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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임아름이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려 확인했다. 그리고 곧바로 인상을 팍 쓰고 싸늘하게 말했다.

“저 촌놈이 어떻게 이런 곳까지 올 수 있는 거야? 내가 저 자식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나 보네.”

천동이 떠보듯이 물었다.

“이리로 오라고 부를까요?”

임아름의 표정이 싸늘해지더니 다시 진시우 쪽으로 눈길도 주지 않았다.

“절대 하지 마. 저 자식 얼굴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잡쳤으니까.”

천동은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었다. 그는 원래 시우 형님과 아름 아가씨가 자주 만날 기회를 만들려고 했었다. 하지만 아름 아가씨가 이 정도로 시우 형님을 싫어하다니.

임아름이 힐끗 진시우를 쳐다보았다. 그는 자리를 잡고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 이런 곳에 와서 휴대폰이나 잡고 앉아 있다니. 바보 아니야?

술집 내부는 이미 점점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천동이 다급하게 물었다.

“아가씨, 사람이 많아지고 있어요. 이만 돌아갈까요?”

“그래.”

임아름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막 자리를 뜰려고 할 때, 여섯, 일곱 정도 되는 인상 험한 무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천동은 상대방을 확인하고 하얗게 질려 황급히 고개를 수그리고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그대로 지나치기에는 임아름의 미모가 너무나 눈부셨다. 무리의 맨 앞에 서있던 1미터 90 정도 되어 보이는 키 큰 젊은 남자가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가 부하들을 데리고 그녀의 앞까지 걸어왔다.

“어라?”

순간 그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천동을 확인하고 눈을 가늘게 떴다.

“너, 고개 좀 들어와!”

천동이 억지로 머리를 들고 애써 웃으며 말했다.

“빡, 빡빡이 형님…”

빡빡이가 픽 웃더니 놀리듯이 물었다.

“이거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네? 오 씨 도련님이 그렇게 널 찾아다니던데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잘 됐네. 이대로 널 데리고 오 씨 도련님한테 끌고 가서 손 좀 봐라고 하면 되겠어!”

천동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빡빡이 형님의 입에서 나온 오 씨 도련님은 바로 오천용의 아들이었다.

천동은 오 씨 도련님에게 잘못 보인 후 밖에 잘 나다니지 않았었다.

임아름이 잠시 생각하다가 차분하게 물었다.

“빡빡이 형님, 천동이 당신 심기를 건드린 일이 있었나요? 얘는 내 동생이에요. 얘가 잘못한 게 있으면 제가 대신 배상해 드릴게요. 제 동생한테 너무 그러지 말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진시우가 앉아있던 자리를 힐끔거렸다. 하지만 그 자리는 텅 비어있었다.

순간 그녀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이 망할 변태 놈, 겁쟁이 자식! 감시 혼자 몰래 내빼?

빡빡이가 그녀를 보고 헤실헤실 웃었다.

“되지. 네가 나랑 술만 마셔준다면 오늘 저 자식을 못 본 걸로 해줄 수도 있어.”

말을 마친 그가 도수가 높은 술을 시키더니 임아름 곁에 앉았다.

“예쁜이, 이 술은 내가 사도록 하지. 네가 내 마음에 들 정도로 나랑 마셔준다면 오늘 밤은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빡빡이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는 정말로 보기 드물었다.

임아름은 주량에 자신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술잔을 들고 단숨에 마셨다. 빡빡이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다른 사람한테 계속하여 그녀의 잔을 채우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본인은 좀처럼 술을 입에 대지 않고 있었다.

“예쁜이, 이름이 뭐야?”

“임아름이예요. 빡빡이 형님.”

“임아름이라, 예쁜 이름이네. 남자친구는 있고?”

빡빡이는 그 이름을 어디선가 들어 본 듯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손을 뻗어 임아름을 안으려고 했다.

임아름이 표정을 구기더니 바로 옆으로 피했다. 빡빡이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어떻게? 저 자식 손모가지랑 발모가지 부러뜨려 줄까?”

