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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1화

Author: 코코넛 서고
열쇠장이는 비단 상자 위에 걸린 두 개의 자물쇠를 보고 전문 도구를 가져와서는 한참이나 연구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는 연기준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왕야, 이 두 자물쇠는 진국의 물건이 아니옵니다. 안의 자물쇠 심이 매우 복잡하여 전설 속 일불락의 것과 흡사하옵니다.”

서인경은 일불락이라는 세 글자를 듣는 순간 머릿속이 웅 하고 울렸다.

연기준도 예상치 못한 사실에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눈치였다.

“확실한 것이냐?”

열쇠장이는 눈썹을 찡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평생 자물쇠만을 열어온 사람이니 절대로 착각할 리 없습니다. 이 자물쇠는 연환쇠라고 하는데 안의 자물쇠 심이 고리마다 서로 맞물려 있어 마치 구련환처럼 되어 있습니다. 전문 열쇠가 아니고서는 절대 열 수가 없지요. 저는 스승의 기록에 적힌 책에서만 보았을 뿐, 실물을 평생 처음 봅니다. 오늘 보니 과연 명불허전이네요. 송구하오나 저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서인경과 연기준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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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225화

    잠자리에 들기 전, 암위가 봉한설의 서신을 전해 왔다.편지에는 이미 임선우를 만났고 그와 부생을 대면하게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다만 그 사이에 작은 해프닝이 하나 있었다고 했다.봉한설은 부생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어 어떤 남자도 가까이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부생은 임선우가 이미 화족의 다른 여인과 인연을 맺었다는 사실을 몰랐다.오랜만에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를 보자 곧바로 미혹술을 펼쳐 임선우를 유혹해 데리고 나가려 했다.하지만 화족의 미혹술은 주인을 가리는 법.이미 다른 여인과 계약을 맺은 임선우는 다른 여인의 미혹술에 자연히 저항력을 지니고 있었다.결과는 뻔했다. 부생의 계획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봉한설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심지어 임선우가 따로 묻지 않아도 그는 부생이 눈을 흘기며 유혹하는 순간, 서인경의 말이 모두 사실임을 확신했다.닮아도 너무 닮은 자태와 춤사위. 심지어 옷을 벗는 동작마저도 그녀와 일치했다.그 모든 것이 임선우를 질식할 듯한 충격에 빠뜨렸다.봉한설이 제때 들어가지 않았다면 임선우는 이미 부생의 목을 졸라 죽였을지도 몰랐다.편지의 마지막에 봉한설은 덧붙였다.임선우는 진실을 알게 된 직후 어디론가 사라졌는데 아마 서인경이 있는 곳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된 뒤,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으니 각별히 조심하라는 경고도 남겼다.아무리 과거의 인연이 음모로 얽혀 있었다 해도 임충서는 어디까지나 그의 친아들이었으니까.그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걸 수도 있는 일이었다.서인경은 편지를 접었다. 임선우의 처지에 약간의 연민이 들기도 했지만 결국은 자업자득이라는 생각도 함께 떠올랐다.부생은 과거, 연기준에게도 미혹술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연기준은 그녀를 단 한 번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았기에 그녀의 유혹은 애초에 닿지도 못했다.부생에게 있어 연기준은 마치 여인보다 더 다루기 힘든 존재였다.만약 임선우가 자신의 부인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다른 여인에게 마음을 준 적이

