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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안 돼

작가: 도화
서지혁이 돌아오자 하시윤은 기타 치던 남자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그 남자, 혹시 결혼했거나 여자친구 있는 거 아니야?”

서지혁은 혀를 차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직접 얘기해 주고 싶었는데. 어떻게 알았어?”

그는 접시를 내려두고는 티슈로 손을 닦았다.

“결혼했대.”

여기로 온 것도 출장 때문인데 일이 예상보다 빨리 끝났는데도 그는 일찍 돌아가지 않았다.

딱 봐도 가정에 성실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니 아내도 밤마다 그가 어디 있는지를 확인한 것 아니겠는가.

조금 전에도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남자는 받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내 쪽에서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연속으로 전화가 쏟아졌다.

남자는 처음에 애써 덤덤한 척하다가 점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시윤은 눈썹을 치켜들며 물었다.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어?”

서지혁이 말했다.

“그거야 뻔하지. 내 앞에서 꼼짝도 못 했어.”

사실 그가 크게 두려움을 느낄 이유가 없었다. 정말로 하시윤에게 번호를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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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는 금방 연결됐다. 변성기를 거친 기괴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상대는 여유로운 태도로 말을 이었다.“아이고, 그걸 막아내네. 대단해.”하지만 이내 비아냥거리는 투로 덧붙였다.“그런데 한 번은 막아도 매번은 못 막을걸? 집 밖에 깔린 경호원들,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하나하나 다 치워버릴 수 있거든. 다음번에는 이번처럼 미리 귀띔해 주는 친절은 없을 거야.”자신만만한 목소리였다. 그는 마치 재미있는 놀이라도 하듯 천연덕스럽게 물었다.“경호원 다음은 또 누구 차례일까?”그는 혼자서 대답까지 내놓았다.“뭐, 서지혁이 또 새로운 사람을 붙여놓겠지만 상관없어. 우린 시간 많으니까.”하시윤이 침묵을 지키자 그는 낮게 낄낄거렸다.“앞으로 매일매일을 살얼음판 걷는 기분으로 살게 될 거야. 생각만 해도 짜릿하지 않아?”“입 닥쳐.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하시윤이 서늘하게 쏘아붙이자 상대의 웃음기가 가셨다. 목소리는 금세 진지해졌다.“차를 한 대 준비해 뒀어. 이게 마지막 기회야. 이번에 안 가면 앞으로는 가고 싶어도 못 가게 될 거다.”“너무 갑작스러워. 난 아직 못 가. 시간이 필요해.”하시윤의 말에 상대가 대답했다.“시간은 무슨. 그냥 시간 끌면서 간 보려는 거 모를 줄 알아?”상대는 다 알고 있다는 듯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우리 회장님이 곤란한 상황에 부딪치니까 결과 나올 때까지 버티려는 모양인데 단언컨대 네가 원하는 결과는 안 나올 거야. 그러니까 헛수고하지 마.”그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갔다.“내일 차 보낼 테니까 탈 거면 타고 말 거면 말아.”하시윤이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그는 할 말만 내뱉었다.“나중에 다시 연락하지. 그럼 이만.”전화는 그대로 끊겼다.하시윤은 휴대폰을 쥔 손을 천천히 내렸다.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미뤄왔지만 서경민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랐을 터였다. 그 잔인하고 단호한 사람이 이만큼이나 기다려준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서정우는 갓 목욕을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517화 통지