그가 손짓하자 곁에 있던 부하 두 명이 곧바로 천동을 제압했다.

임아름은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빡빡이 형님, 저 LS그룹의 대표입니다. 돈이라면 얼마든지 드릴 수 있으니 원하시는 가격을 말씀하세요.”

순간 빡빡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해진 어르신이 만나면 마음대로 취해도 된다고 했던 그 여자가 바로 이 년이구나!

“젠장! 잘나가는 재벌 대표님이었네? 내가 또 너 같은 여자를 상대하는 걸 제일 좋아하거든! 당장 위층으로 끌고 가서 룸에 가둬 놔!”

빡빡이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미녀가 제 발로 침실까지 굴러 들어오다니. 이렇게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어차피 일을 쳐도 해진 어르신께서 뒤를 봐주실 것이다.

“우리 아가씨한테 손 대지 마!”

천동이 눈이 시뻘게져서 소리 질렀다.

퍽!

한 부하가 곧바로 다가가 천동의 따귀를 연속 갈겼다. 커다란 충격에 천동은 머리가 윙윙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임아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자신이 돈까지 주겠다고 했는데 상대방이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그녀가 휴대폰을 꺼내들고 신고하려고 했지만 빡빡이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휴대폰을 빼앗아갔다. 그리고 그녀를 테이블에 내팽개치고 따귀를 날렸다.

“임 대표님, 좋게 말할 때 들어요! 내 비위만 잘 맞추면 그 목숨 정도는 살려줄 수 있으니까!”

임아름은 머리가 새하얘지고 공포심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이대로… 끝장이야!

그녀는 또다시 사라져버린 진시우를 떠올리고 분노했다. 그 쓸모없는 놈, 천동보다도 못한 놈!

“하하 가자. 나랑 같이 룸으로 가! 오늘 제대로 한 번 즐겨보는 거야!”

빡빡이가 임아름을 끌고 위층으로 향했다.

그때 누군가의 여유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우리 임 대표님한테 함부로 굴지 말아 줄래?”

빡빡이가 그대도 멈춰 서서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어떤 놈이…”

퍽!

묵직한 발차기가 빡빡이의 몸에 꽂혔다. 1미터 90이 넘는 장정이 발차기 한방에 삼사 미터 정도 날아가 버렸다.

“진시우?”

임아름이 놀란 표정으로 발을 내리고 있는 진시우를 바라보았다. 믿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임 대표님, 앞으로 이런 장소는 좀 자제하도록 하시죠.”

진시우는 체념한 듯한 표정이었다. 화장실 잠깐 다녀왔을 뿐인데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 줄은 몰랐다. 결국 그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임아름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빡빡이의 성난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멍청하게 서서 뭐 하는 거야? 저 자식 죽여버려!”

빡빡이의 부하들이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진시우가 한걸음 나서서 가볍게 주먹을 휘둘렀다. 마치 어른이 아이들을 상대하는 것처럼 부하들이 하나둘 픽픽 쓰러졌다.

빡빡이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당황하며 말했다.

“너 이 자식 싸움 좀 한다 이거야? 너 이 구역을 책임지는 사람이 누군 줄 알아? 여긴 우리 동현 형님 구역이야!”

진시우가 덤덤하게 답했다.

“네 할아버지의 구역이라고 해도 안 통해.”

빡빡이가 험상궂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좋아! 네놈이 언제까지 그렇게 거들먹거릴 수 있을지 보자… 지금 당장 동현 형님한테 연락할 테니까!”

그때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동현 형님!”

“동현 형님께서 오셨어!”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길을 비겼다. 그리고 그 사이로 굳은 표정에 안경을 쓴 남자가 기세등등하게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진시우가 고개를 돌려 그 얼굴을 확인하고 자기도 모르게 ‘엇’ 하는 소리를 냈다.

저 자식은 아까 자신한테 맞아서 똥 오줌 질질 싸던 관동현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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