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가 플래그를 세운다

망나니가 플래그를 세운다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3
Por:  리사야Atualizado agora
Idiom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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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읽던 소설 속에서 눈을 떴다. 하필 주인공에게 가장 먼저 죽는 재벌 망나니로. 가문에서 잘려 나간 대가로 받은 돈은 수백억. 사망 예정일까지 남은 시간은 3년. 숨으면 산다. 하지만 한도윤은 반대로 간다 — 회사를 겹쳐 쌓고, 이름을 지우고, 사람이 죽을 자리를 미리 사들인다. 머릿속 창이 알려 준다. 그의 죽음은 사고가 아니라 관계의 총합이라고. 누군가와의 관계가 바뀌면 남은 날짜가 밀린다. 그래서 그는 여자들을 공략하기 시작한다. 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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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ítulo 1

빌런은 대본을 다 읽었다 (1)

입학식이 끝나고 강당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그 흐름을 혼자 거꾸로 거슬러 오는 놈이 하나 있었다. 어깨로 인파를 밀어내며 곧장 이쪽으로 오더니, 내 걸음이 닿을 자리에 발을 딱 붙이고 섰다.

"한도윤."

반말이었다. 통성명도 없이.

키는 나랑 비슷한데 어깨만 유독 벌어져 있었다. 문제는 얼굴이었다. 열아홉짜리한테 전혀 안 어울리는 눈을 하고 있었다.

사람을 처음 보는 눈이 아니라, 한 번 죽여 본 걸 다시 만난 눈.

"네가 어떤 인간인지 안다."

오. 첫 대사부터 세게 나오시네.

목덜미엔 입학식 땡볕이 아직 벌겋게 남아 있었다. 새 교복 소매엔 다림질 자국이 그대로 서 있었고, 아침에 누가 공들여 다려 준 모양이었다.

"잠깐만."

손가락으로 강당 쪽을 가리켰다.

"혹시 다른 한도윤이랑 헷갈린 거 아니야? 우리 집안 이름 흔한데."

"아니."

"확실해? 작년에도 어떤 아저씨가 나 붙잡고 삼십 분을 퍼붓다가, 다 끝나고 나서야 사람 잘못 봤다더라. 사과는 안 하고 그냥 가더라고. 나는 아직도 그 아저씨 얼굴이 기억나."

"한도윤은 너 하나야."

"그건 좀 섭섭한데. 나눠 질 사람이 하나쯤은 있어야 공평하지."

단호하시네.

신발코로 화단 경계의 흰 자갈을 한 번 굴리자 서걱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났다. 뒤에서 사진 찍던 학부모들이 그 소리에 카메라를 내렸고, 현수막 아래를 빠져나가던 걸음들도 슬슬 느려지는 중이었다.

"그 돈으로 뭘 하고 다니는지도 알고, 앞으로 무슨 짓 할지도 알아."

목소리가 한 단 더 내려갔다.

"네 손이 이 학교 누구한테든 닿는 순간, 내가 먼저 꺾는다."

입학식 날 누가 누구 멱살을 잡았다더라 하는 얘기는 교칙보다 빨리 퍼지는 법이라, 구경꾼 스무 명쯤이 삼 미터 뒤에서 모르는 척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있었다.

정리해 보자. 처음 만난 놈이 통성명 대신 협박을, 그것도 아직 저지르지도 않은 죄로.

정상은 아니지.

근데 더 정상이 아닌 건 내 쪽이었다. 나도 저놈을 알거든.

강현우.

어젯밤까지 내가 침대에 널브러져 넘기던 소설의 주인공이다. 멸망한 미래에서 돌아와 이번 생엔 다 막아 보겠다고 이 악문 회귀자다. 그리고 원작에서 재벌 빌런 한도윤을 직접 손봐서 퇴장시키는 남자.

문제가 하나 있다. 이 장면, 원작에 없다.

원작 입학식에서 우리는 그냥 스쳐 지나갔고, 부딪히는 건 한참 뒤였다. 내가, 아니 원작의 한도윤이 윤이서한테 껄떡대고 돈으로 사람 누르고 끝내 선을 넘은 다음에.

나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정확히는, 원작의 한도윤이 하던 짓만 쏙 빼고 나머지는 전부 다 했지만.

그 시작은 천 일 전이었다.

* * *

눈을 떴더니 소설 속이었다.

빙의 자체는 뭐, 그러려니 했다. 밤새 폰으로 소설 넘기다 잠들었으니 개연성은 차고 넘친다.

