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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

Author: 젠모
차가 옆으로 빠르게 지나갔다.

찬바람과 함께!

진아연이 고개를 들어보니 어두운 밤 속에서 롤스로이스의 미등이 어렴풋이 보였다.

박시준의 차 같은데?

그녀는 얼굴에 맺힌 눈물을 닦고 재빨리 기운을 차려 별장으로 걸어갔다.

별장의 앞마당에서 그녀는 주차된 차를 보았다.

그녀는 문밖에서 서성이면서 박시준이 방에 들어간 후 별장에 들어가기로 하였다.

눈이 아파 고개를 들어보니 밤하늘에는 별들이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

예쁘다.

내일은 날이 좋을 것 같네.

어느새 그녀는 밖에서 한 시간을 서 있었다.

마당에 있던 차도 운전기사가 벌써 차고에 주차를 했다.

거실의 불은 여전히 켜져 있었지만 아무도 없는 듯 고요했다.

마음이 편해진 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거실을 향해 걸어갔다.

2층 베란다에서 박시준은 회색 잠옷을 입고 휠체어에 앉아있었다. 손에 들고 있는 와인은 이미 마신지 오래였다.

그녀가 밖에 서있는 한 시간 동안 그 역시 한 시간 동안 베란다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시간 동안 멍청하게 서있다니 너무 오래 서 있어서 나무 그림자처럼 보였다.

박시준은 어릴 적부터 주변에 똑똑한 사람만 곁에 남겨두었다.

하지만 진아연은 예외였다.

그녀는 어리석었다. 자신의 성격이 안 좋은 걸 알면서도 몇 번이고 심기를 건드리다니

참으로 어리석은 여자였다.

그러나 그녀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함께 영향받고 있었다.

감정을 리드당하는 기분.

이런 묘한 기분은 그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것이었다.

......

방으로 들어온 진아연은 몸이 무거웠다.

아마도 찬 바람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옷장에서 두꺼운 이불을 꺼내 몸을 감싸고 잠에 들었다.

밤새도록 땀을 흘려 몸 안의 한기를 몰아냈다.

이튿날, 몸이 끈적거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샤워를 하고 방문을 나선 그녀는 맛있는 냄새를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마침 이모님께서 맛있는 음식을 테이블에 올렸다.

"그 사람은 밥을 먹었나요?" 진아연이 물었다.

"아니요. 사장님은 아직 안 내려오셨어요."

진아연은 그 말을 듣고 테이블에서 우유 컵을 들고 접시에 있는 만두를 집어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5분도 채 안 되어 아침을 다 먹었다.

"사모님, 그렇게도 무서우세요?" 이모님이 웃으면서 놀렸다.

"무섭지는 않은데... 그냥 보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진아연은 몇 초 동안 생각하고 나서 말을 했다.

"그를 보는 것이 불편해요."

"둘이 자주 같이 있으면 편해질 거예요. 점심은 집에서 식사하실 건가요?"

"아니요. 오늘 학교에 일이 있어서 저녁은 안 챙겨주셔도 될 것 같아요."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운전기사에게 연락해서 데려다 드리라고 할게요." 이모님은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할 준비를 하며 말했다.

진아연은 이모님을 불렀다.

"아니에요. 그냥 혼자 택시 타면 돼요. 운전기사님은 대표님 데려다주라고 하세요."

이모님은 설명했다.

"집에 운전기사가 두 분 있어요. 한 분은 식재료를 사는 분이시고 다른 한 분은 대표님 전담 기사에요. 식재료를 사는 기사님에게 전화드릴게요."

진아연은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운전기사가 그녀를 학교에 데려다준 후 그녀는 운전기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수고하셨어요. 그럼 조심히 돌아가세요! 밤에는 택시 불러서 가면 되니까 안 오셔도 돼요."

운전기사의 차가 떠나자 한 소녀가 진아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아연아! 방금 그 포르쉐 오빠는 누구야?"

진아연은 학교 교문에서 절친 여소정을 만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오빠가 아니라 삼촌이야." 진아연은 학교로 걸어 들어가면서 말했다.

"소정아, 나 너랑 같이 대학원 응시를 볼 수 없을 것 같아."

