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제주도 국제학교의 가을 축제를 앞두고.온 학교가 축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들뜬 소란으로 정신없이 일렁이던 늦은 오후였다.정희는 문기가 학생회 사무실에 홀로 남아 축제 결산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친구들의 입을 통해 알게 됐다.기회였다.정희는 의도적으로 교복 셔츠 단추를 속살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풀어헤쳤다.그리고 일부러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은밀하게 학생회 사무실 문을 열었다.딸깍――.조도가 낮은 학생회실 내부.서류를 념기는 종이 마찰음만이 건조하게 울리고 있었다.“문기 선배, 축제 비품 정리 최종 서류 가져왔는데…… 확인 좀 해 주실래요?”정희는 서류를 건네는 척하며 문기의 책상 위로 제 육감적인 상체를 깊숙이 숙였다.늘어진 오후의 햇살 아래,얇은 교복 셔츠 아래로 터질 듯 부풀어 오른 가슴골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건강하게 태닝된 구릿빛 살결.문기의 시선 바로 앞으로 밀고 들어오는 도발적인 질량감이었다.정희는 화려한 눈꼬리를 여우처럼 휘었다.손가락 끝으로 문기의 단단하고 드넓은 어깨 자락을 슬며시 쓸어내리며 다가갔다.육체조차 완벽한 무기로 던지는 영악한 사냥꾼의 몸짓.그녀가 문기의 귀밑샘을 향해 뜨겁고 축축한 숨결을 불어넣었다.“저…… 유진이랑 같은 반인 거 아시죠, 선배?”서유진. 그 이름 세 글자가 얹어지자, 서류만 보던 김문기가 그제야 힐끗 차가운 눈동자를 들어 올렸다.시선이 허공에서 무겁게 엉켰다.“선배…… 그 아기 같은 서유진 데리고 소꿉장난하는 거, 솔직히 안 지루해요?”“별로.”문기의 음성은 건조했다.“걔는 선배가 손가락 하나만 대도 무섭다고 소리 지르며 울 것 같은 애잖아. 하지만 난 안 그래요, 선배. 난 선배가 한밤중에 뭘 원하는지, 그 뜨거운 본능을 전부 다 만족스럽게 채워줄 수 있어요.”정희가 문기의 귓바퀴를 입술로 비빌 듯 거침없이 들이쳤다.남자의 겉옷을 파고드는 끈적한 유혹.“류 요스케 선배한테 지기 싫다면서요. 내가 그 선배 말고 선배를 골랐다고요.”날것의 굶주린 수컷을 자
츄릅, 츳――.서늘한 콘크리트 벽면에 질척이는 마찰음이 유령처럼 감돌았다.꺼진 센서등 아래, 푸르스름한 사각지대.유진은 문기의 거구 아래 완벽하게 갇혀 있었다.거친 키스.뇌리가 하얗게 질려갔다.그 아찔한 감각의 틈새를 뚫고 한 달 전의 끔찍했던 기억의 잔상이 벼락처럼 스쳤다.서유진이라는 세계를 통째로 폭파시켜 버렸던 파혼의 도화선.한정희.그 여자의 오만하고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던 붉은 입술.“읍…… 하아!”유진이 고개를 격렬하게 틀어 젖히며 문기의 입술을 밀어냈다.가쁜 숨통이 트이자마자 유진의 갈라진 목소리가 어둠을 찢었다.“우리의 그 고결하다고 자부하던 10년을…… 내 신앙을 먼저 깨부수고 짓밟은 건, 오빠가 먼저였어.”문기의 움직임이 뚝 멈췄다.어둠 속에서 그가 미간을 험악하게 구겨뜨렸다.핏발 선 붉은 안광이 유진의 얼굴을 뚫어질 듯 쏘아보았다.“너 지금 고작 딴 년 때문에…… 그 자식에게 홀렸다고 내 앞에서 구차한 변명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네 잘못은 아니니까, 탓하지 말라고?”남자의 어조에는 여전히 오만한 가식만이 가득했다.유진의 눈가에 서늘한 피눈물이 고였다.자신을 정결함이라는 지독한 성역의 지옥에 가두어 가차 없이 말려 죽이는 동안.평생의 보호자라 믿었던 이 남자는 비좁고 더러운 구석에서 다른 여자의 육체를 빌려 짐승처럼 욕망을 배설해 놓고 자신부터 탓했다.그 비참하고 잔인한 진실의 민낯이 그녀를 질리게 만들었다.“하…….”유진은 붉어진 눈으로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그리고 온 힘을 짜내어 자신의 어깨를 사정없이 틀어쥐고 있던 문기의 단단한 가슴을 거칠게 밀쳐냈다.밀려나는 검은 슈트의 실루엣.그 틈새로, 묻어두었던 8년 전 제주도의 정글이 다시금 수면 위로 뿜어져 나왔다.서유진의 고등학교 시절 유일무이한 라이벌.그때부터 김문기를 호시탐탐 노리며 파멸의 덫을 놓았던 여자.그리고 현재 LX 그룹의 절대 권력인 김문기 상무의 전담 비서실장.한.정.희.고등학교 시절.그녀는
