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결혼식 날. 그랜드 진 호텔의 연회장은 진씨 가문 사람들의 떠들썩한 목소리로 가득 찼다. 그들은 오랜 세월 하나의 유서 깊은 가문이라는 이름 아래 묶여 살아온 사람들이었다.낯익은 얼굴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는 가운데, 흰색과 금색을 테마로 꾸며진 장식들이 오랫동안 기다려 온 동시에 숱한 반대에 부딪혔던 특별한 순간을 아름답게 감싸고 있었다.불과 한 시간 전, 준현과 지아는 정식으로 혼인 서약을 맺고 법적인 부부가 되었다. 가까운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혼인 의식은 경건하고 엄숙하게 진행되었다.지아는 임신한 몸에 맞춰 제작한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그녀의 곁에 선 준현은 고급 정장을 차려입고 있었으며, 그의 모습에서는 위엄과 흔들림 없는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앞줄에 앉은 윤자는 내내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눈을 반짝이며 몇 번이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모습에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손주가 마침내 자신만의 가정을 꾸리게 된 것이다.“거 봐라, 순희야.”윤자가 벅찬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순희에게 속삭였다.“내가 예전부터 말했잖니. 저 둘은 얼굴만 봐도 참 잘 어울린다고. 인연은 눈을 보면 알 수 있는 법이야.”순희는 작게 웃었다. 그녀의 눈가에도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두 사람이 다가오자 순희는 지아의 드레스를 살며시 매만져 주었다.“정말 다행이에요, 이모. 드디어 이렇게 결혼하게 됐네요. 두 사람은 행복해질 자격이 있어요.”그러나 연회장의 따뜻한 분위기와는 달리, 직계 가족들이 앉은 자리에는 빈 의자 하나가 유독 눈에 띄었다. 명희는 그 자리에 없었다. 결혼식 날 장남의 곁을 지켜 주어야 할 어머니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의 부재를 대신한 것은 침묵뿐이었다.참석한 사람은 도현과 지호뿐이었다. 도현은 차분하게 앉아 있었지만, 그의 표정에는 안도감과 피로, 그리고 체념이 뒤섞여 있어 어떤 감정이 더 큰지조차 읽어 내기 어려
“자기야.”펜트하우스에 도착한 준현은 예비 신부가 하마터면 위험에 처할 뻔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지아를 불렀다.거실에 앉아 창백한 얼굴로 여전히 몸을 떨고 있는 지아를 발견한 순간, 준현은 곧장 그녀에게 다가가 와락 끌어안았다. 마치 단 한순간이라도 그녀를 놓으면 세상이 무너져 내릴 것처럼.“자기…”지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직도 호흡은 불규칙했다.“진정해.”준현은 지아의 머리 위에서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의 손이 지아의 등을 천천히, 몇 번이고 쓸어내리며 그녀를 달랬다.“내가 여기 있어. 이제 안전해.”“무서웠어요...”그 한마디가 준현의 가슴을 정통으로 후려쳤다. 그는 지아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미안해.”준현이 죄책감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나직이 사과했다.“나를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해.”그제야 준현은 맞은편 소파에 앉아 있는 수현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수현은 여유롭고 태연한 모습으로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준현이 지아를 끌어안는 모습도, 마치 이미 정식으로 아내가 된 사람을 대하듯 그녀를 보호하는 모습도 빠짐없이 지켜보았다.수현이 희미하게 비웃었다.“정말 낭만적이십니다.”그는 빈정거리는 투로 천천히 박수를 쳤다.“그렇게 지아를 사랑하신다면, 형님께서는 24시간 경비를 세워 두셨어야죠.”수현의 시선이 펜트하우스 내부를 훑었다.“수십억짜리 집인데 보안 수준은 정말 부끄러울 정도네요.”“네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준현은 차갑게 물으며 그의 비아냥을 무시했다. 지아를 감싸 안은 팔을 조금 풀었지만, 한 손은 여전히 그녀의 어깨를 보호하듯 감싸고 있었다.수현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지아에게 직접 물어보십시오. 제가 왜 여기 있는지요.”지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준현을 돌아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여전히 슬픔이 어려 있었다.“수현 오빠가 아까 절 구해 줬어요. 이 사람이 없었더라면…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몰라요.”준현의 턱이 단단하게 굳었다. 그의 눈빛