여소정은 순간 당황했다. "집안일 때문에? 아버지한테 들었어. 유감이야."

진아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대학원 입학시험을 별로 치르고 싶지도 않았어."

여소정은 당연하듯 말했다. "알지. 졸업하고 바로 남친이랑 결혼하고 싶어 했잖아! 근데 남자친구는 언제 소개해 줄 거야?"

진아연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박우진과의 일은 어머니에게만 이야기했었다.

베프더라도 그냥 연애 중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지 구체적으로 누구와 연애를 하고 있는지는 몰랐다.

"헤어졌어." 진아연은 심호흡하고 말을 꺼냈다. "소정아, 넌 믿음이 무너지는 느낌을 알아? 난 그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쓰레기더라고."

여소정은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그녀의 붉어진 눈시울을 바라보며 위로했다. "아연아, 별 거아니야. 우린 아직 어리고 시행착오가 있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분명히 더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거야."

진아연은 웃으며 말했다. "남자를 믿을 바에는 나 자신을 믿는 게 더 현실적이야."

여소정은 감탄했다. "역시 사람은 고통을 겪어봐야 성장을 할 수 있다니까. 방학전까지만 해도 연애밖에 몰랐던 네가 지금은 진정한 어른같이 말하다니!"

진아연은 고개를 저었다. "난 그냥 평범하게 졸업하고 먹고 살 만큼 벌고 싶을 뿐이야."

여소정은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당연하지! 넌 2개의 전공을 수강했을뿐만 아니라 그 두 전공 모두 Top 3에 들게 만들었잖아. 내가 아는 사람중에는 니가 처음이야.이렇게 능력자인데, 당연히 좋은 직장을 구하고 편하게 살 거야!"

진아연은 칭찬에 얼굴을 붉혔다.

오후 5시.

진아연과 여소정은 학교에서 나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로 약속했다.

교문을 나서자마자 여소정은 교문에 있는 포르쉐를 가리켰다.

"아, 아연아! 아침에 데려다준 포르쉐 삼촌 아니니?! 널 데리러 온 거야?" 여소정은 이 차를 기억했다.

고급 자동차는 잘 생긴 남자와 미인만큼이나 시선을 사로잡으니까.

진아연은 포르쉐 유리창 너머로 운전기사를 보았다.

진아연은 순간 당황했다. 운전기사에게 저녁에 데리러 오지 말라고 했는데?

무슨 일이지?

진아연은 차를 향해 걸어갔다.

운전기사는 그녀를 위해 뒷문을 열어 주었다.

"집에 무슨 일 있나요?" 진아연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여소정이 있어 운전기사는 조심스러웠다. "차에서 얘기 하시죠."

진아연을 더욱더 긴장되게 만들었다.

"아연아, 일 있으면 먼저 가! 다음에 다시 약속 잡으면 되니까 부담 갖지 말고." 여소정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정아, 다음엔 내가 밥 살게."

여소정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난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 언제든지 전화하고!"

진아연이 차에 올라타자 바로 출발했다.

운전기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모님, 혹시 또 대표님을 화나게 하셨나요?"

진아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절 데리고 오라고 하던가요?"

운전기사는 대답을 하였다. "네.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진아연은 다시 긴장됐다.

동시에 두뇌도 풀가동하였다.

무슨 일이지!

오늘 하루 종일 학교에 있었고 그를 화나게 하기는 고사하고 전혀 보지도 못했는데.

지난 며칠 동안 있었던 일을 정리해 보았지만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지기 시작하자 그녀는 그냥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하였다.

저녁 5시 40분, 차가 별장에 도착했다.

차가 멈추고 진아연이 내렸다.

슬리퍼를 갈아 신고 거실에 들어오니 홀로 앉아 있는 박시준이 보였다.

네이비블루 셔츠를 입고 긴 소매를 걷어올리니 단단한 그의 근육질 팔이 보였다.

커프스단추에는 눈부시게 빛나는 다크 블루 젬스톤이 박혀있었다.

소파에 앉아 있는 그는 마치 왕좌에 앉아있는 것처럼 오만한 자의 아우라를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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