    서인준이 보내온 대형 에어바운스는 상상 이상으로 거대했다. 마당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웅장한 성이 세워지자 서정우는 채 완성되기도 전부터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온갖 아양을 떨었다.“삼촌, 삼촌은 진짜 최고예요! 제가 제일 사랑하는 거 알죠?”그 말에 서인준은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그 소리 한 번 더 하면 다음번에는 더 좋은 거 사줄게.”하시윤은 서시은을 품에 안은 채 기가 찬다는 듯 마당을 바라보았다.“너무 과한 거 아니에요?”“애들이 좋아하면 그만이죠. 과할 게 뭐 있습니까.”서인준은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며 서시은의 볼을 살짝 건드렸다.“그나저나 형은 언제 온대요? 연락 왔어요?”“곧 온다고만 하고 정확한 날짜는 안 알려주네요.”서인준이 길게 숨을 내뱉으며 화제를 돌렸다.“요즘 아빠한테 계속 전화를 드리는데 통 연락이 안 돼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요.”하시윤 역시 서경민과 연락이 닿지 않던 터였다. 전에는 여러 번 걸면 마지못해 받기라도 하더니 이제는 아예 묵묵부답이었다. 그가 또 무슨 뒤통수를 치려고 이토록 조용한 건지 의구심이 피어올랐다.경호원들이 에어바운스 점검을 마치자 서정우는 신발을 벗어 던지고 성 안으로 돌진했다.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며 내지르는 비명이 마당 가득 울려 퍼졌다.품 안의 서시은도 기분이 좋은지 짧은 다리를 힘차게 버둥거렸다.그때, 서인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화면을 하시윤에게 보여주며 곤란한 기색을 내비쳤다.“경찰이에요.”그는 한숨을 내쉬었다.“뻔하죠. 또 아버지랑 연락됐냐고 묻는 걸 겁니다.”경찰은 집요했다. 서경민의 행방을 쫓는 데 진전이 없는지 수시로 전화를 걸어와 귀찮게 굴었다.서인준이 전화를 받으러 자리를 비운 사이, 하시윤은 서시은을 에어바운스 위에 살짝 올려주었다.“삼촌! 삼촌도 같이 놀아요!”서정우가 소리쳤지만 전화를 마친 서인준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삼촌은 일이 생겨서 가봐야겠다. 미안하다, 정우야.”그는 다급히 하시윤에게 다가왔다.“집에 일이 좀 생겼답니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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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515화 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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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514화 기약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서경민의 목소리가 들렸다.“지혁아.”서지혁은 핸들을 꽉 쥐며 짧게 답했다.“네.”“맨 뒤에서 따라오는 차, 너 맞지?”“맞습니다.”서지혁의 대답에 서경민이 나직하게 물었다.“아무리 그래도 우리 사이에 꼭 이렇게 남들까지 끌어들여서 이 아비를 구석으로 몰아야겠니?”“자수하세요. 그럼 다른 길도 있습니다. 앞쪽 나들목으로 나가면 제가 변호사 붙여드릴게요.”그 말에 서경민이 실소를 터뜨렸다.“참 효자 났구나. 나를 위해 그런 길까지 미리 다 닦아놓고.”비웃음 섞인 웃음소리는 금세 차갑게 식었다.“그래서, 자수하면 내 끝이 달라지기라도 해?”서지혁은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그가 저지른 짓들을 생각하면 자수든 뭐든 참작될 여지가 없었다. 그의 결말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서경민이 다시 말을 이었다.“나도 너한테 선택지를 하나 주마. 앞쪽 나들목에서 빠져나가.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네가 살던 하강으로 돌아가라.”그가 덧붙였다.“앞으로 우리 부자는 남남으로 사는 거야. 다시는 엮이지 말고.”곁에서 듣고 있던 연재윤이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안 된다는 듯 입 모양으로 다급하게 신호를 보냈다.하지만 서지혁은 전방만 주시한 채 냉정하게 말을 가로챘다.“그럼 시윤이는요?”그 질문에 서경민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어이가 없다는 말투였다.“너란 놈도 참... 이 판국에도 그 여자 때문에 나랑 거래를 하려고 드네.”서지혁은 대답 대신 침묵했다.서경민은 잠시 입맛을 다시더니 중얼거렸다.“하시윤이라...”그 이름을 내뱉는 목소리에는 증오가 뚝뚝 묻어났다.본인은 숨기려 했겠지만 서지혁은 단번에 알아챘다. 그는 절대로 하시윤을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서지혁이 한숨을 내쉬며 뼈아픈 진실을 뱉었다.“제가 고속도로를 내려가든 말든 상황은 안 바뀌어요. 아빠는 경찰 못 피합니다. 오늘 저희가 아니었어도 어차피 끝이었어요.”그가 쐐기를 박듯 덧붙였다.“신지원이 다 불었습니다. 하강도 곧 압수수색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513화 도주

