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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에트라나의 창녀

Autor: Sada Vii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08-05 03:34:30

사미야의 시점

"모두 물러가라."

메인라드가 나를 내 집—아니, 한때 내 집이었던 곳에서 데리고 나온 순간부터 입 밖에 낸 말은 그것뿐이었다.

더 이상 음침한 호위병들이 우리와 동행하지 않는 것은 다행이었지만, 우리 사이를 채운 짓눌리는 듯한 침묵은 전혀 반갑지 않았다.

내 늑대인 스칼렛 역시 짝이 침묵을 지키는 상황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스칼렛이 머릿속 한구석에서 끊임없이 징징대는 소리가 느껴졌지만, 녀석을 탓할 수는 없었다. 이제 막 짝을 발견했을 뿐인데도 메인라드, 그리고 그의 늑대와 하나가 되고 싶다는 욕구가 거의 참기 힘들 정도로 거세지고 있었으니까.

"달의 여신께서는 정말 훌륭하신 분이야. 항상 좋은 짝을 만나길 바랐는데, 세상에 이런 확률이 어디 있겠어? 세상 그 많은 사람 중에서 내 짝을 너로 만들어 주시다니, 메인라드. 비록 한동안 서로 멀어졌긴 했지만, 그래도 내 짝이 어린 시절 가장 친한 친구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난 정말 기뻐."

어떻게든 대화의 물꼬를 터보고자 나는 슬그머니 말을 건넸다.

하지만 메인라드는 내 말을 들었는지조차 알 수 없을 만큼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냉담함은 스칼렛의 불평을 달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는 돌길을 따라 계속 걸어갔고, 나는 그 뒤를 바짝 따라갔다. 몇 번인가 그의 보폭에 맞춰 걸어보려 애썼지만, 그는 나를 쉽게 따돌렸다.

"메인라드, 제발 좀 천천히 걸어줄래?"

이번에는 조금 더 큰 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그제야 그가 걸음을 멈추었다. 천천히 나를 향해 돌아서는 그의 눈과 내 눈이 마주친 순간, 폐속의 공기가 전부 빠져나간 듯 숨이 턱 막혀왔다.

부드러운 꿀빛 갈색 눈동자가 내 작은 에메랄드빛 초록 눈동자와 마주쳤고, 공기 중에 찌릿한 진동이 감돌기 시작했다. 짝의 결속 때문이 분명했다. 속으로 몇 번이고 이것이 짝의 결속 때문에 느껴지는 감정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려 했지만, 메인라드를 향했던 어린 시절의 짝사랑이 결코 완전히 사라진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내 심장은 매번 잊지 않고 상기시켜 주었다.

단순히 짝의 결속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 남자와 내가 함께 쌓아온 과거 때문이었다.

그가 몇 걸음 만에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은발이 섞인 금발 머리를 손으로 쓸어 올렸다.

"미야... 사미야..."

"미야."

나는 한 걸음 더 다가가 둘 사이의 거리를 좁히며 그의 말을 교정해 주었다.

"어릴 땐 항상 날 미야라고 불렀잖아. 우리가 서로 멀어졌다는 건 알아. 그때는 화도 났었지만, 이젠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다 이해해, 메인라드. 나는... 나는 오메가였고, 너는 팩의 전대 베타의 아들이었으니까. 넌 품위를 유지해야 했고, 그래서 우린 더 이상 만날 수 없었던 거지. 하지만 이젠 더 이상 그럴 필요 없어, 메인라드.

달의 여신께서 친절하게도 우리를 운명의 짝으로 맺어주셨잖아. 그러니 이젠 숨을 필요도, 서로를 멀리할 필요도 없어... 신분 따위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메인라드. 그러니까 제발, 미야라고 불러줘. 부탁이야."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뱉어낼 때마다 가슴이 격렬하게 뛰며 귀전과 머릿속을 울렸다. 내 손 하나 끗끗하지 않고도 삶이 이렇게 순탄하게 풀릴 거라고는 평생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다. 이제 운명이 내 바람과 일치하기로 작정한 이상, 나는 이 순간을 최대로 누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표현으로 감사를 표하겠다고 다짐했다.