진짜 문제는 배역이었다. 하필 내가 뚝 떨어진 자리는 윤이서한테 껄떡대다 주인공한테 흠씬 깨지고 초반부 끝나기도 전에 조용히 사라지는 재벌 망나니였다.

거울 속에서 앞머리로 눈을 반쯤 가린 잘생긴 낯짝이 마주 봤다. 일부러 음침하게 세팅한 얼굴이라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원작에서 딱 다섯 번 나오고 퇴장하는 얼굴인데.

"반갑다."

거울한테 인사까지 해 봤지만 저쪽은 대답이 없었다. 그야 그렇지.

한도윤.

열여섯.

재벌 3세.

며칠 전까지는.

기억을 정리해 보니 상황은 단순했다. 이 몸은 사고를 대차게 쳐서 가문에서 잘렸고, 입 다무는 값으로 거액을 받는 대신 두 번 다시 집 근처엔 얼씬도 안 하겠다는 종이에 도장을 꽝 찍었다.

원작의 한도윤은 그 돈을 3년에 걸쳐 술이랑 도박으로 아주 알뜰하게 태운다. 성격만 남은 빈털터리로 아카데미에 들어가서, 여자애들한테 집적대다 강현우한테 코 깨지고 소리 없이 사라진다.

등장 다섯 번. 대사 절반이 "감히 나한테?"

좀 슬프네, 이거.

이 몸이 제일 자주 한 짓이 뭔 줄 아나. 여자 앞에서 카드 긁으며 이 정도는 껌값이라고 폼 잡다가 정작 한도 초과로 결제가 막히는 거였다. 없어 보이는 것도 꼭 티 나게 없어 보이고. 클래스 참 꾸준하지.

그때 눈앞에 반투명한 글자가 떴다.

━━━━━━━━━━━━━━

[ 메인 스토리 진입 ]

남은 시간 : D-1000

예정 역할 : 퇴장형 빌런

━━━━━━━━━━━━━━

친절하기도 하셔라.

무대에 오르기까지 천 일. 그리고 그 무대에서 내 배역은 퇴장이란다.

웃긴 건 이 창이 유일하다는 거다.

남의 미래는 뭐든 보인다. 회사가 언제 망하는지, 누가 언제 죽는지, 어떤 기술이 몇 년 뒤에 다들 쓰는 물건이 되는지.

근데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시야가 딱 입을 다문다. 거울을 봐도 손바닥을 봐도 가슴에 손을 얹어도 아무것도 안 뜬다.

딱 하나, 저 숫자만 뜬다. 내가 언제 무대에 서는지, 거기서 뭐가 될 예정인지. 이유는 안 알려 준다. 피하는 법은 더더욱 안 알려 주고, 남은 날짜만 꼬박꼬박 세어 준다.

이게 제일 악질이지.

천 일 뒤면 원작 무대인 아카데미에 들어간다. 거기서 대본대로 굴면 돈이고 사람이고 목숨이고 전부 주인공 빛내는 재료로 쓰이고 끝이다. 퇴장형이라잖아. 이 시스템, 스포일러를 아주 대놓고 한다.

싫은데.

죽는 것도 싫고 가난해지는 것도 싫지만, 남 배경으로 사는 건 그중에서도 제일 싫다. 조연 하라 그러면 왜 하필 나냐고 되묻는 게 내 성질이고, 빙의했다고 성질까지 갈아 끼운 건 아니라서.

무엇보다 나는 그 소설을 완결까지 봤다. 어느 균열이 언제 터지는지, 어떤 회사가 몇 년 뒤 수백 배로 뛰는지, 누가 배신하고 누가 끝까지 살아남는지.

회귀자가 목숨 갈아 넣어 얻은 미래를 나는 원룸 침대에 누워 공짜로 정주행했다.

거기다 열여섯짜리가 만지기엔 자릿수부터 비현실적인 입막음 값까지 딸려 있었고, 말릴 부모도 돌아오라 부를 가문도 없었다.

천 일.

대본 아는 놈한테는, 판 하나 새로 깔고도 남는 시간이었다.

자, 그럼.

일어나서 창문을 열었다.

이 몸에 딸려 온 게 돈이랑 기억만은 아니라는 것도 그때 알았다. 거리 건너 회사 간판 위에, 폰 경제 뉴스의 기업 로고 위에 옅은 글자가 떠 있었다. 어떤 이름엔 꽉 찬 검은 네모가, 어떤 이름엔 아직 안 채워진 빈 네모가.