지아는 반사적으로 문을 밀어 최대한 빨리 닫으려 했다. 하지만 서영이 더 빨랐다. 그녀는 손바닥으로 문짝을 세게 붙잡아 문이 닫히지 못하도록 막았다.두 사람은 서로 힘을 겨뤘다. 팽팽한 대치였다. 임신으로 배가 둥글게 부풀어 오른 지아였지만, 본능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았다. 자신의 몸뿐만 아니라 뱃속에 있는 작은 생명까지 지키려는 어머니의 본능이었다.“놓으세요!”지아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공포에 질린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녀는 어깨를 떨면서도 계속 문을 밀어냈다.“문 열어, 손지아!”서영이 더욱 거칠게 소리쳤다. 손에 들고 있던 딤섬 종이봉투가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그녀는 두 손으로 문을 안쪽으로 세차게 밀어붙였다.쾅!“세상에!”지아는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다리에 재빨리 힘을 주어 몸을 지탱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넘어질 뻔했다.서영은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눈빛은 날카로웠고, 활활 타오르는 분노로 가득했다. 양손은 몸 옆에서 꽉 쥐어져 있었고, 숨은 거칠었다.지아는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심장이 가슴속에서 세차게 쿵쾅거렸다.“형님… 여기엔 왜 오셨어요?”지아의 목소리는 떨리다 못해 거의 형태를 잃을 지경이었다.서영은 비뚤어진 미소를 지었다. 그 얼굴에는 선의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왜 왔냐고?”그녀는 씁쓸하게 짧은 웃음을 터뜨렸다.“당연히 너한테 본때를 보여 주려고 왔지.”그녀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내일 결혼한다고?” 서영이 어긋난 웃음소리를 흘렸다. “참 편하게도 사는구나. 네가 준현 씨와 결혼하는 꼴은 절대로 못 보지.”“남의 남편까지 빼앗아 놓고 행복하게 살겠다고?”그녀의 음흉한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네가 편하게 사는 꼴은 절대 못 봐. 원래 그 삶은 내 것이어야 했으니까.”서영이 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곧 작은 칼 하나가 그녀의 손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명에 칼날이 번뜩였다. 칼끝은 곧장 지아를 향했다.“형님!”지아가 비명을 질렀다. 순식간에 얼굴이 창
“여보, 당신이 보기엔 뭐가 더 필요할 것 같아?” 순희는 하객을 맞이하는 테이블의 장식을 살짝 바로잡으며 물었다. “이번은 준현이의 두 번째 결혼식이잖아. 게다가 이번에는 정말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는 거고. 그러니 모든 게 완벽해야지.”남편 영준은 호텔 연회장 내부를 둘러보았다. 장식은 소박하면서도 우아했다. 지나치게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결코 작은 규모의 행사도 아니었다.“굳이 이렇게까지 행사를 해야 할까?” 그가 조용히 물었다. “며느리 배가 많이 불렀다며. 나는 그 애가 너무 지칠까 봐 걱정돼.”순희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 여보. 대규모 피로연을 여는 것도 아니잖아. 가족끼리 혼인 서약을 하고 감사의 마음을 나누는 자리일 뿐이야. 장소만 연회장으로 정한 건 깔끔하고 편안하게 진행하려고 그런 거고. 참석하는 사람들도 우리 친척들뿐이고. 외부 손님은 없어.”영준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내 생각에도 이 정도면 충분해.”순희의 미소가 더욱 환해졌다. 처음부터 모든 준비를 도맡아 한 사람은 그녀였다. 누구의 부탁도 받지 않았지만, 스스로 나서서 하나하나 챙겼다. 간섭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준현은 좀처럼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준현이한테 먼저 알려 줘야겠다.”순희는 그렇게 말하며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잠시 연결음이 울린 뒤, 수화기 너머로 준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이모?”“준현아, 잘 지내니?” 순희가 다정하게 인사했다. “이모가 알려 줄 게 있어서 전화했어. 모든 준비가 끝났단다. 내일이면 지아와 결혼식을 올릴 수 있어.”수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아, 그래요?” 준현의 목소리에는 약간 놀란 기색이 묻어났다. “이모가 모든 걸 직접 준비하신 거예요?”“물론이지.” 순희는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처음 네가 지아와 함께 가족 모임에 왔을 때부터 이모는 너희 둘이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단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네 인생이 절대 행복하지 않기를 빌어, 손지아.’‘네 뱃속의 아이는 장애를 안고 태어날 거야.’‘네 아이는 고통 속에서 자라게 될 거고.’‘그리고 너도 나와 똑같은 고통을 느끼게 될 거야. 아니, 나보다 더 큰 고통을 말이야.’그 말들이 날카롭고 잔인한 칼날처럼 지아의 머릿속을 끊임없이 맴돌며 상처를 냈다.