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위, 이불이 산처럼 불룩 솟아오른 채 연신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때, 병실 문이 벌컥 열리며 한 여자가 들어왔다.“악, 깜짝이야! 오늘 일진 왜 이래?”단발머리에 동그란 금테 안경을 쓴 여학생, 송화야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물통을 꽉 쥐었다. 꿈틀대던 이불 덩어리가 서서히 솟아오르더니 이내 이불자락이 옆으로 스르르 흘러내렸다.“······정신이 들어요?”“송화야, 나 아픈 거야?”“헉!”화야는 경악하며 뒷걸음질 쳤다. 오늘 처음 본 사람이 제 이름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심지어 아주 오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부르고 있었으니까.“저기요, 제 이름은 어떻게 아셨어요?”“화야, 웬 존댓말? 너 경주 내려간 거 아니었어?”화야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고향 이름까지 나오자 소름이 쫙 돋았다. 이 여자, 혹시 눈만 보면 꿰뚫어 본다는 신통한 무속인이라도 되는 걸까?“미치겠네! 저 오늘 그쪽 처음 봤거든요? 기숙사 짐 넣으러 갔다가 그쪽이 욕실 바닥에 대자로 뻗어 있는 거 보고 여기로 업고 왔다고요!”화야는 3년을 기다려 겨우 당첨된 S대 기숙사 룸메이트가 하필이면 '도사님' 스타일인 것에 절망했다.“그쪽 정체가 대체 뭐예요?”“성은 경, 이름은 신. 난 네 제일 친한 친구인데······.”“아이고, 경신 학생! 오늘 아침에 뭐 했는지 기억나요?”“······몰라.”“어제는?”“······그것도 모르겠어.”화야는 팔짱을 끼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기억상실? 에이, 요즘 드라마도 그런 설정은 안 써요. 식상하게시리. 근데 내 이름은 대체 어떻게 안 거냐고요!”“나는 그냥 너를 알고 있어. 기억이 나······. 으윽!”갑자기 경신이 머리를 감싸 쥐며 비명을 질렀다. 고통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리던 그녀의 입에서 믿기 힘든 말들이 튀어 나왔다.“이건······ 단순히 어제오늘의 기억이 아니야. 묘한 기억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어.”“······왜 그래요, 무섭게?”“태어나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누군가를 지독하게 사랑하다가
Last Updated : 2026-04-0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