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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열쇠와 제물

작가: 미셀1278
last update 게시일: 2026-10-03 15:35:40

6화. 열쇠와 제물

세 명의 흑련은 마치 하나의 그림자를 셋으로 찢어놓은 것처럼 닮아 있었다.

붉은 입술 끝에 걸린 미소부터 한쪽 어깨 위로 흘러내린 검은 머리카락, 넓은 비단 소매 아래에서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이는 순간까지 조금의 차이도 없었기에, 얼굴만 보고 실체를 가려내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문령은 세 여인의 얼굴에서 시선을 거두고 발끝과 그림자, 붉은 향이 흘러가는 방향을 하나씩 살피기 시작했다.

눈은 속일 수 있었다.

하지만 기운의 흐름까지 완전히 바꿀 수는 없었다.

“찾을 수 있나?”

곁에서 하륜의 목소리가 들렸다.

달빛이 그의 장검을 따라 가늘게 흘러내리고 있었고, 검을 쥔 오른손은 언제라도 움직일 수 있도록 힘을 빼고 아래로 내려져 있었다.

문령은 흐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요.”

“얼마나?”

이번에는 잠시 대답이 늦었다.

“……모르겠어요.”

재촉하는 말이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륜은 아주 잠깐 침묵했을 뿐이었다.

“그럼 찾을 때까지 막으면 되겠군.”

그가 문령의 앞쪽으로 한 걸음 움직이며 세 흑련과의 거리를 좁혔다.

문령은 그 뒷모습을 보는 순간 가슴속 긴장이 조금 느슨해지는 것을 느꼈다.

빨리하라고 하지 않았다.

방법을 설명하라고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답을 찾아낼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겠다고 했다.

문령은 다시 붉은 향에 집중했다.

첫 번째 흑련의 발밑에서는 향이 그대로 통과했고, 두 번째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왼쪽 책장 앞에 서 있는 여인의 발끝에서는 향의 흐름이 아주 미세하게 끊겼다가 다시 이어지고 있었다.

문령의 눈빛이 달라졌다.

“왼쪽이에요.”

하륜의 검끝이 조금 들렸다.

“세 번째 책장 앞!”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륜이 움직였다.

짙은 남색 장포가 바닥 가까이 크게 퍼지면서 긴 소매가 검광을 따라 한 번 펼쳐졌고, 세 명의 흑련 가운데 오직 한 사람만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하륜의 검끝이 그녀의 어깨를 스쳤다.

검은 비단이 길게 갈라지고 그 아래 드러난 흰 피부 위로 붉은 선이 생겨났으며, 잠시 뒤 가느다란 피 한 방울이 상처를 따라 흘러내렸다.

나머지 두 흑련은 달빛 속에서 물에 번진 먹처럼 사라졌다.

흑련은 손끝으로 자신의 어깨를 만지고는 묻어난 피를 흥미로운 듯 내려다보았다.

“아프네요.”

하륜의 검은 여전히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다음에는 더 아플 거다.”

그가 한 걸음 다가가자 흑련은 검은 소매 속으로 손을 넣었다.

작고 붉은 구슬 하나가 희고 가느다란 손바닥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백유겸이 그것을 알아본 순간 다급히 외쳤다.

“막으십시오!”

하지만 구슬은 이미 손끝을 떠난 뒤였다.

바닥에 부딪히는 순간 둔탁한 폭음과 함께 붉은 연기가 터져나와 서고 전체를 집어삼켰다.

문령의 눈앞이 한순간 붉게 물들었다.

뒤로 물러서려던 순간 누군가 팔을 붙잡아 강하게 옆으로 당겼고, 몸이 휘청거리며 단단한 가슴과 어깨에 잠시 부딪혔다.

피비린내 사이로 차갑고 씁쓸한 약초 향이 스쳤다.

하륜이었다.

그는 문령을 자신의 뒤쪽으로 옮겨 세우며 검을 앞으로 들었다.

“떨어지지 마.”

평소였다면 자신도 싸울 수 있다고 반박했을지 몰랐다.

하지만 지금 문령은 말없이 그의 뒤에 서서 진침을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붉은 연기 속에서 흑련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두 분은 생각보다 잘 맞으시네요.”

목소리는 오른쪽에서 들리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 왼쪽으로 옮겨갔다.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서로 등을 맡기시는지.”

하륜의 검끝이 목소리를 좇았다.

“숨어서 말하지 말고 나와.”

“오늘은 싸우러 온 것이 아니에요.”

“그럼 뭘 하러 왔지?”

대답 대신 문령의 이름이 들려왔다.

“서문령 아가씨.”

문령의 호흡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자신은 흑련에게 이름을 밝힌 적이 없었다.

“제 이름을 어떻게…….”

“당신을 모르는 쪽이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

붉은 연기 한가운데에서 흑련의 윤곽이 서서히 나타났다.

그녀는 느긋하게 검은 소매를 정리하며 걸어왔다.

“서문가의 마지막 혈통이자 수월봉마진을 읽을 수 있는 사람.”

문령의 손 안에서 진침이 차갑게 식었다.

흑련은 마치 가장 중요한 말을 일부러 늦추는 것처럼 잠시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봉인을 완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붉은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제물.”

그 한마디가 서고 안의 모든 소리를 삼킨 듯했다.

문령은 책을 끌어안은 손끝에 얼마나 힘이 들어갔는지도 느끼지 못했다.

그동안 자신을 가리키는 이름은 많았다.

계승자도, 열쇠도, 별궁의 주인도 모두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제물이라는 말에는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륜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헛소리하지 마라.”

흑련은 그에게 고개를 돌리면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한 듯 눈을 가늘게 휘었다.

“왜요? 제 말은 믿을 수 없으세요?”

“믿을 이유가 없지.”

“그럼 저 아이의 어머니가 남긴 말은 믿으시나요?”

문령과 하륜 사이의 공기가 순간 무거워졌다.

흑련은 알고 있었다.

《수월봉마진 초해》 안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까지.

하륜이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흑련의 모습은 다시 붉은 연기 속에 녹아들었다.

대신 뒤쪽 책장 하나가 저절로 열리며 안에서 붉은 비단 한 장이 미끄러져 나와 낡은 책상 위에 내려앉았다.

연기가 걷혔을 때 그녀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하륜이 곧장 열린 책장으로 향하려 하자 문령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잠깐만요.”

하륜이 돌아서면서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고, 문령은 그제야 자신의 손가락이 그의 소매를 움켜쥐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천천히 손을 놓은 그녀가 말했다.

“함정일 수도 있어요.”

하륜은 잠시 문령을 내려다보았지만 아무 말 없이 검을 낮췄다.

문령은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붉은 비단 위에는 검은 먹으로 문장이 적혀 있었다.

둘 중 하나는 봉인의 열쇠.

그 아래에 또 하나의 문장이 이어져 있었다.

하나는 봉인의 제물.

하륜은 비단을 들어 내용을 확인하더니 망설이지 않고 검끝으로 두 동강 냈다.

검은 글씨가 찢어진 천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쓸데없는 이간질이다.”

그러나 문령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바닥에 떨어진 붉은 비단 위로 어머니가 남긴 글씨가 겹쳐지는 것 같았다.

그를 믿지 마라.

조금 전까지는 자신의 등을 맡겨도 될 것 같았던 남자가 어머니의 한 문장과 흑련의 한마디 때문에 다시 알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문령은 달빛 속에 선 하륜을 바라보다 처음으로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 믿기 시작한 사람이,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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