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윤은 3년 만에 다시 하씨 별장으로 돌아왔다.별장 대문이 열려 있어 그냥 안으로 들어갔다.하민지가 소파에 앉아 발톱에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었다. 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가 매니큐어를 두어 번 칠하더니 뭔가 떠오른 듯 다시 고개를 들었다.그러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엄마, 집에 누가 왔어요.”주방에서 청소하던 조경순이 소리를 듣고 나왔다.“누가 왔다고? 이 밤중에...”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시윤을 보고 멈칫했다. 표정이 급변하더니 손에 든 행주를 털며 말했다.“아이고, 이게 누구야? 우리 집안의 큰 아가씨 아니신가?”그러고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며 큰 소리로 외쳤다.“아빠 찾으러 왔어? 네 아빠 오늘 회식 있어서 언제 올지 몰라. 급하면 전화하고 아니면 내일 낮에 와.”조경순이 혼잣말로 투덜거렸다.“어쩐지 오늘 자꾸만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니. 재수 없어, 정말.”하시윤의 시선이 하민지에게 닿았다. 하민지는 계속 고개를 숙인 채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었는데 기분이 좋은 듯 콧노래까지 흥얼거리고 있었다.하시윤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3년 전 아이를 서씨 가문에 넘겨줄 때 혹시 돈 받았어요?”하민지가 움직이던 손을 멈췄고 주방에 있던 조경순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시윤이 이어서 말했다.“그때 당신들이 나더러 아이를 낳으라고 설득했죠. 그리고 나중엔 아이가 그 집에서 살아야 더 나은 삶을 살 거라고 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를 위한다는 말은 다 거짓이고 그냥 아이를 팔아서 돈이나 챙기려던 거 맞죠?”말이 끝나자마자 주방에서 쾅 하는 소리가 났다. 조경순이 대야를 조리대에 내리친 소리였다.그녀는 아까보다 더 큰 소리로 외쳤다.“누가 돈 받았다고 그래? 이 배은망덕한 것아. 그때 너도 아이를 지우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 그래서 네 마음 따라 설득한 건데. 임신 기간 내내 좋은 거 먹이고 재우고 돌봐줬더니 은혜도 모르고 이런 소리를 해?”말하면서 행주를 쥔 채 주방에서 나왔다. 조경순이 눈을 부릅뜨고 계속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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