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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6화

작가: 코코넛 서고
어젯밤 잠들기 전, 연기준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잠시 침묵하던 서인경은 더 말하지 않고 그대로 단숨에 약을 들이켰다.

반면, 평이는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그녀가 모시는 주인은 어디 아픈 사람도 아닌데 왜 약을 마시는 걸까?

호청은 옆에서 하늘을 보고 땅을 보며 애써 모른 척하는 태도를 취했다.

서인경이 약을 다 마신 뒤에야 호청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마, 폐하께서 떠나시기 전, 저에게 남성용 피임약을 몇 가지 연구하라고 하셨는데 연구를 해야 할까요, 아니면 말아야 할까요?”

서인경은 어이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그 사람이 네 주인인데, 왜 나한테 묻는 것이냐?”

호청은 말문이 막혔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부부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황실이라면 당연히 자손 번창을 바랄 텐데 이 둘은 겨우 아이가 하나뿐이면서도 왜 더 낳지 않는 걸까?

그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역시 젊은 사람들 생각은 알 수가 없었다.

반면, 서인경은 그의 의문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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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100화

    금수 대장공주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네가 뭐라고 하든 상관없다. 본궁은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한 적이 없으니 두려울 것도 없다!”연기준은 그녀가 인정하든 말든 개의치 않고 그대로 말을 이었다.“황고모께서 인정하지 않으시는 건, 요동 황제에게 뒤에서 장생불사 약을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겠지요? 그런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물건을 가지고도 그에게 나누지 않으셨다니. 이 일이 알려지면 황고모의 황후 자리도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비밀을 정확히 찔린 금수 대장공주는 약점을 잡힌 채 점점 더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그는 감히 그러지 못한다! 지금 요동이 이만큼 부유해진 건 모두 본궁 덕이다. 폐하께서 자리를 지킬 생각이 있다면 절대 본궁을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연기준은 담담하게 받아쳤다.“그럴까요? 그렇다면 짐이 젊고, 말을 잘 듣고, 야심도 없는 공주 한 명을 더 요동에 혼인시키면 어떻겠습니까? 황고모 때와 마찬가지로, 풍성한 혼수와 함께 진국 황제인 짐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얹어서 말입니다. 그럼 요동 황제는 과연 누구를 선택할까요?”찍.꼬막이의 손에 들린 호랑이 머리 장난감이 또 한 번 울었다.예상치 못한 그 소리에 금수 대장공주는 몸을 움찔 떨었다. 얼굴에서는 완전히 핏기가 사라졌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연기준이라면 정말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요동 황제가 이미 그녀의 전횡에 질려 있다는 사실도.기회만 생긴다면 그는 주저 없이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할 것이다.금수 대장공주의 반응을 본 연기준은 자신의 짐작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그렇다면 오늘, 황고모께서는 무엇을 협상하려고 조카를 부르신 겁니까? 차라리 돌아가서 다시 생각해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짐은 시간이라면 많으니까요. 마침 아들과 함께 요동의 경치도 구경할 겸 말입니다.”꼬막이는 ‘논다’는 말을 듣자마자 호랑이 장난감을 던져버리고 연기준의 팔에 매달렸다.“아버지, 놀아요!”뒤에 서 있던 봉한설과 연풍은 그 모습을

  • 시간을 거슬러   제1099화

    “과장된 말이로구나. 본궁이 궁을 떠날 때는 아직 너도 태어나지 않았는데 부황께서 어찌 그런 말을 네게 하셨겠느냐?”연기준의 표정은 담담했다.성조 선제가 붕어하셨을 때, 그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 그 시절에는 그의 모후조차 연도현을 만나기 전이었다.금수 대장공주에 대한 성조 선제의 평가는 훗날 그의 아버지에게서 전해 들은 것이었다.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멀리 시집간 공주 하나가 어떻게 두 나라를 뒤흔들 재앙이 될 수 있는지.하지만 지금, 변경에서 벌어진 이 전쟁을 보며 성조 선제와 그의 아버지가 이미 모든 것을 내다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황고모께서는 본래 뜻이 큰 분이셨습니다. 평생을 후궁에 갇혀 지내실 분이 아니지요. 요동이 진국만큼 넓고 풍요롭지는 않지만 변경의 작은 나라 가운데서는 이 세월 동안 고모께서 진국 공주로서 가져온 것 덕에 제법 부유해졌습니다. 헌데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째서 그토록 진국의 강산에 집착하시는 겁니까?”금수 대장공주는 그의 말을 듣고 눈 깊은 곳에 지워지지 않는 아쉬움을 드리웠다.“그때 내가 원정 혼인을 가지 않았더라면 진국의 황제는 대를 거듭할수록 이렇게까지 나약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너희는 선조들이 피로 일군 강산에 기대어 밤낮으로 누리기만 하고 탕진해 왔다. 그래서 지금의 꼴이 된 것 아니더냐. 변경의 백성들이 십오 년을 고통 속에 버텨왔는데도, 단 한 번도 눈치채지 못했다. 내가 남아 있었다면 진국은 부황 때보다 더 번성했을 것이다.”그 말에, 연기준의 표정이 잠시 흔들렸다.금수 대장공주의 말에는 맞는 부분이 있었다. 진국 변경의 백성들이 십오 년을 고통 속에 살아왔는데 경성에서는 아무런 소식도 올라오지 않았다는 것.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누군가 보고를 받았지만 가로막았다는 뜻이다.그리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전 황제뿐이었다. 그가 그렇게 한 이유는 아마 요동과의 분쟁을 피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해마다 이어지는 전쟁은 국고를 소모하고 자신의 권력과 사치스러운 삶을 흔들어