  • 시간을 거슬러   제1224화

    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촌장은 잠시 말을 멈췄다.연기준이 거울 뒷면의 ‘금’ 자를 바라보며 깊이 생각에 잠긴 것을 보고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이틀쯤 지나자, 그 괴로운 울음소리도 마침내 잦아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다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살아가기 시작했지요. 난세라 그런지, 산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감히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헌데 어느 날, 제가 밭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였어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중상을 입은 노인이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그 노인은 자신이 쫓기고 있다며, 이 비단 상자를 제게 맡겼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숨겨 두라고, 절대 외부 사람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고 했지요. 또 말하길, 하늘이 아직 그를 버리지 않았다면, 그의 가문이 다시 일어설 날이 올 것이고, 그때 반드시 누군가 이곳으로 찾아올 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모두 떠나게 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가 바로 이 상자의 주인이라고요.”촌장의 말을 듣는 동안, 연기준의 눈빛은 점점 깊어졌다.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그 피투성이 노인의 정체가 어렴풋이 떠오르고 있었다.연기준의 외조부는 금족의 모든 것을 자신의 모친, 희태비에게 넘기려 했다. 그 일로 덕비는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독을 품고 있었다. 심지어 어릴 적에 덕비는 제 친자매를 산속에 버리기까지 했다. 그렇게 가장 마음에 들던 후계자를 잃고도, 외조부는 끝내 남아 있던 덕비에게 금족을 맡기지 않았다.이 모든 일이 덕비의 증오를 더욱 깊게 만들었을 터였다.그렇다면, 그해 금족을 부추겨 반란을 일으킨 자는… 덕비였을 가능성이 컸다.연기준은 이전부터 한 가지를 의아하게 여겨 왔다.덕비가 지금 금족의 실권자라면, 왜 떳떳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가.서인경이 없던 그 오랜 세월 동안, 덕비가 금족을 이끌고 설산으로 돌아가 세력을 장악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다른 부족들은 흩어져 있었고 지금의 금족처럼 결속된 힘을 가진 곳은 없었으니까.그렇게 많은 백성을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어째

  • 시간을 거슬러   제1223화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점점 멀어졌고 이내 바깥은 고요해졌다.이들이 마지막 무리였다.그들마저 떠나고 나면 이 마을에는 완전히 ‘자기 사람들’만 남게 된다.그때, 문밖에서 기척이 들렸다.연기준이 시선을 들어 바라보자 곧 암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폐하, 촌장께서 중요한 일이 있다며 뵙기를 청하셨습니다. 지금 마당 밖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촌장은 아직 떠나지 않은 상태였다.연기준은 서인경이 여전히 눈을 감은 채 가부좌를 틀고 있는 것을 보고, 나설 기색이 없다는 걸 확인한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는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마당 밖은 칠흑처럼 어두웠고 밤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왔다.촌장은 태연한 얼굴로 걸어나오는 연기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회색 장삼을 입고 있었고 희끗한 수염은 바람에 가볍게 흔들렸다. 마치 오랜 세월 도를 닦은 선인 같은 기운이 감돌았다.연기준은 이곳에 온 뒤로 여러 번 그를 마주쳤지만 이 밤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그의 몸에서 그런 기운을 느꼈다.“폐하께 인사 올립니다.”촌장은 멀찍이서 깊이 허리를 숙였다.연기준은 걸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눈에 띄게 놀란 기색이 스쳤다.그가 자신의 정체를 짐작해낸 것이다.촌장은 몸을 일으키며 미소를 띠었다.“폐하께서는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폐하와 황후 마마께 아무런 해도 끼칠 생각이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 마을 사람들을 구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릴 따름입니다.”연기준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달빛 아래, 그 눈은 늙었지만 맑았고, 티끌 하나 섞이지 않은 듯했다.“감히 여쭙겠습니다. 어떻게 아신 겁니까?”촌장은 수염을 쓸어내리며 웃었다.“저는 종종 읍내를 드나듭니다. 요즘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이미 귀에 들어와 있습니다. 노무림 안쪽 산이 수년째 평온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겉으로야 우리와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만일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우리 마을의 노약자들은… 상대의 이빨 사이에 끼일 거리도 못 됩니다. 이런 때에 두 분이 갑

  • 시간을 거슬러   제1222화

    그리고 그 이유는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닐 터.연기준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금족 내부에서 상당한 지위와 실력을 지닌 인물이 배신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연기준의 이런 불안을 서인경 역시 짐작하고 있었다.그녀는 산으로 이어지는 길을 바라보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이 산속엔, 숨은 고수들이 너무 많네요. 우리가 모르는 일도 한둘이 아니고요. 이번 싸움… 쉽지 않겠어요.”말을 마친 서인경은 연기준의 손을 잡고 돌아섰다.“이 정도면 충분히 본 것 같아요. 어서 돌아가요. 산속 위험이 생각보다 훨씬 커요. 제대로 준비해야겠어요.”두 사람은 돌아가는 길에 모든 집을 세심히 살피고 있던 촌장을 만났다.그는 한 손을 등에 짚고 다른 손으로는 희끗한 수염을 쓰다듬었다. 걸음은 느리지만 흔들림 없이 안정되어 있었다. 마치 한가롭게 산책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서인경과 연기준을 보자, 그는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평이 아가씨가 그러더군요. 두 분은 아가씨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우리 같은 누추한 마을을 마다하지 않고, 귀한 신분임에도 이런 곳에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서인경은 평이가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정체를 어디까지 말했는지 알 수 없었다.그저 형식적인 몇 마디로 답했을 뿐, 말을 아꼈다.촌장 역시 그녀의 말속에 담긴 숨김을 알아챈 듯, 더는 묻지 않고 웃으며 다음 집으로 향했다.거처로 돌아온 뒤, 서인경은 식사도 하지 않은 채 방에 틀어박혔다.그녀는 침상 위에 앉아 가부좌를 틀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겉으로 보면 잠든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연기준은 알고 있었다. 서인경의 신식이 약왕곡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그의 귓가에는 끊임없이 약왕곡에 있는 서인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중얼거리듯 이어지는 말들. 한 번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독약들을 종류별로 준비하느라 분주한 소리였다.연기준은 곁에 앉아 어떤 색의 독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끊임없이 일러주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창밖의 빛이 서서히 어두워지다가