바스락. 콰직-!그의 커다란 손이 유진이 입고 있던 샴페인 골드빛 드레스 자락을 가차 없이 걷어 올렸다.얇은 실크 원단이 허벅지 위로 쓸려 올라갔다.문기의 날렵하고 뜨거운 손바닥이 유진의 하얗고 말캉한 허벅지 안쪽 살을 난폭하게 쓸어 올렸다.“읏……!”생전 처음 경험하는 노골적이고도 직접적인 마찰.찌릿한 전율이 아랫배를 관통했다.유진은 가녀린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잘게 떨었다.“오빠, 읍…… 잠시만, 요…….”하지만 문기에게 자비란 없었다.그는 힘없이 밀어내는 유진의 가냘픈 양손을 한 손으로 낚아채 손깍지를 낀 채 머리 위로 고정했다.그리고 붉게 달아오른 유진의 입술을 통째로 집어삼켰다.독한 위스키 향이 섞인 타액이 입안으로 사정없이 밀려들었다.집요하고 거친 혀가 유진의 여린 구강 내부를 난도질하듯 헤집었다.투둑ㅡ. 툭.이내 문기의 커다란 손이 다시 드레스 안쪽, 얇은 속옷 너머의 맨살로 거침없이 파고들었다.지금까지 그녀의 고결함을 지키던 정결하고 다정한 손길이 아니었다.유진의 탐스러운 가슴을 터질 듯이 움켜쥐고 그녀의 골반 뼈를 으스러뜨릴 것처럼 누르는 체중감.노골적이고도 지독한 데일 것처럼 뜨거운 애무였다.살과 살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눅진하게 번졌다.쿵. 쿵. 쿵.발밑에서는 여전히 친구들이 발을 구르며 시끄럽게 떠드는 진동이 벽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바로 아래층에 사람들이 있다는 공포와 수치심.그리고 4년간 본능적으로 갈구해 왔던 문기의 육체적 지배.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뒤섞여 유진의 뇌리를 하얗게 마비시켰다.유진은 그의 단단한 어깨를 부서져라 움켜쥔 채, 밀려오는 쾌락에 완전히 녹아내렸다. 하얀 시트 위로 유진의 드레스가 허물처럼 완전히 벗겨져 나갔다.창밖의 푸른 달빛을 받아 우윳빛으로 매끄럽게 빛나는 전라의 나신.문기의 호흡이 완전히 짐승처럼 거칠어졌다.유진의 몸은 이미 그의 거친 손길 아래 달아올라 온전히 그를 향해 무방비하게 열려 있었다.남자의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존재감이 유진의 뜨거운 허벅
“너에게서…… 낯선 냄새가 나. 그 새끼………죽여버릴거야!”목덜미를 사정없이 후벼파는 문기의 거친 숨결.그 뜨거운 호흡이 닿는 순간, 유진의 등줄기로 소름이 돋아났다.10년.이 끈적한 숨결은 언제나 서유진의 세계를 가두는 가장 완벽한 창살이었다.늘 그녀를 미치도록 열망하게 만들고 서럽도록 좌절하게 만들었던 그의 키스.결국 그 아무 의미도 별 것도 아닌 키스 하나에, 매달리고 매달리며 그를 10년이나 기다렸다.너무도 멍청했던 자신의 짝사랑.그때 문기의 붉게 충혈된 눈동자가 유진의 전신을 샅샅이 파고들었다.처벌하려는 맹수의 시선.그 서슬 퍼런 안광이 유진의 기억을 사정없이 짓밟고 들어왔다.유진은 도망치지 않았다.대신, 짓무른 입술을 열어 아주 느리게 받아쳤다.“오빠는…… 날 원한 적도 없잖아.”건조하게 툭 떨어진 한마디.그 단어가 두 사람의 발밑을 가로막았다.동시에, 봉인되어 있던 잔인한 기억의 뚜껑이 무섭게 열렸다.지독한 감옥 같았던 제주도의 국제학교를 졸업하던 날이었다.마침내 법적으로 ‘성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그날.문기는 오직 유진만을 위한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파티를 열어 주었다.쿵. 쿵. 쿵.지독한 중저음의 베이스 비트가 고막을 마비시켰다.제주도 서귀포. 깎아지른 듯한 잿빛 절벽 위에 위태롭게 솟아 있는 LX 그룹의 프라이빗 별장.1층의 대형 풀파티장은 이미 이성을 증발시키는 네온 불빛으로 터질 듯이 일렁이고 있었다.출렁이는 수면 위로 쏟아지는 자극적인 핫핑크와 일렉트릭 블루의 조명들.그 원색의 빛들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분열하며 공간을 도륙했다.그 눈부신 소음의 한가운데 유진이 서 있었다.그리고 오직 서유진 하나만을 위해.하버드라는 미래까지 가차 없이 던져버린 사내가 언제나처럼 그녀의 곁에 있었다.그리고 늘 그랬듯 그의 독점욕과 스케일은 거대했다.“와, 서유진! 네 정혼자 진짜 미친 거 아냐? 대한민국에 이런 별장이 존재하긴 했어?”혜선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자극적인 클럽 음악 소리에 묻혀