플래그가 보였다. 사람이랑 회사에 걸린,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이거 좀. 사기 아닌가?

폰 검색창에 회사 이름 하나를 쳤다.

가온다인.

내 첫 번째 플래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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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은 대본을 다 읽었다 (1)
입학식이 끝나고 강당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그 흐름을 혼자 거꾸로 거슬러 오는 놈이 하나 있었다. 어깨로 인파를 밀어내며 곧장 이쪽으로 오더니, 내 걸음이 닿을 자리에 발을 딱 붙이고 섰다."한도윤."반말이었다. 통성명도 없이.키는 나랑 비슷한데 어깨만 유독 벌어져 있었다. 문제는 얼굴이었다. 열아홉짜리한테 전혀 안 어울리는 눈을 하고 있었다.사람을 처음 보는 눈이 아니라, 한 번 죽여 본 걸 다시 만난 눈."네가 어떤 인간인지 안다."오. 첫 대사부터 세게 나오시네.목덜미엔 입학식 땡볕이 아직 벌겋게 남아 있었다. 새 교복 소매엔 다림질 자국이 그대로 서 있었고, 아침에 누가 공들여 다려 준 모양이었다."잠깐만."손가락으로 강당 쪽을 가리켰다."혹시 다른 한도윤이랑 헷갈린 거 아니야? 우리 집안 이름 흔한데.""아니.""확실해? 작년에도 어떤 아저씨가 나 붙잡고 삼십 분을 퍼붓다가, 다 끝나고 나서야 사람 잘못 봤다더라. 사과는 안 하고 그냥 가더라고. 나는 아직도 그 아저씨 얼굴이 기억나.""한도윤은 너 하나야.""그건 좀 섭섭한데. 나눠 질 사람이 하나쯤은 있어야 공평하지."단호하시네.신발코로 화단 경계의 흰 자갈을 한 번 굴리자 서걱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났다. 뒤에서 사진 찍던 학부모들이 그 소리에 카메라를 내렸고, 현수막 아래를 빠져나가던 걸음들도 슬슬 느려지는 중이었다."그 돈으로 뭘 하고 다니는지도 알고, 앞으로 무슨 짓 할지도 알아."목소리가 한 단 더 내려갔다."네 손이 이 학교 누구한테든 닿는 순간, 내가 먼저 꺾는다."입학식 날 누가 누구 멱살을 잡았다더라 하는 얘기는 교칙보다 빨리 퍼지는 법이라, 구경꾼 스무 명쯤이 삼 미터 뒤에서 모르는 척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있었다.정리해 보자. 처음 만난 놈이 통성명 대신 협박을, 그것도 아직 저지르지도 않은 죄로.정상은 아니지.근데 더 정상이 아닌 건 내 쪽이었다. 나도 저놈을 알거든.강현우.어젯밤까지 내가 침대에 널브러져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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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은 대본을 다 읽었다 (2)
서울 외곽 3층짜리 사옥은 간판 글자부터 반쯤 떨어져서 '가온다인'이 '가온다ㅇ'으로 읽혔고, 회사 사정도 딱 저 간판만큼 딱했다.부부가 이십 년을 갈아 넣은 기술회사였다. 균열을 미리 잡아내는 기술 하나는 업계가 알아줬지만 믿었던 동업자한테 그 기술을 통째로 뒤통수 맞았고, 빚 갚을 날은 사흘 뒤인데 책상엔 경쟁사가 보낸 헐값에 사겠다는 종이가 놓여 있었다.원작에서 부부는 오늘 저기 도장을 찍는다. 기술 뺏기고, 회사랑 같이 무너지고, 하나뿐인 딸은 바닥까지 굴러떨어진다.참고로 그 딸이 3년 뒤 아카데미 히로인 중 하나가 된다.뭐, 그건 천 일 뒤 얘기고."학생. 여기 견학하는 데 아니야."사장이 문 앞에서 나를 돌려세우려 했다. 교복 입은 열여섯짜리가 약속도 없이 쳐들어왔으니 안 그러면 그게 더 이상하지."견학하러 온 거 아닙니다.""그럼 뭐, 물건 팔러 왔어?""사러 왔는데요.""뭘.""이 회사요."사장이 잠깐 나를 빤히 보더니 문을 마저 열었다. 쫓아내기엔 헛소리가 너무 구체적이었을 거다.