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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이 벌이 되었다

사랑한다는 말이 벌이 되었다

대학생이던 강호준을, 나는 그저 가볍게 가지고 놀았다. 그가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도 먼저 이별을 고한 건 나였다. 그리고 몇 년 후. 성공한 사업가가 된 강호준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집안이 몰락해 모든 것을 잃은 나와 결혼했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내가 정말 복도 많다고.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강호준이 밤마다 다른 여자를 집으로 데려온다는 것을. 그런데도 나는 울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런 내 모습에 강호준이 먼저 미쳐 갔다. 결국 그는 첫사랑 백유연에게 아이까지 갖게 했다. 그래도 내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자, 강호준은 나를 거칠게 벽으로 몰아붙였다. “넌... 대체 나를 사랑하기는 해?” 그러던 어느 날. 나와 백유연의 양수가 같은 날 터졌다. 나는 처음으로 강호준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를 사랑한다고 인정하며, 제발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강호준은 기쁜 얼굴로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럴 줄 알았어. 이 거짓말쟁이.” 하지만 다음 순간, 그는 나를 매정하게 밀쳐냈다. 그리고 백유연을 품에 안은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조금 있다가 병원에 보내 줄게.” 그리고 차갑게 덧붙였다. “아이 낳는 고통 정도는 견뎌. 나한테 거짓말한 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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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리는 첩이 아니라 황태자비였다

내 자리는 첩이 아니라 황태자비였다

고재헌은 과거를 보러 도성으로 떠나기 전, 장원급제하는 날 십 리에 걸친 화려한 혼례 행렬로 나를 맞으러 오겠다고 약속했다. 나 역시 집안의 재산을 모두 쏟아부어 도성의 연줄을 마련해 주며 그의 벼슬길을 닦아 주었다. 그가 장원급제자로 도성을 누비던 날, 나는 도성에서 가장 좋은 주루를 통째로 빌렸다. 하지만 그곳에서 본 것은 승상의 여식과 시를 주고받으며 다정히 웃는 고재헌이었다. 혼약은 언제 지킬 것이냐고 한마디 물었을 뿐인데, 그의 낯빛이 싸늘하게 굳었다. "온몸에 돈 냄새나 풍기는 천박한 여자가 어찌 장원급제자의 부인 자리를 넘봐?" "이제 폐하의 총애를 받는 몸이라 앞날이 창창하거늘, 내가 누구와 혼인할지를 일개 장사치 계집이 감히 입에 올려?" 장원 잔치에서 그는 내가 준비한 축하 선물이 속물스럽다며 일부러 깎아내렸다. 그러고는 승상의 여식이 그린 난초 그림은 맑고 고아하다며 극찬했다. "이토록 재주가 빼어난 귀한 규수라야 내 배필이 될 만하지." "그 장사치 계집에게서는 그저 돈 냄새만 날 뿐이지." 그는 내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상인의 딸이라 여겼다. 하지만 내가 돌아서는 순간... 삼 년 동안 애타게 구애해 온 동궁의 황태자에게 시집가겠노라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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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그리움이 가장 아프다

하필 그리움이 가장 아프다

결혼식을 올린 지 5년이 지나도록 우성엽은 심예서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우성엽은 늘 회사가 바빠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법적인 형식과 상관없이 부부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예서는 순진하게도 우성엽의 말을 믿었다. 오늘, 심예서가 5년 동안 사라졌던 언니 심예린과 우성엽이 구청의 혼인신고 창구에서 나란히 나오는 모습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심예린은 눈시울을 붉힌 채 우성엽의 품으로 뛰어들었고, 손에는 흰 봉투 속 혼인관계증명서를 꼭 쥐고 있었다. “오빠, 그때 결혼식장에서 도망친 건 내가 잘못했어...” 심예린의 목소리가 젖어 있었다. “이번에 내가 암에 걸렸다는 말 때문에 혼인신고까지 해 준 거 알아. 그래도 묻고 싶어. 그동안 정말로 나를 잊고 예서를 사랑하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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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화살이 나에게

복수의 화살이 나에게

범인이 나를 학대하고 있을 때 형사과장인 아빠와 법의학자인 엄마는 대회에 참가하고 있던 여동생 임설아와 동행하고 있었다. 과거 아빠에게 붙잡혔던 범인은 보복으로 내 혀를 자른 후 내 휴대폰으로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빠는 단 한마디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너한테 무슨 일이 있든 오늘 네 동생 설아 대회가 제일 중요해!” 범인이 조롱하듯 키득거렸다. “내가 사람을 잘못 납치했네. 그래도 친딸을 더 사랑할 줄 알았는데.” 범죄 현장에 도착한 엄마와 아빠는 시신의 끔찍한 모습에 충격을 받고 범인의 잔인함에 분노하며 비난했다. 하지만 그렇게 비참하게 죽은 사람이 바로 자기들의 딸이라는 사실은 깨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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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떠난 자리에는