메인라드의 입술이 부드러운 미소를 그리며 진주처럼 하얀 치아가 살짝 들여다보였다.

"좋아. 미야라고 부르지. 하지만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먼저 나와 함께 어디 좀 가줘야겠어."

"어디로 가는 건데?"

나는 살짝 의아해하며 한쪽 눈썹을 올려 물었다.

"나 믿지?"

메인라드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

나 같은 여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규칙 중 하나는 절대 타인을 믿지 않는 것이었다. 특히 두 다리 사이에 거추장스러운 꼬리를 하나 더 달고 다니는 족속들은 더더욱. 하지만 이 남자는 그냥 아무나, 혹은 평범한 남자가 아니었다. 메인라드였다.

나의 메인라드.

물론 과거에 나에게 상처를 준 적은 있었지만,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다. 메인라드는 나에게 의도적으로 상처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아는 메인라드는 그런 짓을 견뎌내지 못할 위인이었으니까.

게다가 스칼렛 역시 내가 짝의 제안을 거절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

용기를 내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 손 위에 내 손을 얹었다. 가슴속에서 일렁이던 나비들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그것만이 마침내 스칼렛을 calm(고요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그리 오래 걷지 않아 우리는 에트라나의 중앙 시장에 도착했다.

메인라드와 나는 손을 잡고 걸었고, 그 때문에 지나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시선이 쏟아졌다. 팩의 유명한 창녀라는 신분 때문에 어디를 가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에는 익숙했다. 남자를 동반하고 다닐 때 받는 한층 더 악의 찬 시선에도 익숙했다. 하지만 메인라드와 함께 있을 때 받는 이런 이상한 시선에는 전혀 익숙지 않았다.

웅성거리는 수군거림이 들려오기 시작하자 내 안의 불안감은 더욱 짙어졌다.

‘메인라드 베타님이 지금 뭐 하시는 거지? 저런 여자 따위와 함부로 돌아다니면 안 된다는 걸 모르시나?’

‘메인라드 베타님 기량이 얼마나 떨어졌길래 에트라나의 창녀한테 몸을 맡기러 간 거야?’

‘저거 에트라나의 창녀 아니야? 자비에르랑 그 짝 사이에 금이 가게 만든 원인이 저 여자라던데.’

‘이 사실을 알면 그분의 아버님이 뭐라고 하시겠어?’

나를 둘러싼 소문 따위는 과거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었고, 그 사실이 부끄럽지 않았다. 나를 깊이 불안하게 만든 것은 메인라드가 이 모든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느냐였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앞으로 나아가며 메인라드의 손을 더욱 꽉 쥐었다. 내 옆에 선 그의 몸이 딱딱하게 hardened(굳어버렸지만), 나는 아무 의미도 없을 거라 스스로를 위안하며 그 반응을 무시했다.

어쩌면 운명은 처음부터 내 편이 아니었던 걸지도 몰랐다. 어쩌면 내가 너무 조급하게 기뻐했던 걸지도. 다음에 일어난 일에 대해 내가 내릴 수 있는 설명은 그것뿐이었다.

한 사내가 앞으로 달려 나와 우리 앞을 막아섰다. 그의 튜닉과 거기에 달린 일렬의 금빛 단추, 허리에 찬 검을 보니 알파의 호위병 중 한 명임이 분명했다.

사내는 정중히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뒤, 일어서서 목을 가다듬었다.

"어... 그..." 사내는 나를 한 번 힐끗 훔쳐보고는 다시 메인라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에트라나의 창녀와의 밀회를 방해하고 싶진 않습니다만, 아버님께서 베타님을 찾고 계십니다. 지금 당장 보셔야 한다고 하시는데... 심기 또한 그리 좋아 보이지 않으십니다."