사무실 안쪽에선 형광등 하나가 계속 깜빡거렸고, 아무도 안 고치는 걸 보니 고칠 여유가 없는 집이었다. 에어컨은 아예 죽었는지 낡은 선풍기가 목을 좌우로 흔들며 서류 모서리만 들썩이게 하는 중이었다.책상엔 다 식은 종이컵 믹스커피가 두 개, 그중 하나엔 립스틱 자국이 얇게 남아 있었다.경쟁사 종이 옆에 준비해 온 걸 탁 내려놨다."그쪽 제안보다 세 배. 빚은 제가 따로 떠안습니다. 회사 운영은 두 분이 그대로 하시고요."사장 손이 멈췄고, 부인이 먼저 종이를 펼쳤다가 첫 장 액수를 보고는 안경을 올려 내 얼굴을 다시 확인했다."이게 무슨 돈이야?""현금입니다. 오늘 전액 넣을 수 있고요.""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 부인이 종이를 도로 덮었다. "뭘 믿고 망해 가는 회사에 이 돈을 꽂느냐고."좋은 질문.그 순간, 가온다인 위로 시야가 처음으로 풀 화면을 깔았다.━━━━━━━━━━━━가온다인플래그■ 10개월 후 부도■ 핵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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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은 대본을 다 읽었다 (3)
몇 달 뒤, 빈 네모가 안쪽부터 잉크처럼 차올랐다.□ 균열 감지 표준 채택검은색이 마지막 모서리까지 번지고,■ 균열 감지 표준 채택가온다인 기술이 나라에서 쓸 기준 후보에 오른 날이었다. 남들이 곧 문 닫을 회사로 읽은 걸 나는 다음 시대의 기준으로 읽었고, 그 한 칸이 채워지던 날 내 계좌 자릿수도 조용히 한 칸 늘었다.내가 세운 첫 번째 플래그.그 뒤론 빨랐다. 문 닫기 직전인 연구소를 줍고, 퇴짜 맞은 논문 쓴 연구자한테 돈을 넣고, 아무도 안 보는 제조사 몫이랑 길도 안 난 외곽 땅을 주웠다.검은 네모 피하고 빈 네모 채우는 단순 작업을 천 일 동안 반복하면서 돈으로 회사 몫을 사고 그 몫으로 사람을 얻었고, 그렇게 얻은 사람들이 내 이름 없이 움직이는 힘이 됐다.그렇게 겨울이 세 번 지났다.물론 열여섯짜리가 이 계약을 다 혼자 뛸 순 없다. 나 대신 나설 어른을 세우고 이름 안 나오게 회사를 몇 겹 겹쳐 놓은 다음, 도장 가진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투자사 대표, 엔터 대표, 국가급 길드장.근데 하필 상당수가 나보다 열 살은 많은 여자였고, 교복 입은 애가 호텔 라운지에서 연상 여자들이랑 위스키 놓고 마주 앉은 그림은 설명이 쏙 빠진 채로 학교에 흘러들었다."한도윤? 걔 학교도 거의 안 나온다며.""호텔에서 봤대. 웬 나이 많은 여자랑.""재벌가에서 쫓겨나더니 결국 저러고 사네."해명? 안 했다.해명은 아쉬운 쪽이 하는 거고 나는 아쉬울 게 없었으니까. 사람들이 내가 여자랑 술에 돈 쓴다고 믿는 동안 그 돈은 회사랑 사람이랑 미래를 샀다.공짜 연막이었다. 안 쓸 이유가 없지.* * *그리고 천 일째 되는 날.주작 길드장 홍세라의 차가 아카데미 정문 앞에 섰다. 검은 세단인데 유리에 필름을 얼마나 진하게 발랐는지, 밖에서 보면 사람이 탔는지도 모를 물건이었다."안 내리세요?"운전대를 쥔 홍세라가 턱으로 정문을 가리켰다. 차 안엔 향수 냄새가 얇게 깔려 있었고, 대시보드엔 웬 곰 인형이 하나 굴러다녔다. 국가급 길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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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 (1)