사랑이 떠난 자리에는

남편 유현길의 외도를 직접 목격한 날부터였다. 그래서 유현길이 집에 돌아오면 나는 늘 현관에서부터 그를 붙잡았다. 바지를 벗기고, 알코올 소독제를 아랫도리에 쏟아붓듯 뿌렸다. 죄가 있는 유현길은 언제나 눈가를 붉힌 채 내 행동을 묵묵히 받아 주었다. 다정한 목소리로 나를 달래며 이제 그만하자고 애원하면서도.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평소보다 두 시간이나 늦게 돌아온 유현길의 몸에서는 낯선 향수 냄새가 났다. 순간 이성을 잃은 나는 그의 벨트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지난번에는 겨우 30분 늦었으면서 여자 한 명이랑 잤잖아.” “오늘은 두 시간이나 늦었네. 이번에는 여자 넷이랑이라도 잔 거야?” 스물아홉 번째 사과마저 밀쳐 냈을 때였다. 유현길은 수액 바늘 자국으로 멍든 손등을 번쩍 들어 보이며 마침내 절규했다. “이제 그만 좀 해! 열이 나서 죽을 것 같은데 내 몸 상태는 궁금하지도 않아?” “술에 취해 딱 한 번 실수한 게 그렇게 큰 죄야? 넌 뭐가 그렇게 깨끗한데?” 그리고 끝내, 절대로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말을 내뱉었다. “그러니까 18살에 뒷골목으로 끌려가 그런 일을 당한 거야. 송지희, 너 같은 미친 여자는 그래도 싸.” 손에서 떨어진 분무기가 발치에서 산산조각 났다. 코를 찌르는 알코올 냄새가 목구멍을 파고들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긋지긋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유현길의 눈을 마주한 순간, 문득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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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한별곡

애한별곡

경성 사람들은 모두 대장군 심무열이 첩을 목숨처럼 아낀다고 말했다. 연회가 열릴 때마다 나는 정홍색 치마를 입고 경성의 정실부인들과 나란히 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가을 사냥에서도 심무열은 여전히 나를 곁에 데리고 갔다. 불길처럼 붉은 기마복을 입은 내 모습을 본 부인들은 질투에 이를 갈며 비꼬는 말들을 끊임없이 내뱉었다. "첩을 데리고 온 것도 모자라, 붉은 옷까지 입히다니. 이게 대체 무슨 예법이란 말입니까!" "그렇게 좋으면 차라리 정실로 올리면 될 것을. 결국 보여주기 위한 것뿐이지요!" 심무열은 내 손을 잡은 채 조금도 개의치 않다는 듯 말했다. "부인이면 어떻고 첩이면 어떠냐. 나는 그저 내 소현이가 붉은 옷을 입은 모습이 좋을 뿐이다." 그가 이토록 나를 감싸 주니, 나는 마땅히 기뻐해야 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씁쓸하기만 했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심무열이 내가 붉은 옷을 입은 모습을 좋아하는 것은 진심이지만, 나를 연모하지 않는 것 또한 진심이라는 것을. 어제 그에게 탕을 가져다주러 갔다가, 나는 실수로 그의 밀실에 들어가고 말았다. 그 안에는 한 여인의 초상화 한 폭이 걸려 있었는데, 그 여인은 나와 똑같은 얼굴에 나처럼 붉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림 아래 적힌 화제에는 "나의 부인 청월"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마침내 왜 내가 다른 색의 치마로 갈아입을 때마다 그가 화를 냈는지 알게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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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이생에서는, 다시 만나지 않기를