    한참을 뱅뱅 돌던 택시는 결국 구석진 곳에 자리한 아주 보잘것없는 집 앞에 멈춰 섰다.마당은 좁고 집은 작다 못해 낡아빠져서 유리창 몇 군데는 아예 박살이 나 있었다.기사는 대문 앞에서 반 분 정도 기색을 살피더니 그제야 안으로 들어갔다.연재윤과 권엽은 그가 나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하지만 몇 걸음 채 떼기도 전에 연재윤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무시하려다 슬쩍 꺼내 본 화면에는 서지혁의 이름이 떠 있었다.소리를 끄려던 연재윤은 잠시 고민하다 걸음을 멈췄다. 그는 권엽을 잡아끌어 구석으로 몸을 숨긴 뒤 전화를 받았다.“나중에 통화해. 지금 우리...”“들어가지 마.”서지혁이 다짜고짜 말을 잘랐다.연재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어?”“계속 기다려.”연재윤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너 지금 이 근처야? 어디 있는 건데?”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상대는 할 말만 끝내고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연재윤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기더니 결국 권엽을 붙들고 좀 더 먼 곳으로 물러났다.상황 파악이 안 된 권엽이 속이 타들어 가는 목소리로 물었다.“왜 안 들어가는 거야?”연재윤인들 이유를 알 리 없었다. 그저 짧게 대답할 뿐이었다.“일단 좀 더 지켜보자고.”그렇게 10여 분을 더 버텼을까. 낡은 집 문이 열리더니 기사가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는 태연하게 우산을 쓰고 자리를 떠났다.그제야 연재윤은 무릎을 쳤다. 이곳 역시 은신처가 아니라 그저 시간을 때우기 위한 경유지였던 것이다.만약 미행이 붙었다면 이 정도 시간은 추격자의 인내심을 바닥나게 하기에 충분했다. 분명 참지 못하고 들이닥쳤을 터였다.기사 수준에서 나올 법한 잔머리가 아니었다. 필시 서경민의 지시였을 것이다.이쯤 되니 연재윤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늙은 여우의 치밀함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두 사람은 다시 기사의 뒤를 밟았다. 기사는 결국 길가에 늘어선 어느 평범한 단층집 앞에 멈춰 섰다.마당도 없이 길가에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353화 귀신이라도 본 얼굴

    성문영은 정경란이 자기 사무실로 가 천천히 얘기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정경란은 소파에 앉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그래서 결국 성문영도 소파에 앉았다. 얼굴을 푹 숙이고 있는 것이 어지간히도 초조한 듯했다.서지혁은 그런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이곳에서 얘기 나누세요. 저희가 나갈게요.”말을 마친 후 그는 방 앞으로 가 문을 두드렸다.“시윤아, 자?”성문영이 깜짝 놀라며 서지혁을 바라보았다.“하시윤이 이곳에 있어?”문이 열리고 하시윤이 밖으로 나왔다.“안 잤어.”“할 일 다 마쳤으니까 이만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356화 뭐가 그렇게 두려우세요?

    성문영은 하시윤에게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묻고 싶었지만 마침 서경민이 돌아와 결국에는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성문영은 서경민이 다가온 것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몸이 굳어버려 미동도 하지 않았다. 서경민은 그런 그녀를 힐끔 바라보더니 발걸음을 멈추고 물었다.“어디 아파?”성문영은 깜짝 놀라며 얼른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렸다.“아, 아니. 안 아파.”서경민은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계단 쪽으로 향했다.“아프면 얼른 약 먹어.”성문영은 서경민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혼자 남겨진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347화 내가 형이죠

    하시윤은 서지혁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주방 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가정부가 식사 여부를 물었다. 하시윤이 반색하며 대답했다.“밥 주세요. 배고파서 현기증 날 지경이에요.”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고 아이도 그에 호응하듯 계속해서 발을 굴렀다.그녀가 식탁 앞으로 향해 앉으려는데 밖에서 가정부가 들어와 손님이 왔음을 알렸다.“연 대표님입니다. 지난번에 오셨던 분 말이죠.”서지혁은 못 들은 척 식탁 앞에 앉았다. 들어오라는 말도 하지 않았지만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손님이 제집 안방처럼 들이닥쳤다.연재윤이 너스레를 떨며

  •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제337화 사랑하지 않는다

    성문영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집사님이 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걸까? 그것도 남의 눈에 띄기 쉬운 대나무숲에 시신을 묻다니.”그녀가 덧붙였다.“아까 유골이 발견됐을 때 경찰이 그랬잖아. 범인이 아버님과 관련 있는 인물일 거라고. 설마 아버님이 시킨 일은 아니겠지?”“함부로 넘겨짚지 마세요.”서지혁이 차갑게 말을 잘랐다.“경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보죠.”그러고는 하시윤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이끌었다.“들어가서 얘기하죠.”서인준이 마당으로 차를 몰고 들어왔지만 성문영은 따라 들어오지 않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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