입학식 다음 날 아침, 강의동 게시판 앞은 소문의 시장이었다.반 배정 명단 붙는 날이니까. 다들 제 이름부터 찾고 그다음엔 유명한 이름을 찾는다. 수석 후보가 몇 반인지, 어느 집 애가 어디로 갔는지.그리고."야, 1반 봐. 한도윤.""어제 그 스폰남? 누구랑 같은 반인데?""강현우."조용해지더니 누가 웃음을 터뜨렸고, 그 웃음이 번지는 데는 삼 초도 안 걸렸다. 어제 강현우가 나를 대놓고 겁박하는 걸 스무 명 넘게 봤으니 그 둘이 한 반이면 앞으로 뭐가 구경거리가 될지는 안 봐도 뻔했다.명단만 확인하고 조용히 자리를 떴다. 뒤에서 뭐라고들 했는데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이건 예상 범위였다. 원작에서도 망나니랑 주인공은 같은 반에 떨어진다. 다만 그때의 한도윤은 첫 주부터 사고를 쳤고,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교실 문을 열자 안쪽 소리가 잠깐 죽었다.서른 개의 시선이 일제히 꽂혔다가 뿔뿔이 흩어지며 낮은 속삭임으로 바뀌었다. 길드장 차부터 스폰, 절연당한 재벌가, 중학교 시절 악명까지 3년 치 소문이 하루 만에 재고 정리되는 중이었다."생각보다 잘생기지 않았냐?""관둬. 나이 많은 여자 취향이래.""그건 또 어디서 들었어.""어제 정문에서 다 봤대."들리는 건 어쩔 수 없고.뒷줄 창가에 가방을 내려놨다. 그동안 회의실 상석에만 앉다 보니 오히려 구석 자리가 편했다. 앉자마자 앞자리 애가 몸을 돌려 팔걸이에 턱을 괴었다."저기. 하나만 물어봐도 돼?""돈 빌려 달라는 거 아니면.""어제 그 차 진짜 주작 길드장이었어?""그렇다는데.""그렇다는데가 뭐야. 본인이 탄 차잖아.""차는 내가 안 골랐으니까.""야, 그런 식으로 말하면 더 수상해.""수상한 게 편해서.""편해?""물어보는 사람이 알아서 답까지 만들어 주잖아. 나는 가만있으면 되고.""그럼 내가 지금 뭐라고 만들어도 돼?""돼. 대신 재밌게 만들어."애가 픽 웃으면서 몸을 돌렸다."너 소문보다 말 많다.""너도 소문보다 말 많아.""난 소문이 없어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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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 (2)
평가장은 본관 뒤편 제1훈련장이었다.천장이 까마득히 높고 바닥엔 충격 흡수 술식이 깔린 거대한 홀이었다. 문을 밀고 들어서자 땀 냄새랑 나무 냄새가 먼저 훅 끼쳤고, 신입생들이 줄을 서는 동안 훈련장 벽면을 훑었다.벽을 두른 보호 장벽 발생 장치. 모서리 각인이 눈에 익었다.'가온다인 3세대 모델이네.'작년에 아카데미가 무더기로 주문한 물건이다. 값 흥정할 때 서류를 직접 봤으니 모를 수가 없지. 부도 직전에 주워 온 그 작은 기술회사가 이제 이 나라 훈련 시설 절반에 제 이름을 박고 있었다.줄에 서 있는데 어제 그 앞자리 애가 슬쩍 뒤로 끼어들었다."새치기 아니야. 원래 여기였어.""그렇다고 해 두자.""야, 근데 너 어디까지 나올 것 같아? 나는 딱 중간만 나오면 소원이 없겠는데.""중간이 제일 어려운 거야.""뭔 소리야, 중간이 제일 쉽지.""위든 아래든 한 번 찍히면 3년 가고, 중간은 아무도 안 외워 주거든.""그러니까 쉽다는 거 아니야.""외워 주는 사람이 없는 걸 정확히 맞히는 게 어렵다고.""너 진짜 이상한 애다."칭찬으로 들어 두기로 했다.기초 측정이 시작됐다. 근력, 반응속도, 마력 출력, 지구력. 측정 기기 앞에서 신입생들이 하나씩 제 숫자를 만들어 갔고, 환호가 터지기도 하고 어깨가 처지기도 했다.눈에 익은 얼굴 몇이 그 줄에 섞여 있었다.도진혁. 목검 쥔 자세부터 다른, 검 계열 최상위권. 수치가 뜰 때마다 주변이 짧게 술렁였다.그 옆줄 백진은 정반대였다. 숫자가 화려하진 않은데 측정 내내 자세 한 번 안 흐트러지는 게 오히려 눈에 걸렸다. 규율이 뼈에 박힌 놈.그리고 마법학부 쪽 줄 끝엔 측정이 지루해 죽겠다는 얼굴로 딴 데만 보는 여학생 하나, 정하람. 이론 수석이라더니 실기엔 통 관심이 없어 보였다.전부 원작에서 아는 얼굴이다. 앞으로 이 아카데미를 굴려 갈 이름들. 지금은 그냥 얼굴만 익혀 둔다.내 앞줄에선 여학생 하나가 유독 시끄러웠다."괜찮아, 떨어지는 시험도 아닌데!" 긴장한 옆자리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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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 (3)