  • 시간을 거슬러   제1221화

    평이의 속은 내내 조마조마했다.서인경이야 두렵지 않았지만 연기준이 노할까 봐 그게 더 걱정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연기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연풍을 불렀다.“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 성 안의 주루를 전부 빌려라.”연기준은 자연스럽게 이를 받아들였고, 비용까지 흔쾌히 부담하겠다는 뜻이었다.평이는 제 작은 꾀가 통했다는 사실에 속으로 은근히 들떴다.반면, 서인경은 속으로 천오백 명의 식비를 계산해 보다가 약왕곡의 은자를 떠올렸다.가슴이 저릿해져 더는 계산을 이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연기준은 돈을 쓸 때 망설임이 없었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백성들의 희생을 줄일 수만 있다면, 무고한 아이들을 구해낼 수만 있다면, 금족과 화족의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돈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평소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던 서인경조차 이 순간만큼은 연기준을 조금은 우러러보게 되었다.그녀의 남자는 정말 대단했다.연기준은 자신을 바라보는 서인경의 눈동자에 반짝이는 빛을 알아차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겉으로는 큰 짐을 짊어진 듯한 야심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도 쉽게 만족하는 여자였다.평이는 암위들을 이끌고 이틀 밤낮을 바쁘게 움직였다.*마침내 사흘째 되던 날. 날이 밝기 전, 마을 사람들을 모두 밖으로 빼내는 데 성공했다.그 사이 낮 시간에는, 연기준과 서인경이 거친 베옷으로 갈아입고 마을 주변을 돌아다녔다.겉으로는 유유자적 노니는 듯 보였지만 실상은 지형을 세밀하게 살피는 일이었다.그들은 산속에서 내려오는 이들을 보기도 했다.화족인지 금족인지 분간은 되지 않았지만 그들의 눈빛은 한결같이 차가웠고 온몸에 살기가 서려 있었다.연기준과 서인경을 보았을 때도, 그저 평범한 마을 사람으로 여겼는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사람들이 지나가자 서인경은 얼굴에 묻힌 흙을 손으로 더듬었다. 그러다 그만 한 조각을 떼어내고 말았다.서둘러 약왕곡에서 떠온 온천수를 손바닥에 조금 붓고 비벼 다시 얼굴에 덧발랐다.둘

