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5화

이병천 생일 날, 진시우는 퇴근한 후 약만당에 찾아갔다. 진시우는 그들의 차를 타고 이병천의 생일 파티장으로 향했다.

이병천과 이현문 부자는 그의 앞에서 예의를 차렸으며 이현문의 태도도 예전보다 많이 변했다. 이에 진시우는 조금 의아해졌다.

그는 이병천 부자가 해진 어르신 죽음에 대해 알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비록 해진 어르신은 그들에게 있어 별 볼일 없는 인물이지만 그래도 온양시에서 이름을 날린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진시우를 중시하기 시작했다. 또한 진시우의 체면을 보아 임호군 일가에게 초청장 4통을 보냈다.

아니면 오늘 온양시에서 가장 신분이 높은 상인이라 하여도 그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기 어려울 것이다.

"시우야, 얼른 앉아."

이병천은 자애롭게 웃으면서 말했다.

"나의 생일 파티에 와줘서 고맙다."

"네가 임 씨 저택에서 지내고 있다고 들었다. 너와 임 씨 가문은 어떤 사이인 거냐?"

진시우는 그의 말을 듣고 이렇게 대답했다.

"스승께서 예전에 임 씨 어르신에게 빚을 지셨습니다. 전 스승님을 위해 빚을 갚으러 온 겁니다."

"그렇구나......"

이병천은 뭔가를 깨달은 듯 하였다. 그는 이현문을 바라 보며 말했다.

"너 책임자더러 전성 인터내셔널의 프로젝트를 임 씨 가문에게 맡기라고 말하거라."

이현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이미 전화로 말해두었습니다."

진시우는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들은...... 전성 인터내셔널의 프로젝트를 결정할 수 있습니까?"

곁에 있던 조중헌이 웃으면서 말했다.

"시우는 이 씨 가문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구나. 서울에서 이 씨 가문이 결정하지 못하는 일은 매우 드물어."

진시우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유도 없이 이런 도움을 받는 건......"

이병천은 직설적으로 말했다.

"만약 마음에 걸린다면 장차 내가 다시 쓰러질 때 한 번 더 살려주면 돼."

진시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병천은 그가 응낙하자 기분이 좀 좋아졌다.

"참, 시우야. 조금 후 모든 사람들 앞에서 너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려고 한다. 그리고 무대에 요청하여 손님들에게 소개해주려고, 어떠냐?"

진시우가 거절할 기미를 보이자 이병천은 곁에 있던 조중헌을 흘깃 보았다.

조중헌은 그의 뜻을 깨닫고 이렇게 말했다.

"시우야, 이 씨 어르신의 좋은 뜻을 거절하지 마."

"아..... 알겠어요."

진시우는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이병천은 그를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생일 파티장의 홀.

임아름 일가는 진지한 표정으로 앉을 자리를 찾고 있었다.

"이 씨 어르신이 우리를 만나줄지 모르겠네......"

임하운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하자 임호군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조금 후 사람을 찾아서 기회를 엿봐야겠다."

이때 멋진 정장을 입은 남자가 그들에게 다가오더니 공손하게 물었다.

"임호군, 임 씨 어르신입니까?"

"그러네."

임호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는 주 씨 어르신의 비서입니다. 주 씨 어르신께서는 저에게 전성 인터내셔널 프로젝트를 임 씨 그룹에 맡기기로 내부 확정되었으니 전해주라 하셨습니다. 파티가 끝난 후 호텔 방에서 잠시 만나 뵙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임하운, 임아름 부녀는 모두 깜짝 놀랐다. 하지만 1초 후 두 부녀 모두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매우 기뻐했다.

임호군은 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진, 진짜인 건가? 자네 나 대신 주 씨에게 고맙다고 전해주게!"

젊은 비서는 웃으면서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주 씨 어르신은 라마다 호텔 2002호에 계십니다."

"기억했네. 매우 고맙네!"

비서가 떠난 후 임하운과 임아름을 바라 본 임호군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성공했다..... 이렇게 성공하다니!"

임아름도 너무 흥분되었다.

"할아버지, 꼭 그 장 씨 어르신이 도왔을 거예요!"

생일 파티 초청장, 전성 인터내셔널의 프로젝트는 꼭 할아버지의 옛 친구가 배후에서 많이 도와줬을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임하운도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임호군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정말 큰 빚을 졌어......"

이렇게 말하던 그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장용민 부자를 발견했다!

"장용민을 발견했다. 얼른 가서 장용민에게 감사하다고 말해야겠어!"

멀지 않은 곳에서 와인을 홀짝거리고 있던 장용민은 임호군 일가가 그들 쪽으로 걸어오자 속으로 의아해했다.

그의 아들 장준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임 씨 가문 사람들이 어떻게 이곳에 왔죠......"

그들은 임 씨 가문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기에 당연히 그들이 올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별로 가치가 없는 임 씨 가문 때문에 이 씨 가문에게 빚을 진다고?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모르겠다."

장용민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장 형!"

임호군이 흥분된 얼굴로 다가오더니 감격스러워하며 말했다.

"오늘 정말 장 형의 도와줘서 참 다행이네!"

장용민은 속으로 주판알을 튕겼다. 임호군은 내가 자신들을 도왔다고 생각하나?

그는 속으로 의아했지만 웃으면서 애매하게 말했다.

"아니네. 난 별로 도와주지 못했네."

임호군은 그의 말을 듣고 감동한 얼굴로 말했다.

"다음에 내가 재대로 대접할 테니 꼭 참석해야 하네!"

그가 아는 사람 중에 신분이 가장 높은 건 장용민뿐이었다. 그는 유일하게 이병천 앞에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임호군은 장용민에게만 부탁을 했었다. 그러니 장용민이 아니고 누구겠는가?

"식사를 하는 건 괜찮지만......"

장용민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답하고 있을 때, 별안간 파티장의 불빛이 더 환해졌다.

예쁘게 차려 입은 미녀 사회자가 무대에 올라왔다. 그녀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파티장에 울려 퍼졌다.

"존경하는 귀객 여러분, 오늘 이병천 어르신의 칠순 생신 파티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르신께서도 여러분이 이 자리를 빛내 주셔서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계십니다. 오늘 좋은 요리와 술을 준비했으니 마음껏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그 외 어르신께서는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십니다. 그러니 귀객 여러분께서 좀 조용해 주시길 부탁 드리겠습니다."

원래 북적북적하던 파티장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이병천은 무대에 오르더니 손님들을 보면서 말했다.

"원래 난 하마터면 이 칠순 생일을 지내지 못하게 되었네. 하지만 우연하게 만난 젊은이가 나를 저승사자의 손에서 빼앗아왔지."

"그리하여 오늘 생신 파티를 할 수 있었던 거네. 오늘은 저 젊은이가 주인공이야."

"오늘 자네들 앞에서 젊은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하고 소개도 시켜주려고 하네."

이병천은 이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왼쪽 복도를 바라 보았다. 이와 동시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이병천의 주시하고 있는 위치에 쏟아졌다.

진시우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조금 멋쩍은 표정으로 천천히 무대에 올라섰다.

이와 동시, 아래에 있던 임아름 부녀는 모두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무대에 올라가고 있는 젊은이를 바라 보았다.

어떻게...... 진시우일 수 있지?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