점심시간 식당은 소문의 2차 시장이었다."봤어? 아침 대련.""수석이 왜 굳이 걔를 지명해? 어제도 입학식에서 대놓고 시비 걸었잖아."맞은편 테이블에서 누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숟가락을 들었다."망나니라며. 맞을 만하니까 그러겠지.""근데 걔 입학하고 나서 뭐 한 것도 없지 않냐? 어제부터 계속 당하기만 하던데.""그러네. 뭘 해야 욕을 하지."구석에서 혼자 밥을 먹으며 그 대화를 배경음악처럼 흘렸다. 오늘 국은 미역국이었는데 미역이 세 가닥밖에 없었다. 이 학교, 등록금은 그렇게 받으면서.식판 하나가 툭 놓이더니 앞자리 애가 맞은편에 앉았다."여기 자리 있어?""앉고 나서 묻는 건 반칙이지.""어깨 괜찮아? 아까 소리 크던데.""멀쩡해.""근데 너 왜 안 때려? 서른 합이나 버텼으면 한 대쯤은 칠 수 있었잖아.""때려서 이길 상대가 아니니까.""그럼 왜 버텨?""버티는 건 이기는 거랑 상관없이 되니까."애가 숟가락을 문 채로 뭔가 생각하는 얼굴이 됐다가, 곧 관두고 미역국 얘기로 넘어갔다."야, 근데 네 국에도 미역 세 가닥이지?""세 가닥.""내 것도 세 가닥. 이거 정량이야.""학교가 성실하네."여론이 갈라지고 있었다. 당해도 싸다는 쪽과, 이유 없이 저러는 건 이상하다는 쪽.욕하는 쪽은 그냥 두면 내 연막이 되고, 갸웃거리는 쪽은 나중에 쓸 데가 있다.문제는 강현우 쪽이었다.계획은 원래 단순했다. 3년간 아무 짓도 안 한다, 그럼 경계는 알아서 무뎌진다. 원한이야 기억이 만드는 거라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지만 의심은 다르다. 그건 증거를 먹고 크는 거라 안 주면 알아서 굶어 죽는다.그런데 오늘 대련에서 확인했다. 저놈의 의심은 굶어 죽는 종류가 아니었다. 아무것도 안 하는 나를 보고 아는 한도윤이 아니라는 데까지 갔으니, 위험한 망나니였던 게 이제 정체 모를 뭔가가 돼 버린 거다.'전략 수정.'숨는 건 실패. 그럼 눈에 띄는 채로 굴린다. 어차피 소문은 최고의 연막이라, 스폰받는 망나니 구경하느라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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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제 방식: 미정 (1)
윤이서는 소리치지 않았다.가방끈을 쥔 손만 하얬다. 어깨가 안 닿게 벽에 붙어 걷다가 모퉁이를 도는 순간 걸음이 빨라졌다. 거의 뛰는 거였다.몸의 기억이라는 게 참 얄궂다. 계좌 비밀번호는 사흘을 뒤져야 겨우 나오는데 이런 건 묻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올라온다.중학교 3년 치. 이 몸의 원래 주인이 한 사람을 어디까지 몰아붙일 수 있나 실험한 기록이 통째로. 교과서가 창밖으로 날아갔고, 신발이 없어졌고, 옆에 있던 애들은 하나씩 떨어져 나갔다. 붙어 있으면 다음 차례가 되니까.돈만 딸려 온 몸인 줄 알았는데, 죄까지 끼워 팔더라.그날 밤, 그 죄를 잠깐 밀어 두고 밀린 일부터 처리했다.밤 열한 시. 기숙사 방 불을 끄고 폰을 세 대 세웠다. 통화용, 한 번 쓰고 버릴 회선용, 그리고 아무 데도 안 연결된 수신 전용. 창밖에선 기숙사 앞 가로등이 벌레 때문에 지직거렸고, 그 소리 말고는 방이 조용했다. 하도 하다 보니 손에 익은 순서였다.첫 번째. 서부 연구소에 새로 들어갈 사람 명단.이름 두 개를 빼고 하나를 올렸다. 뺀 둘은 옛날에 이 몸 원주인이랑 술자리를 같이한 기록이 있는 놈들이고, 올린 하나는 어느 종이에도 나랑 엮인 적 없는 사람이다.강현우가 언제 서류를 파기 시작해도 안 이상한 상황이니 걸릴 이름은 명단에 오르기 전에 치우는 게 싸게 먹힌다.두 번째. 가온다인이랑 나 사이에 회사를 한 겹 더 끼웠다.이름만 있는 회사, 남의 손에 맡겨 둔 몫, 국경 하나, 그리고 오늘 얹은 걸로 넷째 겹. 