메인라드는 내 손을 털어내듯 빼냈다. 그 고작 하나의 행동에 가슴을 찌르는 듯한 작은 통증이 내리꽂혔지만, 손끝에 남아있던 스파크의 잔향은 여전히 아른거렸다.

볼에 피가 쏠리는 것을 느끼며, 나는 그에게서 한 걸음 물러서서 손을 뒤로 숨겼다.

" 소식 고맙다. 이만 물러가봐라."

메인라드가 호위병에게 고했고, 그 사내는 나에게 다시 한번 호기심 어린 시선을 던진 뒤 절을 하고 떠났다.

"그럼 이제 궁전으로 가는 거야? 처음부터 나를 데려가려던 곳이 거기였어?"

우리 사이에 불쑥 끼어든 어색한 공기를 털어내 보려 나는 바짝 다가가 물었다.

메인라드는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보여주던 넉넉한 미소는 온데간데없고, 입술을 굳게 닫은 차가운 표정만이 남아있었다. 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전혀, 내가 생각했던 건 그런 게 아니야."

아까부터 느끼던 예감이 가슴을 억누르며 돋톱을 세우더니, 이내 욱신거리는 통증을 유발했다.

둘러보니 사람들의 시선은 한층 더 노골적으로 변해 있었다. 마치 시장 한복판에 무대가 설치되고, 메인라드와 내가 관객들의 열렬한 구경거리로 끌려 올려진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억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모두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려 애썼다.

"그럼... 원래는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고 했는데?"

그가 비웃음을 내뱉었다.

"이젠 아무 상관없어. 이 엉망진창인 상황을 조용히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지. 달의 여신이 저지른 이 멍청한 실수를 내가 바로잡을 수 있을 줄 알았어. 하지만 못 하겠다. 도저히 못 하겠어! 당신 같은 여자에게 관심이 있는 척할 수도 없고, 여신의 이름을 걸고 당신 같은 여자와 공개적인 장소에 함께 다니는 것조차 더 이상은 못 하겠다고!"

살면서 통증을 느껴본 적은 많았다. 아버지가 어머니와 나를 버렸을 때도 아팠다. 어머니와 내가 다음 날 따뜻한 밥 한 끼를 먹기 위해 처음으로 남자와 밤을 보내야 했을 때도 아팠다. 젠장, 열네 살 때 메인라드가 처음으로 나를 무시하고 나중에는 아예 말을 건네지조차 않았을 때도 아팠다. 하지만 이건... 이건 차원이 다른 고통이었다.

눈에 눈물이 고였고, 고개를 돌려보니 우리를 둘러싼 군중은 더욱 불어나 있었다.

내 빌어먹을 운명이라니.

‘사미야, 이건 말도 안 돼. 우리... 우리 짝이 진심으로 저런 말을 할 리가 없어.’

스칼렛의 낑낑거리는 텔레파시가 들려왔지만, 녀석이 틀렸다. 나와 달리 녀석은 순진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잔인하고 용서가 없는 곳으로—보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가만히 있어, 스칼렛.’

내 분노가 목소리에 묻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텔레파시를 보냈지만, 처참하게 실패한 것 같았다.

스칼렛의 작은 반박의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완전히 침묵했다.

고개를 높이 들고 남아있는 자존심을 긁어모으며, 나는 턱턱 막히는 숨을 참아가며 쏘아붙였다.

"내가 오메가라서 그래, 메인라드? 난 이제 그런 건 아무 상관없는 줄 알았는데. 내가 이렇게 태어난 게 그렇게 눈감아주기 힘든 일이야? 내가 이렇게 태어난 게 내 잘못이냐고?!"

메인라드는 주머니에서 손을 빼내 가슴팍에 팔짱을 꼈다. 그의 입꼬리가 경련하듯 틀어지더니 눈알을 굴렸다.

"단순히 그것 때문만이 아니야, 사미야. 당신 스스로 몸을 파는 짓거리가 좋은 생각이라고 믿었다는 그 사실 자체가 문제라고! 그건 당신의 선택이었잖아. 당신한테는 언제나 선택권이 있었어.

