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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똑똑하네… 눈치가 빠른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지.

진시우가 씩 웃더니 거들먹거리며 자리를 떴다.

같은 시각 LS그룹.

천용 그룹의 오천용 회장이 임아름을 만나려고 이사 사무실로 쳐들어왔다.

“임 대표, 저승 문 앞까지 갔다가 살아 돌아온 느낌이 어때?”

오천용이 야유하며 온양시에서 제일 예쁘다고 소문난 미녀 대표를 쳐다보았다.

임아름의 얼굴이 구겨졌다.

“회장님께서는 꼭 그렇게 양아치 같은 짓을 하셔야 했습니까?”

오천용은 그렇지 않다는 듯이 웃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이 오천용이 젊었을 때 어떤 일을 했었는지 임 대표 자네가 모르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저 오랜만에 본업 때 쓰던 수법을 써봤을 뿐이지, 그게 어떻게 양아치 짓이겠나?”

임아름은 어제 있었던 사고만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려서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

오천용의 눈이 음흉하게 번뜩였다.

“임아름, 전성 인터내셔널은 이만 포기하도록 하게. 아니면 이렇게 멀쩡하게 돌아다닐 수도 없을 수 있어!”

“방해진이 어떤 사람인지는 자네도 잘 알고 있겠지? 만약 나를 진짜로 화나게 한다면 자네 정도는 방해진 혼자 힘으로 충분히 짓밟아 버릴 수 있어!”

임아름은 속마음으로는 떨고 있었지만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물러서지 않았다.

오천용은 슬슬 짜증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가 짜증을 내면서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느지 모르지만 갑자기 그가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경악하며 소리쳤다.

“방해진이 죽었다고?”

말을 뱉자마자 아차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는 전화를 끊고 굳은 표정으로 임아름을 쏘아보았다.

“임아름, 자네 이번에는 운이 좋았어! 하지만 방해진 하나 없다고 해서 끝일 거라 생각하지 말게. 나는 언제든지 ‘해진’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으니까! 절대 전성 인터내셔널에서 발을 빼지 않을 테니가 어디 한번 두고 보자고!”

오천용은 말을 마치고 급하게 임아름의 사무실을 나왔다.

임아름은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믿기지 않았다. 온양시 지하 세계의 일인자인 방해진이 죽었다고?

그녀한테 이 소식은 정말로 하늘이 도울 희소식이었다.

그녀는 급히 아버지한테 전화를 걸어 이 기쁜 소식을 전했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이 경사스러운 소식을 함께 기뻐했다.

이로써 오천용은 주요 간부 하나를 잃은 셈이었다.

기분이 좋아진 임아름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지루하기만 했던 서류마저 흥미롭게 느껴졌다.

퇴근할 시간이 다가오자 그녀는 이안한테 함께 축배를 들자고 전화를 걸었지만 이안이 바쁜 관계로 만날 수 없었다. 그녀는 영업 4팀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안을 살피니 진시우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천동이 급히 몸을 일으키면서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미소 지으며 물었다.

“아름 아가씨, 어쩐 일이세요?”

“진시우는?”

임아름이 덤덤한 표정으로 물었다.

천동은 ‘시우 형님’하고 나오려던 말을 급히 삼키고 곧바로 업신여기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자식 어디로 꺼졌는지 오늘 하루 종일 보이지 않았어요!

“무단결근이라… 그럼 벌금 시켜. 월급 2백만 감봉.”

방해진은 죽었고, 이 양아치 자식의 월급도 2백만 원 감봉했으니 오늘은 겹경사가 나는 날이로구나!

임아름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천동아, 가자. 누나랑 술 마시러 가는 거야!”

그녀는 원래 천동을 찾으러 온 것이었다. 어차피 천동을 끌고 가서 하루 이틀 술 마시는 것도 아니었다.

“좋아요 아가씨!”

천동이 싱글벙글 웃으며 답했다. 그도 최근 들어 술을 마신지 오래였다.

진시우의 무단결근에 대해서는 임아름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퇴근 후 그녀는 천동을 데리고 간단히 밥을 먹고 곧장 술집으로 향했다.

그 시각 진시우는 약만당에 있었다.

방해진을 처리한 후 약만당으로 오라는 조중헌의 전화를 받았던 것이다.

조중헌은 이 씨 부자의 치료비를 진시우한테 건넸다. 2천만 정도로 많지도 않은 금액이었다.

진시우는 받지 않으려고 했지만 고집을 꺾지 못하고 결국 조중한한테 맡기는 걸로 두었다. 어차피 앞으로 자주 이곳에서 약초를 사야 할 것이다.

이현문이 우물쭈물거리며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보였으나 끝내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가 떠난 후 조중헌이 떠보는 듯이 물었다.

“시우야, 모레 서쪽 교외에 있는 에메랄드 정원에서 누가 이 씨 어르신을 위해 생일 연회를 한다고 하는구나. 함께 가지 않으련?”

진시우는 방금 이현문이 하고 싶었던 말이 이것임을 눈치챘다.

“할 일도 없는데 가죠 뭐.”

조중헌의 눈빛이 온화해졌다. 진시우가 그의 얼굴을 봐서 가자고 하는 것쯤은 그도 알 수 있었다.

“좋아. 그럼 내가 이따가 이현문한테 전화해서 일러두도록 하마!”

식사 시간이 되자 조연희가 진시우를 잡으며 식사하고 가라고 권했다. 그는 임아름한테 문자를 남겼다.

밥을 먹은 후 임아름의 저택으로 돌아가던 진시우한테 천동으로부터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천동: 시우 형님, 저 지금 아름 아가씨와 단밤 술집에 있습니다. 이 기회를 잡아야죠. 빨리 오세요 형님.”

진시우는 할 말을 잃었다. 기회를 잡기는 개뿔. 재벌 집 아가씨한테는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천동이 이미 문자까지 보내온 마당에 그도 모른척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내비게이션을 켜고 이름도 낯선 달밤 술집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비록 너무 늦은 시간이 아니었지만 술집에는 사람이 꽤 많았다.

임아름은 바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고 천동이 그녀의 곁에서 시중을 들고 있었다. 자업자득이었다. 누가 그더러 ‘아가씨’라고 부르라고 했나?

눈에 띄는 굉장한 미녀가 이런 곳에서 술을 마시고 있으니 자연히 모든 이들의 주목을 끌기 마련이었다. 이미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 혹은 막 술집에 들어선 사람들 모두 임아름 쪽으로 힐끔거리고 있었다.

임아름은 신경 쓰지 않고 마시며 이안과 문자를 주고받고 있었다. 혼자 마시는 술이 심심하긴 했지만 오늘은 겹경사가 난 날인데 그냥 넘어가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때문에 그녀는 끊임없이 친구를 재촉하며 빨리 오라고 조르는 중이었다.

사실 천동은 그저 운전기사로 끌려온 거였기에 술을 마시지 않았다.

그는 수시로 문쪽을 힐끔거렸다. 그러다 진시우가 들어서는 모습을 확인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어라 아가씨, 저기 저 사람 진시우 그 자식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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