저놈이 밤새 종이를 판다면 파면 팔수록 매끈한 막다른 길로 걸어 들어갈 거다.종이로 나를 잡는 건 진작에 안 되는 걸로 판정이 났고, 그 벽은 저놈이 자는 사이에도 알아서 두꺼워진다. 편한 벽이다.세 번째. 원주인이 옛날에 부순 문구점.주인한테 이번 달 치가 들어갔는지 확인하려고 비서실장한테 전화를 걸었다. 두 번 울리기 전에 받았다."예, 대표님.""주무시다 받으셨죠.""아닙니다.""목소리가 아닌데요.""조금 누웠습니다.""누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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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제 방식: 미정 (2)
동선 조정이고 뭐고, 시간표가 같으면 답이 없다.그녀는 강의실에 들어서다 나를 발견하고 그대로 굳었다. 어제 복도의 3초가 그대로 재생됐다. 창백해지는 얼굴, 하얗게 쥐어지는 가방끈. 최대한 먼 대각선 자리에 앉았고, 수업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이쪽을 안 봤다.수업이 끝나기 오 분 전에 교수가 자료를 넘겼다."조별 과제를 진행한다. 조 편성은 출석번호 순으로."교수 말에 명단이 화면에 떴고, 4조에서 아주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4조: 한도윤, 윤이서, 외 2명.강의실 어딘가에서 숨 삼키는 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했는데 착각이었을 수도 있고. 근데 윤이서 등이 돌처럼 굳는 건 착각이 아니었다.'이거 좀 곤란한데.'내가 손을 들기도 전에 다른 손이 먼저 올라갔다."교수님. 조 변경을 요청합니다."강현우였다. 의자를 뒤로 밀고 일어서더니 이유는 안 붙였다."제가 4조로 가겠습니다. 한도윤과 제 자리를 바꿔 주십시오."강의실이 웅성거렸다. 교수가 미간을 좁히고 명단을 다시 들여다봤다. 신입생 수석 요청이니 물리기도 애매했다."사유가 뭔가.""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그럼 들어줄 근거도 없는데.""근거는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나중에 들을 거면 지금 안 바꿔도 되겠군."그때, 또 하나의 손이 올라갔다.윤이서였다."괜찮습니다."딱 한마디였다. 부연도 설명도 없이, 바꿔 달라는 뜻도 아니었다. 그냥 내 일이니 내가 하겠다는, 선언에 가까운 한마디.강의실이 조용해졌다. 강현우조차 반박할 말을 못 찾고 그 자리에 서 있었고, 손 든 채로 굳어 버린 건 오히려 그쪽이었다. 교수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명단을 원래대로 뒀다."조는 편성대로 간다."4조는 그대로였다. 한도윤, 윤이서, 외 둘.'계산에 없던 전개인데.'내가 그린 그림은 손 안 대고 동선이 정리되는 거였다. 강현우가 조를 바꾸면 물러나면 그만이었는데, 그녀가 그 카드를 제 손으로 덮어 버렸다. 무슨 표정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도망은 아니었고.그리고 그때,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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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제 방식: 미정 (3)
