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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가짜 연인에게 축배를]

작가: silver구슬
last update 게시일: 2026-07-13 00:05:08

현수는 대기실로 들어서자마자 타는 목소리로 물부터 들이켰다. 몸 상태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그럼에도 온몸을 불사르듯 최선을 다했기에, 조금 전 무대 위에서의 퍼포먼스를 모니터링하고 싶어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때 도윤이 대기실로 들어왔다. 그는 익숙하게 냉장고를 열어 물을 꺼내더니 소파로 향했다. 대기실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그는 단 한 마디도 벙긋하지 않았다.

확실히 타인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만 친절할 뿐, 단둘이 남겨지면 서늘할 정도로 말이 없어지는 도윤이었다.

‘다가서는 건 몇 년이 걸렸는데, 멀어지는 건 고작 며칠이네.’

현수는 시선을 컴퓨터 화면에 고정하고 있었지만, 온 신경은 자신의 등 뒤에서 물을 마시며 쉬고 있는 도윤에게로 쏠려 있었다. 

그는 왜 굳이 이 대기실로 따라 들어왔을까. 자신에게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건네려고 온 걸까.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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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밤, 두 사람은 거실 바닥에 보송보송한 이불을 널찍하게 펼쳐두고 나란히 누워 창문 너머의 은빛 밤하늘을 바라보았다.주위에는 꼬물거리는 강아지들이 저마다의 작고 따스한 체온을 품은 채, 기분 좋게 고개를 묻고 고단한 숨을 고르고 있었다.경신은 처음 이 집의 문을 열고 들어와 녀석들의 밤샘 육아에 시달리며 허둥대던 그 첫날의 기억을 가만히 반추했다.까마득한 옛일 같으면서도, 손을 뻗으면 닿을 듯 생생하고 포근한 추억이었다.그리고 캄캄한 기억의 저편, 태하와 첫날밤의 온기를 나누었던 그날의 아련함도 조심스레 되짚어보았다.“기억 저편의 네가, 생일 선물이라며 너 자신을 내어주었어. 예뻤고, 황홀했는데.”경신의 잃어버린 기억 속 자신이 태하에게 그토록 깊은 행복을 선사했다니.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는 과거는 다소 아쉬웠지만, 자신을 담아내는 태하의 벅찬 눈빛만으로도 경신의 가슴속엔 뿌듯함이 가득 차올랐다.태하는 잠시 말을 멈추고 경신의 눈가를 어루만졌다. 젖어 드는 그의 눈빛에는 지근거리에서 함께 흘려보낸 고통과 깊은 애정이 일렁이고 있었다.“떠났던 네가 다시 돌아와 주었을 때도 난 그저 고마웠어.”태하의 말에 경신은 MH 소속사로 향해 그에게 한국어 과외를 해 주러 가던 첫날을 떠올렸다.지독한 운명처럼 얽혀들며, 페넬로페로 인해 그가 목숨을 잃을 뻔했던 서슬 퍼런 순간들마저 지나고 나니 아련한 미소로 스쳐 갔다.“저도 아이의 아빠가 태하 씨라니······ 정말 행복해서 미칠 것만 같았거든요. 절 원하지 않으신다 해도 이 아이를 끝까지 키우고 싶을 만큼, 내게도 드디어 가족이 생겼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어요.”만날 때 느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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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를 품은 앙큼한 그녀[The Boss and His Sly Baby-Mama]   #225. [자꾸 선물이 넝쿨째 굴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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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를 품은 앙큼한 그녀[The Boss and His Sly Baby-Mama]   #224. [긴 터널을 지나 맞이한 새로운 계절]

    다음 날 새벽.경신은 밤새도록 깊은 잠에 들지 못한 채 계속 뒤척였다.악몽의 잔재에 시달리는지 나지막한 신음을 내뱉고는, 괴로운 듯 끙끙거리며 앓는 소리를 냈다. 태하는 그런 경신이 안쓰러워 견딜 수 없었다. 결국 불을 켜고 그녀를 둘러싼 이불을 조심스레 젖힌 뒤, 병상 위로 올라가 경신을 가만히 품에 안아주었다.“신, 많이 힘들어?”태하의 나지막한 음성이 귓가를 울리자, 경신은 힘없이 축 늘어진 채 그의 품으로 파고들며 가늘게 몸을 떨었다. 아직 잠에서 다 깨지 못한 데다 정신적으로도 한계에 몰려 많이 힘겨워하고 있었다.“······태하 씨, 조금 힘드네요.”“신, 네가 힘들면 배 속의 아기들도 같이 힘들어져.”‘아기’라는 단어에 경신은 희미한 의식 속에서도 제 손을 가만히 배 위에 얹었다. 가쁜 숨을 내쉬던 그녀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그러게요.”경신은 가만히 눈을 뜨며 두 손을 배에 얹은 채 태하의 품 안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눈시울은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마음고생이 심했던지 작은 목소리로 읊조리며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정민 씨랑 현수 씨는······ 세상의 차가운 시선을 받게 되면······ 많이 괴로울 텐데·····&mid

  • 아기를 품은 앙큼한 그녀[The Boss and His Sly Baby-Mama]    #223. [험난해도 나아가야 하는 길]