  • 시간을 거슬러   제1098화

    요동 전투에서 그들은 이미 적지 않은 동료들을 잃었다.서인경은 전쟁이 얼마나 잔혹한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곁에 있는 이들의 입을 통해 실제로 일어났던 생이별과 죽음을 직접 듣고 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녀는 이 전쟁이 하루라도 빨리 끝나길 바랐다. 만약 요동이 끝까지 트집을 잡으며 물러서지 않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서인경은 잠시 생각했다. 결국 완전히 굴복시키는 것 외에는 영원히 끝낼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그 생각을 품은 채, 서인경은 요동 후방을 향한 공격 길에 올랐다.*맹경운은 원래 마차를 준비해 두었지만 서인경은 말을 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맹 장군, 나를 특별 취급하지 말거라. 마차는 느려서 행군을 늦춘다. 그러니 뒤에 두고 부상병들을 위해 쓰거라. 나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말을 타겠다.”그녀는 할아버지처럼 직접 말 위에 올라 이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고, 또 어떻게 끝나는지 자신의 눈으로 보고 싶었다.맹경운은 더는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걸 알고, 결국 물러섰다.“알겠습니다. 황후 마마께서 피로하시면 언제든 마차로 돌아오십시오.”대열은 곧바로 출발했다.이 정도 규모의 병력이 움직이는데 금수 대장공주가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앞서 떠난 첩자들이 전해준 소식은 여전히 ‘병력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양국이 협상에 들어갔을 때, 금수 대장공주는 여유로웠다.모든 것을 손안에 쥐고 있다는 듯한 태도였다.협상 탁자 건너편, 연기준은 무기를 들기는커녕 침만 흘리는 어린아이 하나를 품에 안고 있었다.금수 대장공주는 비웃으며 입을 열었다.“내 사랑하는 조카야, 언제부터 전장에서 손에 쥐는 것이 무기가 아닌 어린 아이가 되어버린 것이냐? 황제가 되더니, 한때 일대 상왕이었던 자신을 잊은 것이냐?”연기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시선은 오로지 꼬막이에게만 머물러 있었다.그는 끝내 금수 대장공주를 바라보지 않았다.길에서 뭔가를 잘못 먹은 건지 꼬막이는 내내 침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지금도 한쪽으로는 침을 훌쩍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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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096화

    어젯밤 잠들기 전, 연기준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잠시 침묵하던 서인경은 더 말하지 않고 그대로 단숨에 약을 들이켰다.반면, 평이는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그녀가 모시는 주인은 어디 아픈 사람도 아닌데 왜 약을 마시는 걸까?호청은 옆에서 하늘을 보고 땅을 보며 애써 모른 척하는 태도를 취했다.서인경이 약을 다 마신 뒤에야 호청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마마, 폐하께서 떠나시기 전, 저에게 남성용 피임약을 몇 가지 연구하라고 하셨는데 연구를 해야 할까요, 아니면 말아야 할까요?”서인경은 어이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그 사람이 네 주인인데, 왜 나한테 묻는 것이냐?”호청은 말문이 막혔다.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부부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황실이라면 당연히 자손 번창을 바랄 텐데 이 둘은 겨우 아이가 하나뿐이면서도 왜 더 낳지 않는 걸까?그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역시 젊은 사람들 생각은 알 수가 없었다.반면, 서인경은 그의 의문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말을 재촉해 군영에 도착했을 때, 맹경운은 부장들을 지휘하며 다음 작전을 배치하고 있었다.서인경이 들어오자 모두가 일제히 예를 올렸다.맹경운은 손을 들어 부장들을 물렸다.“다들 먼저 준비하거라. 출발 시각은 추후에 통보할 것이다.”부장들이 물러나자 그는 주장의 자리를 서인경에게 내주었다.“마마, 이것은 요동 군영의 방어 배치도이고 이건 요동 황궁의 지형도입니다.”서인경은 다가가 훑어보았다.준비는 매우 철저했다. 두 장의 지도에는 주요 요충지들이 모두 세밀하게 표시되어 있었다.“연기준은 지금쯤 동욱촌에 거의 도착했겠지? 너에게는 언제 출발하라고 했느냐?”그 말에 맹경운은 연기준의 치밀함에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폐하께서 말씀하시길, 폐하와 대황자께서는 일부러 속도를 늦춰 정오가 되어야 동욱촌에 도착할 것이라 하셨습니다. 저희에게는 먼저 병력을 움직이지 말고, 정오 이전에 일부러 첩자를 풀어 금수 대장공주에게 소식을 전하게 하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정오를 조금

  • 시간을 거슬러   제109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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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7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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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73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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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7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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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747화

    그러니 황후의 궁으로 옮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서인경이 대황자를 대옥에 보내버린 일로 황후는 이미 그녀를 깊이 원망하고 있었다. 이 아이는 서인경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가장 알맞은 존재였고 장차는 그 둘 모자를 무너뜨릴 실마리가 될 가능성도 있었다. 황후라면 설령 자신의 아들을 위해서라도 유가영과 그녀 뱃속의 아이만큼은 반드시 지켜낼 것이다.그렇게 판단한 태황태후는 마침내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날로 유가영은 태황태후의 궁을 떠나 황후의 궁으로 거처를 옮겼다.이 소식이 신비의 궁에 전해졌을 때, 그녀는 막 열다섯 째 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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