다시 비상계단 통로.푸르스름한 어둠을 뚫고 문기의 거친 입술이 유진의 입술을 완전히 집어삼켰다.숨을 쉴 틈조차 주지 않는 난폭한 돌진이었다.문기의 단단한 혀가 유진의 입안 구석구석을 잔인하게 헤집고 유린했다.숨이 막혀 문기의 단단한 가슴을 밀어내려 했지만.그의 커다란 손이 유진의 양 손목을 한 손으로 낚아채 머리 위 벽으로 거칠게 고정해 버렸다.탁-!벽에 부딪힌 손등에서 둔탁한 통증이 느껴졌다.하지만 입안을 가득 채운 열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짙은 어둠 속에서 하얗게 번뜩이는 시선.문기는 유진의 가쁜 숨을 가로채며 그녀의 하얀 목덜미로 고개를 깊숙이 묻었다.연약한 얇은 살결을 이빨로 강하게 깨물고 핥아 올리는 자극.유진의 등에 와닿은 시멘트 벽면은 얼음처럼 차가웠다.하지만 그녀의 앞을 완전히 봉쇄한 김문기의 몸은 터질 것처럼 뜨거웠다.오직 좁은 계단실을 채운 것은 서로의 허파를 찢고 나오는 거친 호흡 소리뿐이었다.툭.벽과 사내의 거구 사이에 갇힌 신체. 도망칠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문기의 거친 손길이 유진의 얇은 셔츠 깃을 한 움큼 움켜잡았다.그대로 제 쪽을 향해 난폭하게 끌어당기는 악력.훅 끼쳐오는 독한 시가 향. 그리고 그 뒤편에 섞여 있는 지독하게 낯익은 체취.유진은 본능적으로 턱을 굳히며 마른침을 삼켰다.푸르스름한 흑백의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타오르는 문기의 눈동자.가차 없이 유진을 내리누르는 그의 시선.여전히 오만했고, 지독하게 탐욕스러웠다.문기의 거친 숨결이 유진의 젖어 드는 눈가를 잔인하게 핥아 내렸다.두 사람의 거대한 그림자가 비상계단의 짙은 푸른 어둠 속으로 완전히 잠겨 들고 있었다.“……놔줘.”유진의 갈라진 목소리가 계단실의 정적을 얇게 찢었다.대답은 없었다.대신 문기의 커다란 손이 유진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었다.두 손가락 뼈마디에 사정없이 힘이 들어갔다.유진의 새하얀 살결 위로 선홍빛 붉은 손자국이 선명한 낙인처럼 새겨졌다.문기의 시선이 그 붉은 입술에 꽂혔다.“놓으라고?
잔인하리만치 날카롭고 습한 거센 바람이 불어오던 제주도의 여름.푸른 잔디 위로 흩날리던 축축한 아열대의 공기 속에서.김문기는 언제나 독보적인 태양이었다.고등학교 3학년 과정을 전교 수석으로 마쳤다.그리고 그의 앞날은 이미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로 정해져 있었다.기숙사 책상 위에 당당하게 놓여 있던 붉은색 왁스 인장이 선명한 하버드 입학 허가서.주변이 LX 그룹 후계자의 찬란한 미래를 찬양하며 들썩였다.모든 유학 준비가 완벽하게 끝났던 어느 주말.서울 본가의 다이닝룸.눈부시게 하얀 대리석 테이블 위로 최고급 은식기들이 정갈하게 세팅되어 있었다.문기의 아버지는 흡족한 미소를 띠며 문기의 어깨를 두드렸다.“장하다, 문기야. LX의 후계자라면 모름지기 세계 최고들과 경쟁해야지. 다음 달 출국이니 보스턴의 펜트하우스와 의전 차량은 완벽하게 세팅해 두마.”정갈하게 와인을 한 모금 마시던 문기가 와인 글라스를 테이블 위로 툭, 내려놓았다.깡――!날카로운 마찰음.글라스가 부딪치며 붉은 와인이 하얀 대리석 테이블보 위로 몇 방울 튀어 올랐다.순백 위에 번지는 핏자국 같은 붉은 얼룩.다이닝룸 전체에 순식간에 팽팽하고 서늘한 정적이 감돌았다.“취소해 주세요, 아버지.”무심하고도 단호한 음성이었다.“취소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문기 아버지가 미간을 험악하게 구겨뜨렸다.“하버드 안 갑니다.”문기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유학 플랜은 전면 취소하고, 다음 달에 수능 준비해서 서울대 경영학과로 입학할 겁니다.”“김문기! 네가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냐?! 세계 최고가 아니면 흥미가 안 생긴다며 거드름을 피울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서울대라니!”어머니의 비명 섞인 다그침이 사방 벽에 부딪혀 깨졌지만, 문기는 미동조차 없었다.오히려 삐딱하게 고개를 꺾으며 곁에서 사정없이 흔들리는 황금빛 눈동자를 하고 있는 유진을 서늘하게 응시할 뿐이었다.유진은 숨을 쉴 수 없었다.은식기를 쥔 손가락 끝이 잘게 떨렸다.고작 1학년이던 유진도 문기가