다 얼굴이 뜨거워졌다.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보라색. 나는 늘 보라색을 좋아하니까.”송창훈의 목소리도 조용했다.“응. 기억할게.”매미 소리가 길게 이어지던 그때, 나는 영원을 떠올렸다.“회사 사정이 그렇게 됐는데 퍼플 다이아라니. 남은 돈 다 털었겠네.”서이후가 이렇게 날카롭게 말하는 일은 드물었다.나는 질투에 삐딱해진 서이후를 보고 웃었다.“기부해 줘.”그 반지
경찰서에서 조서를 쓰고 나오니 꽤 늦은 밤이었다. 나는 아예 서이후를 데리고 내 집으로 갔다....다음 날 눈을 뜨자, 식탁에는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나는 문틀에 비스듬히 기대어 식기를 정리하는 서이후를 바라보았다.“이렇게 살림을 잘했어?”“아직 명분이 없잖아. 여자친구한테 좋은 점수 따려면 부지런해야지.”“우리 여친이 화가 나서 나를 버리면 어떡해?”서이후는 내 코끝을 가볍게 건드리며 반쯤 진심처럼 투덜거렸다.나는 어이가 없었다. 전날 밤 모임을 떠날 때 친구들이 서이후를 보며 감추지 못하던 호기심 어린 표정이 떠올랐다.핸드폰을 대충 넘기던 내 시선이 기사 하나에 멈추면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명분이 필요하다더니, 여기 있네.”포털 실시간 이슈 상단에 굵은 제목 두 개가 올라와 있었다.[한정그룹 후계자, 유부남 유혹 논란][한정그룹 후계자 사생활 문란, 낯선 남자와 밤샘 동거]두 제목은 앞뒤가 딱 맞게 배치되어 있었다.나를 어떻게든 끌어내리려는 악의가 정성스럽기까지 했다.다만 류하정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고급 전원주택 단지에는 보통 CCTV가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을.여론이 커지기도 전에 영상 하나가 널리 퍼졌다.영상에는 송화그룹 후계자가 내가 거절하고 몸을 빼는데도, 계속 달려들어 붙잡는 모습이 선명하게 담겨 있었다.한정그룹을 향한 여론은 바로 뒤집혔다. 그래도 의심하는 목소리는 일부 남긴 했다.[사생활 문란은 설명 안 하나?][어린 나이에 한정그룹 임원이 됐으면, 밤새 머문 남자가 어느 쪽 거물인지 누가 알아?]서이후는 SNS 계정을 만들면서 전쟁이라도 치르는 사람처럼 급해졌다.나는 우왕좌왕하는 서이후를 보며 웃었다.“천천히 해도 돼.”서이후는 바쁜 와중에도 진지하게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우리 여친은 어떤 말로도 더럽혀져선 안 되는 사람이야.”딩동-새 알림이 떴다. [서이후 님이 나를 팔로우했습니다.]나는 고개를 내려 확인했다. 정식 인증이 붙은 계정이었다.곧이어 ‘서이후’ 계정에 글이 올
송창훈을 다시 만난 곳은 친구들이 나를 위해 준비한 귀국 환영 모임이었다.이제 우리는 모두 성인이었고, 모임의 화제도 각 집안의 사업과 경영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갔다.은은한 조명, 살짝 단 술, 분위기는 제법 편안했다.나도 모르게 조금 더 머무르고 있었는데,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들어왔다.룸 안 공기가 어색하게 가라앉았다.친구가 내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작은 목소리로 설명했다.“아무도 송창훈 부르지 않았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묻지 않아도 알았다.친구는 안도의 숨을 내쉬더니 경멸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저 둘은 이제 우리 사교권에서 골칫덩이 취급이야. 집안이 기울어진 것도 문제지만, 사람 자체가 별로잖아.”“특히 류하정은 송창훈을 무슨 황금덩어리처럼 여겨. 여자라면 전부 견제해.”나는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송창훈 뒤에는 정말 류하정이 붙어 있었다.내 시선이 닿자 류하정은 습관처럼 겁먹은 듯 어깨를 움츠렸다. 곧바로 이를 악문 듯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송창훈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사람처럼 내 맞은편 자리에 곧장 앉았다.다른 친구들이 어색함을 풀어 보려고 말을 돌렸다. 나는 아예 일어나 화장실로 피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화장실로 사람이 들어왔다.류하정은 정말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여린 분위기의 양갈래 머리, 가련해 보이도록 꾸민 화장, 순진해 보이는 하얀 원피스.2년이 지났는데도 류하정의 사고는 아직 고등학교 시절에 머무른 듯했다.류하정은 모른다. 이 사교권에서 필요한 것은 순진무구한 꽃 같은 이미지가 아니라는 걸.이익이 모든 것의 근본이다.류하정은 유행이 지났고, 이제 필요가 없어졌다. 감정으로 주던 만족보다 현실의 손해가 커졌으니 버려진 것이다. 그뿐이었다.류하정의 눈은 질투로 가득 차 있었다.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나를 찢어 버리고 싶은 사람 같았다.“임주아, 창훈이 아직도 너한테 매달리는 걸 보니 기분 좋지?”나는 거울 속으로 류하정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할 말이 없었다.눈물 몇 방울 흘리고
회사 본사는 연울시에 있었다. 나는 곧바로 차를 몰고 집에 들러 서류를 챙기기로 했다.엄마는 내가 편히 지내라고 예전에 정원이 딸린 전원주택을 사 두었다.대문을 밀고 들어가 비밀번호를 누르려다 나는 깜짝 놀랐다.문 옆 복도에 사람이 앉아 있었다.고개를 돌린 사람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나는 미간을 찌푸렸다.“송창훈? 어떻게 들어왔어?”송창훈의 무릎에 시퍼렇게 멍이 든 걸 보자, 나는 눈살을 더 심하게 찌푸렸다.“문을 넘어서 들어온 거야? 무슨 일인데?”말없이 있던 송창훈은 내 얼굴만 뚫어지게 보다가 뜬금없이 말했다.“주아야, 살 빠졌네.”나는 그 이상한 안부가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어서 돌아서서 나가려고 했다.그런데 송창훈이 갑자기 달려들어 나를 끌어안았다. 힘이 너무 세서 팔이 으스러질 것 같았다.다행히 내가 받은 훈련은 그저 보여주기식이 아니었다. 나는 손목을 꺾어 송창훈을 떼어 냈고, 불쾌감에 팔을 문질렀다.“선 넘지 마.”송창훈이 소리 없이 웃었다.“나한테 선을 넘지 말라고?”“임주아, 너는 해외에서 서이후와 별짓을 다 했을 텐데, 무슨 얼굴로 그런 말을 해?”송창훈은 한계까지 눌려 있던 사람처럼 거의 소리를 질렀다.“나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나는 국내에서 너를 찾느라 미칠 뻔했어!”나는 조금도 봐주지 않고 손을 들어 송창훈의 뺨을 때렸다. “입 조심해.”송창훈이 계속 매달리는 꼴을 보며 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러고는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내가 해외로 간 건... 네가 바라던 일이잖아.”“괴롭힘 당하는 척해서 나를 대신 모욕당하게 만들고 맞게 했지. 그런데 목적을 이루고도 기분이 안 좋아?”송창훈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빠졌다.송창훈은 눈을 크게 뜨고, 잿빛으로 질린 입술을 떨었다.“너... 다 알고 있었어?”“주아야, 설명할 수 있어... 나는...”나는 어깨를 으쓱했다.“그런데 난 듣고 싶지 않아.”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면서, 문밖에 갑자기 나타난 류하정을 바라보았다. 내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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