지아는 두 눈을 꼭 감고 있었지만, 꿈속에서는 서영의 얼굴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띤 채 지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미소에는 증오가 가득했다.“아니야…”지아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아니, 제발… 부탁이에요…”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관자놀이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고, 두 손은 마치 그것만이 유일한 버팀목이라도 되는 듯 이불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그런 말 하지 마세요, 형님…”지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부탁할게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침실 문이 천천히 열렸다.저택에서 막 돌아온 준현은 침대 위에서 불안하게 몸을 떨고 있는 지아를 보자 문턱에서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온몸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그는 서둘러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자기야.”준현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부르며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지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왜 그래? 어서 일어나 봐… 지아.”그러나 그의 손길은 오히려 지아를 화들짝 놀라게 했다.“아아아악!”지아는 눈을 뜨자마자 비명을 질렀다.숨은 끊어질 듯 가빴고, 두 눈은 공포에 질린 채 사방을 헤맸다. 그러다 마침내 눈앞에 있는 준현의 모습을 발견했다.“자기…?”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다음 순간, 지아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준현을 힘껏 끌어안았다. 얼굴을 그의 가슴에 묻은 채 참아 왔던 울음을 터뜨렸다.준현은 잠시 놀랐지만, 이내 그녀를 마주 안았다. 한 손으로는 지아의 등을 쓸어 주고,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머리를 받쳐 주었다.“쉬이… 쉬이… 나 여기 있어.”그가 부드러우
지아는 왼쪽 손목에 찬 시계를 몇 번이고 힐끗거렸다. 시곗바늘은 어느덧 밤 8시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준현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분명 준현은 오늘 저녁을 자신과 함께 보내겠다고 약속했었다. 일찍 귀가하겠다고 했고, 출발하기 전에 지아가 부탁했던 딤섬도 사 오기로 했다.“무슨 일이라도 있나…?”지아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녀의 시선은 식탁으로 향했다. 아까부터 차려져 있던 음식들은 어느새 차갑게 식은 채 그대로 놓여 있었다. 한 시간 동안 이어진 헛된 기다림을 증명하듯, 그릇마다 담긴 음식은 하나도 줄어들지 않은 상태였다.“늦으면 늦는다고 연락이라도 해 줘야지.”지아는 자신에게 말하듯 나지막이 중얼거렸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에 있는 휴대전화를 가져오려 했다.“어디 가세요, 사모님?”복도 쪽에서 은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아는 고개를 돌려 희미하게 웃었다.“방에 좀 가려고요.”은선은 식탁을 힐끗 살펴본 뒤 다시 지아를 바라보았다.“어머, 아직 식사 안 하셨어요? 음식이 하나도 줄지 않았네요.”“남편 기다리고 있었어요.” 지아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안 들어오시고 연락도 없네요. 휴대전화 가져와서 전화해 보려고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지 걱정돼서요.”“아…”은선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한 모양이었다.“그럼 그렇게 하세요, 사모님.”지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서둘러 침실로 향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협탁 위에 놓인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준현의 이름을 눌렀다.연결음이 들려왔지만, 준현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지아는 미간을 찌푸렸다.“왜 전화를 안 받는 거야?”그녀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또다시 걸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세 번째로 전화를 걸었을 때는 가슴이 더욱 답답해졌다. 휴대전화 화면에 표시된 문구를 본 지아는 이마를 더욱 찌푸렸다.준현의 전화번호가 꺼져 있었다.“갑자기 회의라도 생긴 건가…?”지아는 입술을 살짝 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