나는 ‘에트라나의 창녀’ 따위의 낙인이 찍힌 여자와 짝이 될 수 없어! 그딴 식으로 내 명성에 똥칠을 할 수도 없고, 정당한 상대를 위해 자신의 순결조차 지킬 줄 몰랐던 여자와 짝이 되는 건 거부한다!"

단어 하나하나가 날카롭게 갈아놓은 단도처럼 내 가슴을 찔러왔다. 현기증이 나는 것을 느끼며 나는 가슴을 쥐어틀고 한 걸음 물러섰다. 느껴지던 고통은 이내 뜨거운 분노로 변해갔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내려야 했던 결정들 때문에 열등한 존재 취급을 받고 비난받는 것도 이제 지긋지긋했다. 짓밟히고 쓰레기 취급을 당하는 것도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고 호흡은 더욱 가빠졌다.

"그럼 우리가 어릴 때 날 버리고 떠났던 건?! 그땐 무슨 핑계였는데?!"

나는 비명을 질렀다.

"계급 제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직도 몰라서 묻나?! 베타의 아들이 어릴 적 수업 하나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던 그 멍청한 오메가 따위와 노닥거리며 세월을 보낼 수 있을 줄 알았어?!"

뺨에 흐르는 눈물을 훔쳐내며 나는 비웃었다.

"아, 그러니까 그게 어릴 때 나를 버린 진짜 이유였구나. 멍청한 하류층 오메가 따위와 엮이는 게 두려웠던 거지, 안 그래? 난 처음부터 너한테 어울리지 않는 존재였던 거야, 안 그래, ‘메인라드 베타님’?"

나는 마치 그 두 단어가 합쳐진 이름 자체가 오물이라도 되는 양 그의 이름과 직함을 강조해 불렀다.

그 얼간이는 옆구리에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래. 그래, 바로 그거다. 오메가로 태어난 것부터가 네겐 비극이었겠지. 그런데 이젠 온 영지에 소문난 창녀가 되는 현명한 선택까지 하셨으니, 내 눈엔 네가 더 혐오스러울 뿐이야. 그러니 그 엉망진창이고 망상에 차 있던 우리 관계 따위, 이제 그만 머릿속에서 치워 버려."

메인라드가 말을 이어갈수록 내 안의 늑대가 점점 더 약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내 심장은 산산조각이 나 배 밑바닥으로 떨어졌고, 속에서 일렁이던 나비들을 완전히 짓밟아 죽여 버렸다.

머리가 쪼개질 듯 아파왔고 눈은 핏발이 서 붉어졌을 것이 분명했지만, 아무 상관없었다. 고개를 꼿꼿이 든 채, 나는 메인라드를 향해 눈을 차갑게 찌푸렸다.

"죽도록 미워해, 메인라드 홀!"

메인라드가 나를 지나쳐 걸어가려 했지만, 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또 나한테서 도망치려는 거지, 그렇지?! 그게 네가 제일 잘하는 짓이잖아! 낯짝 두껍게 맞설 용기도 없는 일에서 그냥 도망쳐 버리는 거!"

배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욱 커졌지만, 이미 나에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고통과 자조라는 깊은 웅덩이 속에 완전히 빠져 있었다.

메인라드가 다시 나를 돌아보았다. 이번에는 그의 갈색 눈동자가 검게 보일 만큼 거센 감정으로 불타고 있었고, 나는 곧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직감할 수 있었다.

"해 봐."

나는 이를 악물고 짓씹듯 뱉어냈다.

"나 에트라나 팩의 베타 메이드란 홀은, 사미야 코르도바를 나의 짝으로 거부하며,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결속을 끊어낼 것을 선언한다."

스칼렛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거대한 울부짖음이 퍼져나갔고 녀석이 밖으로 튀어나오려 위협했지만, 나는 녀석을 제어할 만큼은 강했다.