  • 시간을 거슬러   제1220화

    “다친 거예요?”그제야 서인경은 알아차렸다. 연기준이 떠날 때 입고 있던 겉옷이 사라지고 지금은 검은 속옷 한 벌만 걸치고 있다는 것을.손을 뻗어 만져 보자, 옷감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손바닥에는 선명한 피가 묻어났다.서인경은 곧장 그의 옷을 헤치려 했지만 연기준이 가볍게 두 손을 붙잡았다.“밖이지 않느냐. 이건 좀 곤란하다.”치켜 뜬 서인경의 눈꼬리는 살짝 붉어졌다.그 눈빛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연기준은 곧바로 설명을 덧붙였다.“내 피가 아니다.”서인경은 여전히 그를 노려봤다.“거짓말하면... 알죠?”연기준은 난처한 듯 웃음을 흘리며,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등 뒤 어깨 쪽으로 이끌었다.그곳에는 칼에 베인 상처가 하나 나 있었고, 피가 더 진하게 배어 있었다.“그냥 겉상처일 뿐이다.”서인경은 곧장 그의 뒤로 돌아가 직접 확인했다.상처가 크지 않고, 이미 피도 멎은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숨을 돌렸다.“얼른 돌아가요. 제가 약 발라줄게요.”연기준은 다리로 말배를 죄자, 말이 속도를 높여 마을 쪽으로 달려갔다.가는 길에 그는 흑갑군의 상황을 서인경에게 들려주었다.지휘관은 성격이 좀 거칠긴 했지만, 의리 있고 우직한 사람이었다.연기준이 그를 제압했고, 호부까지 쥐고 있으니 더 이상 문제는 아니었다.*거처로 돌아와 서인경이 막 연기준의 상처를 다 치료해 주었을 때였다.문이 벌컥 열리며 평이가 숨을 헐떡이며 뛰어 들어왔다.이마에는 땀이 맺혀 있었고 숨은 가쁘게 차올랐으며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뒤따라 들어온 연풍이 얼른 물을 따라 건넸다.평이는 몇 모금 연달아 들이켜고서야 겨우 숨을 고르며 입을 열었다.“됐어요. 다 얘기 끝났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잠시 떠나기로 했어요.”서인경이 놀란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이틀은 잡아준 일이었는데, 반나절 만에 끝낼 줄은 몰랐다.평이는 다시 물을 한 잔 따라 들고, 컵을 감싼 채 말을 이었다.“다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한 번에 움직이면 소리가 커져서 산속 사람들한테 들킬까

  • 시간을 거슬러   제406화

    하지만 숙귀비도 폐비를 헛되이 죽게 두진 않았다.사람을 시켜 연줄을 뚫고 유배된 폐비의 동생을 찾아낸 후 한차례의 우연한 사고를 꾸며내어 그가 죽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그것은 그 집안에 마지막으로 대를 남겨준 셈이었다.숙귀비가 병사를 이끌고 첫 훈련에 나선 날, 군영에는 서인경만 온 것이 아니었다. 연기준 또한 전신에 갑옷을 두르고 나타났다. 겉으로는 감시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든든한 의지처였으며 조정에서 아직도 서가군을 탐하는 무리들을 향한 강한 위협이었다.서인경은 막사 문가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그 은혜

  • 시간을 거슬러   제379화

    이제 그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였다.연기준이 뱃속의 태아를 생각해 서 가에 남은 마지막 핏줄을 지켜 주는 것. 그리고 서인경이 언젠가 그의 고심을 이해해 주는 것.잠시 휴식을 마친 일행. 서회윤은 몸을 일으켜 해가 솟은 방향을 바라보았다.“정신을 가다듬거라. 살 길은 스스로 걸어 나가는 것이다.”장졸들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으나 장군의 한마디에 어쩔 수 없이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고작 몇 걸음 떼었을 뿐인데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뒤를 돌아보니 멀리 솟아 있던 설산의 한쪽이 갑작스레 무너져 내리는

  • 시간을 거슬러   제367화

    연풍은 크게 놀라 얼이 빠졌다.그의 왕야가 언제부터 여인의 수다에 흥미를 보였단 말인가?“그리고…”연기준의 눈빛이 돌연 싸늘하게 식어갔다.“장원의 사람들을 불러들여 그녀의 외로움을 달래게 하거라. 그리고 단은설은 이제부터 장원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하거라. 단 가의 모든 황가 생계를 끊어버리고 대황자부와 단 가에 각각 ‘큰 선물’을 보내거라.”연기준의 짧은 한마디 한마디가 한 사람의 운명을 좌우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연풍의 등골은 오싹할 만큼 식어갔다.서인경은 깊은 잠 속에서도 편히 쉬지 못했다. 마치 누군가 강제로

  • 시간을 거슬러   제400화

    그는 더는 참을 수도,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었다. 열다섯 째 황자만이 아니라 다른 황자들도 하나둘씩 커가고 있었다. 게다가 연기준은 중군을 장악하고 있으면서도 단 한 번도 자신을 지지한 적이 없었다.고립무원의 불안감이 그의 가슴을 죄어왔다. 서재를 몇 바퀴고 맴돌던 그는 답답함에 숨이 막혀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그러자 시위가 재빨리 그의 뒤를 좇았다.“대황자, 이 깊은 밤에 어디로 가시 옵니까?”대황자는 성가시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중얼거렸다.“가이를 보러 간다. 넌 따르지 말거라.”그는 곧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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