    경신은 정민을 내려다보았다. 연신 고개를 숙인 채 어두운 표정으로 가쁜 숨만 내뱉는 모습이 가여울 지경이었다.오늘 위독한 고비를 넘기고 가까스로 눈을 뜬 정민이 언제 다시 의식을 잃을지 몰라, 의식을 찾자마자 급히 이곳으로 찾아왔노라고 기범이 대신 정황을 설명했다.현수 역시 조금 전 경신과 대화를 나누었음에도, 정민처럼 죄인의 얼굴을 한 채 감히 눈조차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경신이 보기에도 정민의 상태는 현수보다 훨씬 심각해 보여 마음이 편치 않았다.‘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상태인데······.’정민의 간절한 의지를 읽어낸 경신은 차분하게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태하는 팔짱을 낀 채 경신의 옆자리에 앉아 두 사람을 향해 서늘하고 살벌한 눈빛을 보냈다.“할 말이 있으면 빨리 끝내.”태하의 단호한 음성에 기범이 깊게 심호흡을 하더니, 마치 정민을 대변하듯 입을 열었다.“경신아, 너한테 큰 상처를 준 정민 씨랑 현수 씨는 사과부터 전하고 싶어서 이곳을 찾은 거야. 오래 머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야.”말을 마친 기범이 휠체어를 경신의 앞까지 조심스레 밀고 다가왔고, 도윤 역시 현수의 휠체어를 정민의 곁으로 바짝 붙였다.“미안해요······, 이 말을 전달하고 싶어서······ 눈을 감을 수가 없었어요.”“진심으로······ 죄송해요.”정민과 현수의 억눌린 사과가 터져 나오자 병실 안 공기는 수직으로

  • 아기를 품은 앙큼한 그녀[The Boss and His Sly Baby-Mama]   #6. [아기들의 슬기로운 자궁생활을 위하여]

    경신은 아기 아빠에 관한 질문을 듣기 전까지는 머릿속이 꽃밭이었다. “아기 아빠가······, 누군지 몰라서 저도 당황스럽네요.”그러나 경신의 말을 들은 화야와 규련의 얼굴이 굳어졌고, 한지원의 눈빛은 멍하니 흔들리며 초점을 잃어갔다.경신이 개인적으로 분석해 봤을 때 4회차 인생은 성공한 삶이라 할 수 있었다.하지만 인생이 그리 쉽게만 흘러갈 리가 없는 법. 속 알맹이는 수십 년을 살아냈지만, 이번 생에 아니, 전생을 통틀어 임신은 처음이라 그게 문제였다. 즉, 몇 회차나 쌓아온 경험도 전생의 기억도, 지금의 임신 앞에

  • 아기를 품은 앙큼한 그녀[The Boss and His Sly Baby-Mama]   #5. [축복을 좀 받았어!]

    산부인과 진료 대기실에 이르자, 간호사가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셋은 빈 의자를 찾아 자리에 앉았다. 이곳 풍경은 다른 병동과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아픔이 아닌 희망을 진료받는 사람들이 더 많아 그런지 경신은 이곳의 이질적인 느낌이 맘에 들었다. 화야와 규련은 산부인과 진료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경신에게 작게 속닥거렸다.“오빠, 우리도 같이 들어가야 하나?”“그래야지.” 경신은 안 그래도 함께 들어가 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는데 먼저 운을 떼 주다니 이리 고마울 수가 없었다. “감사해요. 그런데 규련 오빠

  • 아기를 품은 앙큼한 그녀[The Boss and His Sly Baby-Mama]   #4. [누가 임신했다고?]

    헉-. 한규련의 탄식이 경신의 귀에도 닿았다. 화야는 규련의 팔을 톡톡 치면서 작게 그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오빠, 내 말 맞지?”“그래, 되게 친근하게 내 이름을 불렀어.”병실로 들어와 정숙한 자세로 반듯하게 서 있는 화야는 비슷한 두려움을 품고 있는 규련의 팔짱을 꼭 낀 채 작게 중얼거렸다.“저기, 보살님. 저 기숙사 아니면 갈 곳 없어요. 룸메이트 교체는 안 된다네요.”그럼 그렇지. 화야는 다시 경신의 벗이 될 운명이었다. “보, 보살? 음흠, 화야, 나 21살이야. 너 재수해서 23살. 과거에 친구라 나 반

  • 아기를 품은 앙큼한 그녀[The Boss and His Sly Baby-Mama]   #3. [인생 다시 사는 건가?]

    그 모습을 지켜본 경신은 자신도 이렇게 혼란스러운데 옆에서 멀쩡한 정신으로 이 상황을 지켜본 사람은 얼마나 놀랐을까 싶어 화야를 향해 사과를 건넸다.“화야, 미안해.”경신은 젊고 어린 화야를 바라보며 세 번의 전생 내내 의지하고 위로받았던 과거를 떠올렸다. 내리는 빗줄기만큼이나 머릿속에 기억이 쏟아져 내리는 경신은 한결같이 제 편이었던 친구 화야가 감사하기만 했다.핸드폰 검색을 잠시 멈춘 화야는 뭔가 생각에 잠긴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제······, 정상으로 돌아온 건가요? 그분은 가셨나요?”두 눈을 껌뻑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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