하지만 내가 제어할 수 없을 만큼 약했던 것은 바로 내 감정이었다.

나의 각오는 무너져 내렸고, 이미 속에서 썩어 들어가기 시작한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듯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 걸음 물러섰다. 무력감이 온몸을 덮쳤고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한때 느꼈던 스파크 대신 혈관을 타고 뜨거운 불길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고,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단어만이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복수.

"나 에트라나의 창녀이자 네가 그토록 경멸하는 천박한 오메가, 사미야 코르도바는 메인라드 베타, 당신의 거절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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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파를 사로잡는 법   제110장: 월장석

    제인의 시점내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쏟아부어 사미야를 찾아 헤맸으나, 그 어떤 흔적도 건져내지 못했다.지독하고 위태로운 나흘의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갔음에도 내 손에 쥐어진 것은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다.난 근위병들을 이끌고 그 쓰러져가는 오두막이 마땅히 자리하고 있어야 할 곳으로 말을 달렸으나, 그 자리에서 우리가 마주한 것은 광활하게 펼쳐진 텅 빈 공터뿐이었다. 오두막이 분명히 위치해 있었으리라 확신했던 주변 일대를 샅샅이 뒤졌으나 여전히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마치 내가 그 모든 광경을 머릿속으로 지어내기라도 한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밤마다 난 에스메랄다가 사미야를 감금해 두었을 법한 은신처들을 그려보는 것으로 지새웠고, 아침은 분노로 가득 차올랐으며, 내 평생 처음으로 랄프가 통제권을 쥐고 앞길을 가로막는 자들을 모조리 찢어발겨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마치 헬레네를 또다시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다만 이번에는 슬피 울며 찾아갈 무덤도, 내 상념들을 적어 내려갈 종이쪽지도 없다는 점만이 달랐다. 난 그저 머릿속으로 수없이 갈라지는 온갖 가정들을 억지로 되감기하며 괴로워해야만 했다.하지만 닷새째 되던 날,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제나와 함께 마차에 오르려던 바로 그 찰나에 전갈이 닿았다. 두 발은 내 평생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나를 실어 날랐고, 요동치는 심장은 발걸음보다 한참 앞서 내달렸다. 성문에 다다를 때까지 난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고, 마침내 그곳에 그녀가 서 있었다. 그날 걸치고 나갔던 바로 그 옷차림이었으나, 이제는 갈기갈기 찢겨 흙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눈물이 차올라 시야를 찔렀고, 굳이 감추려 애쓰지 않았다. 내 눈앞에 서 있는 이가 바로 내 짝인데, 대체 어떻게 감출 수 있단 말인가?내 빨간 머리 여인이었다.그녀의 붉은 머리칼은 엉망으로 헝클어져 있었고, 눈 밑엔 짙은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었으며, 얼굴은 극심한 피로로 처져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끔찍하게는,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타오르던 총기가 완전히 꺼