부디 이생에서는, 다시 만나지 않기를

변방의 경계가 뚫리자, 고씨 가문의 젊은 장군이 출사표를 던졌다. '적국을 파멸시키지 않고서는 결코 돌아가지 않겠노라.' 아바마마께서는 크게 기뻐하시며 그에게 묵직한 포상을 내리기로 하셨다. 경성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었다. 고도진과 나의 하나뿐인 언니가 서로 마음이 통한 사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는 나를 선택했다. 혼례를 치른 첫날밤. 그는 침상 앞에 서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전쟁은 죽을 고비가 태반이다. 난 채영이가 그런 사지로 내몰리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다. 헌데 거역할 수 없어 너를 선택했을 뿐이다. 너한텐 미안하게 되었구나." 나는 잠시 침묵하다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럼 저는 무엇입니까?" 그가 서늘하게 웃었다. "내가 너한테 빚을 졌다 생각하거라." 잠시 후, 그가 문을 열고 나가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도진은 알지 못했다. 나 역시 오랫동안 가슴속에 품어온 사람이 있었음을. 그러니 그와 나 사이에 빚 따위는 없었다. 변방에서 함께 보낸 피비린내 나는 칠 년의 세월. 암살을 당할 뻔하고, 습격을 받으며, 상처를 입고, 목숨을 걸고 도망쳤다. 나는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온 힘을 다해 고도진이 군심을 잡도록 돕고 뒤를 수습했다. 심지어 그가 중상을 입고 사경을 헤맬 때, 맹독을 다스릴 뱀의 쓸개가 필요하다 하여 친히 독사굴로 뛰어들기까지 했다. 그리고 마침내 고도진은 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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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의 재회에 흔들리지 않기를

너와의 재회에 흔들리지 않기를

“윤서야, 너희 언니 이미 형부랑 약혼했으니까 앞으로 훼방 놓지 마. 그리고 엄마, 아빠가 항공권 예매해 놨어. 해외에서 몇 년 살다가 너희 언니 결혼하고 나면 그때 다시 돌아와.” 다 너를 위해서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 부모님의 모습에 안윤서는 그제야 자신이 회귀하였음을 실감했다. 그렇다. 안윤서는 부모님 때문에 억지로 해외로 떠나 송규민을 포기해야만 했던 그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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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얼굴이 바뀌던 날

마음속 얼굴이 바뀌던 날

나에겐 비밀이 하나 있다. 나는 사람을 만질 때마다 그 사람의 마음속에 가장 깊이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있다. 7살 때, 한민준이 우리 옆집으로 이사 온 그날부터 마음속엔 오직 나뿐이었다. 18살, 한민준이 내 손을 잡던 순간에도 나였다. 22살, 한민준이 내게 청혼할 때도 나였다. 신혼 첫날밤, 한민준이 내게 입 맞추던 그 순간까지도 분명 나였다. 결혼 3주년 되던 날 아침, 나는 한민준의 넥타이를 매만져 주고 있었다. 손끝이 한민준의 목젖에 스치는 순간, 나는 습관처럼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런데 두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하나는 내 얼굴이었고, 다른 하나는 낯선 여자의 얼굴이었다. 그날 밤, 한민준의 휴대폰 화면이 켜졌다. [오늘 함께 있어 줘서 고마워요.] 21년, 그리고 수만 번의 손길. 단 한 번도 틀린 적 없었는데, 처음으로 어긋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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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불빛이 스친 자리

마지막 불빛이 스친 자리

심도윤이 자신의 일곱 번째 애인을 데리고 와 내게 분만을 맡겼을 때였다. 그의 친구들은 내가 몇 초 만에 무너질지 뒤에서 내기를 걸었다. 하지만 분만실에 아이의 힘찬 울음소리가 울려 퍼질 때까지도 누구 하나 내가 소란을 피우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형, 이제 일곱 번째잖아. 형수가 진짜 화나서 형 아예 무시하는 거 아냐?” 심도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서아는 아이를 낳을 수 없잖아. 우리 집안이나 회사를 생각하면 후계자는 반드시 필요해. 결국 다른 여자와 아이를 가져서라도 가업은 이어야 하고. 차라리 지금부터 아이를 많이 두는 게 낫지. 그래야 서아도 언젠가는 받아들이게 될 테니까.”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아이를 안고 문을 열고 나왔다. 의사로서 해야 할 말을 담담히 전했다. “축하드립니다. 3.7킬로그램의 건강한 사내아기입니다.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합니다.” 심도윤은 환하게 웃으며 아이를 받아 안더니 품속에서 이혼 합의서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사인해. 유나를 달래주려는 것뿐이야. 나랑 이혼해야 아이를 낳겠다고 하더라고. 둘째까지 낳으면 아이가 여덟이 되잖아. 네가 아이를 못 낳는 대신 내가 후계자들을 만들어주고 있잖아. 그 정도면 누가 감히 네 자리를 문제 삼겠어?” 이런 연극에 맞춰준 것도 벌써 일곱 번째였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나는 아무 말 없이 합의서에 이름을 적어 내려간 뒤, 돌아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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