웃긴 일이다. 윤이서를 지키겠다는 놈이랑 윤이서한테서 물러나겠다는 놈, 목표가 완벽하게 똑같은 두 사람이 서로를 최악의 적으로 의심하면서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다. 이런 건 대본에도 안 나온다.* * *금요일 오후의 자료관은 비어 있었다.균열학 조별 과제 자료를 뽑으러 온 참이었다. 조는 그대로 4조라 얼굴을 완전히 피할 순 없어도, 자료 조사만 혼자 미리 해치우면 마주칠 일은 줄어든다. 다들 빠져나간 시간을 고른 것도 그래서고.서가 사이엔 종이 냄새랑 먼지가 가라앉아 조용했고, 복사기 돌아가는 소리도 안 났다. 창으로 든 늦은 볕이 서가 끝에서 길게 잘려 바닥에 누워 있었다. 자료 뽑아 돌아서는데, 통로 끝에 윤이서가 서 있었다.손에 책을 든 채로. 우연이었을 거다. 같은 4조 과제였고 균열학 서가는 여기 하나뿐이니까, 피하려고 고른 시간에 같은 이유로 그녀도 와 있었던 거다.시선 내리고 옆 통로로 빠지려 했다."서."목소리가 등에 꽂혔다. 낮고, 팽팽하고, 끝이 미세하게 떨리는.멈췄다. 이 거리에서 등을 돌리면 그건 모욕이다."돌아봐."돌아봤다. 윤이서는 서가에 등을 붙이듯 서서 나를 보고 있었는데, 손끝은 떨리는데 시선은 안 떨렸다."입학 명단에서 네 이름을 봤을 때."들고 있던 책 모서리를 엄지로 한 번 눌렀다."잘못 봤다고 생각했어. 세상이 아무리 엿같아도, 그렇게까지 엿같지는 않을 거라고."아무 말도 안 했다."소문은 들었어. 재벌가에서 버림받았다며. 여자들한테 빌붙어 산다며. 그래, 그러라고 해. 네가 어디서 뭘 하고 살든 관심 없어. 근데."숨을 한 번 삼키고, 마지막 문장을 밀어냈다."여긴 왜 왔어. 하필 여기. 너 같은 게, 왜 여기 있어."변명은 준비돼 있지 않았고 준비할 생각도 없었다. 기억이 안 난다고, 사람이 달라졌다고, 사실은 네가 아는 그놈이 아니라고. 전부 사실인데 전부 그녀한테는 아무 의미 없는 말이다."무슨 말이라도 해 봐."목소리가 처음으로 갈라져서, 그녀는 말을 끊고 한 번 숨을 골랐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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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1)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밤새 가설을 하나 세웠고, 화요일 아침이 되자마자 시험했다. 가설이랄 것도 없었다. 그 애한테 뭘 해 주면 숫자가 밀린다, 그 한 줄이 전부였으니까.그래서 해 봤다. 4조 실습 자료 정리를 새벽 세 시까지 대신 끝내 놓고 아무도 없는 자료실 책상 위에 슬쩍 올려 뒀다.이름은 당연히 안 적었고, 조원 중 아무나 한 걸로 보이게 글씨도 반쯤 흘려 썼고, 딱 떨어지는 항목 두어 개는 아예 비워 뒀다. 너무 완벽하면 사람 손 냄새가 안 난다.아침 자습 시간,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하나 뽑아 들고 자료실 앞 복도 벽에 기대섰다. 자판기는 잔돈을 뱉을 때마다 늙은 기침 같은 소리를 냈고, 커피는 뽑자마자 미지근했다. 3년 묵은 감지기 갈아 끼울 돈은 없다면서 자판기만 층마다 두 대씩 세워 둔 학교다.문이 열리고 4조가 우르르 들어가더니, 삼십 초도 안 돼서 안쪽이 시끄러워졌다."어? 야, 이거 누가 했어?""난 아닌데.""너지?""내가 이걸 왜 해. 새벽에 잠도 안 자고?""그럼 뭐야, 자료실에 귀신 붙었냐.""귀신이 표 정리를 이렇게 잘하면 그건 귀신이 아니라 조교지.""조교 귀신은 좀 슬프다.""슬프든 말든 난 이거 그대로 낼 거야.""야, 그럼 어젯밤에 나 혼자 끄적인 건 어쩌라고.""그걸 왜 했어.""과제니까 했지, 왜 하긴."문틈으로 웃음이 몇 번 새어 나왔고, 그 웃음 속에 그 애 목소리는 없었다.윤이서는 맨 뒤에서 그걸 받아 들었다. 종이 넘기는 소리가 몇 번 나다가 한 번 멈췄고, 잠깐 그대로 있다가, 그냥 가방에 챙겨서 나갔다. 표정은 안 보였다. 볼 자리도 아니었고.그리고 숫자는.━━━━━━━━━━━━━━남은 시간 : D-1001━━━━━━━━━━━━━━나흘 깎였다. 하루에 하나씩, 아주 정상적으로.'안 되네.'밤새 만든 가설이 아침 한 번에 죽었다. 잘해 주면 밀린다는 게 틀렸다는 소린데, 그럼 지난주 그 엿새는 대체 뭐였나. 캔커피를 다 비울 때까지 곱씹어도 답이 안 나왔고, 답이 안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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