  • 알파를 사로잡는 법   제109장: 마녀 에스메랄다

    사미야의 시점난 마녀라는 존재들에 늘 묘한 호기심을 품어왔으나, 이번 생에서 처음으로 마주치게 될 마녀가 하필이면 내 짝의 옛 연인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달의 여신께서 날 상대로 잔인한 장난질을 치기로 작정하신 모양이었다.웃기지도 않았다. 손톱만큼도 유쾌하지 않았다."있잖아, 내가 널 이곳으로 데려오겠다고 했을 때... 나-난... 그저 널 이 흉측하고 낡은 구덩이에서 죽게 내버려 두려고 데려온 게 아니었어. 내 진짜 뜻은 널 에스메랄다에게 데려가서 그 마녀로 하여금 우리 둘을 인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하려는 거였단 말이다. 그러면 우린 늑대인간이라는 존재에서 비롯되는 그 모든 미친 짓거리들에서 벗어나 평생토록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으니까, 미야. 더 이상 신분 따위도 없고, 늘 이것저것을 내놓으라며 우리 머릿속을 쏘아 다니는 그 멍청한 늑대 놈들도 사라지는 거지. 우린 완벽함을 손에 쥘 수 있었단 말이다!"여신께서 내 전 짝과 날 한자리에 나란히 가두어두셨다는 사실을 미처 언급하지 못했다.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농담이었다.그리고 거듭 말하지만, 난 조금도 우스꽝스럽지 않았다.제 아비가 가로막지만 않았더라면, 그리고 내가 앞뒤 안 가리고 경합에 기어들어가지만 않았더라면 우리가 얼마나 완벽한 한 쌍이 되었을지 줄줄이 늘어놓는 메이더란의 눈이 희번덕거렸다. 제인과 내가 아르테미스와 헬레네의 환생이라는 사실을 그자가 전해 듣는다면 대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안 봐도 눈에 선했다. 사방으로 헝클어진 백발을 휘날리며 지껄이는 말 한마디마다 두 손을 요란스레 휘젓는 꼴은 이미 미쳐 날뛰는 토끼나 다름없어 보였다.어쩌면 모든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 그자는 정말로 온전히 돌아버린 미치광이 토끼가 되어버릴지도 몰랐다.내 가설이 맞는지 당장 시험해 보고 싶어 몸이 달아올랐으나, 내 두 손은 이미 손목을 파고들며 가렵게 짓누르는 억센 매듭에 꽁꽁 묶여 있었고, 입에는 보기 좋게 재갈까지 물려 있는 처지였다. 변신을 감행하여 밧줄을 끊어내고 스스로를 해방시킬

  • 알파를 사로잡는 법   제108장: 경악의 오두막

    제인의 시점무능함.지금 내가 느끼는 심정을 온전히 대변할 수 있는 단어는 오직 그것 하나뿐이었다."우리 중 그 누구에게도 남은 시간이 없어요." 그 의문의 오두막으로 마차를 타고 내달리는 내내 제나가 남긴 그 한마디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마녀들과 위험천만한 거래를 맺었고, 그 대가로 소중한 무언가를 바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은 떠올렸으나, 그토록 중대했던 단 하나의 제물이 대체 무엇이었는지는 끝내 기억해 내지 못했다. 답을 얻어내려 제나를 몇 번이고 몰아세웠으나, 그녀는 매번 이전보다 훨씬 더 모호하고 알쏭달쏭한 대답만을 늘어놓을 뿐이었다.제나는 울화를 치밀게 만드는 데 천부적인 재주가 있었다.사미야 역시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은 상황을 조금도 나아지게 만들지 못했고, 그리하여 난 그저 자리에 편히 기대앉아 눈앞에 닥쳐올 예기치 못한 파도를 맞이하는 수밖에 없었다.참으로 완벽하지 않은가!"제인." 거칠게 소용돌이치던 상념 속에서 사미야의 목소리가 날 건져 올렸다.달팽이처럼 느릿한 속도로 사미야가 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사미야." 그녀가 내게 건넸던 어조를 그대로 흉내 내며 나지막이 불렀다."메이더란에 대해 진작 털어놓지 않아서 화난 거죠, 안 그래요?" 낮게 깔린 속삭임으로 물어오는 그녀의 시선은 내 얼굴에 온전히 머물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었다.화가 난 것은 사실이었으나, 내 앞에 도사린 미지의 위험에 대한 염려가 훨씬 더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화가 났다.""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털어놓으려 약속했었지만, 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쳤잖아요. 그래서 메이더란의 일은 우리 문제들 중 가장 사소한 것으로 느껴졌을 뿐이에요." 그녀가 변명하듯 설명했다.입술을 굳게 다물어 얇은 선을 그렸다.그녀의 심정을 훤히 이해하고 있었고, 특히나 이 소중한 두 번째 기회를 거머쥔 마당에 사미야를 향해 오랫동안 분노를 품고 있을 수 있는 구석 따윈 내 안에 전혀 없었다. 나 역시 메이더란을 얕잡아보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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